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S.T.A.L.K.E.R 이야기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게임, 공포·미스테리

whitebean
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최근연재일 :
2014.09.20 23:34
연재수 :
188 회
조회수 :
235,361
추천수 :
9,664
글자수 :
1,071,755

작성
14.09.17 21:12
조회
757
추천
43
글자
11쪽

녹슨 철문 너머로... 165-166

DUMMY

165.


비는 천막의 처마끝에서 한방울씩 똑똑 떨어졌다.

나는 그 밑에 물통을 가져다 놓고 물을 받았다.


물소리는 통을 울리며 규칙적으로 났다.


"빅터, 그거 압니까?"


"뭘?"


내가 좀 화가 누그러진듯 해보였는지, 그는 조금 표정이 편안해졌다.


"아그로프롬 인스티튜트에 기차역요."


"스토커본부에 있지."


"거기말고, 터널로 연결되는 곳요. 북부에."


"아- 거기 알아. 거기는 왜?"


"거기 망루가 있다던데, 거기 좀 볼일이 있어서."


"거기 보물이있다는 거? 이제는 잊혀질만 한 건데. 이젠 거기 아무도 안가."


"꽤 유명한가 본데요."


"그렇지. 그런데 그동안 시도한 사람이 많았으니까. 그런데 요 근래엔 아무도 시도하지않아. 방사능이 사상 최고로 스며있어서..."


"대체 거기 뭐가 있길래?"


"모르겠어. 엄청난 무기라고도 하고, 중요한 정보라고도 하고, 아티팩트라고도 하고, 보물이라던가. 말은 많은데."


빅터는 이야기를 시작했다.

나는 듣기전에 롭을 툭 쳐서 가다가 좀 적당히 마시라고 주의를 주었다.


누가 누굴 도우러 가는거야, 지금?


...



어떤 사람이 쫓기고 있었다.

원래는 그도 스토커였었는데, 그는 스토커 본부에서 잠시 머물고 있었다.


그런데 그가 가진 그 '무엇'때문에 다른 스토커들이 작당하고 그것을 빼앗으려 들었다.

간신히 도망친 그는 쫓아오는 스토커를 따돌리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는 발각됐고, 예의 그 기차역의 망루위로 올라갔다.


곧 스토커들이 거기를 포위했고, 쫓기던 스토커는 그 물건을 지닌채로 강한 방사능에 죽고만다.


밑에서 포위하던 스토커들이, 그가 죽자 그 물건을 독차지하기위해 서로 싸우다가 싸움끝에 한명만이 살아남고, 그 살아남은 자도 그 물건을 차지하러 올라갔다가 방사능에 피폭당해서 땅으로 떨어져 낙사하고 만다.


"이거 묘하게 자세한데? 제 생각에는 이게 거의 뻥같은데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아마 반 이상은 돌고돌다보니 살이 붙은 모양인데. 그렇지만 거기에 망루가 있고, 방사능이 강하게 있다는건 사실이야.

시도한 사람은 꽤 있다고... 그나저나 저번에 말했던 과학자가 이 사람인가?"


빅터는 롭을 눈짓했다.


"네."


"역시 과학자가 돈은 많다니까... 꼴에 스켈레톤하고, 기관총하고..."


빅터는 대놓고는 못하고 속닥거렸다.

이제 비가 슬슬 그치기 시작하는지, 빗줄기가 약해지고 있었다.


-쿵


"에미션이야!"


빅터가 벌떡일어났다.

롭은 앉았다가 기겁을 하더니, 어느새 쓰러진 콘스탄틴을 짐짝처럼 들춰맸다.


"지하실로!"


주변의 스토커들이 롭과 대작하다 나자빠진 동료들을 들어다가 허겁지겁 계단을 내려갔다.


-바아아아아아앙


멀리서, 희미하게 사이렌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아마도 본부인 프리덤기지에서 울리는 소리인가 본데, 그것은 여기서도 아주 희미하게나마 낮게깔리는 소리로 위험을 알리고 있었다.


몇몇은 이미 재빠르게 1층의 잔해가 만든 공간속에서 바깥은 빼꼼하게 내다보았다.


-쫘자자자자자작


귀청을 찢는소리와 함께, 전율스러운 벌건 폭풍이 이미 저 너머 멀리서부터 쇄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존의 중심으로부터 먼 이곳은 몸을 숨기기까지 충분한 시간이있었다.


존의 중심, 체르노빌 핵 발전소까지 당도했을때- 그때는 거의 5분간격으로 에미션이 왔었었다.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다른이들과 옹기종기 숨어 그때를 생각했다.

에미션도 우리까지 도달하기까지 몇초 걸리지도 않았던것 같다...


"정말 에미션에 휩싸이면 죽나?"


"전에 들었는데 제쉬킨이 에미션을 못피해서 죽었다던데?"


"난 처음 들어."


스토커들이 어둠속에서 속닥거렸다.

사실 에미션에 휩싸이면 죽는다는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이제 그게 기정사실화 될만큼 오래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오는 사람아니면 모르는 사람은 없었고 에미션은 땅이 진동하거나,주변 기지쪽에서 사이렌으로 경고하기때문에 다들 큰일이 아니면 피하곤 한다.


프리덤 기지에선 사이렌이 울어도 마당에있던 사람들은 느긋하게 걸어서 가까운 건물로 들어갔다.


에미션이 사람을 부상으로 끝내지않고 무조건 죽이기때문에 더 모를 수도 있겠다.

단지 죽는다는것만 알뿐이지, 실제로 에미션에 맞아본 사람은 없다.


나같은 경우는 몇년전에 왔을때 에미션에 사람이 죽는걸 보았지만...



...



이 근방의 비구름은 대부분 증발되어 버리고 비가 언제왔냐는듯 하늘이 갠 것처럼 변해 있었다.


땅은 아직 축축했지만, 사방에서 비가 주는 땅의 비린내와 슬쩍 지져진듯한 쇳내 비슷한 냄새가 섞여 묘한 느낌을 준다.


이 에미션에서 살아남는건 몇 종류 안되는 식물들 뿐이다.

오그라붙거나 기이하게 뒤틀리고 비정상적으로 두꺼워지면서도 악착같이 산다.


빅터가 동행했다.

콘스탄틴과 같이있던 스토커들은 그냥 나자빠져 일어나질 못했다.


그러나 롭만은 지극히 멀쩡해 보였다.


"여그 보드카는 물을 타는갑지?"


어지간히 쌘 모양이다.

우리의 목적지는 아그로프롬 인스티튜트의 기차역이었다.


그렇지만 우리는 스토커본부에 자리를 잡아야한다.

밤새도록 걸을수는 없고, 거기서 묵어야한다.


다시 일행을 이끌고 가비지를 횡단하기 시작했다.

롭은 다시금 걸으면서 노란 서류뭉치를 읽기시작했다.

그러다가 총맞을거라곤 생각을 안했는지.


"음... 나는 본부에 볼일이 있어..."


빅터가 나에게 미안한지 묻지도 않은 말을 한다.


166.


"롭, 대충 무슨 내용이에요?"


나는 잠시 멈추고 전방의 위험을 살피기위해 망원경을 들고 물었다.

빅터도 그가 읽는것을 궁금해하긴 했지만, 그도 역시 읽을수는 없는모양이다.


"이 앞에 뭐시기가 있든 모양인디... 그래도 대충은 볼만하구먼? 연구목적에 대해 밝히고 있어."


"뭐랍니까?"


"요약하자면, 무언지는 모르것는디... 뭐시기를 기초로 뮤테이션을 연구한다고 헌다."


"뮤테이션?"


"뭐라구 허야허나... 숩게숩게 슬명 하자면, 유전자변이? 뭐 그런것이여."


나는 빅터와 같이 나란히 서서 망원경으로 저너머의 안전을 확인했다.


"제가 준 그 껍질은 그것과 관련 있는걸까요? 그 괴물이 이 문서와 관련이 있을까요?"


"모르것어. 일단은 벙커까지 가야혀. 그래서 자세히 알아야 할것이랑께. 그리고 아직 덜 읽었어."



...



"쿨럭쿨럭."


바람이 불어 쓰레기산에서 매캐하고 따가운 녹색안개가 공기중에 흩어지며 빅터는 연신 기침을해댔고, 나는 자꾸만 눈물이 흘렀다.


그래도 다행인건 조심스럽게 이동한만큼 별 문제가 없었다는것이다.


한무리의 개들이 지나가며, 멀리있던 밴디트가 총으로 쏘는것을 보고 우리가 잠시 기다린것 외에.


2시간쯤 지나 시간이 서너시쯤 되었을적에, 우리는 가비지의 서쪽 경계에 다다라서

그 내리막이 시작되는 곳에서 망원경으로 1차목적지를 살필 수 있었다.


철도가 늘어져서 빠져나오는 터널은 가까웠고, 그 문제의 망루도 작게나마 확인했다.


이제부터는 재수없다면 듀티와 교전도 불사해야했기때문에 우리는 조금 더 예민해졌다.

이반이있었으면 좋겠다만은, 언제까지 이반에게 기대어 살 수만은 없다고 생각한다.


-뀌이이이이이이이!!!!


-컹컹컹컹!


-크왈왈! 크왈왈왈왈!


어떻게 된건지는 모르겠지만, 따로 동떨어진 돼지한마리가 터널 앞쪽에서 개들에게 공격받고 있었다.


"흥미로워."


롭은 망원경으로 살피며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우리는 잠시 시켜보기로했다.


개들은 돼지를 포위했다.


돌연변이 돼지는 빙글빙글 돌면서 단단한 각질의 발을 내리찍었으나 눈이 나쁜지 빈번히 애꿎은 땅을 찍어댔다.


개들은 영악하게도 돼지가 정신을 못차리도록 사방에서 짖어댔고, 어떤 눈먼 개 한마리가 돼지가 등을 보인틈을 타서 달려들었다.


그것을 신호로 여기저기 혹처럼 매달리기 시작했다.

예닐곱마리의 개들이 너덜너덜한 혹처럼 다리나 등을 문채로 매달렸다.


두꺼운 각질의 몸통을 가진 돼지는 아무런 피해없이 날뛰기 시작했고, 살점을 물고 떨어져나간 개들은 살점을 급히 씹어 삼키고는 다시 달려들었다.


개들의 턱이 투둑거리는 모양을보니, 각질은 상당히 단단한듯했다...


-깨개갱!


개 한마리가 드디어 땅바닥에 널브러졌는데, 돼지가 재빠르게 유난히 뾰족한 발 하나로 찍어버리자 사방으로 살점과 피가 튄다.


그것을 시작으로 돼지는 용기를 얻었는지, 물어뜯는 개들을 철로에 비빈다던지 그냥 옆의 녹슨 객차에 들이받는식으로 개들을 뭉개기 시작했다.


개들이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퍽퍽 터지고, 선로와 객차에는 피가 칠갑이 되기 시작했다.


개들은 끝까지 물고늘어지려고 했지만, 각질이 워낙 두껍고 단단해 이빨이 많이 들어가지 않아서 땅에 패대기쳐졌다.


그럼 여지없이 뾰족한 발이 찍혀들어왔고, 여러번의 시도끝에 발에 찍혀 죽어갔다.

그러나 개들도 뒷다리 하나를 영영 못쓰게 만들어버렸다.


그렇지만 그게 다였다.


돼지는 중심으로부터 방사형으로 흩뿌려진 피를 잠시 내려다봤다.


돼지는 존에서 가장 약체였다.


그러나 이런식으로 싸우는건 강한지도.

머리를 쏘면 각질을 뚫고 뇌에 박히지만, 개들의 발톱과 이빨은 그게 아니니까.


돼지는 상처가 고통스러운건지, 아니면 잠시 개들에 대해 애도를 하는건지- 잠시 그러고 서 있었다.


그리고는 한마리 꿰뚫린 개 시체 앞에서 잘 구부러지지않는 무릎을 꿇었다.


"뭐하는거지?"


내가 자문하듯 물었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곧 무릎을 꿇은 돼지는 개들의 시체를 먹기시작했다.


주름속에 숨겨진 큰 입으로, 덜렁거리는 반쪽짜리 개를 씹기시작했다.



...




"난 못해. 이건 프리덤일이잖아. 게다가 난 관심 없다고."


빅터가 아예 처음부터 발을 빼버린다.


"그럼 나가 해보것소."


롭이 용감하게 묵직한 PKM을 나에게 넘겨주고는 위를 올려다보았다.


망루는 철탑위에 네모난 그릇을 올린듯한 모양이었다.

저 안에 시체가 있나?


요리조리 그 안쪽을 살펴도, 난간 역시 철판으로 되어서 영 방법이없다.


"방법은 이것뿐인가."



철사다리가 그 '네모난 그릇'의 바닥에 뚫린 구멍으로 데려다준다.


롭은 그 사다리를 천천히 올라가기 시작했다.

철탑은 단단하게 ㄱ자형의 금속앵글을 리벳으로 고정시켜 만든것인데, 높이가 프리덤의 망루 만큼 높았다.


롭이 중간에서 조금 더 올라갔을 때, 그러니까 대략 4-5m쯤에서 방사능이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철 사다리 한칸을 올라갔을때-


"헉."


하고 외치고는 머리를 절래절래 흔들고는 내려와버렸다.

그리고는 방사능앰플을 팔안쪽에다가 꽂았다.


"내 생각에는 포기하는게 좋겄어."


아예 초반부터 단언해버렸다.


"어느정돈데요."


"내가 여제껏 봐온 방사능중에 최악이랑께."


사실 롭이 아티팩트수집가였던 나보다 더 하겠냐먄은, 소문도 그렇고 아무래도 방사능이 강할것 같긴하다.


"결국 내가 나서야하나."


이럴때 가장 믿을만한 젤리피시를 아티팩트포켓속에서 밀착시키고는 사다리를잡았다.


"후회하지말라니께? 그냥 간자양반한테 못한다고 혀부러."


잡은 채로 위를 돌려다보니, 작게 네모난 공간위로 파란 하늘이 보인다.


이제 한칸씩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가난한 S.T.A.L.K.E.R 이야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59 녹슨 철문 너머로... 182-183 14.09.20 812 35 12쪽
158 녹슨 철문 너머로... 179-181 +5 14.09.19 700 36 17쪽
157 녹슨 철문 너머로... 175-178 +2 14.09.19 636 32 14쪽
156 녹슨 철문 너머로... 172-174 +4 14.09.18 693 38 13쪽
155 녹슨 철문 너머로... 170-171 +2 14.09.18 627 35 11쪽
154 녹슨 철문 너머로... 167-169 +3 14.09.17 644 45 16쪽
» 녹슨 철문 너머로... 165-166 +1 14.09.17 758 43 11쪽
152 녹슨 철문 너머로... 162-164 +6 14.09.16 735 45 15쪽
151 녹슨 철문 너머로... 159-161 14.09.16 763 35 12쪽
150 녹슨 철문 너머로... 156-158 +5 14.09.15 683 39 11쪽
149 녹슨 철문 너머로... 153-155 +1 14.09.15 706 33 12쪽
148 녹슨 철문 너머로... 151-152 +6 14.09.13 771 42 12쪽
147 녹슨 철문 너머로... 149-150 +1 14.09.13 813 34 12쪽
146 녹슨 철문 너머로... 146-148 +5 14.09.12 720 37 14쪽
145 녹슨 철문 너머로... 143-145 +2 14.09.12 728 35 15쪽
144 녹슨 철문 너머로... 140-142 +3 14.09.11 678 38 12쪽
143 녹슨 철문 너머로... 137-139 +1 14.09.11 753 33 14쪽
142 녹슨 철문 너머로... 개막장ver 3부 [브금] +7 14.09.10 604 15 10쪽
141 녹슨 철문 너머로... 개막장ver 2부 +2 14.09.10 560 13 6쪽
140 녹슨 철문 너머로... 개막장ver 1부 +1 14.09.10 702 20 7쪽
139 녹슨 철문 너머로... 134-136 +3 14.09.10 648 38 14쪽
138 녹슨 철문 너머로... 132-133 +1 14.09.10 840 38 12쪽
137 녹슨 철문 너머로... 129-131 +3 14.09.06 866 47 13쪽
136 녹슨 철문 너머로... 126-128 14.09.06 744 46 14쪽
135 녹슨 철문 너머로... 124-125 +4 14.09.05 806 48 11쪽
134 녹슨 철문 너머로... 122-123 +3 14.09.05 772 43 11쪽
133 녹슨 철문 너머로... 119-121 +3 14.09.04 916 51 15쪽
132 녹슨 철문 너머로... 116-118 14.09.04 946 43 16쪽
131 ★작중 내용과 작자의 작품 해설 +13 14.09.03 857 47 6쪽
130 녹슨 철문 너머로... 외전3 +2 14.09.03 733 41 6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