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균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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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균형자
작품등록일 :
2012.03.18 19:00
최근연재일 :
2012.03.18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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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15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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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12쪽

4th 09. 검은 날개(1)

DUMMY

현자의 오두막 지하. 이곳의 신비로운 청록색의 불빛은 그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었다.


“뭐라고?”


그의 말에 이카온의 이마가 구겨졌다.


“빛의 신관에게 에이져가 당했다.”


“당했다니...”


잠시 그것이 죽음을 뜻하는 것인지 고민하던 케이저는 자신들에게 ‘죽음’이란 목표에 도달했다고 표현하기에 죽음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다니... 말도 안 돼. 우리는 안 죽으니까...”


케이저의 말에 이카온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하지만 고통도 있지.”


“그래서, 고통에 못 이겨서...?”


이카온의 설명을 들은 케이저의 얼굴이 한심하다는 듯 변하자 이카온이 다시 입을 열었다.


“에이져가 항복하지는 않았고 그냥 내가 끼어 들어서 데려왔다.”


“그래?”


그래도 충분히 한심한 눈으로 보는 케이저였다.


“그래서, 에이져는?”


“레어는 위험하니까 섬 쪽에 내려주고 왔다.”


이카온에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도 안 돼... 에이져가 당하다니...”


세이너는 아무래도 이상하다는 표정이었다.


“물론 그대로 싸웠으면 이길 수는 있었겠지만... 그래도 상처가 더 심해질 것 같았기에 내가 데려왔다.”


“아니, 일단 인간이 그 정도의 상처를 입힌다는게 말이 안 되잖아?”


“......나는 된다고 생각하는데.”


그의 말에 모두의 시선이 우엔에게로 향했다.


“그는 ‘사냥꾼’의 감각을 가지고 있어.”


“그거야 그렇겠지만... 마족에게만 통하는 능력 아닌가?”


우엔이 고개를 저었다.


“나야 마족에게만 감각을 사용할 수 있지만... 내 동생은 달랐어. 마족만이 아니라 ‘마물’에게 까지 가능했으니까.”


그렇게 따진다면, 마물, 마족이 아니라 용족에게까지 감각을 사용하는 것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게다가 그는 용족과의 전투를 많이 겪어보았으니...


“하지만 그 능력은 수십, 수백번의 세대를 거치면서 약해지지 않았나?”


이카온의 물음에 우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 강한 녀석이 나올 수도 있지. 마황자라던가 아니면 그 신관이라던가...”


“......흐음...”


우엔도 마족사냥꾼의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이 감각을 가진 존재는 단 셋, 마황자, 라드, 우엔. 물론 우엔의 능력이 마족에게는 훨씬 강하다. 다만... 우엔은 마물 같은, 마족 외에게는 감각을 사용할 수 없다.


“그렇다면 이카온. 왜 그를 죽이지 않았지?”


세이너의 말에 케이저와 우엔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렇게 위험한 상대라면 의식에 방해가 될 수도 있다. 게다가 ‘그’와 가까이 있으니 방해가 될 확률은 더욱 높아진다.


“글쎄...”


이카온은 잘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냥 변덕인가?”


어차피 균형자들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이번에 에이져만 하더라도 자기 마음대로 빛의 신관에게 덤비지 않았던가.


“그럼 다음에는 확실히 처리할 수 있겠지?”


이카온이 에이져보다 월등히 강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인간형의 적에 대해서는 이카온이 훨씬 강하고 다수의 적이나 거대한 적을 상대로는 에이져가 훨씬 강한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검과 대포의 차이랄까. 검은 대인전을 상대로는 좋지만 다수를 상대로는 힘들고, 대포는 다수를 상대로 위력은 좋지만 대인전에서는 당연히 힘들다.


“글쎄......”


이카온은 확답을 하지 않았다.


“왠지... 그는 공격하고 싶지 않다. 별로 만나고 싶지도 않고.”


이카온은 아무래도 빛의 신관이 꺼려지는 모양이었다.


“......미치겠군.”


세이너는 인상을 찌푸렸지만 이카온에게 특별히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었기에 가만히 있어야 했다.


“그럼, 만약에 경우 싸울 수 있는 것은...”


세이너가 의견을 정리하려 하자 데이너가 끼어 들었다.


-페이로나, 이카온, 우엔, 케이저. 이 넷입니다 언니-


“아, 그랬나?”


세이너는 의식을 직접 해야 하고, 데이너는 이 모양이라 제대로 나서지 못하고, 에이져는 상처 입었고...


우득.


세이너가 이를 갈았다.


“인형녀석은... 또 어디로 숨은 거야.”


그는 이번 일에 끼어 들 생각이 없는 모양이어서 도움을 바라기도 힘들었다.


-상대는 최악의 경우로 상정해 봤을 때, 자르카 나크델, 라드 슈발로이카, 파이라엘 아나스 프라스타, 세니키드 카레스, 마황자 카시드... 이 다섯이죠-


“한 명이 모자라는군.”


비록 자신들이 죽지는 않는다고는 하지만 그들을 확실히 이길 자신도 없었다. 몇 명이서 시간을 끄는 사이에 그들이 세이너를 방해할지도 모르고.


쪼르륵...


페이로나는 과일 안에 있는 과즙을 송곳니로 빨아먹으며 물었다.


“그래도 마황자 카시드가 이 일에 끼어 들까?”


세이너도 잘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최악의 경우일 뿐이고... 잘 된다면 자르카 나크델만 나설 수도...”


데이너가 세이너의 말을 끊었다.


-아니, 분명히 최악의 사태로 갈 겁니다-


“......”


세이너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데이너의 말이 틀린 경우는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좋은 일이건 나쁜 일이건.


“어쩔 수 없지. 의식이 조금 느리게 진행되더라도 내가 하나를 맡으면서 진행할게.”


“괜찮겠나?”


이카온의 물음에 세이너는 고개를 끄덕였다.


“대신, 나머지가 더 오지 않도록 해야해.”


“알겠다. 내가 세키를 맡지.”


이카온의 대답에 페이로나가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이카온을 바라보았다.


“괜찮겠어?”


“뭐가 말이지?”


“세키와 싸워도.”


“별 상관없다.”


이카온에 대답에 페이로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난 마황자를 맡을게!”


“그럼 남은 건 파리아와 자르카, 라드군.”


우엔은 잠시 고민했다.


“내가 파리아를 맡겠어.”


케이저의 선공에 우엔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도 파리아를 고를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럼 내가 자르카를 상대하지.”


“흥. 어차피 넌 자르카를 상대해야 해.”


먼저 선점한 케이저의 놀리는 듯한 말에 우엔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라드 슈발로이카를 상대하면서 의식을 해야 하는 건가?”


세이너의 물음에 균형자들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최고 위험 인물로 지목된 그를 의식을 치르면서 상대하기는 쉽지 않으리라 생각한 까닭이었다. 게다가 세이너는 그다지 전투에 특화되어있지 않았으니까.


“음... 아무래도 파리아를 그곳으로 보내는 것이...”


“아, 아. 괜찮아. 어차피 나도 그에게 관심이 조금 있었거든.”


괜찮다는 듯한 세이너의 대답에 균형자들은 불안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의식은 두 달 뒤. 무란산맥에 있는 파괴자의 마지막 흔적에서 시작합니다. 장소는 이곳에서 케이저의 능력으로 이동. 알겠습니까?-


“알겠다.”


“그러지.”


“왜 또 내가 이동해줘야 돼?”


“케이저랑 같이 가기 싫은데.”


그들은 겉으로는 장난스럽게 대답하고 있었지만, 가슴속으로는 의식에 대한 기대와 흥분으로 긴장하고 있었다.



덥다.


‘창문이라도 열어놓고 잘걸’


괜히 감기 걸릴까봐 창문을 닫았더니 지금 이 상태다.


‘일어나자마자 씻어야...’


지금 당장에 씻고 싶다.


“흐아......”


그러나...


“휘유... 휘유...”


그게 안 된다.


“......”


도대체 티엘은 왜 나한테 붙어서 자는 걸까?


똑똑.


“일어나셨습니까?”


“......”


케이안이었다. 씻을 물 좀... 준비해 달라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목소리를 내면 예민한 티엘은 금방 깰 텐데.


“휘유......”


이렇게 푹 자고 있는데 깨우기도 그렇다.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게다가 몸에 딱 붙어 있어서 살짝 움직이기만 해도 깰 것 같고.


똑똑.


“가주님?”


“어... 그게...”


최대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똑똑.


“아직 주무십니까?”


안 들렸나 보다.


‘크으으......’


어제 새벽에 우리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우리는 몰래 담을 넘어오다가 기절하는 줄 알았다.


“휘유......”


갑자기 검은 날개가 덮쳐오면 누구나 놀라기 마련이니까. 게다가 그것에게 공격당한 기억이 있다면더더욱!


‘새벽까지... 잠을 안 잔 거겠지’


티엘과 함께 눕고 나서도 제대로 취침하지는 못했다. 애들이 원래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 체온이 높아서 더우니까...


“에효......”


역시 어제 창문을 열고 잤어야 하는 것인데.


똑똑.


“나중에 오겠습니다. 가주님.”


케이안은 대충 눈치를 채고 돌아간 것 같았다.


“......”


이제 별 방법이 없었다. 그냥 이대로 재우고 있어야지.


‘그놈은... 누구지?’


부비적...


티엘이 추운지 품에 파고들었기에, 조심스럽게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마도... 여덟 균형자 중 하나...’


그렇다면 그 여덟을 다 상대해야 하는 건가?


‘쳇......’


앞으로 여덟 번이나 그런 괴물을 상대해야 하다니.


‘게다가 지난번에 그 불덩어리......’


왠지 모르지만, 그것과는 싸우고 싶지 않았다. 아마 에이져에 대한 증오가 없었다면 그에게 덤벼들지도 않았을 것이다.


“끄응...”


계속해서 티엘이 몸을 뒤척이다가 천천히 눈을 떴다.


“......”


“......”


티엘은 잠에서 깨면 가장 먼저 나와 눈을 마주친다.


‘이거 기분이...’


어쨌거나 이걸 피하면 울어버리니까 별 수 없이 마주쳐 줘야 한다.


‘파리아의 말로는 이게 아침 인사라고... 했지?’


사실, 파리아나 나나 천족처럼 정신적인 대화를 할 수 없으니 티엘의 의사소통에는 꽤 문제가 많았다. 다행히 말은 금방 알아듣지만 입으로는 쉽게 말하지 않는다. 정말 급한 경우에만... 쓴다고 해야 할까.


“안녕?”


방긋.


내 인사에 티엘이 웃으며 대답했다.


‘뭐, 말이 없어도 대충 뜻은 아니까’


그럼 상관 없는거 아닌가.


“자, 이제 나가자.”


끄덕.


나를 도와 티엘이 이불을 정리하고 잠시 굳었던 몸을 푼 뒤(잠을 못 자서 그런지 감각이 많이 둔했다)방문으로 나갔다.


끼익...


이거 문에 기름 좀 쳐달라고 해야겠네.


“가주님. 나오셨습니까.”


“아, 응.”


이 하인이... 누구더라?


“안쪽에 목욕물을 준비해뒀습니다.”


“아, 고마워.”


역시 케이안. 눈치가 빠르구나.


“티엘 아가씨는 뒤쪽 욕탕에서 마사님이 기다리고 계십니다.”


티엘의 안색이 약간 새파래졌다.


“하하... 그럼 잘 다녀와.”


왠지 가기 싫다는 표정이지만... 안 보냈다가 마사가 투정부리면 괜히 처지곤란이다.


“가시지요.”


티엘은 하인의 안내를 따라 고문실(?)로 향했고, 나는 그런 티엘에게 미안한 감정을 감추며 안쪽 욕탕으로 들어갔다.


“어허......”


욕탕에 들어가자마자 따뜻한 물을 즐기고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뭐야 이 아저씨 같은 목소리는’


“라드왔냐.”


“아주 집 주인 행세를 하는 구만. 나를 위해 준비한 욕탕을 마음껏 쓰고.”


지금 이 욕탕에 있는 것은 세키. 뱀파이어 주제에 목욕까지 즐기고 있다.


“뭐 어때. 이 몸은 고급 인력이라고.”


그 정도 고급 인력은 넘치는 곳이 이 집인데 말이지.


“그럼 밥값을 하던가.”


심심하면 하녀들을 피의 권능로 불러들여서 피를 뽑아내지 않나... 지난번엔 괜히 황궁 파티에 가서 귀족 아가씨들 피 몰래 빼다가 걸리지 않나... 그나마 양심적인 것은 기억을 다 지우고 아주 약간씩만 빼내서 건강에 이상이 생기지 않는다는 정도. 그걸 보고 자르카가 한마디했다. ‘모기’라고.


촤아아...


내가 욕탕에 들어가니 물이 넘쳤다.


“으허......”


도대체 저 소리의 의미는 뭐야?


“으허...”


......그리고 왜 난 그걸 따라하고 있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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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5 외전 - 위험한 유혹 +1 12.02.21 225 10 9쪽
274 4th 09. 검은 날개(9) +1 12.02.21 243 13 11쪽
273 4th 09. 검은 날개(8) 12.02.20 219 7 9쪽
272 4th 09. 검은 날개(7) +1 12.02.19 197 7 9쪽
271 4th 09. 검은 날개(6) +1 12.02.18 225 6 8쪽
270 4th 09. 검은 날개(5) +1 12.02.18 205 7 8쪽
269 4th 09. 검은 날개(4) +2 12.02.17 225 6 13쪽
268 4th 09. 검은 날개(3) +1 12.02.16 229 6 8쪽
267 4th 09. 검은 날개(2) +2 12.02.16 221 8 9쪽
» 4th 09. 검은 날개(1) +1 12.02.15 257 6 12쪽
265 외전 - 세이크리드 하트 +1 12.02.14 209 8 14쪽
264 4th 08. 공포의 드래곤(14) +3 12.02.14 253 8 68쪽
263 4th 08. 공포의 드래곤(13) +2 12.02.13 223 6 8쪽
262 4th 08. 공포의 드래곤(12) +1 12.02.13 235 6 9쪽
261 4th 08. 공포의 드래곤(11) +2 12.02.12 279 7 8쪽
260 4th 08. 공포의 드래곤(10) +2 12.02.12 214 8 8쪽
259 4th 08. 공포의 드래곤(9) +1 12.02.11 213 8 8쪽
258 4th 08. 공포의 드래곤(8) +1 12.02.11 283 11 10쪽
257 4th 08. 공포의 드래곤(7) +4 12.02.10 240 6 9쪽
256 4th 08. 공포의 드래곤(6) +5 12.02.09 227 6 10쪽
255 4th 08. 공포의 드래곤(5) +1 12.02.09 220 5 9쪽
254 4th 08. 공포의 드래곤(4) +1 12.02.08 225 7 8쪽
253 4th 08. 공포의 드래곤(3) +1 12.02.08 206 6 10쪽
252 4th 08. 공포의 드래곤(2) 12.02.07 248 6 9쪽
251 4th 08. 공포의 드래곤(1) +4 12.02.06 239 6 10쪽
250 The Happy End... +5 12.02.06 250 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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