라포르리아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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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하려은
작품등록일 :
2011.07.03 01:44
최근연재일 :
2011.07.03 0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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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4.19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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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ort Liarta - 12장 마녀와 소녀 #01

DUMMY

제 12장 마녀와 소녀 #01



아란은 자신이 말해놓고 이상한 점을 깨달았다. 음…!? 뭐라고!?

"뭣!? 리리스?!"

"아…."

아란은 반사적으로 튀어 올라 몸을 일으키려했다. 그렇지만, 그 순간 허리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고 다시 침대위로 반듯하게 쓰러졌다.

"…끄어억!!"

고통에 가득찬 신음소리가 입에서 흘러나온다.

"아란! 괘, 괜찮아!? 역시 무리하게 움직이는 건 좋지 않아."

소녀의 걱정스런 목소리가 다급하게 들려왔다. 아란은, 고통 속에서도 다시 그쪽의 얼굴을 본다. 리리스라고? 진짜 리리스인가, 대체 어떻게?

연녹색의 단발, 하얀 피부, 인형같이 조그만 이목구비. 분명, 마을의 아이돌이자, 곧 마을 최고의 미녀가 될 그 리리스 리리노가 맞았다. 아란은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확인한다.

"리….리리스? 리리스 맞아?"

"응, 맞아, 근데 아란 괜찮아? 많이 아파 보이는데?"

"괘….괜찮…….그, 그런데, 어떻게 네가……."

리리스는 일어선 채 어쩔 줄 몰라 하며, 당황한 눈빛으로 고통스러워하는 아란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란은 그제서야, 인정했다. 맞다. 눈앞에서 자신을 걱정해주고 있는 소녀는 마을의 아이돌 리리스가 맞다.

그럼 지금 자신에게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떠올려본다. 그래, 자신은 검술연습을 하다, 화살 맞은 미친 멧돼지에 쫓겨 폭포 밑으로 떨어졌었다.

분명 떨어지면 죽을만한 높이에서! 그러자, 어떻게 된 건지 대충 감이 잡혔다. 아란은 간신히 고통이 가라앉자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하아, 역시 난 죽은 건가. 여기는 그럼, 천국?"

"뭐?"

아란의 뜬금없는 천국타령에, 리리스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아란의 멍한 얼굴을 보자, 리리스는 아란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눈치 챈 것 같았다. 바보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아란에게 리리스는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갑자기,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아란. 지금 넌, 분명히 살아있다구. 그리고 여긴 천국도 뭐도 아냐."

"엥? 뭐라구? 그래? 그, 그럼, 리리스 네가 왜 대체 여기에…. 게다가, 그렇다면 나 어떻게 된 거지?"

아란은 당황해하며 가까스로 상체를 일으켜 앉아, 놀란 표정으로 소녀에게 묻는다.

"기억 안나?"

"아, 아니, 폭포에서 떨어졌다는 것까지는 어떻게 기억이 나는데……."

"에, 정말? 폭포에서 떨어졌었어?"

놀랍다는 표정으로 아란을 바라보는 리리스, 리리스의 말에 아란은 조금 무안해져서 목뒤를 긁었다.

"으, 응 멧돼지에게 쫓기다가…."

"그, 그랬구나. 어쩐지 심하게 다쳤다 그랬어. 아마 그 이후일 거야, 나랑 할머니가 호숫가에 약초 캐러 갔다가, 호숫가로 떠내려 오는 널 발견했거든."

"그, 그래?"

"응, 그땐 얼마나 무서웠는지. 꼭 네가 죽은 줄로만 알았어."

"아,하,하, 그랬어?"

아란은 리리스의 무시무시한 말에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소녀에게 묻는다.

"그, 그럼, 여기는…….?"

"아, 여기? 할머니 집이야. 너 그때 상태가 너무 위중해서 마을까지 내려갈 수 없었거든. 그래서 급한 대로 여기로 올 수밖에 없었어."

"아, 그래…."

할머니집이라, 아란은 상체만 간신히 기대어 일으킨 채로 집안 구석구석을 돌아본다. 낯선 집이다. 굉장히 낡고 작은 집이었다.

낡은 창문으로 햇빛이 들어왔다. 밖은 아직 낮인 모양이다.

할머니 혼자 사시는 집인가 보다. 그래서 집의 구조는 되게 간단했다. 밖으로 통하는 현관으로 부터 들어오자마자 거실 겸, 응접실 겸, 침실인 방한 칸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저쪽으로 부엌으로 통하는 듯 한 통로하나가 간신히 나있었다.

특이한 점은 방안에 책들이 굉장히 많이 쌓여있었는데, 여기저기 수북하게 너저분하게 쌓여있었다. 그리고 벽난로의 양쪽 벽을 통째로 차지하는 책장에는 엄청난 수의 서적들이 꽂혀있었다.

그야말로 미니도서관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관리를 잘했는지 먼지는 쌓여있지 않았다. 또한, 벽난로에는 커다란 솥이 올려져있었고, 그 솥으로부터 약초향기가 은은하게 흘러나왔다.

헌데, 아란은 이 처음 와보는 집의 분위기가 그다지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다. 이상했다. 분명 처음 와보는 집이 맞기는 한데, 분위기는 낯설지는 않았다. 그 분위기로 말하자면, 방안에서 풍기는 아담하지만, 조금은 으슬으슬한 분위기말이다. 데쟈뷰라도 보는 건가, 지금?

아란은 고개를 갸웃한다.

그리고, 그때, 현관문이 열리며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가래를 뱉는 듯 한 갈라진 느낌의 목소리였다.

"이야기도 나누고 하는걸 보니, 놈이 깨어나기라도 했나 보구나."

"아, 할머니."

리리스가, 반가운 말투로 말하며 현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란은 그 할머니가 누군지 궁금하여, 리리스를 따라 시선을 현관 쪽으로 돌렸다. 그리고는, 문 쪽에 나타난 구부정한 실루엣이 누군지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할머니로 보이는 실루엣의 주인공을 눈으로 확인하고는 기절할 듯이 놀랬다.

"헉!"

날선 매부리코, 무시무시하게 찢어진 눈, 커다란 검은 고깔챙 모자를 쓴 채, 구부정하게 지팡이에 기대서 서있는 그 노파는, 과거 이얀과 함께 마녀의 집에서 보았던 바로 그 '마녀'였다.

아란은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반사적으로 비명이 튀어나왔다.

"히이익!!! 사, 사악한 미친 마녀다아아앗----!!!"

-빠바박!!

그러나, 비명이 지속될 시간조차 없이, 아란은 놀라운 일을 겪고 침대위로 곱게 뻗었다. 마녀가 소년의 비명에 인상을 쓰는 순간, 그녀의 들고 있던 지팡이가 순간적으로 채찍처럼 길어져 아란의 명치를 세 번 후려치곤 되돌아갔던 것이다.

"커헉!"

"시끄럽다!! 이 망할 놈아!! 다 죽어가는 거 살려놨더니, 입만 살아가지고 욕지거리 하는 것 좀 보게!!"

아란은 맞은 부위를 부여잡고 그 자세 그대로 뒤로 넘어가서 침대위에서 꿈틀거렸다. 깜짝 놀란 리리스가 아란을 부축한다.

"어맛! 아란 괜찮아?"

"어….으어, 으어……."

"흥, 맞아도 싸다. 이놈이, 어디, 목숨 줄 연명해준 은인한테 할 소리가 없어서. 그냥 그걸로 뒈져버려!!"

맞은데가 끔찍하게 아픈지, 울상이 된 아란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했다. 노파는 아란의 비명에 자존심이 상했는지 독설을 퍼붓는다. 리리스는 황당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아란을 부축해주며 말했다.

"괜찮아?"

"으어, 으어…."

"에휴, 그러게 왜 그랬어? 올리오르 할머니는 성격이 좀 까칠하긴 해도 '미친 마녀' 따위는 아니라구."

"리리스! 다들린다!"

"어억, 으어,"

"뭔가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저 분은 나에게 마법을 가르쳐주시고 있는 스승이자…."

"……으으."

"'마도사'이신, 올리오르 할머니셔."

-쿠궁!

"헙…!!"

아란은 그 충격적인 사실에 숨조차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아란은 리리스에게서 자초지종을 들을 수 있었다. 노파는 카난대륙에 몇 안 된다는 '마도사'였다. 무려 '상급 마법사'도 아닌 '마도사'.

하지만, 주위사람들은 그 사실을 몰랐을 뿐더러 노파를 사악하고 미친 마녀로 간주하고, 무서워하여 가까이 접근조차 않았다.

실제로 노파의 폐쇄적인 태도와 괴악한 성격 그리고, 계속되는 마법 실험 탓에 마을에는 노파가 무시무시한 마녀로 와전되어 소문이 퍼지기는 했다. 하지만, 리리스 자신은 그 조악한 소문들을 믿지 않았는데, 우연찮게 이집에 들어오게 되면서 노파를 만나 마법을 배우게 되었단다.

그리고, 며칠 전엔 약초채집실습을 하러 하얀 호숫가로 나갔다가, 물에 떠내려 오는 아란을 발견하고 데려오게 되었다고….

당시 소년은 온몸에 심한 부상을 입고 쓰러져있었는데, 올리오르할머니가 마법으로 간신히 여기까지 데려왔다고 했다.

원래는 아란의 집으로 데려가는 게 맞았지만, 아란의 상처가 너무 심각한데다 자칫 잘못하다가는 불구가 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마을까지는 내려가지 못하고 그냥 이곳에서 치료했단다.

게다가, 마녀는 '마도사'라 불리는 이답게 의술에도 해박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덕분에 아란은 상태가 위험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사히 넘겼다고 그랬다.

"죄, 죄송합니다. 괜히 소문 때문에, 오, 오해를 해서…. 시, 실례했습니다. 죄송합니다."

아란은 연신 고개를 조아리며 노파에게 사과했다. 하긴,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은인에게 사악한 마녀 어쩌고를 운운했으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허나 노파는 아란의 사과에도 퉁명스럽게 응대할 뿐이다.

"흥, 꼬맹이 녀석 주제에 별수야 있었겠느냐, 그러고 보니 네 녀석, 예전에 우리 집에 왔다가 도망친 그 녀석들 중 한 녀석이군."

"컥!?"

노파는 2년도 더된 일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노파의 날카로운 눈빛이 소년을 쏘아보자, 아란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설마, 그 일을 기억하고 있을 줄이야. 노파는 아란의 움찔거리는 반응에 '그럼 그렇지.'하는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노파의 눈이 가늘어졌다.

"호오, 기억은 하고 있나보군. 그래, 그때 네 녀석들이 고래고래 고함지르고 간 덕분에, 망할 '얼간이'한 녀석이 그걸 가지고 날 죽일 듯이 놀려댔지, 물론 나는 녀석을 죽여 버렸지만 말이다!"

"에, 에?"

"흥, 아무것도 아니다. 잊어버리도록. 잊는 게 좋을 거다."

"아, 아, 예…."

아란은, 그 '얼간이'가 누구를 지칭하는 것인지 대충 감이 잡혔지만, 함부로 입을 놀리지는 않았다. 마녀가, '잊어라. 잊는 게 좋아.'하며 무시무시한 살기를 내뿜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흉폭한 살기 속에서 아란은 용맹하게 주둥이를 놀릴 자신이 없었다. 게다가, 아란은 지금 굉장히 긴장하고 있었다. 노파의 지팡이가 언제 길어져서 자신을 후려갈길지 모른다는 사실에 말이다.

노파가 한번 맘만 먹으면, 전신이 아파서 움직일 수 없는 자신으로서는 가만히 앉아서 두들겨 맞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왠지 아픈 자신의 처지에 눈물이 난다.

"그리고, 당분간은 침대에서 심하게 움직이거나 하지마라. 아직, 뇌진탕도 있는데다, 금이 간 뼈들도 안정을 취해야 하니까."

"네, 네…."

노파가 마지막으로 으름장을 놓는다. 아란은 그저 끄덕이는 수밖에 없다. 어쨌거나 살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란이 깨어난 지는 딱 5일이 되었는데, 며칠 전부터 아란의 부모님도 왔다가셨다고, 특히 엄마가 아란을 많이 걱정해서 침대위에 누워있는 소년을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리셨다고 했다. 아빠도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으셨겠지만, 영주성의 업무가 있음에도 같이 오셨다는 것을 보면 무지 아란을 걱정한 모양이셨다.

부모님생각을 하자 괜스레 죄송스러워 눈시울이 시큰해진다. 어쨌든, 깨어나지도 않은 아란을 데려 갈수도 없어서, 그냥 당분간은 이곳 올리오르할머니의 집에 신세를 지기로 했다. 대신, 엄마가 아침마다 음식들을 싸가지고 오시는 모양이었다.

엄마가 주고 갔다는 오늘 분의 음식바구니가 저쪽 테이블위에 올려져있었다. 아란은 그런 엄마가 고마워서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는, 문득 옆에서 책을 읽고 있는 리리스에게 눈이 갔다. 역시, 책을 읽고 있는 리리스는 무지무지하게 예뻤다.

물론, 예전의 엄청 귀여웠던 리리스가 아닌 조금 성숙해진 리리스이긴 했지만, 오히려 그렇게 성숙해져서 더욱더 예뻐진 것일지도 몰랐다.

게다가 아란은 생각한다. 책하고 저렇게 어울리는 소녀가 또 있을까, 아니, 리리스라면 뭘 해도 다 어울리고 예쁠 것 같았다.

그러자, 괜히 리리스를 쳐다보기 민망해졌다. 왠지, 낯 뜨거워서 똑바로 바라볼 수 없달까. 정말 리리스를 보고 있으면 그녀의 뒤편에서 막 후광이 번쩍이는 것 같았다.

그렇게 누워서 안절부절 못하던 아란은, 리리스가 읽고 있는 책표지를 슬쩍하고 훔쳐본다.

'초급마법학 개론.'

리리스는 마법 책을 공부하고 있었다. 그랬다. 리리스는 올리오르할머니에게서 마법을 배우는 중이었지. 마법이라면 대체 어떤걸 배우는 걸까?

무용담속의, 손에서 막 불나가고 벼락 나가는 그런 마법이 연상된다.

근데, 현실성이 있는 게, 올리오르 할머니가 무려 '마도사'지 않은가? 그러니까 제자인 리리스도 그 정도는 가능할지도 몰랐다. 아란은 괜스레 리리스에게 말을 건다. 근데 평소의 아란답지 않게 목소리가 좀 떨렸다.

"엣헴, 리, 리리스. 그, 그나저나 마법을 배우고 있었다니, 의, 의외인데?"

"응? 아, 이거? 내가 하면 좀 안 어울리려나."

"아, 아냐, 그런 뜻은 아닌데, 그, 그냥 어떻게 배우게 됐나 싶어서…."

미묘하게 떨리는 말투였지만, 리리스는 그다지 눈치 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아니, 그냥 아란이 아파서 목소리가 떨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리리스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짓더니, -씨익 웃으며 말한다.

"흐음, 맨 처음엔 신기해서 배워볼려구 올리오르 할머니를 졸랐는데, 이제는 너무 재밌어서 배우고 있어."

아란은 그 웃음에 자신의 가슴이 세차게 벌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으음, 그, 그렇구나."

"근데, 그거, 마법배우는 것 때문에 엉뚱한 소문이 돈 적도 있어."

"뭐, 뭔데?"

리리스는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더니 말을 잇는다.

"아니, 예전에는 부모님 몰래, 아, 지금은 아니야, 허락받았으니깐. 여튼, 예전에는 밤에 할머니 집에 왔었거든. 그런데 그 모습을 가끔 마을 애들한테 들켜버린적이 있어서."

"어, 어…."

왠지 어디 사는 누구이야기랑 비슷한 것 같은데…….

"그랬더니, 얼마 뒤에 마녀가 마법으로 마을소녀를 조종해서 매일 밤 정혈을 빨아들인다고…."

"……."

"그, 그런, 실례되는 소문이 도는 거 있지. 나 참, 좀 황당하더라구, 덕분에 들켰다고 할머니에게 엄청 혼났어."

그렇게 말하는 리리스는 그때 당한 게 속이 상했던지, 볼을 부풀린다. 아란의 입장에서, 그 표정은 엄청 귀여웠지만…….

근데, 그 소문 아란도 들어본 적이 있는 것 같았다. 아란은 고개를 갸웃한다. 그러다 손가락을 -탁 튕겼다. 아, 생각났다.

리리스가 말한 그 소문, 그거 굉장히 유명한 것이었다. 아란도 잘 아는, 하얀 호수마을의 심약한 '조쉬와 루루들의 이야기'였다. 그네들이 말하고 다니던 '심령간증' 이라고 해야 하나?

마녀에 홀린 소녀이야기 라던가, 밤마다 돌아다니는 얼굴없는 소녀유령이라던가, 그걸로 그 당시 하얀 호수마을에 한때 괴담열풍이 불게 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아란도 그 리얼한 이야기에 엄청 무서워했었다. 그래서 아란이 마녀를 그렇게 무서워했는지도 몰랐다. 그런데, 그러했는데, 그 이야기에 나오는 그 마을소녀가 너였냐, 리리스….

"……."

아란은 속으로는 황당해 했지만, 속내를 숨기고 말을 돌렸다.

"그, 그래? 하하. 어, 어쨌거나, 리리스가 마법을 배우는 거, 아주 잘 어울려."

"음, 정말? 그렇게 말해주니 기쁜데? 사실, 난 그다지 소질은 없어서, 잘 배우는 편은 아니거든. 헤헤."

리리스는 그렇게 말하고는 배시시 웃었다. 그러자, -쿵 하고 아란의 뇌리에 울려 퍼지는 굉음.

'컥.' 저 살인미소.

아란은 숨이 턱하고 막히는 것 같았다. 일부러 고개를 슬며시 돌렸다. -꿀꺽 하고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아란의 머릿속에서 크게 울린다. 아란은 괜히 이상하게 보일까봐 슬쩍 리리스의 눈치를 살폈다.

지금까지 아란은 이 소녀 앞에만 서면 말문이 막히고, 초긴장상태가 되곤 했는데, 허나 리리스는 그걸 그다지 눈치 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괴, 괴물이냐,

"음, 근데 요새 아란 넌, 검술을 배우고 있다며?"

리리스의 질문에 아란은 당황하며 버벅거린다.

"어? 어, 엉. 호, 혼자 연습하는 정도지만, 기사가 되려고 노, 노력중이야."

"기사?"

"으, 음…."

"그래? 음, 아란도 기사가 되고 싶어 하는구나. 요새 남자애들은 다들 기사가 지망인가 봐."

"응?"

아란은 의아해 했다, 마을에 자기 말고 기사가 되고 싶어 하는 애가 있던가?

"아니, 이얀도 그렇고 너도 그렇고 다들, 기사가 되고 싶어 하잖아. 물론 나는 이얀이나, 너희를 응원하는 쪽이지만 말이야. 후훗."

"……."

'이얀' 자신의 절친한 친구의 이름이 흘러나왔다. 아란은 순간, 몸이 굳어져버린다. 작년 영주성에서 심하게 다퉜던 일. 그리고 그때 하지 못한 사과….

"아, 그, 그렇지…."

대충 얼버무려 대답한다. 아란은, 이얀의 이름을 듣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는 것 같았다. 그것도 리리스에게서 직접 이얀의 이름을 듣자 그 착잡함이 더했다.

생각해보니, 리리스, 이얀의 여자 친구가 아닌가. 즉, 연인.

그 사실이 아란의 마음한구석을 무겁게 짓눌렀다. 그렇게 생각하자, 머리가 천천히 차갑게 식었다. 그러고, 아까부터 아란을 괴롭히고 있던 원인모를 긴장감도 같이 가라앉았다. 조금 들떠있던 기분이 강제로 냉각되는 것 같았다.

이얀과 싸운 일이 생각났다. 벌써 1년 전 일이다. 아란은 그것이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사과를 하지 못한 것도 어쩔 수 없는 자기잘못이라고 여겼다.

그때의 싸움은, 자신의 비뚤어져있던 열등감이 애꿎은 이얀에게 터진 것일 뿐, 이얀이 잘못한건 없었다. 그래서 여태까지 아란은 이얀에게 굉장히 미안해하고 있었다. 기회가 되면 그때 일을 사과하고 싶었다.

이얀을 못 본지도 이제, 거의 일 년 가까이 되었다. 이얀은 과연 아직도 화가나 있을까? 1년이나 지났으니 화가 다 풀렸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만약, 지금 이얀이 아란과 리리스가 같이 있는 것을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다시 화낼 거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아란은 리리스와 대화하는 것이 좀 껄끄럽게 여겨졌다.

그러나, 리리스는 그런 아란의 속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천진난만한 미소를 띤 채 묻는다.

"그럼, 어때? 검술 수련은 잘되어가?"

"아, 응. 그럭저럭."

"흐음, 다행이네, 그러고 보니, 이얀이랑 넌 엄청 친하잖아. 물론 최근에는 못 만나긴 했겠지만, 그래도 친한 친구끼리니까, 잘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면서 리리스는 웃으며 격려하는 듯이 작게 파이팅 포즈를 취해줬다. 그러나 이얀 때문에 마음이 심란해진 아란에게는, 오히려 그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그냥, 마음이 복잡했다. 아란은 뻘쭘하기도 해서 고개를 한번 끄덕인 후 누운 채로 고개를 푹 숙였다.

리리스는 그런 아란의 행동이 조금 이상하게 보였던지, 고개를 한번 갸웃한다.

리리스는 어느새 책으로 눈을 돌리고 있었다. 아란은 그런 리리스의 옆모습을 보며 씁쓸한 미소를 짓고는,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왠지 피곤했다, 자고 싶었다.



---------------------------------------------------------------------------<계속>

우와 ~ 첫 글 조회수가 드디어 천번을 넘었네요 ^^;;

더욱 노력하여 좋은 글 쓰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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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3 +7 08.04.15 2,333 6 12쪽
37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2 +2 08.04.15 2,404 6 12쪽
36 La~port Liarta - 10장 영주성의 만찬 #01 +13 08.04.09 2,423 5 16쪽
35 La~port Liarta - 9장 결심 #02 +6 08.04.03 2,421 5 18쪽
34 La~port Liarta - 9장 결심 #01 +6 08.04.03 2,416 5 15쪽
33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2 +4 08.04.02 2,408 6 12쪽
32 La~port Liarta - 8장 소녀의 고민 #01 +7 08.03.27 2,439 6 15쪽
31 La~port Liarta - 7장 두 가지 수업 #03 +8 08.03.26 2,424 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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