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S.T.A.L.K.E.R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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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bean
작품등록일 :
2014.09.26 14:12
최근연재일 :
2014.09.20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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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9.19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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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녹슨 철문 너머로... 179-181

DUMMY

179.


말더듬이 과학자 라브노프와 용병대장 파우스틴에게서 과학자벙커에서의 큰일중에 하나인 임무를 부여받았다.


그러나 내가 뭘 하든간에 나의 상관(?)인 롭은 젊은 과학자 쿠드린과 몇시간동안 설전을 벌이느라 나를 신경 쓸 정신이 하나도 없는것 같았다.


"뭐라고요? 그럼 D형 유기체는 어떻게 설명하시려고 그러십니까?"


"이제껏 슬명한게 그거랑께! 이 답답한 양반아! 변형체질의 유전체가 관건이라고 하였응께 핵산을 분석해야 한다니께!"


"아이구 참나, 돌겠네! 유기체서열에서 우성인자 측에 있어 구아닌이 미치는 영향에대해

이제껏 연구한거 아닙니까! 그럼 제가 헛다리 짚었다는겁니까?!"


"그렇다! 이 멍청한 작자야!"


"아니, 이 사람이! 대체 어느 촌구석에서 굴러먹다가 여기와서 헛소리야! 당신 대학은 나온거야? 어느 대학 나왔어?!"


"모스크바 국립대학원이다!"


"어..."


롭이 모스크바 대학원를 나왔다는말에 쿠드린이 갑자기 잠깐 경직됐다.


"며, 몇기신데요?"


그 말을 듣고 롭의 눈이 희번뜩 빛났다.


'오호라, 너 이놈 너도 동문이구나.'


롭의 눈이 그렇게 외치는듯 했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나가 27기여! 자네는 몇기인가?"


롭은 같은 학교인지 물어보지도 않았다.


"어...음... 32기입니다..."


"하!"


롭이 기가찬다는듯 기함성을 지르며 허벅다리를 탁 쳤다.


"와- 참나... 나... 와..."


그러고선, 말도 안나온다는듯 이마를 비비고 헛바람을 마구 들이켰다.

한숨을 푹 쉬더니 머리를 뒤로 거칠게 넘기더니, 눈을 부릅뜨고 쿠드린을 노려보았다.


"미쳤지?"


"죄송합니다, 선배님."


"뻗쳐."


쿠드린이 재빨리 벙커바닥에 엎드려뻗쳤다.


"와... 나... 후배교육을 어떻게 시키는것이여? 미쳐돌아가는 구마잉... 너, 다닐로프 아냐?"


"... 2기수 선배십니다."


"걔 별명이 뭐여."


"... 연구실의 미친 모르모트요."


"얌마, 그건 알문서 내 이름 못들어봤는갑네, 내가 연구실의 불타는 코르크마개여.

미친 모르모트고 마못이고간에 내 앞에선...(앉아서 엎드려 뻗친 쿠드린의 눈앞에서 손가락을 비비며-) 한입 꺼리도 아니란 말여..."


"커, 커헉! 깨진 보드카 한병으로 1학년때부터 연구실을 평정했다는...!"


"알아서 혀라...?"


참나, 지랄 하고 있네.


...



로마노프는 그저 목을 좀 축였을 뿐이었다.

그런데도 약해빠진 선배들은 보드카를 마시더니 뻗어서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이런... 너무 약하잖아. 이래서 사내놈이라고 할 수 있겠어?"


로마노프는 여유롭게 일어나 의자에 발을 얹고는, 한심한 꼬라지들을 구경했다.

그 말을 듣고 신입생 환영회 여기저기 널브러진 그의 선배들이 노기가 치밀어, 혀꼬인 목소리로 그에게 주절거렸다.


"넌 이제 죽었다. 너 임마, 내가 누군지 알아? 내가 바로 '안 갈린 매스'야! 내가 한번 손쓰면 니 주변까지 휩쓸린다? 죽고 싶어?"


"훗, 꼴에 남자랍시고 배알은 있군요. 선배."


그는 비웃으며 보드카에 마개를 따고는 그대로 한병째 꿀꺽꿀꺽 들이켰다.


-챙캉!


시원스럽게 들이마신 보드카병은 바닥에 남자답게 패대기쳐 깨버린다.

그리고는 주변에서 그를 욕하거나말거나 여유롭게 라이터를 꺼내

(롭이 담배를 피우지않는다는건 잘 알고있다. 나는.)

입에 문 코르크마개에 불을 붙여 질겅질겅 씹었다.


(하하, 참나.)


그의 패기에, 나자빠진 선배들은 모두 자는척했고, 담이 약한 일부는 오줌을 싸고 말았다.


그 후로 그에게 시비걸거나 집적대는 인간들은 자취를 감췄다.



...


그 후로도 한시간가량, 그의 영웅담이 계속해서 쿠드린에게 주입됐다.

그가 힘들어 죽을락말락 하든말든.


...



뭐 어쨌든 롭이 뭘하든간에, 나는 부여받은 임무를 잘 숙지했다.

벙커에는 대략 35명가량의 용병이 있다.


그들은 얀타르 여기저기 흩어져서 '무언가'를 하고 있다.

보초도 서고, 순번대로 들락날락하며 거점도 몇개 두고 있기때문에 실제로 보이는건 열댓명 뿐이다.


그러나 벙커에서 사이렌이 울면, 모두들 곧장 복귀한다.


용병들은 반은 계약직 스토커들이고, 반은 진짜 용병들이다.

이들은 같은 팀으로 인식되어서, 스토커들이건 용병이들이건간에 친밀히 동료로 지내는 모양이다.


나는 내일 공장지대를 탐사할 '3조'와 동행하기로 되어있다.

그들은 내일 탐사를 위해 네명이 모였고, 이미 몇차례 해본 경험이 있는지라 내 생각엔 그들만 잘 따라다니면 될것 같았다.


180.


그들과 함께한 저녁, 그들은 용병답게 낯선이를 꺼리지 않고 받아주었다.

조장인 -소총수-는 프리덤인 나를 특히나 반겨했다.


나는 그의 보르시치라는 이름을 듣고 좀 의아했다.

[*보르시치: 수프의 일종]


그래도 나는 아마도 그가 요리를 잘한다거나 무슨 관련이 있겠다고 그냥 넘어갔다.


따져서 뭐해?


"프리덤은 다들 명사수라던데. 특히 저격이나 소총분야말이야. 아주 큰 전력이 되겠어."


아, 이런!

이러다가 잘 못하면 망신 톡톡히 당하겠다.


그는 내일 내가 얼마나 실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큰 모양이었다.

그들은 3조 조장인 보르시치를 포함해서 죄다 소총수인 팀이었다.


보르시치는 그냥 평범한 옆집 아저씨같은 인상이었는데, 나머지 조원들은 다들 독특한 인상이었다.


마치 뱀처럼 마르고 눈이 찔쭉한 레치카,

키가 작고 뚱뚱한 호도르,

장발로 꽁지머리를 묶은 알란이 이 3조를 구성했다.


나는 이들과 같이 화톳불을 피워 밤늦도록 이야기를 하고, 또 보드카도 마시고, 배가 부름에도 계속해서 먹어댔다.


그들의 이야기는 끝날줄 모르고 이어졌고, 한명의 이야기가 끝나면 다른 한 사람이 이어했다.


이름처럼, 3조 조장인 보르시치는 전직 요리사 였다.


그는 레치카가 이야기할동안 무언가 요리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땐 간이 부었었어."


라고 시작한 레치카의 이야기를 듣자니, 그는 상당히 담이 큰듯 했다.


...



레치카가 얼마전에 홀로 돌아다니다가 무언가 께름칙한 기분이 들기에 주변을 주의깊게 살폈다.


"기분 탓인가?"


주위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나 그 예의 이상한 기분은 계속해서 들었다.


그래서 태연히 걷다가, 갑자기 뒤를 확- 돌아보았는데- 블러드서커가 투명화된 상태에서 시퍼런 안광을 달고 자기에게로 뛰어오는게 보였다.


"으아아아!"


그는 얼른 달음박칠쳐서 가까운 나무로 간신히 기어올라갔다.

나우에 올라간건 좋았는데, 들고있던 소총을 나무아래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젠장..."


블러드서커는 이제 나무 아래에서 그를 노려보고 서 있었다.


"멍청한 새끼, 내가 내려가나보자."


그러나 있어봤자 좋을게 하나도 없었다.

이러다가 에미션이라도 오면 끝장인것이다.


권총을 잘 조준해서 블러드서커의 머리를 쏘았다.


-탕!


정확히 명중했으나, 다음 탄환이 나가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권총속에서 탄이 단단히 걸린 모양이었다.


권총을 나무에 두들겨보고, 별짓을 다했지만, 아예 꽉 끼어서...


"아... 이런..."


블러드서커가 머리에 총알 한방 맞았다고 죽을리는 없고, 맞은 채로 블러드서커는 꿈쩍도않고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래서 레치카는 블러드서커에서 오줌을 누었다.




...



"뭐야 그게! 더럽게!"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차라리 똥을 싸지."




...



그러자 조금 후, 블러드서커가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머리에 맞은 총상에 오줌이 흘러들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한것 같았다.


결국, '컬럭' 거리며 비실대던 블러드서커는 쓰러져버렸다.




...



"내 생각인데, 그냥 니 오줌을 블러드서커한테 갈겼어도 뒈졌을거야."


"으아!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아이고, 웃겨!"


뚱뚱이 호도르가 한마디 하자, 모두 왁자하게 웃었다.


"어쩐지, 니 총에서 지린내가 나더라니."


조원들이 웃고 떠드는 사이, 보르시치는 하던걸 마무리했다.

그는 말라버린 빵을 비벼 가루로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것을 잠자코 보고 있었는데, 냄비에다가 그 빵가루를 넣고 물을 부어 다시 반죽했다.


이미 구워졌던 빵을 다시 반죽하다니?

그러더니 그 빵반죽을 나무만을 태운 깨끗한 잿불속에 동글납작하게 만들어 넣었다.


조원들은 이미 익숙한듯, 그것을 기다리는 눈치였다.

나는 그것이 익을 동안, 꽁지머리 알란에게 한가지를 배웠다.


그것은 탄창끼리 결합하는 독특한 방법이었는데, 그는 내 총을 조금 살펴보고는 자신처럼 하는법을 알려주었다.


그것은 탄창을 두개 테이프로 연결하는 간단한 방법이었다.

45발들이 탄창옆에 같은 45발들이 탄창을 거꾸로 붙여서 테이프로 꽁꽁 붙였다.


아주 단순하지만, 이것은 실전을 많이 겪어본 용병으로서는 꽤나 효과적이었다.

포켓에서 탄창을 빼어 끼울 필요없이, 그저 첫번째 탄창이 비워지면 비워진 탄창을 빼내서 바로 뒤집어 끼우면 된다.


왜 여지껏 이런 방법을 몰랐을까?



곧, 일명 '빵빵-빵으로만든 빵-'이 다 구워지고, 보르시치가 하나씩 잿불에 묻어구운것을 나와 조원들에게 하나씩 돌렸다.


다들 재를 대충 털어내고 크게 한입 베어무는것을 보고, 나도 후후 불어 재를 털고 한입 먹었다.


아아-

그것은 맛의 신기원이었다!


적당한 수분과, 빵이 물과 반죽되며 생기는 약간의 달큰한 맛과 막 구웠을때의 구수함-

이 얼마나 구미를 돋구게 하는지 모른다.


그저 여기에 시원한 우유를 곁들이면 어느것하나 부러울게 없을텐데.


빵빵(...)은 물어 뜯을때마다 뜨겁게 촉촉하고 구수한 김을 얼굴에 뿜어냈고, 그것에 붙은 잿가루마저 향긋하게 느껴졌다.


재료가 어떻든 만드는사람이 관건인 것이다!

게다가 이 즐거운 분위기, 활활타는 모닥불, 까만 밤하늘, 나지막한 노랫소리- 이 모든것이 한껏 달아오르고 열을 발산한다.


나는 그들과 함께하며 기분이 상당히 유쾌해졌다.

좋은 동료가 생긴듯한 느낌에, 밤늦도록 그들과 왁자하게 떠들었다.


그들의 말로는 조사는 내일 점심먹고가도 늦는게 아니었다.


그말은 늦잠자도 된다는 소리였다.


181.


"아이구..."


밤늦도록 배부르게 먹고 실컷 술을 마신 결과가 좋을 턱이 있겠냐만은, 그래도 내 주위에 널브러진 사람들 보다는 나았다.


이젠 재만 남아 가느다란 연기만 내는 화톳불 주위로 버려진 캔과 뒹구는 술병, 이것들은 어제 우리가 얼마나 유쾌했는지를 보여주었다.


조장인 보르시치는 그나마 제일 나았다.

그는 그저 죽은 듯이 팔다리를 쭉 뻗고 시체처럼 누워 있었다.


그 옆으로 뚱뚱한 호도르는 배를 내놓고 있었는데, 숨쉴때마다 그것이 빵반죽 처럼 부풀었다 꺼졌다는 반복했다.

그의 볼따구니에 무언가에 얻어맞은 자국이 생겼다.


비쩍마른 레치카는 이상한 자세로 땅바닥에 구겨져 있었다.

팔과 다리를 차곡차곡 접은 후에 땅바닥에 엎어놓은 모양이었다.


살충제를 뿌려서 죽은 바퀴벌레는 관절이 접히면서 발랑 뒤집어지는데, 그것을 마치 엎어놓은 모양이다.

게다가 그는 살도 많이 없고 말라서 더더욱.


그러나 그중에서 최악은 알란이었다.

그는 꽁지머리를 한게 풀어져서 쓰러져 있었는데, 하필 불 가까이 머릴 쳐박은지라 긴 머리 일부가 곱슬머리처럼 열기에 못이겨 잔뜩 꼬부라져 있었다.


게다가 머릿가죽이 벌건게 저 상태로 잔게 대단하다.


"9시 45분."


그래도 이정도면 양호하다.

골치가 띵 아프고, 코와 입에서 단내가 훅훅 풍기긴 하지만, 난 어렵지 않게 일어섰다...


가장 먼저 목이 말랐기로 벙커로 들어가서 급수대에서 물도 받고 또 잔뜩 마시곤, 그 옆에 앉아 잠시 뻐근한 몸을 추스렸다.



...


바깥으로 나왔을때도 당연히 그들은 일어나지 않고 있었다.

주위 용병들도 그런일은 다반사인지 그대로 놔두고 볼뿐이다.


나는 근처에 솥에서 끓다못해 졸아들고 있는 맑은 국을 발견했다.


"어... 먹어도 돼요?"


뭐 어떠랴 싶어 말을 붙였더니 마음대로 하란다.

화덕 옆자리에 앉아 아마 짤것같아 보여서 솥에다가 물을 조금 부었다.


어제 하도 왁자하게 떠들고 마셔댔더니 아예 간도 부었는지, 원래 나답지 않게 옆에 바구니에 있던 누런빵도 재를 툭툭 털고 한입 크게 물었다.


국이 다시 끓자, 근처에 굴러다니는 통조림 캔에다가 받아놓고 천천히 마셨다.

아, 이거 나도 개인 그릇이 있어야 겠다.

작고 가벼운 걸로...


국은 소금국으로 통조림 야채를 넣고 소금으로 간한 것인데, 아침에 먹기에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뜨거운 국을 후루룩 거리며 아침의 얀타르를 관찰했다.


이미 아침도 늦은 아침이라 각자 할일 찾아 용병들은 대다수가 떠났다.

이들은 무슨일을 할까.


아마도 팀을 짜거나 개인으로 돌아다니며 과학자들이 부여한 일을 하겠지.



...


두시간쯤 지나서, 조원들이 하나둘씩 깨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시간은 정오에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아직 정신 못차린 그들을 위해서 솥에 물을 많이 넣고 천막한쪽에 쌓아둔 통조림중 시금치를 찾아 넣고 멀건 국을 끓였다.

남는 빵도 여기저기 천막에서 얻어다가 새로 한바구니를 만들었다.

이들은 마치 몇일 못먹고 몇일 못 잔 사람들 같은 몰골로 찍 소리도 하지않고 아침겸 점심을 먹었다.


"아, 내 머리..."


알란이 불에 꼬부라진 머리를 손으로 빗질하며 안타까워했다.


"뭐야... 어떤놈이 나 때렸어."


호도르는 퍼렇게 멍든 볼따구니를 슬슬 비볐다.

모두들 기운없이, 그렇게 빌빌대며 정오를 맞았다.



...



그들이 기운을 찾고, 또 정신이 들었을때는 예상한 임무 시작시간이 좀 넘은 시간이었다.


그러나 임무 시작시간이라는게 있는진 모르겠다.

그냥 대충 아침에 일어나서 밥먹고 나가면 되는것 아닌가.


보통 프리덤은 그랬는데.

용병들이라 그런가?


여튼 조장인 보르시치는 공장지대를 조사하기 위해 조원들과 여장을 꾸렸다.

그래봤자 어두워지기전에 돌아올 예정이지만.


대충 듣자하니, 몇군대서 싸이파를 측정하고, 뭐가 좀 있으면 때려잡고.

특별한일이 있으면 보고하고. 그것이지 뭐.


드디어 우여곡절끝에 오후 1시가 넘어서야 길을 나섰다.

바람이 슬슬부는 음산한 날, 구름이 잔뜩 끼고 비라도 올것 같았다.


어제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벙커 주변에서 벗어나자마자 무언가 다른 세상에 온것 같은 기분이다.


-그르르르릉


나보다도 여기 오래있었던 용병들도 어디서 나는 소린지 모를 스산한 소리에 약하게 몸을 떨었다.


우리는 조장인 보르시치를 따라 천천히 걸어 나아갔다.

주변엔 그다지 뮤턴트나 좀비는 없었다.


군데군데 스노크 덫을 살피고는 둘레를 빙돌아 나간다.

내가 어제 들어갔던 터널근처에 다다라서는, 나는 그리고 들어가나 싶었는데 옆으로 언덕을 올라 길로 들어섰다.


뒤로 벙커가 가깝게 보이는 언덕길.

남동쪽으로는 아그로프롬 인스티튜트고.

이 길을 따라 쭉 올라가면 공장지대다.


예전에 레프티와 함께 공장지대에서 에미션 냉각장치의 락을 풀기위해 사람들이 죽고 다쳤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는 공장 담벽을 우회하여 진입했었는데.


내가 속한 용병 3조가 공장의 동쪽에 자리한 정문에 다다랐다.

느긋한 발걸음으로 한 시간가량이나 더 걸려 여기까지 온 것이다.


대충 내가 알기로 20분정도 서두르면 도착할만 한 덴데.


"이봐, 프리덤, 저기봐."


보르시치가 가리킨 얀타르의 동쪽 끝, 작은 분지 바닥에 작게나마 보이는 스노크가 느적느적 돌아다니고 있었다.


"프리덤 실력좀 보자고. 다들 백발백중이라던데..."


"프리덤 하면 저격, 저격하면 프리덤."


머리끝이 꼬부라진 알란이 쐐기를 박았다.


"아, 이런."


상황이 좋지 않다.

스노크는 상당히 먼거리에 있었다.

대충 300m는 되어보이는데...


게다가 바람도 슬슬 불고 있었다.

이런 악조건에서 대단치도 않은 실력을 가진 작자가 프리덤의 명성을 등에 지고 있다!


"하하... 미치겠네..."


조원들이 보는 눈빛이 기대에 가득 차있었으므로 도무지 거절 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블링크를 꼭 붙들고 자세를 쪼그려쏴 자세로 낮춘 상태에서 조준에 들어갔다.


확실히 블링크는 잘 개조된 빈토레즈, 양각된 은색의 이름이 멋지게 눈에 들어왔다.

실력좀 발휘해 다오!


머릿속에서는 이반이 예전에 가르쳐준 사격에 기본 내용들이 총 출동하여 귓가에 떠들어댔다.

천천히 무언가를 찾아 기어다니는 스노크의 주위로, 낮은 풀들이 바람에 밀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거리를 생각한 조준점...

숨을 멈추고, 손가락 끝으로 천천히 방아쇠를 당긴다.


-퓻!


"우왓!"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이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러나 아쉽게도 총탄이 스노크의 머리를 아슬아슬하게 위로 스치고 지나가 뒤편땅에 꽂혀서 흙이 퍽 터지는게 보인다.


"뭐야."


"에이... 괜히 기대했잖아."


기다렸다는듯이 주위에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아, 젠장. 이게 탄속이 예전에 쓰던것보다 빠르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조금 더 조준점을 낮게 잡았어야 했는데!

스노크는 별안간 옆에서 흙이 솟구치자 이리저리 날뛰기 시작했다.


"젠장! 갑자기 팔이 경기해서 그래요!"


"뻥치시네. 프리덤이라도 다 명사수는 아니잖아."


"진짜라니까 그러시네!"


오기가 잔뜩 오른 나는 다시금 잠잠해진 스노크를 겨냥했다.

잠시나마 모든것을 잊고 스노크 머리에다가 집중했다.


아까 전엔 머리 한뼘위쯤을 짐작하고 쐈지만, 지금은 조금 아래로 잡는다.

어기적거리며 돌아다니는 스노크, 그 속도를 짐작하고, 아까의 그 날아간 시간을 곰씹어 본다.


순간, 바람이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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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 녹슨 철문 너머로... 116-118 14.09.04 946 43 16쪽
131 ★작중 내용과 작자의 작품 해설 +13 14.09.03 858 47 6쪽
130 녹슨 철문 너머로... 외전3 +2 14.09.03 733 41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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