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S.T.A.L.K.E.R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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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bean
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최근연재일 :
2014.09.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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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7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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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녹슨 철문 너머로... 167-169

DUMMY

167.



언제 이 망루가 세워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존이 생기기 이전에 생겼을것이다.

철도가 존이 생기고 놓이진 않았을테니.


오르면서 망루를 보건데, 상태가 꽤나 양호했다.

리벳부근이 조금 녹슨거 외에는, 사다리도 그렇고 여전히 건실했다.


중간까지 천천히 올라갔을때도 별 이상은 없었다.


"아이구야."


그러나 상부에 가까워 졌다고 생각할때쯤,


-카가가가가가가각


탐지기가 자다가 경기한사람처럼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고, 나도 이렇게 급작스러운 방사능은 예전에 존의 중심에 갔을때 외에는 경험해 본적이 없었다.


대체 왜 이런 최악의 방사능이 하필 이런데 있는지 모르겠다.

젤리피쉬가 방사능을 막느라고 진동하다못해 깨지는 소리까지 내기 시작했다.


나는 눈앞이 흑백으로 변해, 이미 방사능이 몸에 절기 시작했음에도 팔꿈치를 안쪽으로 오므려 젤리피쉬를 꾹 눌렀다.


처음 몇초 동안, 그래도 아티팩트 수집가로서 오기가 있어서 버텼지만, 한 걸음씩 올라갈때마다 이건 정말이지 죽을것 같았다.


숨이 깊게 쉬어지지않고, 몸은 납덩이라도 매단것 같아서-

한걸음만 더 올라갔다가는 몸이 무거워서 못움직이다 죽을것 같았다.


게다가 머리가 빙빙돌고, 눈앞의 사다리를 보고는 있으나 도무지 그 광경이 머릿속에 들어오는거 같지 않았다.


그냥 멍청해졌다...


무의식적으로 올라가서 뚫린구멍으로 난간 안쪽 부분을 조금 볼 수 있었다.

무언가의 갈색물체의 끄트머리가 조금 보였다.


그러나 그게 내 한계였다.


정말 시시각각 차오르는 고통에 비명도 못지르고 사다리를 잡은채로 미끄러지듯 떨어졌다.


"커!"


땅에 모로자빠져서 버르적 거리는 나에게 롭이 기다리고 있다가 재빨리 방사능 앰플을 놓았다.


좁아졌던 시야가 조금씩 돌아오면서, 저릿저릿한 고통중에도 안도감을 느꼈다.


그렇지만 롭은 내가 한방 맞았음에도 거의 움직이지못한걸 보고 앰플을 한대 더 놓았다.


"꾸윀!"


방사능의 후유증과 방사능앰플의 부작용때문인지, 속이 뒤집어지는것 같아서, 옆으로 누운채로 구토를 했다.


빅터와 롭이 나를 앉히고 보드카로 입을 좀 행구게 했다.


죽을 맛이다.


"이봐들, 나는 아까 말했어? 난 관심없다고."


빅터가 질겁해서 묻지도 않았는데 다시금 의견을 피력했다.




...




내가 그 끔찍한 느낌에 진저리치며 잠시 앉아서 쉴때, 빅터와 롭이 무언가 속닥거리며 대화를 나누더니, 빅터가 스토커 본부쪽으로 내리달려갔다.


"시팔, 난 뒤지겠는데..."


내가 멍청하게 뇌까리자, 롭은 토사물을 피해 종종걸음으로 옆으로 다가왔다.

롭은 내가 안쪽에 무언가가 있다고 얘기를 듣고는 확실히 조사해 볼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있어보랑께. 그래도 임무는 해야할거아녀?"


20여분 쯤 기다리자, 빅터가 금새 한명을 데리고 왔다.


그 스토커는 RPG발사기를 등에 매고 있었는데, 우리가 있는 망루 밑까지 오더니 궁시렁댔다.


"한 시간짜리 용병이 어딧담? 내 살다살다..."


그는 불만이 많은듯 했지마는, 롭이 배낭에서 돈을 꺼내 조금 쥐어줌으로서 입을 닫았다.


그러자 롭의 뒤에 있던 빅터가 요란하게 춤을 추었고, 한시간짜리 용병이 된 스토커는 롭 몰래 빅터를향해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자, 쏜다?"


RPG탄두를 망루 철탑에 맞춰서 꺼낼 모양이다.


-쾅!


요란한 소리와 연기를 뒤로 내고는, RPG탄두가 흰꼬리를 달고 날아갔다.

그러나 그것이 방향은 맞았는데, 철탑의 뼈대 사이를 빠져나가 뒤쪽 언덕에 처박쳤다.


결과적으로, 철탑은 기스하나 안났고, 애꿏은 언덕배기에 동그마니 구멍이 생겨서 김이 모락모락 났다.


"아... 이, 일부러 한건 아뇨. 알겠지만 저 사이를 빠져나가게 하는게 말도안되게 어렵다는거 알겠지?"


"또 쏘면 된당께."


"아이고, 과학자양반이 뭘 좀 모르시네. RPG탄두 하나가 얼마나 하는데... 그냥 내가 저 리벳을 풀어보겠소. 아마 내일 모래쯤이면 해체할거 같은데."


돈보다 시간을 택한 롭이 다시 그에게 1000루블가량 쥐어주었다.

그러자 다시금 빅터가 롭의 등뒤에서 팔을 추켜들고 요란한 춤사위를 뽐냈다.


-쾅!


"맞았어!"


그래도 두번째 탄은 밑에서 1m쯤 되는 곳에 맞아서, 철탑의 일부가 날아가버리고 부러지기 직전인 두어 가닥이 겨우 버티고 서게 만들었다.


나는 일이 생각외로 빨리처리되는것 같았고, 또 그놈의 염병할 방사능을 또 안쐬도 된다는 기쁨에 달려갔다.


그러나 철탑은 조금 기울어져서 그대로 서 있었기때문에,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철탑을 발로 걷어 찼다.


168.



-끼구구구궁


-팅


어디선가 위에 있던 리벳이 빠지며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내가 발로차서그랬는지, 아니면 바람이 불어서 그랬는지, 철탑이 확 휘기 시작했다.


"으악!!!! 무너진다!!!"


나는 꽁지가 빠져라 뒤로 도망쳤다.


그러나 리벳이 빠지고 철골이 휘길래 금새 무너질줄 알았는데, 뒤로 가서 팔짱을 끼고 잠시 지켜봐도 무너지진 않았다.


"아, 뭐야... 기울어지기만 하고..."


그러나 그때였다.


-끼기기기기긱


-티팅


왼쪽으로 터져나간 철골에 왼쪽으로 휘기 시작한 철탑이 고정되있던 리벳을 사방으로 내뱉으며 서서히 가속도를 높이며 휘기 시작했다.


땅속에 묻혀졌던 철탑의 뿌리가 검은 흙을 마구 뱉으며 솟구쳐올랐고, 결국 그것은 요란한 소리와 진동을 사방으로 퍼뜨렸다.


그리고 철탑위에 난간이 땅바닥에 쳐박히기가 무섭게 속에서 시커먼 옷을 입은 시체하나가 이상한 모양으로 5-6m가량을 튕겨날아가더니, 다시 땅에 처박히며 볼썽사납게 데굴데굴 굴러갔다.


"뭐야 저거... 무서워..."


한시간짜리 용병스토커가 이런건 상상도 못했다는듯이 얼빠진 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러나 중요한건 그게 아니었다!

우리 네명은 모두 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그리로 달려갔다.


거기엔 대체 누군지도 모르고, 어디 소속인지도 모를, 레인자켓같은걸 입은 사람의 시체가 기묘한 자세로 널브러져 있었다.


정말 죽어도 최악의 상황인것이다.


그래도 롭은 과학자다운 호기심과(또 들인돈도 있고) 책임감에 불타 나뭇가지 하나를 줏어다가 여러번의 시도끝에 그 시체가 앞으로 매고 있던(기묘하게도 앞으로 매고 있었다)

배낭을 입수하는데 성공했다.


"씨이팔..."


롭이 다시 수십번의 시도끝에(손대기가 싫었던 것이다.) 나무작대기로 배낭을 여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배낭바닥을 꿰어 들고는 탈탈 털었다.


-툭


그러자 무언가의 질펀한 덩어리가 하나 떨어졌다.


그 시체처럼 시커먼 덩어리는 참외만했는데, 처음엔 그냥 배낭 바닥모양으로 뭉쳐있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옆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롭은 그것을 작대기로 이리저리 쑤셔보고, 나는 발길질로 여러번 걷어차고 흔들어보고, 털어도 보았다.


그러나 그 풀과 기름덩어리가 뭉친것 같은 그것안에도, 배낭안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시체가 입고있던 옷에도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돈으로 보이는 비에맞아 뭉개진 종이가 옷 주머니에서 조금 나왔다.


"난 가끔 그 간자 양반이 날 농락하는게 아닌가- 싶당께..."




...




[그게 진짜야?]


"예. 그게 다라고요."


[쳇, 아쉽군. 그래도 무언가가 있긴했군. 그냥 들리는 소문인걸로만 알았는데.]


빅터를 정찰보내어 듀티가 없음을 확인하고 구석방을 하나 얻어 쉬며 간자에게 보고를 했다.


간자는 역시나 실망했다.

뭐라도 대단한게 있을거라고 생각했는지.


저녁을 방호구를 벗고 스토커처럼 마당가에 모닥불에 앉아 저녁을 먹었다.


롭은 통조림을 몇개 가져와서 늘어놓았고, 나는 빵을 쌌던 기름종이에다가 소시지를 두개 싸서 잿불에 묻었다.


여기저기 모닥불자리에 모여앉던 스토커들이 우리가 있는 쪽에서 두명이 더 와서 앉았다.


그들은 우리에게 따뜻하게 댑혀진 맑은 보드카를 주었고, 우리는 그들을 위해 롭이 꺼낸 햄을 잿불에 묻었다.


롭은 나와 스토커들에게 새로운 통조림 조리법을 선보였다.

일단 뾰족한 돌로 통조림에 작게 구멍을 내고는, 냄새를 맡아보았다.


"이건 콩인디? 누가 먹을것잉게, 복받았구만."


맛있다는 소리군.

내가 얼른 손을 들자, 그는 그것을 내 앞쪽 불을 헤쳐 통조림째로 묻었다.


그리고 스토커들의 통조림도 받아서 구멍을 뚫고, 고기나 군용식량이면 그 째로 뜨거운 재 속에 묻었다.


-삐이이이이이


통조림이 익어감에 따라 뚫어놓은 구멍으로 잿불을 해치고 김이 솟았다.

우리는 그것이 완전히 익을때까지 보드카와 겉이 바삭바삭하고 뜨거운 햄이나 소시지를 먹었다.


스토커들은 우리가 마음에 들은 모양이었다.

그들은 우리도 다른곳에서 온 스토커들인줄 알았는지,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었다.


나는 푸욱 익어서 달큰한 콩조림을 떠먹으며 한껏 맛음 음미했다.


"원래 듀티가 우리에게 별 관심이 없긴했는데, 요즘들어 그게 더 한거 같아."


"그게 무슨소리에요?"


"예전엔 가끔 여기에 오곤 했어. 농땡이치는 듀티들이 술이나 음식을 사러. 그런데 요즘들어 통 보이지 않는데."


한명이 말을 꺼내자, 다른 한명도 말을 꺼냈다.


"밴디트도 요즘 몸을 사리는것 같아. 걔내들이야 승산없으면 일단 도망치고 보는게 일상이지만 말야.

내 생각에는 조만간 무언가 일이 터질것 같아. 내 친구의 친구가 프리덤인데, 프리덤도 어째 분위기가 수상하다는데?"


난 모르겠는데?


나는 묻어둔 뜨거운 통조림을 꺼내 땄다.

이걸 그냥 묻어버리면 터져버리겠지만, 조금 구멍을 뚫으니 압력솥처럼 푸욱 익는다.


이번엔 고기로군.

쇠고기절임이 조금 짜긴하지만, 국물이 맛이좋다.


이제껏 먹어본 통조림의 가짓수가 열댓개도 못넘는다는걸 생각하면 안타깝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내일 얀타르로 떠난다.

정말로 존의 중심에서 부터 돌아오고나서 다시 가본적이 없었었는데.


거기서 롭을 도우라니.


별일 없을라나.


169.


저녁을 맛있게먹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윗층에 자리잡은 곳으로 돌아가던 참이었다.

빅터는 애저녁에 누구에게 물건을 받고 또 누굴 만나야한다고 가버렸다.


"...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어. 몇일을 굶었는지 몰라. 밴디트가 먹다버린걸로 두달간을 연명했어..."


그런데 누군가가 본부건물의 1층 구석에서 주위 스토커들에게 호소하고 있는게 들렸다.


"뭐여, 저것은?"


"일단 들어보죠."


사람들을 헤치고 조금 더 나아갔다.

그러자 너저분한 싸개로 얼굴과 발을 싼 사람이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 중이었다.


이야기인 즉슨, 친구가 큰 부상을 당했는데 급히 그를 구할 치료제를 얻기위해 기지로 돌아오다가 밴디트에게 잡혀버렸다.


그래서 거진 두달간 지하에 갇혀서 살았다...


밴디트들은 그에게 조롱하듯 음식쓰레기를 던져주었고, 그는 그것으로 연명했던 것이다.

2달이 지나고, 그는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서 탈출했다.


그리고 친구가 쓰러졌던 곳에 가보니, 친구는 이미 한참전에 죽어 말라붙어있었다.


그는 친구도 잃고, 모든것을 잃었다.


눈물로 호소하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들마다 이 불쌍한 사람이 이제껏 따뜻한 손길을 받지못한걸 안타까워했다.

어떤 사람은 그의 친구가 결국 죽어버렸다는 대목에서 눈물을 흘리기도했다.


나는 앞으로 나아가서 넝마를 두른 그 쭈그려앉은 그 사람의 어깨를 조심스레 잡았다.

그리고는 귀에다가 작게 속삭였다.


"당신 정체를 알아. 시키는 대로 따라오지않으면 오늘 지옥구경하게 될거야."



...



롭은 멀찌감치서 스토커들 사이에 섞여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아나톨리."


"젠장..."


나와 함께 온 구석에서 그는 주변눈치를 심하게 보기시작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스토커들은 그냥 내가 뭔기 위로의 말이나 돈이라도 주려나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누구지? 어떻게 알아냈지?"


하도 병자와 가난뱅이를 빙자해서 돈을 뜯다보니 일일히 기억못하는 모양이었다.


"빨리 내돈 갚아요."


"도, 돈 없어."


"뻥치시네! 내돈 내놔요!"


내 목소리가 커지자 그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으, 조용히해!"


"빈말하지 않겠습니다. 내 돈 내놔요. 여기있는 사람 한테 한대씩만 맞아도 당신은..."


"아, 알았어! 줄게! 준다고!"


그는 이미 여기사람들에게도 돈을 뜯어낸 모양이다.


나도 머릿속이 재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칼자루는 내가 쥐고있었다.


그는 급한김에 누더기 헝겊속에서 돈뭉치 하나를 꺼냈다.


돈뭉치가 제법 두둑한걸 보니 순간 여러가지 생각이 드는데, 대체 이걸 이렇게 모아서 어디다 쓰려고?

게다가 이렇게까지 모은 그의 재주가 참 놀랍기도 했다.


"어, 얼마지...?"


그는 내가 누군지, 얼마나 빌렸는지 기억하지 못했다.


"2만 루블."


나는 그에게 뜯겼던 돈의 10배를 불렀다.


"정말이야?"


"지금 장난쳐요? 지금 내가 장난치는걸로 보여요? 당장 내가 렉스한테...!"


"아! 알았어! 알았다고!"


렉스는 당장 그를 보면 때려죽이려들것이다.


렉스를 언급하자, 그는 렉스가 여기에 오기라도 한것처럼 얼굴이 허얘져서 당장 돈을 세기 시작했다.


물론 보이지않게 스토커들에겐 등을 돌리고...

그는 돈을 건네주기 전에 잠시 머뭇거린다.


"부탁이야. 알잖아, 너도? 네가 불면 난 그냥 죽어..."


"빨리 주기나 하쇼!"


나는 빌려준 10배를 받아챙겼다.


"이봐, 말하지마? 응? 제발..."


그는 나를 붙들고 주위 눈치를 보며 작게 속삭였다.

그러다가, 내가 아무말않고 있자 나를 뿌리치고 쏜살같이 밖으로 달려나갔다.


밤에 뜬 초승달 아래로, 그의 뒷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뭣이여?"


롭은 엄청난 속도로 달아난 아나톨리가 누군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빚쟁이요."


난 돈뭉치를 옷뱃속에 넣었다.


"에미션이 온다!"


그때, 밖에있던 스토커들이 후다닥 건물 안으로 뛰어들어왔다.

그러고보니 창문 너머로 붉은빛이 넘실거리는게 보였다.


-쿠르르르르릉


아, 이거 괜찮을까 모르겠네...

괜시리 아나톨리가 걱정되었다.



...




"오늘은 내 생일이야!"


오늘 생일을 맞은 스토커가 큰 솥앞에서 만면에 희색을 띄고 국자를 들고있었다.


그는 그 큰 솥에 맑은 국을 잔뜩 끓였고, 모든 스토커들이 아침 거르지 않도록 각자 나눠주는 중이었다.


롭과 나도 끼어서 빵과 함께 국을 넉넉히 먹고 일어섰다.


"거기 뭐가 있던가요?"


나는 스토커 본부를 벗어나며 어젯밤 램프불 밑에서 골똘히 서류를 보던 롭에게 물었다.

롭은 내가 잠들기 전까지도 그걸 보고 있었다.


"느그... 나한티 준 껍질 말여. 그놈이 워쩧게 생겼는지 설명좀 혀봐."


"체형은 보어를 닮았습니다."


말을 하고서는 나는 망원경으로 듀티기지 방면을 살폈다.


"그리고?"


"그런데 덩치는 더 커요. 검은 발톱이 구부러져서 날카롭고 동작이 아주 날쌥니다. 아, 대가리가 두개군. 사람 머리 비슷한데."


"또."


롭의 눈빛이 오묘하게 변했다.


"아, 그렇지. 개인적인 생각인데, 제 생각엔 그게 진짜 사람머리가 아닐까 생각해요. 그거만큼 끔찍한건 없겠지만- 내가 잘 못 듣지않았다면 그게 말도 했었다고요!"


"말을 하더라고? 뭐라고 하든디?"


"뭐라더라... '너 이 새끼 죽이겠다.' 아니면 '죽어버려라.' 그런 의미였었는데... 그게 죽어가면서 그러느라고 발음이 부정확 했었죠."


롭은 배낭을 뒤지더니 내가 가져다 준 문제의 그 서류를 꺼냈다.


"혹시 이렇게 생겼냐?"


그가 보여준 종이 한쪽에 무언가의 그림이 있었다...


끔찍하게도 어느 동물의 단면도 였다.

입을 크게벌리고 혀를 내민 어떤 동물의 세로로 쪼갠 단면도 였다.


"맞아요... 이거요."


머리 두개중 하나만 있었지만 이것은 저번에 봤던 그 괴물과 동일했다.

내가 수의학적인 지식은 없었지만, 그 단면도로 보건데 그것은 사람의 머리였다.


"알아 낸게 뭡니까? 당신의 연구의 동조자로서 아는대로 얘기해줘요."


"아직, 아직은 아니여. 나도 장담할 수가 없당께. 그러나 내가 약조 하것어. 네가 준 껍데기허고 조금 더 연굴 혀야혀. 이것이 밝혀지는 날, 나가 알아낸 모든것을 알려주것여."


롭과 나는 그 외에도 여타 여러가지 시덥잖은 얘기나 하며 차차 북상하기 시작했다.

곧 우린 얀타르로 진입하는 늪지가 보이는 언덕으로 올라설 수 있었다.


"이상도 하지."


"뭐가요?"


"듀티가 한놈도 안보이잖어."


"나쁠건 없지만 어째 불안하긴 합니다. 오다가 밴디트도 그런것 같고."


"뭐 기지가 가까우니 거기 틀어박혀 있나보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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