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S.T.A.L.K.E.R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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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bean
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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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9.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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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0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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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녹슨 철문 너머로... 124-125

DUMMY

124.


"소음기 점검."


언덕의 중턱, 나는 에니카의 옆에 바짝붙어 SIG550의 소음기가 확실한지 점검했고, 앞 포켓에 들은 탄창과 스코프도 확인했다.

에니카는 탄피를 회수 할 수 있도록, 탄피가 튀어나오는 배출구옆에 끼우는 주머니 하나를 주었다.


에니카는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고도는 우리쪽이 높아. 거리는 250m가량... 직사로 쏘아도 문제가 없을것이다. 그리고 무전기는 내 주파수에 맞춰라. 이것으로 지시를 하달하겠다."


나는 혹시모를까 싶어 SIG의 안전장치를 안전에다가 놓고 스코프로 기지를 살폈다.


기지에 다섯명이 있다고 했다. 에니카의 말로는.

한명은 우리쪽 부근을 보고 있었다.


아주 정확히 우리쪽을 보고 있는것은 아니었지만, 그것만으로도 심장이 뛰는게 느껴진다.

그 뒤로 오른쪽과 왼쪽에 하나씩 듀티가 불을 등지고 서 있었다.


임무를 잘 하고 있는듯 싶지만, 지금은 새벽-

이미 두어명은 지치고 피곤한지 고개가 좌우로 조금씩 흔들리고 있는게 보였다.

그리고 나머지 두명중에 한명은 근처의 천막안에 있다고 삐죽 튀어나온 발이 알려주었고 또 한명은 그 천막의 그 천막입구 기둥에 기대어 자는지 조는건지 모르겠다.


"천막입구에 앉은 듀티, 보이나?"


"예."


"작전은 이러하다. 내가 천막입구에 앉은놈을 저격하겠다. 그럼 그후에 이상한걸 느낀 일부, 혹은 전체가 죽은놈을 확인하러 접근할 것이다. 놈들이 뒤를 보이는 순간, 너는 지금 맨앞에있는 후드를 쓴 놈을 저격하라. 그놈이 뒤를 보고 있던 앞을 보고있던 간에.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하겠다.

그러나, 도망치는 듀티가 있다면 명령없이도 우선적으로 처리하라."


"아, 알겠습니다."


나는 손바닥의 땀을 옆구리에 비비며 말했다.

안전장치를 푼다.


"시작한다."


심장이 고동치기 시작했다.


-퓩


기다릴것도 없이 에니카의 빈토레즈가 반동과 함께 작은 소리를 내고 발사됐다.

스코프로 주시하고 있던 나는 아주 잠깐동안은 의문을 가졌었다.


총알은 즉각 반응을 일으키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팔뚝만한 나무기둥에 기대어 앉아있던 듀티가 잠깐 덜컥, 하는것처럼 살짝 움찔하는것을 보았다.

그리고는 왼쪽으로 스르륵 미끄러지더니 땅바닥에 철푸덕 쓰러졌다.

그 순간, 내 정면에 있던 듀티의 양쪽에 있는 듀티들이 쓰러진 자를 향해 돌아섰다.


지금이야!!!

순식간에 스코프는 바로 앞에있는것처럼 후드 쓴 듀티를 끌어당겼고, 이마에 흐르는 땀과

방아쇠가 손가락에 주는 압력, 그것들은 이미 다른세계의 것이었다.


-퓩!


-털컥


총알은 내 어깨를 한대치고 그 반동으로 나갔고, 그것은 순간적으로 이루어졌다.

스코프의 렌즈 너머로, 듀티는 별안간 팔을 하늘로 뻗치더니 뒤로 거꾸로 고꾸라졌다.


-퓩


에니카의 빈토레즈가 발사되며, 왼쪽의 돌아선자의 뒷통수를 맞춘것이 보인다.

그러나 나는 더 기다릴 수가 없었다.


두 듀티는 스코프 안에 두명다 들어왔기때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에니카의 단발사격에 이어서 오른쪽에 있는 듀티를 쏘았다.


-퓩!


듀티는 목 조금 위를 맞고 목을 부여잡으며 무릎을 꿇었다.


-퓩


그러나 에니카가 쏜 탄환에 등을 맞고 앞으로 쓰러졌다.

이제 한명, 한명남았다.


"스카, 초소로 뛰어라!"


나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용수철이 튀듯 일어나 몸을 숙인채로 달려나갔다.


[지시를 어기고 사격한건, 잘못된 행동이었다. 그러나 결과가 좋으니 용서하겠다.]


바람에 위장포가 펄럭거리는 소리에 섞여 나지막하게 에니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첫번째로, 천막안엣놈을 죽인다.]


나는 긴장과 발각될까하는 두려움, 죽은자에 대한 공포, 이 모든것이 혼란스럽게 섞여 난동을 부리고 있는데, 무전기 너머의 에니카는 부아를 벅벅 긁으며 미울정도로 무덤덤하게 말했다.


누굴 죽이는건 정말로 미친짓이었다.

그러나 나는 프리덤이었고, 이들은 듀티였다.


이들은 듀티다.

나를 사지로 몰아넣었고, 내 동료들을 죽였고...


단지 그 감정이 내 윤리보다 조금, 아주 조금 넘어섰다.

둘이 비교하자면 비슷하다.


그러나, 둘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기때문에 나는 미치고 팔딱 뛸 지경이었다.

SIG를 반듯하게 누워자는 사람에게 겨눴다.


난 죄가 없다!

프리덤으로서 했을일을 했을뿐이야!


-퓨퓨퓨퓨퓻


"처, 처리했습니다."


[칙-내가 가겠다. 탄약상자를 찾아서 그들의 탄창을 꺼내라.]


무슨 영문인지는 모른다.

그러나 나는 계속해서 비오듯 땀을 흘리며 그가 하라는 대로 했다.


초소에 있을법한 탄약상자는, 에니카가 거의 초소에 올때가지 찾지 못했다.

그러나 탄약상자는 천막안에 있지 않았고, 오히려 천막밖에 있었다.


너풀거리는 천막 밑단을 누르고 있는 탄약상자를 열어 탄이 들은 탄창 하나를 꺼냈다.

탄약상자안에는 통조림과 메디킷도 있었지만, 그걸 가져가겠다는 생각은 어림도 없었다.


"더."


어느새 도착한 에니카가 천막안으로 들어가며 말했다. 그는 쓰러진 듀티의 총을 들고 있었다.

그는 천막안에 죽은 듀티를 끌어내 밖에다가 내던졌고, 기둥옆에 쓰러진 시체는 발로 차서

땅바닥에 엎드러지게 만들었다.

그는 나에게서 탄창을 서너개 받아가며 말했다.


"5분내로 처리한다. 허공에다 듀티의 총을 쏜다."


-타다다다다다다당


말이 떨어지자 무섭게, 에니카는 이미 죽은 시체에다가 하나씩 총질을 하기 시작했고, 나는 근처의 듀티의 총을 하나 주워 하늘에다가 대고 탄창 하나를 죄다 쏘았다.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당!


총성은 밤하늘에 요란하게 울려퍼지고 있었다.


단순한 지시.

단순한 일.

그것이 에니카의 지침이었다.


"쏜총은 탄창을 갈아라!"


에니카는 자신이 쏘았던 총을 나에게 던져주며 뛰어나갔고, 나는 재빨리 내것과 에니카의 탄창을 새것으로 갈았다.


시간을 요하는 일이었다.

나는 서둘러 탄창을 갈면서, 이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에니카는 근처의 나무 옆에다가, 땅위에다가, 여기저기 주워들고간 ak의 탄피를 흩뿌렸고, 내가 다시 듀티의 총을 다시 시체근처에 집어던졌을때 그는 다시 돌아왔다.


"망을 봐!"


[치칙, 남쪽 전초기지, 총성이 들린다. 무슨일인가?]


쓰러진 듀티의 무전기에서 무전이오고 있었다.

시간이 없다!


[반복한다. 총성이 들렸다. 무슨일인가?]


나는 에니카가 재빠르게 슈류탄을 듀티시체의 등뒤에 숨겨 부비트랩을 만드는 그 몇초 동안 초조하게 사방을 둘러보아야했다.


"전속이탈!"


에니카는 잽싸게 뒤도 안돌아보고 왔던 방면으로 뛰기시작했고 기다리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게 느껴졌던 나는 두고볼것도 없이 그의 뒤를 쫓았다.


이미 사방은 희뿌윰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다시 원래의 은폐장소로 돌아왔을때는 땀과 먼지가 뒤범벅이 된 상태였고 숨이차서 헐떡이면서도 엎드려서 위장포를 머리끝까지 뒤집어 썼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됀다."


에니카는 숨이 차지도 않은지, 침착하게 말하는게 들린다.


엎드려서 얼굴까지 뒤집어 쓰고, 총을 안은채로 위장포의 구멍으로 초조하게 듀티의 기지를 지켜보았다.

뿌옇고 파란 새벽빛이 점차 밝아지며 그 난리통이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125.


온몸을 꼭꼭 싼 위장포의 작은 구멍으로 본 듀티의 초소는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아침해가 길게 침엽수림 사이로 그림자를 만들고...


무엇하나 움직이는것은 없었다.

그렇게 내 생각으로 10분가량 지난것 같았다.


내가 보고있는 쪽에서 오른쪽, 그러니까 듀티기지가 있는 서쪽에서 검은계통의 방호구를 입은 듀티들이 뛰어오고 있는게 눈에 띄었다.


무전을 해도 연락이 없으니 일단 빨리 구원병력으로 보낸건지, 아니면 다른 이유에선진 모르지만 내 생각외로 인원이 많지는 않았다.


셋은 속보로 빠르게 초소로 접근했다.


쏠까?

분명 순식간에 끝나고도 남을텐데...


"쏘지말고 기다려라. 상황을 파악후에 여기를 뜰것이다."


에니카가 내 생각을 알았는지 작게 속삭였다.

셋은 전멸한 초소를 발견하고 먼저 자기네들 본부에 무전을 했다.


아마 상당히 당황한듯,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고 허둥대고 있었다.

일단 뭐부터 해야할지 혼란스러운 모양이었다.

그들은 죽은 듀티들을 알아보고 숨이 붙어있나 확인했으나, 그건 이미 우리가 확인한 후였다...


먼저 온 세명이 천막과 주변을 살피는 동안, 곧이어 후발대가 도착했다.

중무장한 검은색의 듀티, 스켈레톤, 묵직한 샷건, 롭이나 들고다니는 pkm...


예닐곱명이 우르르 도착하는 꼴을 보자니, 스켈레톤들에게 쫓기는 악몽을 꾸는것이 자꾸만 연상되는것이 어째 자꾸만 께름칙한 하고 불길했다.


듀티들은 주변에 흩어진 탄피와 나무주변의 탄피들을 주워보고, 또 시체들을 살펴보고있었다.


그때, 듀티중 한명이 부비트랩을 설치해놓은 시체를 치우기위해 팔을 끌어당겼다.

시체의 등뒤에서 끈 하나가 지익 늘어나며 수류탄이 굴러나왔으나 아무도... 아무도 그것을 신경쓰지 못했다.


-쨕!


시체와 주변의 서넛이 가까운 폭발에 휩싸이며 폭사해버렸고, 주위에 있던 듀티들이 수류탄의 파편에 맞아 뒹굴기시작했다.


뭐라고 알 수 없는 비명이 희미하게 들려왔지만, 그 고통의 수위는 거의 죽음에 가까워보였다.

파편에 맞은 듀티 서넛이 땅에 쓰러져 고통스럽게 몸을 비틀었다.

주변의 듀티동료들이 재빨리 방호구를 벗기고 매디킷을 찾기 시작했다.


"가자."


이미 폭사해버린 사람은 다시 살아날 길이 없고, 폭발에 휘말려서 몸부...


"스카."


"예."


에니카는 엎드린채로 뒤로 기어 언덕의 내리막을 내려왔다.


"동요하지 마라."


"..."


"너를 데려온 이유, 순전히 너의 복수심을 배려해서는 아니었다."


"예..."


"프리덤을 공격한 듀티가 망설이던가."


"..."


태연히 웃고 떠들었죠.


에니카는 내 어깨를 붙들고 눈을 마주봤다.


"정신차려. 너의 행동이 내 목숨까지 위협할 수 있어."



...



듀티기지가 바로 보이는 언덕.

아그로프롬 인스티튜트 남서쪽 구석에 있는 듀티기지에서 봤을때 북동쪽 언덕이다.


이상현상이 도처에 깔려있다는것만 빼면 상당히 좋은 저격포인트였다.

위험하지만, 그래도 에니카가 미리봐둔 곳이라 우리는 듀티기지가 잘 보이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지척에 있는 회오리 이상현상이 나지막하게 소리를 내는것이 기분이 무척더럽지만, 신경이 굵은 에니카는 신경도 안쓰고 듀티기지를 관찰중이었다.


예전에 땅굴속을 해매다가 우연히 듀티기지를 보긴했었다.

아마 그때의 출구도 여기 근처였었고, 또 거의 죽기직전인 허밋이 구해줬었다...

ARI.jpg

망원경으로 보이는 듀티기지는 상당히 경계가 삼엄해보인다.


프리덤만큼은 아니지만 높은 망루여러개가 각기 다른 방면을 지키고 섰고, 입구에는 시커먼 스켈레톤 둘이 흙푸대로 진지를 쌓고 경비중에 있다.

그리고 뻘겋게 곳곳마다 듀티의 마크가 자랑이라도 하듯이 선명하게 그려져있었고...


다시 진짜로 돌아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그때의 기억이 입안의 모래처럼 껄끄럽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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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녹슨 철문 너머로... 156-158 +5 14.09.15 683 3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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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4 녹슨 철문 너머로... 122-123 +3 14.09.05 772 43 11쪽
133 녹슨 철문 너머로... 119-121 +3 14.09.04 916 51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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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작중 내용과 작자의 작품 해설 +13 14.09.03 857 47 6쪽
130 녹슨 철문 너머로... 외전3 +2 14.09.03 733 4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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