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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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최근연재일 :
2019.01.07 01:20
연재수 :
4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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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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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6
글자수 :
344,101

작성
18.07.04 22:24
조회
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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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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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청년과 각성(1)

DUMMY

*** 청년과 각성(1) ***


쏴아아아!

거센 빗물이 끝없이 떨어진다.

우르르 쾅쾅쾅!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천둥소리에 폭발처럼 터졌다.

폭풍처럼 거친 바람이 숲속에 들끓었다.

어두운 밤의 숲은 사나운 빗소리와 함께 우울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콰과과광!

그런 울적한 숲속에 번갯불에 비친 다수의 그림자가 생겨났다.


콰광! 콰과광!

번개가 칠 때마다.


우르르르르릉!

천둥이 울릴 때마다.

그림자 무리는 한발씩 한발씩 앞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우르릉! 콰과광!

그들.

아니, 그 '대군'의 선두에는 3m가 넘어 4m에 육박한 '오우거' 한 마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칠흑 같은 어둠에 가려 존재 자체를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새까만 피부를 가진 오우거가.


"크르르르······."


선두를 지키는 그 오우거는 일반 오우거와는 달리 칠흑처럼 새까만 피부를 지닌, '특별한' 개체였다.

크기뿐만 아니라 식성 또한 비대해진 블랙오우거였다.

그 블랙오우거를 위시한 군대가 행군을 지속한다.


우르르 쾅쾅쾅!

거세게 쏟아지는 빗물과 축축하게 젖은 진흙 따위는 군대의 행군을 저지할 수 없었다.

그들의 선두에 있는 블랙오우거, '그라커스'는 자신의 옆을 내려다보며 기분 좋게 웃음 흘렸다.

그라커스는 맛있는 간식을 앞둔 어린아이처럼 들뜬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간식을 먹을 시간은 멀었나···! 그라커스는 간식을 빨리 먹고 싶다!"


어린아이의 기쁨이 가득 담긴 목소리.

그런 그라커스의 옆에는 오우거의 반도 되지 않는, 작은 크기의 벌레 한 마리가 '이족보행'을 하고 있었다.

그 바퀴벌레가 더듬이를 양손처럼 살랑살랑 흔들며 그라커스를 바라봤다.


"예, 예! 조금만 더 가면 그라커스님이 좋아하시는 고블린들이 나옵니다. 조금만요, 헤헤!"


간신배처럼 그라커스의 비위를 맞추는 이 바퀴벌레가 바로 '크래커'들의 수장인 하급악마 '크랙'이었다.

크랙은 어린아이 같은 그라커스를 달래며 걸음을 빨리했다.


"크랙! 뒤에 있는 나의 친구들도 빨리 간식을 먹고 싶어 한다···! 빨리 안내해라. 빨리!"

"저기 보이십니까? 저곳이 바로 고블린. 아니, 간식들의 둥지입니다! 다와 갑니다, 하하!"


크랙이 오돌토돌한 발을 들어 전방을 가리켰다.

그 방향에는 정말 수풀로 뒤덮인 어두운 동굴이 있었다.

그라커스는 그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동굴에서 흘러나오는 간식들의 향기에 그라커스의 몸이 점점 달아올랐다.


"간식 냄새난다! 그라커스는 빨리 간식을 먹고 싶다!"


점점 흥분하는 그라커스를 본 크랙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지난날, 고블린의 천적이라 불리는 오우거를 고용하기 위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던가.

그라커스와 일반 오우거 열댓 마리를 고용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지출을 감수해야만 했던가!

다른 고위급 악마들을 찾아가 격렬하게 더듬이를 비볐고 자금을 아낀다는 명목으로 끼니조차 제대로 때우지 못했다.

춥고 배고픈 거지 같은 나날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늘로써 끝이다. 이 거지 같은 생활은 이제 안녕이라고···! 드디어 나도 꽃길만 걸을 수 있는 거야!'


듀켈의 던전에 포함되어 있는 광활한 광물을 얻을 수만 있다면 자금에 대해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그 광산을 뺏으면 이런 블랙오우거쯤은 수십 마리쯤을 거느릴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뿐이랴, 넘치는 자금을 이용해 중급악마로 향하는 발판까지 마련할 수 있으리라.


'너만 믿는다, 그라커스! 고블린 녀석들을 모두 죽여···!'


크랙은 한껏 기대를 품으며 콧김을 내뿜는 그라커스를 바라봤다.

그라커스의 흥분이 느껴진다.

이 정도 전력이면 녀석의 광산은 자신의 것이다.


우르르! 쾅쾅쾅!

때마침 천둥도 전쟁의 시작을 종용한다.

크랙은 다시 한번 그라커스의 광분을 확인한 후, 그라커스와 후위의 군대를 향해 명령했다.

눈앞의 '동굴'을 목표로.


"전군, 돌격하라!"


블랙오우거를 필두로 한 '크래커'들은 그렇게 하급악마 듀켈의 '고블린 둥지'를 향해 공격을 감행했다.





***


- 땡! 땡! 땡! 땡!


모두가 잠들었을 야심한 밤.

청년은 시끄럽게 울리는 종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주변에서 인간 노예들이 꿈틀대며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쉬지 않고 울리는 종소리와 동굴에 짙게 깔린 심상찮은 분위기에 청년은 눈을 빛냈다.

청년은 본능적으로 복수의 시간이 다가왔음을 느꼈다.

청년은 그 즉시 걸레 같은 옷을 추스른 후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후우······."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청년은 동굴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긴장을 놓거나 집중력을 잃는다면, 그 순간이 바로 청년의 마지막 순간이 될 것이다.

최대한 동굴 안에서 벌어진 사건을 이용해 괴물들을 죽이고 우두머리를 찾아야 한다.


"키이익······. 키에에엑······."

"키익키익키리릭······."


청년은 고개를 돌려 돼지우리 밖에서 경계를 서고 있는 괴물들을 관찰했다.

녀석들의 긴장감이 느껴진다.

돼지우리 밖에는 평소보다 적은 숫자의 괴물들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경비의 숫자를 줄일 정도로 급박한 상황이 동굴 내에 일어나고 있는 듯하다.

청년은 미친 듯이 울리는 종소리에 맞춰 긴장한 신체를 추슬렀다.

언제든지 우리를 박차고 괴물들을 제압할 수 있도록 신체의 근육을 팽팽하게 끌어당겼다.

그때, 낯선 울림이 청년의 귀를 강타했다.


- 쿠어어어어어어어엉!


전쟁의 시작을 알리는 나팔 소리처럼 무겁게 깔리는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지진이 난 것처럼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동굴 내부가 심하게 흔들렸다.

쾅! 쾅! 팡! 팡!

폭약이 터지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동굴 천장의 종유석들이 충격을 견디지 못해 바닥으로 우당탕 떨어졌다.

쾅! 쾅! 쾅! 쾅!


- 크르르르르르렁! 쿠어어어엉!

- 끼리리리릭! 끼에에에엑!


미지의 생명체와 괴물의 비명이 폭발적으로 울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청년이 지금까지 관찰했던 괴물들과는 다른 녀석의 '포효'였다.

미지의 생물이 만들어낸 포효를 듣는 순간, 돼지우리 밖에서 경계를 서던 괴물들의 몸이 떨려갔다.

지금 이 순간, 괴물 녀석들이 두려움에 사로잡히고 있었다.

괴물들에게 공포를 심어주는 존재.

청년은 자신을 한 달 동안 괴롭혔던 괴물들이 두려워할 만한 존재가 동굴 안에 나타났다는 사실을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끼릭끼릭······."

"키에에에······. 케엑케엑키에엑······."


경계 중인 괴물들이 느끼는 두려움이 점점 커진다.

인간 노예들의 웅성거림도 조금씩 커져만 갔다.

청년은 그 모든 상황을 관찰하며 탈출 기회를 가늠했다.

괴물들이 다른 곳에 정신을 팔고 있다.

괴물 녀석들은 인간 노예들을 신경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

청년은 지금이 가장 적기라고 판단했다.


- 쾅! 콰다당! 쾅!


그때, 청년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돼지우리 위의 커다란 종유석이 부서지며 돼지우리의 외벽을 강타한 것이다.

청년의 행동은 빨랐다.

퍼버벅!


- 타앗!


용수철처럼 팽팽하게 당겨져 있던 근육이 풀리며 청년을 앞으로 쏘아냈다.

구멍 난 돼지우리의 외벽을 향해 청년이 쇄도했다.

뿌옇게 피어오른 먼지를 가로지르는 청년을 눈에 담을 수 있는 생명은 없었다.

청년은 삽시간에 돼지우리를 빠져나와 괴물들의 위치를 파악했다.


'다섯 마리···! 충분해!'


돼지우리 입구를 지키는 괴물 두 마리와 돼지우리가 위치한 동공에 산개해 있는 괴물들.

청년은 제일 먼저 돼지우리 입구에서 정신 차리지 못하고 있는 두 마리의 괴물에게 달려들었다.

먼저, 돼지우리의 더러운 먼지를 한가득 뒤집어쓴 괴물에게 쭉 뻗어 나가는 스트레이트를 선사한다.

팍!


"켁···!"


짧게 치고 나가는 주먹이 턱을 강타했고 괴물 녀석이 단말마의 비명을 내지른 후 바닥에 쓰러졌다.

다음으로, 작금의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다른 괴물에게 오른발을 축으로 회전하는 돌려차기.

빡! 발끝이 정확하게 괴물의 미간에 틀어박히며 녀석 또한 정신을 잃었다.

정말 깔끔하고 간결한 연계 동작이었다.

어디 하나 지적할 곳 없는 아름다운 무도를 본 느낌.


"······."


청년은 자신의 자연스러운 움직임에 살짝 놀랐다.

본능적인 신체의 움직임으로 두 마리의 괴물을 쓰러뜨렸다.

청년도 계획을 말로만 했지 직접 실현시켜본 적은 없기에.

청년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조금 얼떨떨했다.


"키에에엑!?"


그때, 동공에 있던 괴물 세 마리 중 한 마리가 청년의 기행에 반응했다.

청년을 향해 놀란 비명을 내지르며 괴물 특유의 쇳소리를 만들어냈다.


'생각은 나중에···!'


청년은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자신의 신체는 특별하다고 결론을 내렸지 않은가.

생각은 모든 일이 끝나고 난 뒤에 해도 늦지 않다.

청년은 난생처음으로 이뤄낸 기습에 성공했다는 사실에 의의를 뒀다.


'지금 상황은?'


현재, 바닥에 쓰러져 있는 녀석들은 죽지 않고 기절한 상태.

전방의 세 마리는 아직 당황하고 있다.

청년은 최초에 계획했던 대로 괴물 녀석의 허리띠에 묶여있는 쇠몽둥이를 풀어냈다.

손에 착 감기는 쇠몽둥이의 감촉이 만족스럽다.

청년은 멍하니 이쪽을 바라보는 괴물들에게 나직이 읊조렸다.


"너희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느끼게 해줄게······."


그 목소리를 마지막으로 청년은 쇠몽둥이를 휘둘렀다.

아주 무자비하게.







***


----------

[스탯창]

1. 이름 : 크랙

2. 종족 : 크래커

3. 등급 : 하급 악마

4. 칭호 : -

5. 고유능력 : -

6. 성향 : 출세욕(出世欲)

7. 보유던전 : 바퀴벌래 소굴

8. 기본능력 :

- 근력 : 33

- 반사신경 : 32

- 지력 : 32

- 체력 : 30

- 마력 : 31

9. 스킬 :

- 집단행동

- 끈질긴 생명

- 더듬이 교신

- 맹독 뿌리기

----------


작가의말

추천과 선호작 부탁드려요~!

전개는 최대한 빨리 진행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18 n2******..
    작성일
    18.08.23 14:34
    No. 1

    크허어엉 그엉 그엉! 크러렁 컹컹 킁킁 겅! 커럭 커어어어어엉 퉤!

    뚜루뚜루 뚜루루 뚜뚜 뚱뚜두 두두두두 루뚜루뚜 뚜루어어어엉 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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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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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1) +3 18.07.11 508 14 13쪽
17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3) 18.07.11 573 12 14쪽
16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2) +1 18.07.10 550 13 15쪽
15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1) +3 18.07.09 586 16 13쪽
14 날개 잃은 천사(2) +1 18.07.09 603 14 15쪽
13 날개 잃은 천사(1) 18.07.07 599 14 13쪽
12 청년과 각성(4) +1 18.07.06 624 12 17쪽
11 청년과 각성(3) 18.07.05 614 11 12쪽
10 청년과 각성(2) +1 18.07.05 638 10 15쪽
» 청년과 각성(1) +1 18.07.04 681 8 10쪽
8 죽음과 격변(3) +3 18.07.03 636 11 9쪽
7 죽음과 격변(2) +3 18.07.03 677 12 7쪽
6 죽음과 격변(1) +2 18.07.02 681 11 12쪽
5 던전 '고블린의 둥지'(2) +1 18.07.01 759 12 12쪽
4 던전 '고블린의 둥지'(1) +1 18.06.30 871 12 12쪽
3 청년과 어두운 동굴(3) +1 18.06.30 1,081 12 15쪽
2 청년과 어두운 동굴(2) 18.06.29 1,330 14 11쪽
1 프롤로그, 청년과 어두운 동굴(1) +3 18.06.28 1,751 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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