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천사가 던전에서 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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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기스
작품등록일 :
2018.06.28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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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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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7.1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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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1)

DUMMY

***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1) ***


"누군데 그렇게 뜸을 들이는 거야?"


라온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자랑하는 다린에게 물었다.

다린은 짐짓 거만한 표정으로 고개를 들어 올리며 대답했다.


"라온님. 제가 이분을 섭외하기 위해 얼마나 고생했는지 아십니까? 예? 칭찬도 좀 해주시고 그러십쇼. 저 칭찬 정말 좋아합니다. 정말이요."

"알았어. 잘했다! 잘했어! 아주 칭찬해! 그래서 누군데 그래."

"큼, 큼! 급하시긴. 자, 이 교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다린이 말끝을 흐리며 뜸을 들이더니 라온을 향해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할머니가 손주를 위해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것처럼 조곤조곤하게.

새삼 진지한 얼굴로 다린이 말을 이었다.


“이 교관으로 말할 것 같으면······. 바로 마계의 전설이자, 검술계의 일인자! 칼만 뽑았다 하면 팔이라도 썰고 본다는 이 시대 최고의 검객!”

“오!”

“그게 끝이 아닙니다! 이 떠돌이 검객의 결투 전적은 자그마치 10,574승 '무패'!"

"무패!"

"생사를 건 수많은 결투 중 단 한 번도 지지 않았다는 전설의 검객이지요!"

"오오!”

“정말 대단한 검사입니다! 그 1만여의 결투에서 그는 단 한수로 모든 적을 제압했다고 합니다!”

“오오오!"

"'자칭'이지만요!"


- 빠악!


"악!"


순간, 뒤통수 후려치는 소리가 크게 울리더니 다린이 던전 바닥에 철퍽 쓰러졌다.

다린의 짧은 비명이 동굴에 울려 퍼졌다.

라온은 그런 다린을 내려다보며 뜨거운 콧김을 내뿜었다.


"자식이, 나랑 장난하고 있어."

"아니, 왜 때리고 그러십니까!?"


다린이 바닥에서 뻘떡 일어나 라온을 향해 벌컥 소리쳤다.

뒤통수를 부여잡고 소리치는 게 많이 억울한 듯하다.

하지만, 그것은 본전도 찾지 못할 멍청한 행동이었다.


"내가 안 때리게 생겼냐? 어!? 이걸 확 그냥! 결국 자칭이라는 거잖아! 괜히 기대하게 만들고 있어!"


손을 번쩍 든 라온에게서 불길한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상대방을 위축시키는 라온의 고유능력 '공포'의 기운.

다린은 오솔오솔 올라오는 짜릿한 소름에 급히 변명을 내뱉어야만 했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라온님······. 그게 그러니깐 '자칭' 마계 제일의 검사지만요, 실력 하나는 끝내준다니까요? 예? 일단 제 얘기를 천천히 들어보세요······. 그게 뭐냐면······. 일단 흥분 좀 가라앉히시면······. 에··· 에헤이···! 그 손은 일단 내려놓으시고···!"


그렇게 운을 뗀 다린은 라온을 향해 구구절절한 변명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말을 더듬으며 식은땀을 흘리는 그의 모습은 조금 안쓰러울 정도였다.

다린의 목소리에선 간절함마저 묻어 나오고 있었다.

라온은 그런 그의 말을 처음부터 끝까지 경청해줬다.

잠시 후, 다린의 말을 다 들은 라온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깐 네 말은 그 전설의 검사라는 양반이 중앙 대륙에서 일어나고 있는 끝없는 전쟁과 결투에 실증을 느끼고 이 라오스 지방에 은거 중이다?”

“예, 예! 그렇습죠!”

“그런 대단한 검사가 최근 라오스의 마인들 때문에 제대로 쉬지를 못해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고 있다?”

“맞습니다! 아주 정확하십니다! 역시 라온님! 하나를 말씀드리니 열을 아시는군요!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하하!"


어느샌가 다시 자신감을 되찾은 다린이 신나서 말을 잇는다.

라온의 말이 끝날 때마다 아부하는 그의 모습은 마치 사회생활을 정말 잘하는 영업사원을 보는 것 같았다.

손을 싹싹 비비던 다린이 계속 입을 열었다.


“하도 주변 마인들이 찝쩍거려 쉬질 못하게 하니 스트레스를 받을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싸우는 게 싫증 나서 이곳에 왔는데 마인들이 계속 싸움을 걸어오니 어련하겠어요?”

“음······. 보금자리를 얻는 김에 목돈도 조금 챙기고?”

“그렇죠, 그렇죠. 그 검사가 말하길 편히 쉴 수 있는 장소와 두둑한 연금만 보장해 준다면 바로 승낙하겠다고 합니다.”

“음······.”

“자칭이긴 하지만 실력 하나는 진짜 끝내줍니다! 라오스 지방에 온 뒤 그 ‘자칭’ 전설을 깨부수려고 찾아간 지방의 마인들이 모두 팔모가지가 잘렸다니까요? 자칭이긴 하지만 그 정도면 신생 던전에선 죽었다 깨어나도 못 구합니다! 이제 제가 얼마나 대단한지 아시겠습니까? 으하하하!”


이 기회를 놓치지 마십시오!

그렇게 말을 끝낸 다린이 신나게 웃음을 흘린다.

라온은 그런 다린의 뒤통수를 다시 한번 때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라온은 다린이 말한 검사에 대해 생각해 봤다.

다린의 말대로 그 정도의 스펙을 지닌 검사를 마계에 인맥 하나 없는 라온이 구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다린이 없었다면 이런 검사는 구하고 싶어도 못 구할 것이다.

‘자칭’이긴 하지만 검술의 실력만큼은 자신감이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다린이 자신에게 사기를 친다곤 생각되지도 않았다.

정 믿음이 안 가면, 직접 보고 판단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라온은 결정은 내렸다.


“다린 네가 직접 그 검사와 우리 던전을 주선해 주겠다는 거지?”

“예! 제가 이 검사와 친분이 조금 있어서 얘기가 잘 됐습니다. 라온님만 오케이 하시면 만사 오케이지요! 으하하!”


라온은 다린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은 더 이상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라온에게 필요한 것은 검술에 대한 기본 지식이었다.

그 기본 지식만 가르쳐줄 수 있다면 교관이 누구든 사실 상관없었다.

이왕 뽑을 거, 제대로 된 마인을 뽑으려 했던 것뿐이다.

검술의 기본기만 습득할 수 있다면 그 이후는 걱정 없다.

라온은 자신의 신체를 믿었다.

기본기만 배운다면 자신의 신체 ‘감각’으로 그 검술을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라온은 그렇게 다린과 합의를 봤다.


“그럼, 라온님.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교관은 제가 던전으로 보내도록 할테니 걱정하지 마시구요. 아, 그리고······.”


떠나려던 다린이 말을 하다 말곤 멈춰 섰다.

얼굴이 심각해지는 게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다린이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오래 지나지 않아, 라온에게 걱정이 가득한 음성을 흘렸다.


“지금, 라오스에 터를 잡고 있는 악마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습니다. 그······. 그라커스인가 뭔가 하는 블랙오우거 한 마리를 그 악마들이 찾고 있다는데······. 지금 라오스에 있는 고블린 소굴이란 소굴을 다 뒤지고 있다고 합니다. 예전 이곳도 고블린의 소굴이었으니 라온님도 조심하십시오. 그들에게 걸렸다간 아무리 라온님이라도 목숨을 걸어야 할 겁니다."

"블랙오우거···?“

“예. 블랙오우거요. 검은색 피부를 가진 특별한 오우거인데 녀석이 고블린을 먹는 걸 정말 좋아한답니다. 그래서 녀석을 찾는다는 명목으로 고블린 서식지를 공격하고 있고요. 어휴, 저도 먹힐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네요. 하여튼, 라온님도 조심하십시오. 그럼!”


그렇게 한 줌의 정보를 남기곤 다린은 던전을 유유히 빠져나갔다.

그의 말을 들은 라온의 얼굴이 조금 심각해진 것을 다린은 보지 못했다.







***


라오스에 위치한 어느 평원.

그곳에는 천에 달하는 병력이 오와 열을 맞춰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잘 훈련된 병사들인 듯.

천이 넘는 병력이 한곳에 모여 있음에도 그들에게선 작은 소음조차 생겨나지 않았다.

그저 선선한 바람만이 대군이 위치한 초원에 불어갈 뿐이다.

그들의 앞에는 지휘관이라고 생각되는 '악마'들이 서 있었고 그들은 선두에 홀로 있는 오크 한 마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몸에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그때였다.

대군의 선두에 있던 오크를 향해 귀뚜라미 한 마리가 다가가기 시작했다.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귀뚜라미를 확인한 오크는 먼저 입을 열었다.


“다들 모였나?”

“예, 프락취님. 바로 출발하시면 됩니다.”

“좋다! 필립, 선두에서 길을 안내하라!”

“옙!”


하급 악마 귀뚜라미 필립의 대답에 오크 ‘프락취’는 만족한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이곳에 모인 십수 명의 악마들은 다 같은 하급 악마들이었다.

오크 프락취도 그들과 마찬가지로 하급 악마다.

하지만, 프락취는 이 악마들보다 무력이 강하다는 이유로 이들을 이끌 지휘권을 얻을 수 있었다.

프락취는 이런 대군을 이끈 경험이 전혀 없었지만 신경쓰지 않았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고 했다.

자신은 이미 200인의 마계 주민을 이끌고 있는 던전의 로드다.

그리고 이 원정대의 목적은 고작 고블린을 잡는 일이었다.

라오스 지방에 있는 고블린의 서식지를 돌아다니며 간식을 먹고 있으리라 추측되는 그라커스를 찾기만 하면 되었다.

200이든 1,000이든 병력을 인솔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을 거라고 프락취는 생각했다.


"준비됐습니다!"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필립의 보고가 들려왔다.

프락취는 자리에서 일어나 앞에 시립해 있는 대군을 향해 소리쳤다.


“전군, 진군하라!”

“진군하라!”


프락취의 함성에 그의 앞에 시립해 있던 십수 명의 하급악마가 복명복창한다.

그 모습에 프락취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과 같은 등급의 악마들이 자신의 명령에 복종하니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 둥! 둥! 둥! 둥!


프락취의 함성에 맞춰 군악대의 북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일천에 달하는 군대가 행군을 시작한다.

고작 고블린의 서식지를 털기엔 지나치게 많은 대군이었다.

소 잡는 칼로 닭을 잡는 격이었다.

하지만, 이들 입장에선 닭을 잡기 위해 소 잡는 칼을 들었다는 액션을 겉으로 보여야만 했다.

그들의 주인인 중급 악마 갈릭에게 자신들의 노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

그의 화가 자신들에게 미치지 않도록 피하고자.

갈릭의 분노를 조금이라도 풀어주기 위해.


- 둥! 둥! 둥! 둥!


군악대의 북소리에 맞춰 대군이 진군한다.

프락취와 하급 악마들은 필립을 선두로 목적지인 던전 ‘고블린 둥지’를 향해 천천히 나아갔다.

침략전이 시작됐다.








***


“반갑소. 이 던전에서 검술 교관 역할을 수행할 ‘메돈’이라고 하오. 잘 부탁드리오.”


그 시각, 라온은 다린이 보내준 검술 교관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

한도 끝도 없이 아래로 내려갈 것만 같은 매력적인 굵은 음성이 라온에게 향했다.

자신을 메돈이라 소개한 그는 쌔끈하게 잘 빠진 큰 키와 반짝반짝 빛나는 두골이 인상적인 마인이었다.

그의 한 손에는 자신의 키만큼 거대한 대검이 들려있었다.


‘엄청 무거워 보이는데······.’


메돈은 그 대검을 아무렇지도 않게 한 손으로 들고 있었다.

근육 하나 없는 저 부실한 신체로 어떻게 저런 대검을 들고 다닐 수 있는 걸까.

짧은 의문이 라온의 뇌리에 스쳤지만, 라온은 내색하지 않았다.


“어······. 그래. 반갑다. 난 라온이야. 어······. 그러니깐 메돈이라고 부르면 될까?”

“그러시오. 개의치 않소이다.


엘린 만큼이나 무뚝뚝한 음성이다.

라온은 그 목소리와 메돈의 나른한(?) 표정으로 인해 그의 성격을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


사실 메돈에게는 표정이 없었다.

단지, 라온은 그가 나른한 표정을 짓고 있다고 느꼈을 뿐.

라온은 실례인 것을 알지만, 처음 보는 메돈의 ‘종족’을 빤히 관찰했다.

다린을 통해 그에 대한 설명은 이미 들었었다.

그런데 직접 마주하니 저런 신체로 어떻게 움직일 수 있는지 궁금하기만 하다.


“이 던전에 고용된 몸이니. 나는 그대를 로드라 부르겠소. 그럼 이제 내가 묵을 숙소와 훈련소를 구경해도 되겠소?”


메돈이 시퍼런 안광을 번득이며 라온에게 말했다.

하지만, 라온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라온은 이미 메돈이라는 종족에 깊이 빠져있었다.

라온은 침을 꿀꺽 삼키며 그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관찰했다.

메돈의 입이 열릴 때마다 움직이는 턱관절이 신기하다.

저런 무거운 대검을 들고 있으면서도 빠지지 않는 어깨 관절도 신기했다.

하얗게 잘 빠진 메돈의 저 신체가 얼마나 튼튼한지 만져보고 싶다.


‘한쪽 팔을 어쩌다 잃게 되었을까. 신기하네.’


라온은 그의 모든 게 궁금했다.

메돈의 ‘모습’은 라온이 호기심을 일으키기 충분하다 못해 넘쳤다.

라온이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메돈을 계속 관찰했다.


“큼···! 큼!”


그때, 라온의 눈빛이 부담스러웠는지 메돈이 떨떠름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메돈의 진득한 목소리가 던전 ‘타락한 천사의 요람’에 울리기 시작했다.


“던전 로드. ‘해골 병사’를 처음 보시오?”


걸어 다니는 ‘해골 병사’ 메돈.

그 외팔의 해골이 라온의 던전에 검술 교관으로 정착하는 순간이었다.










***


----------

[스탯창]

1. 이름 : 메돈

2. 종족 : 해골 병사 인척 하는 데스나이트(유니크)

3. 등급 : -

4. 칭호 : -

5. 고유능력 : -

6. 성향 : 도광양회(韬光养晦)

7. 소속던전 : 타락한 천사의 요람

8. 기본능력 :

- 근력 : ??

- 반사신경 : ??

- 지력 : ??

- 체력 : ??

- 마력 : ??

9. 스킬 :

- ??

- ??

- 뼈 복구

- 은폐/엄폐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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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온과 라오스의 하급 악마들(1) +3 18.07.11 511 14 13쪽
17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3) 18.07.11 573 12 14쪽
16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2) +1 18.07.10 550 13 15쪽
15 탐욕 상회와 노예계약(1) +3 18.07.09 587 16 13쪽
14 날개 잃은 천사(2) +1 18.07.09 603 14 15쪽
13 날개 잃은 천사(1) 18.07.07 599 14 13쪽
12 청년과 각성(4) +1 18.07.06 626 12 17쪽
11 청년과 각성(3) 18.07.05 614 11 12쪽
10 청년과 각성(2) +1 18.07.05 638 10 15쪽
9 청년과 각성(1) +1 18.07.04 681 8 10쪽
8 죽음과 격변(3) +3 18.07.03 636 11 9쪽
7 죽음과 격변(2) +3 18.07.03 677 12 7쪽
6 죽음과 격변(1) +2 18.07.02 682 11 12쪽
5 던전 '고블린의 둥지'(2) +1 18.07.01 759 12 12쪽
4 던전 '고블린의 둥지'(1) +1 18.06.30 871 12 12쪽
3 청년과 어두운 동굴(3) +1 18.06.30 1,081 12 15쪽
2 청년과 어두운 동굴(2) 18.06.29 1,330 14 11쪽
1 프롤로그, 청년과 어두운 동굴(1) +3 18.06.28 1,751 22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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