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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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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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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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2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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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 운명은 한 순간에 바뀐다.

강호




DUMMY

신오진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쓰러졌다.

피해야 한다는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웠지만, 몸이 그걸 따라주지 못해 발이 엇갈려 뒤로 쓰러진 것이었다.

‘으으...’

글자 그대로 혼비백산한 상황이라, 어디가 베인 건지 사지가 멀쩡히 붙어 있는지 살펴볼 경황도 없었다.

신오진은 반쯤 혼이 나간 상태로 뒤로 기어 문제의 괴한에게서 멀어지려 했다.

“이놈 봐라?”

그런 신오진의 모습을 보고 예의 흉한이 피식 웃었다.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꾸물꾸물 난리네. 허허...”

그러자 신오진의 퇴로를 차단한 괴한이 혀를 찼다.

“야야. 장난 그만하고 어서 일 끝내라. 의뢰를 잊은 것은 아니겠지?”

‘의뢰?’

그 말은 그 와중에도 신오진의 귀에 쏙 박혔다.

‘의뢰라니? 그럼 이 자들은 그냥 강도가 아니란 말인가?’

누군가의 사주를 받은 자들이라고 생각하자, 오히려 그의 머릿속이 더욱 혼란해졌다.

누가? 왜? 아무리 생각해도 짚이는 부분이 전혀 없었다.

누군가 자신을 해치라고 사주했다는 사실 자체가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이해가 가든 안 가든 이대로는 죽는다.

신오진은 필사적으로 땅을 기어서라도 도망치려 했지만, 그것은 저 사내들이 보기에 그저 헛된 몸부림에 불과했다.

“이놈아. 네놈도 남자라면 죽을 땐 발악하지 말고 기개 있게 죽어야 하지 않겠느냐?”

괴한은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그대로 신오진을 향해 매섭게 칼을 내리쳤다.

“으... 으아아아아!”

신오진은 필사적으로 몸을 구르며 어떻게든 그 일격을 피하려 애썼다.

그 필사의 시도가 기적을 불렀을까?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는 신오진을 베지 못하고, 괴한의 칼이 바닥을 찍었다.

“허?”

헛 칼질을 한 괴한이 어이없다는 듯 실소를 흘렸다.

“미치겠네. 내 일도를 피했어?”

“......!”

물론 그런 소리는 신오진의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그는 어떻게든 퇴로를 막은 괴한의 옆을 돌아 도망을 치려고 네발로 기다시피 달렸다.

이대로 독 안에 든 쥐처럼 갇혀 죽느니, 어떻게든 퇴로를 막은 괴한만 피해서 도망칠 수 있다면 한 가닥 살길이 열리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이래 죽나 저래 죽나 매한가지!’

하지만... 역시나 무모한 시도였다.

“어딜 감히!”

신오진의 퇴로를 막았던 괴한이 호통과 함께 발을 뻗어 그의 머리를 걷어찼다.

“컥!”

매우 매섭고 빠른 발차기였다.

그 공격을 막는 것은 신오진의 능력 밖의 일이었다.

단 한방에 그는 의식을 잃고 바닥에 거칠게 나가떨어졌다.

그렇게 쓰러진 그를 바라보며 발차기를 날린 괴한이 말했다.

“어서 죽여. 무공을 모르는 놈이 비연각을 머리에 정통으로 맞았으니, 그냥 놔둬도 뇌진탕으로 죽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래도 일단 일은 확실히 처리해야지.”

“거 보채긴. 그런 말 안 해도 다 알아서 해. 이 짓 하루 이틀 하나? 그리고 그럴 거면 네가 베어버리지 그랬어.”

“그럼 재미가 없잖아. 좀 살려달라고 빌고 눈물 콧물 흘리면서 땅에 머리 처박는 것 정도는 봐야지. 에잉, 그러려고 도로 베지 않고 발로 슬쩍 찬다는 것이 얼떨결에 제대로 차버려서 김이 샜어. 비연각으로 머리를 정통으로 찼으니 놔둬도 정신 못 차리고 죽겠지만, 내가 그러려던 것이 아닌데 에이...”

“크크크크. 미친놈.”

그들은 그렇게 노닥거리며, 칼을 들고 쓰러진 신오진에게 다가갔다.

“이놈아. 이 어르신들을 원망하지 마라. 그저 네 타고난 명이 여기까지인 것을. 그래도 의식을 잃었으니 죽는 줄도 모르고 고통 없이 죽을 수 있을 것이다. 끌끌. 그나마 그게 어디냐, 크크크.”

완전히 의식을 잃고 쓰러진 그에게 다가간 괴한이 흉소를 흘리며 그대로 칼을 내리치려는 그 순간이었다.

쉬잉-!

어디선가 날아든 무언가가 괴한의 손에 든 칼을 강타했다.

카앙-!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괴한의 손에 들린 칼이 튕겨 날아갔다.

“크헉!”

괴한은 외마디 신음과 함께 손목을 움켜쥐었다.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낭패한 모습으로 그는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어느 고인이시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

그 침묵이 더욱 부담스러워 괴한은 잠시 낭패한 표정으로 어찌해야 할지 망설였다.

그때 그의 동료가 전음을 보내왔다.

-아무래도 일단 물러서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뭐라고? 의뢰를 마치지 못했는데 이대로 꽁무니를 빼자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냐?-

그러자 그의 동료가 슬그머니 눈길로 그가 놓친 칼을 가리켰다.

‘......?’

괴한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시선을 따라 그의 무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는 순간적으로 흠칫하고 놀랐다.

그의 손에서 튕겨 나간 칼은 마치 집어 던진 것처럼 벽에 박혀 있었던 것이다.

힘껏 집어 던져 벽에 박아넣은 것처럼 박힌 칼의 모습이, 조금 전 그의 손아귀에서 칼을 떨군 공격에 실렸던 경력의 위력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게 했다.

‘무서운 공력이다. 대체 누가...!’

그러나 그의 동료가 가리킨 것은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괴한은 한 박자 늦게 깨달았다.

‘헉!’

그는 헛바람을 삼키며 눈을 크게 부릅떴다.

‘이... 이럴수가!’

벽에 박힌 칼의 도신(刀身)에 무언가 박혀 있었다.

그의 손에서 칼을 떨구고 벽에 박아버린 일격이 남긴 흔적! 그것은 바로 한 장의 나뭇잎이었다.

괴한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무림에는 적엽비화라 불리는 수법이 있다.

나뭇잎 한 장, 꽃잎 한 장 따위를 던져 사람을 살상한다는 절기...!

그러나 그런 수법을 괴한들은 평생 비슷한 것을 본 적도 없었다.

약간만 힘을 줘도 뭉개질 나뭇잎이나 꽃잎 따위로 도대체 어떻게 사람을 상하게 한단 말인가!

그런데 암중의 고수는 그런 나뭇잎 한 장을 날려 그의 손에서 도를 날려 벽에 박아버린 것으로 모자라, 그 나뭇잎이 도신(刀身)에 박히게 한 것이다.

그저 이야기 속에서나 듣던 수법을 눈앞에서 보자 그들은 오금이 저리고 등골이 서늘해 제대로 입을 열 수도 없었다.

이런 적엽비화의 한 수를 펼치려면 도대체 그 무공이 어느 정도의 경지에 도달해야 하는 건지 괴한들로서는 짐작도 가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니 의뢰고 뭐고 일단 몸을 피하자고 동료가 나온 것이 당연했다.

“......!”

괴한은 주춤주춤 물러서며 중얼거렸다.

“귀... 귀하가 이... 이 자를 해치길 원하지 않는다면... 우... 우린.. 이대로 물러가겠소.”

그 말에 대답은 없었다.

그러나 그들은 대답을 기다리지 않았다.

아무런 대답이 없는 것이 바로 허락이라고 판단하고, 그는 즉각 동료에게 눈짓을 한 후, 급히 물러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괴한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하고 난 뒤, 누군가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신오진의 옆에 기척도 없이 내려섰다.

그는 신오진의 몸을 살피고, 맥을 짚어보더니 으음 하는 침음성을 냈다.

“상태가 좋지 않군.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그는 쓰러진 신오진을 가볍게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몸을 날려 어디론가 달려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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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오진은 꿈을 꾸었다.

“헉헉...”

그는 쫓기고 있었다.

시퍼런 칼을 든 흉한들이 흉소를 흘리며 그를 쫓고, 목숨을 노리던 그 장면을 그는 꿈속에서 반복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지?’

이렇게 누가 자신을 죽이려 할만한 일을 한 기억이 도무지 없기에, 신오진은 꿈속에서도 억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이유라도 알면 억울하지나 않을 것을...

그는 그저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죽으라 뛰었지만, 그런 발악도 헛되이 뒤를 쫓는 흉한들과의 거리는 계속 가까워지기만 했다.

그리고 결국 그들에게 따라잡힌 신오진의 머리를 향해 시퍼런 칼이 벼락이 되어 내리꽂혔다.

“씨발-!”

저주를 담은 절규에 가까운 외마디 욕설과 함께 신오진은 눈을 번쩍 뜨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어...?”

잠시 멍하니 앉아 있던 그는 조금 전 자신이 꿈을 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꿈? 하지만 분명 나는 칼 든 놈들에게 죽을 뻔했는데?’

꿈과 기억이 순간 혼동되었지만, 기억은 점차 뚜렷하게 살아났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아무리 생각해도 그 상황에서 자신이 살아날 방법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는 분명 살아 있었다.

‘대체 무슨 일이?’

그는 급히 목이며 배, 얼굴 등등을 구석구석 더듬으며 살피기 시작했다.

머리가 좀 아프긴 해도, 사지도 멀쩡하고 큰 상처 같은 것도 없이 무사했다.

‘꿈이 아니야. 정말로 내가 살아 있어!’

신오진은 참 기쁘면서도 이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아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말하기 민망한 이야기지만, 그가 기절하기 전 상황은 비유하자면 생선을 잡아 도마에 올려놓은 상태나 마찬가지였었다.

죽어도 골백번은 죽었을 상황인데, 도대체 어떻게 자신이 살아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잠시 멍하니 자리에 앉아 있던 신오진은 뭔가 묘하게 익숙한 냄새에 퍼뜩 정신을 차렸다.

‘이건... 약냄새다.’

어머니의 병을 다스릴 약을 처방받으러 의원에 갔을 때, 자주 맡은 그런 냄새였다.

진하게 맡아지는 약냄새와 낯선 방, 침대 위에 누워 있는 자신의 상태를 고려하면 이곳은 아마도 어느 의원의 방 안인 것 같았다.

‘내가 스스로 이곳에 오진 않았을 테니, 누군가 도와준 사람이 있다는 얘기겠지?’

자신이 의원에 있다고 생각하자, 신오진은 헉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큰일났다!’

의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가난한 이들 중 상당수는 아파도 제대로 약 한첩 써보지 못하고, 의원 근방에도 못 가보는 이들도 부지기수 아닌가.

당장 신오진 그 역시 버는 돈의 대부분을 어머니의 약값으로 의원에게 쓰고 있었다.

여기가 의원이라는 걸 알자마자, 신오진은 치료비가 얼마 나왔을지부터 겁이 나기 시작했다.

“이... 일어나야 해.”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다 어라? 하고 허공에 시선을 멈췄다.

‘저게 뭐지?’

신오진의 시선이 허공에 멈추었다.

그곳에는 은은한 광채를 비추며 빛나는 커다란 느낌표 한 개가 둥실둥실 떠 있었다.

“......?”

신오진은 팔을 들어 쓱쓱 눈을 비빈 다음 중얼거렸다.

“내가 기가 허한가? 뭔가 헛것이 보이는 것 같아?”

그렇게 눈을 비빈 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다시 문제의 그곳을 바라보았다.

“......!”

그곳에는 여전히 커다란 느낌표가 보란 듯이 둥실둥실 떠 있었다.

“어 씨발? 내가 미친 건가?”

그러고 보면 그 자객(?)들에게 당할 때 머리를 제대로 맞았었다.

신오진은 혹시 그거 때문에 자신의 머리가 이상해진 건 아닌지 크게 의심하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이거 어떡하지?’

헛것을 보거나 머리가 이상해졌다는 소문이 돌기라도 하면, 그나마 지금 가족을 건사하는 밥벌이인 점소이 자리에서 쫓겨날지도 몰랐다.

미친놈이라고 소문나기라도 하면 어느 객잔에서 그를 써주겠는가.

겁이 더럭 난 신오진은 파리를 쫓듯 손을 휘휘 내저으며 눈을 감고 고개를 흔들었다.

그렇게 하면 허공에 떠 있는 은은히 빛나는 느낌표가 사라지기라도 할 듯 말이다.

거의 무의식적으로 행한 행동... 그런데 그 행동이 의외의 결과를 불러왔다.

스르륵.

뭔가 책장이 넘어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낯선 목소리가 신오진의 귀에 들려왔다.


-운명록 사용 방식과 요령에 관한 간단한 설명입니다. 설명을 들으실 거면 예를 거부하실 거면 아니오를 생각해주십시오.-





운명록


작가의말

3편도 올라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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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19. 운명록 특별 임무 +6 18.11.29 5,451 7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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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6. 칩입자 +5 18.11.25 5,446 74 11쪽
17 15. 손 숙의 이별 선물 +12 18.11.24 5,493 81 13쪽
16 14. 운명록 특전 +3 18.11.23 5,716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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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7. 구사일생 +5 18.11.16 6,609 8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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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 첫 번째 운명록 임무를 받다. +7 18.11.14 7,957 8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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