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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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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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0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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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아침의 나라에서 보낸 3일 (8)

DUMMY

제국의 새벽



1장 아침의 나라에서 보낸 3일 (8)


광해군과 함께 간단히 아침식사를 마친 하서진은 학교로의 귀환을 준비했다. 광해군과의 일이 잘 풀린 이상 합류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잠시 근거지로 돌아가겠다는 하서진의 말에 광해군은 따라나설 의사를 밝혔다.

“저하…….”

“비록 자네의 말대로 타지를 떠돌아 복식과 풍습이 상이해 졌다고는 하나 조선의 아들딸이 아니겠나. 물론 자네가 가지는 불안감은 알고 있으나 내게는 앞으로 조선의 자식이 될 그들을 맞이해야할 책무가 있다고 생각하네. 많은 병사들을 이끌고 가면 학문만 닦던 그들이 긴장할 것이라는 자네의 걱정은 충분히 할고 있네. 간단한 호위만 이끌고 갈 터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나.”

말끝을 흐리는 하서진의 말을 오해한 광해군의 말에 하서진은 별수 없이 승낙했다. 그가 고심한 것은 그런 부분이 아니었다. 과연 광해군에게 상이한 문물을 보여줘도 될까하는 데서 오는 걱정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한배를 타기로 결정한 이상 쓸데없는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고작 20여명의 호위 병력을 이끌고 하서진을 따라가겠다는 광해군의 말에 정탁과 유몽인은 우려를 표했다. 그러나 광해군의 뜻이 강경한지라 별수 없이 응할 수밖에 없었고 정탁과 유몽인이 비롯한 일행이 학교로의 귀환이 시작되었다. 내려올 때에 비해서 학생들은 비교적 밝은 얼굴이었다. 미지에 대한 공포가 어느 정도 가시고 비록 시대가 다르긴 하지만 분명히 같은 민족이라는 인식이 박혔기 때문이었다. 산길이기에 다소 힘이 들만도 하건만 젊은 광해군은 비교적 잘 따라왔다. 문제는 바로 정탁이었다. 연로한 그의 몸은 산길을 오르기에는 너무 약했다.

“자정대감. 아래에서 병사들과 함께 쉬시지 그러셨소.”

“세자저하를 호종하는 것이 저의 책무입니다.”

광해군의 말에 대꾸했지만 힘든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자 뒤따르던 학생들 사이에서 우람한 덩치의 한 남자가 달려 나왔다. 유도선수로써 대외적인 명성이 자자했던 정석환이었다. 그는 다짜고짜 정탁 앞으로 다가가 자신의 등에 업히길 종용했다. 갑작스러운 그의 행동에 의아해 했지만 곧 곁에 있던 대대장 나유성의 귀띔에 이해할 수 있었다.

“저 녀석의 직계조상이라고 합니다.”

정탁은 정석환의 말에 거듭 거부의 뜻을 표했지만 계속되는 정석환의 강권과 이어지는 광해군의 명령에 결국 그에게 업혔다. 땀을 줄줄 흘리면서도 일말의 불평불만 없이 산을 오르는 정석환의 모습에 정탁은 감동을 했다. 그리고는 소소한 대화를 나누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정석환은 미래에서 왔다는 사실을 숨기고 그저 같은 본관에 같은 계파라고만 소개했다. 정탁은 항렬상 그의 아들 뻘이 된다는 정석환의 말에 잃어버린 자식을 찾은 양 기뻐했다. 한성으로 간다면 자신의 양자로써 입적하겠다는 말도 꺼냈다. 그런 정탁의 모습을 바라보던 유몽인은 혹여 자신의 친척이 없는지 조심스럽게 하서진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하서진이라고 잘 알 수 있을 리 없었다. 알아보겠다고 하며 대충 얼버무렸다. 그런 가운데 광해군과 함께 학교의 초입에 당도했다. 치안대의 경비조가 그들을 맞이했다.

“이만한 건축물을 세우기 위해서는 대공사가 필요했을 것이고 대 공사가 이루어진다면 소문이 날 법도 한데 그런 소문을 들은 적이 없으니 본관은 참으로 당황스럽구먼.”

“우리가 조선 땅을 밟은 것은 왜란 중이었습니다. 연고도 없고 혼란스러운 와중에 근거지를 마련하기 위해 수년간 터를 닦아 세운 건축물들입니다.”

치안대의 호위와 하서진의 안내를 받으며 광해군 일행은 학생회관으로 향했다. 움직이는 와중에 곳곳에 자리잡은 건물들을 바라보는 정탁의 감탄과 우려가 뒤섞인 말에 하서진은 담담하게 대답했다.

“건축물의 양식이 다소 생소한 것은 전에 말한 대로 타국을 떠돌아서 그런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광해군의 질문에 하서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움직이면서 나름대로 꾸며낸 이야기들을 광해군일행에게 털어놓으며 학생회관에 도착했다.


광해군일행은 학생회관에 도착하자마자 총장인 이기호에게 안내되었다. 미래위원회의 스승들 중 가장 높은 이라는 하서진의 사전설명에 비교적 정중하게 이기호를 대했고 이기호도 광해군에게 정중하게 예를 갖추어서 응대했다. 광해군의 응대는 이기호에게 맡기고 하서진은 본격적인 출사를 준비했다. 불과 한시간만에 전달사항을 서면으로 작성한 하서진은 강당에 모인 주요 인사들에게 배부했다. 주요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1. 교내에 존재하는 모든 서적을 방공호에 모아 봉인한다.

2. 첨단장비와 실험기구 역시 방공호로 옮긴다.

3. 우리는 삼봉정도전의 후학들로 갈고 닦은 학문을 이용하여 피폐해진 조선의 안정을 목표로 세상에 나가는 것이다. 이 사실을 잊지 않도록 재차 주의환기 시킨다.


“음 도서관의 서적은 그렇다 치더라도 개인이 소장하고 있는 서적까지도 봉인해야 합니까?”

“맞습니다. 어차피 이 시대의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 태반일 것인데요. 장비 역시도 이시대의 사람들은 사용법도 모를 겁니다.”

서면을 살피던 한 예비역학생의 질문에 다른 이가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당에 모인 이들은 집행위원회와 소수의 치안대의 인사 이외에 대부분이 각 학과의 최고참이라 할 수 있는 예비역들이었다. 대한민국의 위계질서는 각 학과에서도 예외가 아니었고 비교적 고학번인 그들을 움직여 지금까지도 큰 혼란의 여지를 잠재우고 있었다. 그렇기에 하서진은 그들을 최대한 존중하며 논리적으로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그렇습니다만 예측되지 않은 최소한의 파장을 피하기 위한 노력입니다. 어차피 첨단 장비와 기구들도 당장은 옮길 수 없습니다. 일단 봉인하고 차후의 활용법을 논의하도록 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일단 가장 중요한 것이 그것이었다. 미래에서 왔다는 것이 알려지면 나중에라도 문제가 될 수 있었다. 자칫 조선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에는 다들 공감대를 형성했고 비교적 순탄하게 그러한 의식이 주입될 수 있었다. 일종의 말장난이었지만 모두가 그렇게 믿고 시간이 흐른다면 사실로 굳어질 것이었다. 그것 이외에도 조선시대의 기본적인 소양에 대한 교육, 말투의 교정. 복식등 산적한 각종 문제들도 제기되었지만 그 문제를 해결키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하루에 2끼만 먹고 각종 과자류로 부족한 열량을 보충하고 있었지만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다. 식량의 부족 때문에 오래 머물 수 없었다. 내일 당장 한성으로의 이동이 예정되어 있었다. 하서진의 말에 대체적으로 수긍하던 태도를 보였다. 그리고 집행위의 지시대로 각 학과의 인원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서진이 분주하게 뛰어 다니며 조선으로의 편입을 준비할 즈음 광해군은 유유자적하게 학교를 구경하고 있었다.

“허허 이런 곳이 있었다니.”

광해군은 학교 내에 존재하는 건물의 옥상에 올라서서 주변을 내려다보며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성벽도 아니고 하나의 건물이 이렇게 높을 수 있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있는 것 이였다. 연신 감탄하던 그는 곁에서 서 있는 한 여학생에게 물었다.

“이보게 박소저. 이러한 건물은 어떻게 짓는 건가?”

박소저라고 불린 이는 박소영이라는 여학생이었다. 다소 통통한 얼굴에 아담한 체형의 전통적인 여성이었는데 사실 현대에서는 그리 인기가 많은 스타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광해군의 눈에는 남달랐다. 그의 눈에는 교내에 돌아다니는 현대여성은 키만 멀쭉 멀쭉 크고 부끄러움을 모르는 남세스러운 추녀들에 불과했다. 현대의 미인상이 서구적인 가치관에 많이 영향을 받아 변했기 때문에 이시대의 전통적인 미인상을 가진 광해군의 그러한 시선은 당연했다. 아무튼 광해군에 비친 박소연은 곳곳에 보이는 추녀들에 비해 너무도 아름다웠다. 광해군은 연신 호감을 드러냈지만 박소영에게는 부담스럽기만 했다.

“시멘트로 짓는 것입니다.”

“시멘트는 무엇인가? 뭐랄까. 물에 갠 흙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차츰 알게 될 겁니다.”

“그렇군.”

박소영의 얼굴은 그리 좋지 못했다. 딱히 사교적이지도 않고 조용한 성품의 그녀는 광해군의 지명에 의해 학교를 안내하는 일을 맡았다. 처음에는 무척이나 신기해하며 광해군을 상대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날수록 보이는 광해군의 호감에 거부감이 들었다. 덥수룩한 수염도 부담이었다. 무엇보다도 그는 아내가 있는 유부남이었다.

“박소저는 새침한 것이 매력인 것 같군.”

“매력이라고 할 것까지도 없습니다.”

광해군의 농에 쌀쌀맞게 대꾸한 박소영은 어서 다른 사람이 오길 고대하고 있었다. 그의 바람덕분인지 곧 두 사람이 달려왔다. 학생위원 출신의 두 학생이었다. 광해군과 함께 학생회관으로 오라는 그들의 말에 박소영의 얼굴에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그런 미소를 본 광해군의 얼굴에도 미소가 그려졌다.


서적과 각종 기기의 운송과 봉인으로 바쁘게 움직이는 학생들 사이에서 비교적 여유가 있는 이들이라고 하면 바로 교수진이었다. 각종 전공을 살려서 우후죽순 생성된 각종 위원회에서 고문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분주한 학생들과는 달리 여유가 있었다. 그렇기에 예비역 학생들의 압도적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이 점차 하서진에게 모여지는 것에 대해 냉정하게 판단과 평가를 할 수 있었다. 그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하기를 즐겼는데. 도현일 교수도 마찬가지였다. 같은 계열의 혹은 예전에는 친분이 없었지만 이번사태를 겪으면서 친분을 쌓은 교수들과 담소를 나누었다. 도현일 교수는 원두커피를 즐겼었는데. 연구실을 찾아온 손님에게 원두커피를 대접하는 것이 또 다른 낙이었다. 그리고 그의 낙은 오늘을 마지막으로 당분간은 생길 것 같지 않았다.

“서진군은 아무래도 독재자의 자질이 강한 것 같소이다.”

외교학과 교수 김한수는 창밖에 내려다보이는 학생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학생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어찌 보면 학교가 이만큼의 활기를 보인 것도 처음인 것만 같았다. 그만큼 학생들은 열정적이었다. 군중심리를 자극하고 목적의식을 부여하며 그 와중에 자신에게 권력을 집중시키는 것은 독재자가 대체적으로 보이는 자질 중 하나였다.

“그렇지요. 이대로 흐른다면 광해군 밑의 일인지하 만인지상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요.”

도현일은 가볍게 웃으며 맞장구 쳤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습니까? 현재로서는 그것이 최선의 방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생존을 위해서는 다소 불만이 있더라도 그의 주장이 타당해 보입니다. 이거 커피 맛있군요. 왜 이 맛을 몰랐는지 후회가 됩니다.”

경영학 교수 성제환은 커피를 마시며 두 교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아마도 영영 다시 못 볼 수도 있는 맛입니다. 음미해두세요.”

도현일 교수가 가볍게 대꾸했다. 그런 그의 대꾸에 다들 곧 침울한 모습을 보였다. 애써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현대에 놓고 온 아내와 자식들이 눈에 어른거렸다. 그런 가운데 박성호교수가 입을 열었다.

“이 땅에 다시 민주주의가 오겠습니까?”

박성호교수의 질문에 다들 입을 다물었지만 곧 도현일 교수가 대답했다.

“올 것입니다. 하지만 당장은 아니겠고 100년이 될지 200년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이제 세상의 중심은 저들이 될 것입니다. 저들이 지니는 지식은 새로운 가치관을 장립할 것이고 새로운 역사로 떠오를 것입니다.”

“거기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글쎄요. 아마도 지금처럼 고문노릇이나 하겠지요. 혹시 다른 중심이 되어보고 싶으십니까? 박 교수?”

“아니요. 이미 중심이 되기엔 조금 많이 늦었지요.”

박성호 교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대부분의 교수들이 대체적으로 박성호 교수와 같은 태도를 견지하고 있었다. 어린 소년소녀들도 아니고 나름대로 자기들끼리 방책을 논의하며 길을 찾는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었다. 오히려 앞으로 이 미래위원회라는 집단에 어떻게 변화할 것인지 관찰자적인 태도로 접근하고 있었다.

“이미 중심은 하서진입니다. 당분간 그의 흐름이 펼쳐지겠지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저 지켜보고 최악을 피하도록 조언할 수 있는 일이 전부겠지요. 우리는 이미 역사 속에 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새로운 역사 속에서 말이죠.”

지는 석양을 바라보며 도현일 교수가 내뱉은 말에 다들 그 의미를 곱씹었다. 그런 진중한 표정의 그들과는 달리 도현일은 미소를 지으며 마지막 남은 커피 한 모금을 입안에 털어 넣었다.


잠시 선잠에 빠졌던 하서진은 차지민이 몸을 흔들자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크게 기지개를 폈지만 영 피곤이 가시지 않았다. 하지만 피곤하다고 주저 앉아있을 수만은 없었다. 일어나자마자 차지민이 건넨 서류를 살폈다. 서류에는 봉인된 서류와 비품에 관한 기록들이 정리되어 있었다.

“봉인작업은?”

“거의 다 끝나갑니다. 일단 봉인만 되면 이 시대 사람들은 절대 열수 없을 겁니다. 다만 몇몇 교수님께서 죽어도 손에서 뗄 수 없다는 책자나 개인의 소지품을 가지고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학생들의 주장에 얼마간의 서적이 남아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서적은 방공호에 봉인 되었구요.”

“그건 어쩔 수 없지. 그래도 그럭저럭 끝나가는군.”

“예. 학생들 대부분도 대부분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하루 내내 전 학생이 분주하게 움직인 덕분인지 서적의 봉인도 끝났고 체계도 잡혔다. 이제 학교를 떠나는 일만이 남겨져 있었다. 차지민의 구체적인 설명에 하서진은 담배를 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참 이야기를 하던 차지민은 잠시 말을 흐렸다.

“다만…….”

서류를 들춰보던 하서진이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자 애써 그의 시선을 회피하며 말을 이었다.

“김현석과 그를 지지하는 이들이 약간의 반발을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학생들은 우리들의 의견을 따르고 있지만 일부 교수님들과 교직원들을 비롯한 일단의 세력들이 형을 규탄하면서 일단의 세력을 구축하고 있어요. ”

“그래?”

“결정에는 일단 따르겠다는 모습이지만 한시가 바쁜 이때에…….”

차지민의 찡그린 얼굴에도 하서진은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오히려 그가 예측한 최악의 상황보다도 훨씬 좋은 상황이었다. 그가 예측한 최악의 상황은 그의 조치에 반대하며 일단의 세력이 떨어져 나가는 것이었다. 먼 훗날의 분열이 예측되긴 했지만 그것은 먼 훗날 문제였다. 당장 당면한 문제를 생각하기에도 골치가 아팠다.

“일단 내버려둬 중요한 것은 내일 시작되는 여정을 얼마만큼 큰 사고 없이 데리고 가느냐 이니까. 여학생의 차량배정문제는 어떻게 되었어?”

“남학생들이 여학생들만 태운다는 사실에 불만을 터트리고 있긴 하지만 우려할 수준은 아니고 또 떨어져서 움직인다는 말에 연인들도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그것도 우려할만한 수준은 아니에요.”

하서진은 해가 뜨자마자 대학교를 떠나 수도 한성으로 가기위한 여정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처음에는 차나 기타 관련 운송 장비를 동원할 생각이었지만 모두 태우기에는 부족했다. 길도 생각보다 고르지 못했다. 그래서 결정한 것이 여성들은 스쿨버스등 차량에 태우도록 하고 남자들은 걸어가도록 하는 것이었다. 명백한 성차별이란 불만이 있긴 했지만 남성들보다 여성들에 대한 위험이 크다는 판단이 작용되었다.

“종자와 가축의 운송은 잘되어가고 있지?”

그리고 각종차량은 농작물시험장에 존재하는 각종 작물의 종자를 운송하는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문제가 되었던 것은 가축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소였다. 말은 존재하지 않았고 닭과 오리는 비교적 부피가 작아서 어떻게든 이동시킬 여지가 있었지만 대형 가축인 소를 운반할만한 차량이 존재하지 않았다. 100여두에 달하는 젖소나 70여두에 달하는 한우를 운송하는 문제가 걱정이었다. 그러나 이동속도를 늦추는 한이 있더라도 꼭 가지고 가야한다는 김판출 교수와 서영석의 주장에 모두 가지고 가는 것으로 결정 났다.

“차곡차곡 준비되고 있습니다.”

담배를 다 핀 하서진은 다시 담배를 물고는 재차 물음을 던졌다. 잠시나마 잊고 있었던 광해군의 존재였다.

"광해군저하께서는 어떻게 하고 있나? “

“광해군은.”

차지민은 무의식적으로 이야기를 하다가 순간 하서진이 보이는 찌릿한 시선에 황급히 말을 정정했다.

“아 죄송합니다. 광해군 저하께서는 식사를 마치고 배정한 숙소로 안내되고 계십니다.”

“조심하도록 해. 우리는 이제 조선사회로 편입하는 것이다. 주상을 비롯한 광해군 저하. 그리고 여러 대소신료들에 호칭을 신경 써야 한다. 다시 한 번 학생들에게 주의시켜.”

“네.”

하서진의 주의에 차지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차지민을 바라보던 하서진은 문득 떠올랐는지 나가려는 차지민을 붙잡았다.

“지민아. 시신은 어떻게 되고 있지?”

“네? 아직까지 의대 쪽에 안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어차피 떠나면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하니 화장을 준비하자.”

“예.”

잠시 후 하서진을 비롯한 일단의 집행위원들이 자살한 인원 셋과 총살당한 인원 셋의 시신을 한데 모아 놓고 장작더미를 쌓았다. 자살한 이들의 지인들은 모여들었지만 중범죄를 저지르고 총살당한 이들의 지인들은 한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리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한명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니 교우관계도 그리 좋지는 않은 듯 했다. 약간의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자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흑흑흑. 지인아.”

타들어가는 장작 속에서 여학생들은 울고 있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하서진은 타들어 가는 장작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안타까움과 걱정이 머릿속에 감돌았다. 지금까지는 어떻게든 처리해 왔다지만 앞으로의 행보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어떻게 하겠어. 이미 현실인 것을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지.”

하서진은 조용히 중얼 거렸다. 짧고도 길었던 3일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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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도입부가 정리되었네요. 조금 늘어지는 느낌을 받으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이제 조금 전개 속도가 빨라질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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