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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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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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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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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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 구사일생

강호




DUMMY

늦은 후회지만, 그는 그렇게 맹세했다.

마음을 정하자 두려움도 약간 가시고 투지가 생겨났다.

죽더라도 당당하게 죽지, 벌벌 떨며 비루하게 죽진 않을 것이다.

죽음이 코앞이지만, 신오진은 최선을 다해 저들에게 맞서기로 했다.

무기가 없어 맨주먹이지만, 신오진은 결의를 드러내며 이를 악물고 다가오는 흉한을 대적하기 위해 섰다.

“허...”

그 모습이 가소로웠는지, 흉한은 나직하게 비웃음을 토하더니 그대로 도를 휘둘러 공격해왔다.

‘큭...!’

운명록으로 체질을 강화하지 않았다면, 신오진은 절대로 이 일격에 반응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가 고개를 젖히며, 흉한의 일도를 아슬아슬하게 피해낸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으로 공격은 끝이 아니었다.

목을 노리고 횡으로 베어진 도격은 그대로 유려하게 꺾이며, 자세가 무너진 신오진의 다리를 베어 갔다.

물 흐르듯 이어진 그 공격은 지금의 신오진이 예측하거나 반응할 수 있는 수준의 공격이 아니었다.

단숨에 피가 튀고, 신오진의 다리가 토막이 나는 참사가 벌어지려는 그 순간!

카앙-!

강렬한 금속성 파열음과 함께 흉한의 도가 튕겨 날아갔다.

“커억!”

상당한 충격을 받은 듯, 낭패한 몰골로 흉한은 손목을 부여잡고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어느새 장내에는 한 사내가 나타나 있었다.

사내는 보통 사람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체격도 아주 크고 탄탄했다.

마치 바위가 움직이는 것 같은 무게감과 압박감을 가진 거한이었다.

그런 사람이라면 멀리서 걸어와도 눈에 확 띌 텐데, 그는 마치 유령처럼 어느새 장내에 나타나 뒷짐을 지고 서 있었다.

사내의 등장에 장내의 분위기가 싸늘히 가라앉았다.

‘아... 혹시 저분은?’

신오진은 문득 의원에게서 들었던 말이 떠올랐다.

의원은 분명 체격이 좋은 무사 운운하지 않았던가.

그는 직감적으로 지금 나타난 저 사내가 자신을 구해준 은인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으... 은인!’

신오진은 떨리는 시선으로 ‘은인’의 모습을 기억하겠다는 듯 그를 살폈다.

이목구비는 전체적으로 선이 굵고, 호쾌한 인상으로 무엇보다도 안광이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번뜩여 감히 시선을 마주치기 어려운 위압감을 뿜어내는 그런 사내였다.

그 단련된 거대한 육체와 타오르는 듯 번뜩이는 안광은 이야기 속의 천장(天將)을 떠올리게 할 정도였다.

어지간한 사람은 그와 마주 보는 것만으로도 주눅이 들 것이다.

그리고 그건 두 흉한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어쩔 줄 모르고, 엉거주춤하게 선 채 나타난 사내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재밌는 소리를 하더구나.”

‘은인’은 그렇게 말하며 힐끗 신오진을 바라본 후, 다시 흉한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 모습을 보자 신오진은 내심 짚이는 것이 있었다.

‘설마 이곳에서 한 이야기를 다 들은 건가?’

만일 그랬다면, 자신을 무시하는 그런 언행도 그가 다 들은 것이 아닐까?

이유가 무엇이든, 그가 나타나서 저 흉한들의 공격을 저지했다는 것으로 일단 절체절명의 위기를 넘겼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사실 신오진의 추측대로였다.

‘은인’은 이곳에서 흉한과 그가 주고받는 이야기를 들었기에 적절한 순간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조금 전까지 예의 ‘은인’은 그다지 멀지 않는 위치에 있는 문제의 사당에서 무언가를 조사하고 있었다.

그러다 주변에서 살기와 소란을 감지하고 조용히 근처에 와 상황을 살피다 적절한 순간에 개입한 것이었다.

어쨌든 일단 죽다 살아났다 생각하자 신오진은 감사하다고 큰 소리로 부르짖으며 그에게 연신 절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러나 그는 입을 다문 채 잠시 상황을 관망하기로 했다.

만에 하나 ‘은인’이 이곳에서 나눈 이야기를 듣고 나타난 것이라면, 신오진 그가 사기 치며 한 이야기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측할 수 없어서였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은인’의 시선은 신오진이 아니라 흉한들에게 향해 있었다.

그는 무감정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어제는 피를 보기도 싫었고, 무림의 일은 지나가면서 보는 것만으로는 사정을 다 알기 어려운 일들이 많기에 그저 제대로 무공도 배우지 못한 일반인을 함부로 해치는 건 용납하지 않는다는 경고를 했을 뿐이었다. 그 정도면 적어도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을 더는 건드리지 않을 거라 생각했지. 그런데 바로 지금 그런 경고를 무시하고 끝내 무공도 제대로 모르는 이를 부득부득 죽이겠다고 나타난 너희 두 녀석과 내가 다시 만나게 되었으니 이것은 너희 두 녀석이 이 나를 우습게 보았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받아들여야겠지?”

“으... 으아아. 그게 아... 아니라...”

“내가 근처에 있는데 다시 어제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그걸 내가 알게 되었으니, 이것도 인연이라면 인연, 이 일을 내가 해결하라는 하늘의 계시인지도 모르지. 그러니 묻겠다. 너희들은 왜 무공도 모르는 일반인을 그리 죽이려 한 것이냐?”

‘은인’의 말에서 그가 바로 지난번 적엽비화의 신기로 그들을 쫓아냈던 고수라는 걸 깨달은 두 흉한들의 얼굴은 푸르딩딩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진짜로 이전의 경고를 안중에 두지 않았다고 말해도 딱히 할 말이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들은 감히 대항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하더니 결국 다 포기한 듯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개인적인 원한 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저 의뢰를 받아서...”

“말해보아라.”

그들은 네네 고개를 굽신거리며 즉시 내막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대강 이러했다.

그들은 소양이도라고 불리는 이들로, 하가장에 고용되어 호장무사 겸 장주의 보표 노릇을 했다고 한다.

그러다 며칠 전, 장주의 아들, 그러니까 하가장의 대공자가 그들을 불러 신오진을 죽여 달라고 사주했다는 것이 그들이 털어놓은 이야기였다.

“......?”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신오진은 내심 황당함을 느꼈다.

‘하가장의 공자가 나를? 대체 왜?’

하가장이 어디인지는 그도 잘 알았다.

마을을 벗어나 동쪽으로 이십 리 정도 가면 나오는 기양현 제일의 부자인 하대인이 세운 장원이 하가장이었다.

이 인근에선 제일 가는 부자라 신오진도 익히 하가장에 대해 들어 알고 있긴 했다.

문제는 그저 그뿐, 그들과 신오진은 아무런 접점도 관계도 없었다.

그런데 그런 하가장의 공자가 신오진 그를 콕 집어서 죽여달라고 사주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화가 나기 이전에 그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그러나 신오진은 분통을 터뜨리거나, 의문을 묻기 전에 나타난 ‘은인’에게 먼저 고개를 숙였다.

“정말 큰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은인. 제가 보기에 어제 저를 구해주신 것도 은인이신 것 같은데, 제 목숨을 두 번이나 구해주셨으니 그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러자 ‘은인’은 별것 아니라는 듯이 손을 휘저었다.

“그리 대단한 일은 아니다. 본래 강호의 일은 지나가다 보는 것만으로는 시시비비를 제대로 알기 어렵기에 어지간하면 모른 척하고 지나가는 것이 강호의 일반적인 행사. 아마도 평소 같았으면 내가 굳이 개입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네가 무공을 모르는 일반인인 것이 너무 확실했기에 그걸 좌시할 수 없었을 뿐이다. 사실 그래서 이전엔 그저 네 목숨을 빼앗으려는 것만 막고 그냥 저들을 쫓아냈던 것이다. 사정이 그러니 굳이 은혜를 베풀었다 말하기도 하찮은 일이지.”

“은인께서는 그리 생각하실지 모르셔도 제게는 작은 일이 아니었습니다.”

‘은인’은 신오진이 그리 말하자 더 뭐라 하지 않고 다시 두 흉한을 바라보았다.

“그래. 그 하가장의 공자란 자가 왜 이 청년을 죽이라고 한 것이냐? 너희도 지시를 받은 것이니 다른 선택은 없었을 것이고... 결국 왜 그를 죽이려 했는지 그 이유가 무엇인지를 보고 이 일을 어찌 처리할지 결정해야겠구나.”

그러나 두 흉한들은 대답을 하지 못했다.

“대... 대공자는 무슨 이유로 그를 죽이라 한 건지는 이야기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냥 그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만...”

‘은인’은 흐음 하더니 불쑥 신오진에게 물었다.

“너는 어떠하냐. 하가장의 대공자란 이가 너를 죽이라고 했다는데, 무슨 짓을 한 것이냐? 뭔가 짚이는 것이 있겠지?”

신오진은 고개를 저었다.

“전혀 짐작이 가지 않습니다. 저는 점소이 일을 하며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애쓰며 조용히 살았습니다, 저와 하가장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습니다.”

“흐음...”

그는 잠시 뭔가 생각하더니, 다시 흉한들에게 물었다.

“뭐 좋다. 그건 그렇다 치고. 이곳엔 너희들만 온 것이냐?”

그 말에 두 흉한들은 잠시 난색을 보이더니 이내 고개를 떨구었다.

“사실은 여섯 명이 더 있습니다. 혹시나 도망을 치거나 숨으면 일이 곤란해질까 싶어 하가장의 하인들 중 거친 놈들을 데려와 저 점소이가 도망가지 못하게 이곳저곳을 지키게 했습니다.”

“그렇다면 저 청년의 집에도 갔겠구나?”

“그것이...”

두 흉한은 전전긍긍하며 제대로 대답을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이미 대답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은인’은 소양이도와 신오진을 힐끗 번갈아 보더니 미간을 찌푸렸다.

“무공도 모르는 이를 죽이려 한 것도 그렇지만, 그 가족까지 끌어들이다니. 이 일이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구나.”

그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두 흉한을 바라보았다.

“과연 내가 너희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적당한 처분일 것 같으냐.”

그러자 두 흉한, 소양이도는 그대로 바닥에 머리를 처박으며 부르짖었다.

“살려주십시오. 이대로 이곳 호남성을 떠서 두 번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겠습니다.”

“살려주십시오.”

그 모습은 고양이가 쥐를 가지고 놀 듯, 신오진을 희롱하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처절한 것이었다.

“흐음...”

‘은인’은 소양이도에게 말했다.

“너희들의 처분은 이 청년의 가족이 무사한가 확인한 후에 결정하겠다.”

그가 결정하자 그것으로 끝이었다.

소양이도는 감히 그의 말에 이러쿵저러쿵 토를 달 엄두도 내지 못했고, 신오진 역시 그의 행사에 뭐라 말할 자격도 생각도 없었다.

그들은 소양이도를 앞에 세우고, 신오진의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

집으로 향하며, 신오진은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역시 힘을 가져야 한다.’

마치 벽처럼 막막하게 느껴졌던 저 두 흉한, 소양이도가 ‘은인’ 앞에서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그냥 그의 자비만 바라는 모습은 그런 생각에 더 확신을 줬다.

저들은 ‘은인’에게 단순히 쩔쩔매거나 반항할 생각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들은 글자 그대로 생사여탈이 ‘은인’의 손에 달린 것처럼 굴었다.

그리고 그건 분명 사실일 것이다.

‘도대체 은인은 얼마나 강한 것일까? 아... 나도 저렇게 강해질 수 있다면...!’

물론 제대로 된 무공 한 자락 배우지 못한 지금 상황에선 너무나 까마득한 꿈이나 마찬가지인 이야기긴 했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신오진은 운명록 임무에 대해 더욱 신경 쓸 수밖에 없었다.

그가 꿈꾸는 그 ‘호쾌하고 화끈한 삶’을 힘을 가지게 해줄 그에게 있어 가장 가능성 큰 수단에 어찌 집중하지 않겠는가!

‘그나저나 지금 이 상황을 운명록 임무를 달성한 상태라고 봐야 하는 걸까?’

현재 그가 수행하고 있는 운명록의 임무는 두 가지.

하나는 운명록 임무: 어둠 속의 적을 찾아라. 이고 다른 하나는 사람을 도우려면 끝까지 도우라 하였으니... 였다.

‘흠...’

신오진은 몰래 운명록의 문구들을 띄워 운명록 임무들의 내용을 다시 한 번 곰곰이 살폈다.





운명록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 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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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4. 신오진, 다짐하다. +7 18.12.06 4,847 61 13쪽
28 23. 총사라 불리는 사나이. +6 18.12.05 4,899 67 11쪽
27 22. 귀화자를 찾아라(2) +8 18.12.04 4,884 66 11쪽
26 22. 귀화자를 찾아라. +8 18.12.03 4,940 58 12쪽
25 21. 신녀공을 전수받다. +6 18.12.02 5,094 70 12쪽
24 20. 신오진의 고민(2) +6 18.12.01 5,008 71 11쪽
23 20. 신오진의 고민 +4 18.11.30 5,241 68 12쪽
22 19. 운명록 특별 임무 +6 18.11.29 5,450 72 12쪽
21 18. 추교를 얻다. +4 18.11.28 5,331 75 13쪽
20 17. 첫 실전(2) +8 18.11.27 5,293 68 10쪽
19 17. 첫 실전 +4 18.11.26 5,330 67 11쪽
18 16. 칩입자 +5 18.11.25 5,446 74 11쪽
17 15. 손 숙의 이별 선물 +12 18.11.24 5,492 81 13쪽
16 14. 운명록 특전 +3 18.11.23 5,716 75 12쪽
15 13 무월보를 배우다. +9 18.11.22 5,758 70 12쪽
14 12. 하수수의 과거 +3 18.11.21 5,774 75 11쪽
13 11. 신오진의 항변 +11 18.11.20 5,859 81 12쪽
12 10. 육합기공을 전수받다. +5 18.11.19 6,098 75 12쪽
11 9. 신오진의 승부수 +6 18.11.18 6,055 77 11쪽
10 8. 생각지도 못한 사실(2) +8 18.11.17 6,240 80 11쪽
9 8. 생각지도 못한 사실 +3 18.11.17 6,401 84 11쪽
» 7. 구사일생 +5 18.11.16 6,609 81 12쪽
7 6. 치명적인 오산 +5 18.11.15 6,826 75 12쪽
6 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5 18.11.15 7,520 74 11쪽
5 4. 첫 번째 운명록 임무를 받다. +7 18.11.14 7,957 87 11쪽
4 3. 운명록을 얻다(2) +6 18.11.13 9,764 90 12쪽
3 3. 운명록을 얻다. +10 18.11.12 10,572 83 12쪽
2 2. 운명은 한 순간에 바뀐다. +7 18.11.12 12,016 89 12쪽
1 1. 현실은 잔혹하다 +13 18.11.12 17,777 10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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