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물의 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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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쿠리퍼
작품등록일 :
2017.05.27 23:34
최근연재일 :
2019.03.30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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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2.02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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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두 번째 시험(5)

DUMMY

“전군! 진형을 유지하며 사주경계를 철저히 하라!”


고요가 감돌던 숲과는 어울리지 않는 큰소리가 들려왔다.


“목표는 적의 요새. 적 병력의 수는 겨우 5천이다! 빨리 끝내고 광란의 밤이나 보내자고!”

“우와아아아아!”


목표를 알리는 외침과 함께 함성이 터져 나왔다.


함성에 뒤이어 숲 안을 가득히 메운 대군이 모습을 드러냈다.


7만 가량의 대군은 마치 어딘가로 놀러가듯이 전~혀 긴장감 없이 행군(行軍) 중이었다.


“저... 지휘관님. 아무리 적 병력이 5천밖에 안된다고 하더라도 병사들을 너무 풀어놓으신 것 아니십니까?”

“어차피 이런 고성 따위 내 경력에 전혀 도움이 안 될 텐데 대충대충 하자고, 그리고 우리 군이 겨우 5천밖에 안 되는 오합지졸들에게 당하겠어? 걱정 하지마.”


그나마 생각이 좀 있던 부하 한명이 그것을 걱정하며 자신들을 이끌고 있는 지휘관에게 염려를 표했지만 지휘관은 귀찮다는 듯이 하품을 했다.


그리고는 겨우 5천이라며 적들을 무시하고는 쉬엄쉬엄하자고 병사의 어깨를 툭툭 쳤다.


“예... 알겠습니다.”

“전공도 별로 안 되는 임무에서 정신력을 소모하고 싶지는 않은데 계속 귀찮게 하네.”


지휘관은 병사가 다시 진열로 돌아가자 그가 돌아간 곳을 째려보고는 고개를 돌려 숲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저 너머에 존재하는 고성의 모습을 머릿속에 그렸다.


그는 숲과 절벽, 그리고 강으로 둘러싸여진 고성을 상상하고는 조소를 지었다.


“도대체 적군의 수뇌부는 무슨 생각으로 이런 천혜의 요새에 5천의 병사만을 배치한 거지? 뭐, 멍청한 제국 녀석들이 전략전술에 대해 알기나 하겠어?”


적군을 신랄하게 까 내리며 그는 광소를 터뜨렸다.


그의 주위에서 그를 호위하던 병사들은 그가 미친 것이 아닌가 생각했지만 그것을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들 또한 그들의 지휘관과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스님, 적군의 정찰병들을 처리했습니다.

“몰살시킨 거야?”

-지휘관으로 보이는 한 명을 놓쳤습니다. 죽여주십시오!

“아냐, 겨우 한 명을 놓친 일로 문제될 건 없지. 너희는 곧장 협곡을 지나 적군의 성으로 향하도록.”

-명을 받듭니다!


곧바로 끊어지는 통신.


미끼로 사용한 병력의 지휘관에게 통신을 전해들은 지휘관, 로스는 미소를 지었다.


“10만의 대군을 이끌고 겨우 5천의 병력을 상대로 피해 없이 이겼다고 떠들어 봤자 놀림거리만 될게 뻔하지만 뭐, 상관없어.”


그는 주변을 쑥 훑으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런 천혜의 요새를 피해 없이 얻었다는 건 분명 총사령관님의 귀에 들어가겠지? 이번 일로 기반을 다지고, 큰 전장에서 활약하기만 한다면, 그분의 눈에 들 수 있을 거야!”


그는 기대로 가득 찬 눈빛으로 행복한 상상을 하며 실실 웃어댔다.


그런 지휘관의 주위에 있는 병사들 또한 저마다 행복회로를 돌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 시각, 비는 두 방향에서 몰려오는 적군들을 처리할 방법들을 고안하고 있었다.


“일단 절벽 쪽의 2만은 원래 방법대로 진행하고, 문제는 숲 쪽의 놈들인데.”


원래 협곡에서 대기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원래대로 작전을 수행할 것을 명령한 비는 숲속에서 성을 향해 진군중인 7만의 병사들을 떠올렸다.


어떤 수를 쓰더라도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부족했다.


그 동안 생각해 두었던 전략전술들이 전부 쓸모가 없어지고, 상황은 암울하게 돌아갔다.


이러한 암울한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은 결국 기방, 하지만 그것조차 7만의 대군 앞에서는 무력해질지 몰랐다.


“흠... 바로 지휘관을 치자니 녀석을 치기 전에 우리 성이 먼저 날아갈게 분명한데 말이지... 녀석이 7만의 병사에 끼어있다면 얼마나 좋을...”

-지휘관님... 첩보입니다.


결국 비가 선택한 것은 만약이라는 단어가 붙은 가정.


만약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모든 것이 허용되었다.


그렇게 답답한 상황 속에서 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던 비에게 갑작스런 통신이 들어왔다.


통신을 건 자는 비가 2만의 적군의 뒤를 쫒으라고 명했던 백부장급 기병이었다.


“타이밍도 예술이군. 그래서, 희생자의 숫자는?”

-하아... 하아... 저를 제외한 모두가 전사했습니다. 큭, 저도 겨우 숨을 붙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통신을 건 병사는 아군의 희생을 알리면서도 거친 숨을 내뱉고 있었다.


그의 상황이 무척이나 위급하다는 것은 누가 봐도 뻔한 사실, 이번이 그와의 마지막 통신이 될 것이라고 비는 직감했다.


“이번이... 마지막 통신이 되겠군.”

-아마도... 하아... 그럴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알려주겠다는 첩보는?”-적군의 지휘관이 7만의 대군의 선봉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첩보를 전해들은 비의 표정이 한껏 상기되었다.


그 표정은 마치 예상치도 못한 선물을 받은 아이의 그것과 같았다.


“하, 역시 신은 내편이었어. 7만의 적을 다 죽이더라고 해도 나머지 1만 가량의 적으로 밀고 들어오면 답이 없어서 막막했는데... 카터스! 너희 희생은 잊지 않겠다!”

-제국에게 루니아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털썩.

“그대에게 루니아의 가호가 함께하기를...”


비는 엄청난 첩보를 전해준 병사에게 ~~하고 끊어진 통신을 뒤로한 채 새로이 전술을 짜기 시작하였다.


5천... 아니, 이젠 4980이 된 병력만으로 7만의 대군을 상대할 수 있는 그런 전술을 말이다.


“역시 대량 학살에는 화공(火攻)만한 게 없지. 숲에도 여러 대비를 해두긴 했지만... 이렇게 된 이상 모든 물자를 쏟아 부으면 대충 7만은 처리할 수 있겠지.”

그때, 비열하게 웃으며 새로운 전술을 짜던 비에게 통신하나가 들어왔다.


이번 통신은 협곡으로 보내었던 지휘관에게 온 것이었다.


“어 그래, 무슨 변수라도 생긴 거야?”-아닙니다, 승전을 전해드리고자 연락했습니다.

“2만의 병사를 벌써 처리했다고? 아무리 쇳물을 사용했다고 해도 너무 빠르잖아. 철을 녹인 쇳물은 금방 식어서 전멸시키지는 못할 텐데?”

-기술병들이 쇳물을 만들라는 지휘관님의 명에 자신들만 아는 특별한 금속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적군이 모두 죽을 때까지 쇳물이 식지 않고 있었습니다!

“흐음, 그렇단 말이지? 알겠다. 너희도 재빨리 본진으로 귀환하도록.”

-예! 알겠습니다.


통신이 끊어지고, 예상보다 빠른 적군의 괴멸소식에 비는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지도를 펼치다.


그리고는 새로운 지도에 새로운 판을 짜기 시작하였다.


판을 짜는 그의 표정은 악마의 그것과도 같은 악랄한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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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 두 번째 시험(1) +3 18.01.28 674 4 7쪽
110 녹스의 과거(5) +2 18.01.27 646 4 9쪽
109 녹스의 과거(4) +2 18.01.26 629 4 7쪽
108 녹스의 과거(3) +2 18.01.25 634 4 9쪽
107 녹스의 과거(2) +2 18.01.23 734 4 8쪽
106 각성의 시험(2) + 녹스의 과거 +2 18.01.21 760 5 9쪽
105 각성의 시험 +2 18.01.19 701 5 8쪽
104 영웅강림(3) +2 18.01.18 699 4 7쪽
103 영웅강림(2) +2 18.01.17 700 4 8쪽
102 더러운 뒷공작(3) + 영웅강림 +2 18.01.12 720 5 9쪽
101 더러운 뒷공작(2) +2 18.01.11 783 4 8쪽
100 더러운 뒷공작 +2 18.01.10 762 5 9쪽
99 광군주(2) +2 18.01.07 859 5 8쪽
98 광군주 +2 18.01.06 847 5 8쪽
97 던전, 피의 전당(3) +2 18.01.05 738 6 8쪽
96 던전, 피의 전당(2) +2 18.01.03 723 6 10쪽
95 던전, 피의 전당 +2 17.12.31 889 7 11쪽
94 이 땅에 강림한 영령들(2) +2 17.12.30 748 8 7쪽
93 이 땅에 강림한 영령들 +2 17.12.29 812 7 8쪽
92 인류연합(2) +2 17.12.28 900 9 7쪽
91 인류연합 +2 17.12.27 958 7 8쪽
90 흙 속의 진주(2) +2 17.12.24 834 7 8쪽
89 흙 속의 진주 +2 17.12.23 805 8 7쪽
88 돌아갈 시간(2) +2 17.12.22 829 7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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