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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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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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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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9. 운명록 특별 임무

강호




DUMMY

소양이도에게 죽다 살아났던 그 날, 갑자기 눈앞에 펼쳐졌던 운명록의 글귀들.

당시 자신이 헛것을 본다고 생각하면서도, 마음 한구석에 혹시나 하는 생각에 글귀대로 해보았다가 운명록이 실제임을 깨닫고 감격하던 그 기억들을 떠올리며 그는 의문에 빠졌다.

이 믿기지 않은 기연에 기뻐하고 그로 인해 얻는 힘에 정신이 팔렸으면서도, 생각해보면 가장 근본적인 점을 그는 간과해 왔었다.

그것은 바로 운명록이라는 것이 도대체 본질적으로 무엇인가? 라는 점이었다.

그것은 어디서 생겨났으며, 어떻게 해서 자신이 그걸 얻게 되었는지 등등 근본적인 의문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좋은 질문이야, 사용자.”

추교가 말했다.

“아주 중요한 질문이며, 그것은 운명록 사용자의 운명을 좌우할 중대한 질문이기도 하지.”

‘뭐야. 지금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읽은 거야?’

“그래. 나는 운명록 사용자에게 종속된 존재. 그대와 정신적으로 이어져 있어 그대의 의지와 생각에 반응한다. 그것을 통해 사용자가 가지는 의문에 대한 적절한 조언을 해주는 것이 나의 존재 의의. 또한 나의 존재 의의는 사용자에게 운명록 사용자가 반드시 선택해야 하는 거대한 운명을 안내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지?”

“아직은 아니야. 아직 너는 그 운명에 맞닥뜨릴 조건을 달성하지 못했다.”

“조건?”

“두 가지 조건이 있지. 하나는 나 추교를 불러내는 것. 그리고 다른 하나는 네 상단전을 완전히 개방하는 것. 그 두 가지 조건을 달성해야만 너는 운명록 사용자의 진정한 운명을 시험할 그 선택에 닿을 수 있다.”

“상단전이라고?”

신오진은 순간 당황했다.

그가 점소이 노릇을 하며 강호의 풍월을 이것저것 많이 주워들었다고는 하지만, 상단전 개방이라는 것은 처음 들어보는 것이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네가 운명록의 사용자가 되었을 때부터 너의 상단전은 서서히 깨어나고 있는 것이니까. 그것이 완전히 개방되기까지 얼마가 필요할진 누구도 장담을 못하지만.”

“......!”

“보통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상단전이 조금이라도 개방되는 일조차 없이 살다 죽는다. 특별한 방법을 통해 상단전을 개방하거나, 뭔가의 운명이나 우연 따위로 상단전이 개방되거나 하지 않는 한!”

“상단전 개방이라...?”

추교는 계속 말했다.

“운명록을 네가 얻은 것 자체가 네 운명이며, 동시에 네가 상단전이 조금씩 개방되고 있다는 증거이다. 상단전은 초능(超能)의 원천. 그 힘으로 운명록을 넌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달리 말하면 운명록은 사용자의 상단전의 힘을 바탕으로 존재하고 움직이는 것이다.”

“......!”

“상단전이 완전히 개방된다면 사용자 너는 운명록의 특별 임무를 통해 운명록 사용자가 선택해야 하는 진정한 운명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상단전 개방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이해되진 않았지만, 추교가 말하는 것을 더 자세히 알기 위해선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분명 이해할 수 있었다.

‘일단 상단전을 개방하라, 이거지?’

그 순간, 새로운 운명록 임무가 허공에 생겨났다.

그런데 그것은 여태까지 했던 운명록 임무와는 뭔가 달랐다.


운명록 특별 임무: 운명록의 기원을 찾아서

추교를 불러냄으로써 사용자는 이 특별하고 위대한 운명에 도전할 가장 기본적인 자격을 얻었습니다.

이제 상단전을 추가로 완전 개방하여 다음 단계를 위한 완전한 자격을 갖춘 후, 다시 추교와 대화하세요. 보상: 다음 단계의 임무 개방.


‘이것이 조금 전 저 새 자식이 말한 운명록의 특별한 임무인가!’

여태까지 해온 운명록 임무와는 굳이 ‘특별’이란 단어가 붙은 것만 다른 것이 아니었다.

보상이 다음 단계의 임무 개방이라는 것이 의외였다.

‘다음 운명록 임무 자체가 보상이라? 설마 이 다음 임무도 그런 식인건가?’

그런 그의 생각을 읽고 다시 추교가 짹짹댔다.

“맞아. 운명록 특별 임무는 그런 것이다. 하나의 임무는 다음 임무를 위한 전제 조건이자 필요 조건이고, 하나의 임무를 달성함으로써 다음 임무가 이어지는 그런 방식이다. 일종의 연속 임무라고나 할까.”

“과연...!”

해야 할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었지만, 신오진은 오히려 신이 났다.

그저 매일매일 똑같은 하루를 보내며, 그저 먹고살기 위해 점소이 노릇을 하던 때와 비교하자면 그야말로 하늘과 땅 차이가 아닌가.

지금의 모든 것이 그에겐 너무나 신나고 흥미롭기만 했다.

하지만 추교가 그런 그의 기분에 바로 초를 쳤다.

“그나저나 이번 사용자는 너무 부실한데? 이제 격이 11이라니 이래서야 원. 정말로 갈 길이 멀군, 멀어.”

새 비슷한 이상한 것(?)에게 이런 소리를 듣자 신오진은 기가 막혔다.

‘이 새새끼가 말하는 것 봐라? 이걸 그냥...!’

아무래도 계속 뭔가 무시하는 투로 말하는 것이 맘에 들지 않아 그는 슬쩍 반격을 가했다.

“알았으니 이제 조용히 해라. 짭새야.”

“짜... 짭새? 난 추교란 이름이 있다, 짭새는 뭐야!”

“가짜 새라고 해서 짭새다. 솔직히 너 같은 새가 어딨어!”

“아니아니아니다. 내 이름은 추교지. 짭새가 아니다!”

“시끄러!”

네가 비난하면, 나도 비난한다. 신오진은 뻔뻔스런 표정을 지었다.

추교가 어처구니가 없는지 멍하니 있다가 날개를 파닥거려 신오진의 얼굴을 투닥투닥 쳤다.

“날 그따위로 부른 사용자는 네가 첨이다. 뭐 아무래도 좋아. 그보다 내가 좀 전에 하려던 이야기를 하지. 사용자야, 너, 무림에서 수준을 대충 어떻게 구분하는지는 알지?”

“무림에서 수준을 어떻게 구분하는지? 그 삼류니 이류니 하는 거 말하는 거냐?”

“그래, 그거!”

그렇게 추교와 아웅다웅하고 있던 바로 그때였다.

“아들, 지금 뭐하니?”

“......!”

하수수의 목소리를 듣자 순간적으로 신오진은 식겁했다.

못된 짓하다 엄마에게 걸린 아이처럼 당황한 그는 추교를 어떻게 설명할지 난감해 하며 뒤로 돌아섰다.

“어... 어머니, 실... 실은”

솔직히 이렇게 괴이하게(?) 생겨서 말까지 하는 새에 대해 뭐라 말하겠는가.

그런데 하수수는 딱히 놀라거나 신기해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응?’

뭔가 이상하다 싶어 신오진이 멈칫하는 순간, 하수수가 물었다.

“지금 네가 혼자 중얼거리는 소리를 우연히 들었는데... 삼류니 이류니 하는 경지를 어떻게 구분하는지 궁금한 것 같더구나.”

“그... 그게.”

신오진은 슬그머니 추교를 곁눈질하며 물었다.

“어... 어머니, 이거... 안 이상하세요?”

“......?”

하수수가 고개를 갸웃했다.

“뭐가 말이냐. 아들, 너 오늘 뭔가 좀 이상하구나?”

“......!”

잠시 이걸 어떻게 판단해야 하나 고민하는 신오진의 귀에 추교가 부리를 들이대고 속삭였다.

“멍청한 사용자야. 다른 사람에겐 내 모습도 목소리도 안 들린단다. 오직 운명록의 사용자인 너에게만 보이고 들리지.”

‘아, 씨발. 그런 건 진작 말해야지, 이 짭새얏!’

“아니아니아니다. 자꾸 짭새라 부를래? 난 추교다!”

신오진은 어깨 위에서 길길이 날뛰는 추교를 무시하고, 하수수에게 말했다.

“그게 궁금하다는 게 아니고요. 뭐 저도 대충 들어 알고는 있습니다. 삼류는 무술 등을 익혀 익숙해지고 무난히 써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 그러고, 이류는 거기서 더 나아가 발경을 할 수 있으면 이류라 그러고, 거기서 더 나아가 기(氣)를 다뤄 검기니 권기니 하는 것들을 쓸 수 있게 되면 일류라 그런다는 이야기요. 거기서 더 나아가 기를 유형화하는 강기를 사용할 수 있으면 절정이라 그러고 이 정도면 한 지역의 패주를 다툴 만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그 강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으면 초절정이라고 하고 천하에서 손 꼽히는 수준이라고요. 호사가들이 술을 먹고 떠드는 이야기 중 강호에 관한 이야기 상당수가 그런 식으로 누가 더 낫네 못하네 누구는 어떤 수준이네 하는 이야기여서 대충은 알고 있습니다.”

“잘 알고 있구나.”

하수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경지는 그저 경지에 불과하다는 것도 알고 있겠지?”

“그건 잘...”

“삼류라고 해서 다 같은 삼류가 아니고, 같은 경지로 묶인다고 해서 동등한 실력인 것이 아니다. 경지가 위라고 해서 경지가 아래인 이에게 무조건 이기는 것도 아니니... 경지를 구분하는 법은 그저 대강의 수준이 어디에 속하는지 판단하는 척도 정도에 불과하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발휘할 수 있는 무력의 수준이 어느 정도냐다.”

“무력의 수준이요?”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모두 발휘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경험이 부족하거나 심약하다거나 하는 이유 등으로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하고, 훨씬 경지가 아래인 이들의 손에 당하는 경우는 강호에서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란다. 지나치게 흥분해서, 지나치게 신중해져서, 지나치게 겁을 먹어서, 방심해서 등등 이런 사소한 요소로도 제 실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고 자기보다 훨씬 실력이 못한 이들에게 어이없이 당할 수 있으니... 그래서 강호는 경험이 칠(七)이고, 무공이 삼(三)이라는 격언이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말을 들으며 신오진은 뭔가 느끼는 바가 있었다.

‘그 도적놈들과 치른 실전 후, 내 격(格)은 엄청나게 성장했지. 수련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으로. 실전 경험이 그토록 중요하다는 확실한 증거 아닐까?’

하수수는 걱정스런 눈빛과 목소리로 아들에게 재차 당부했다.

“혹시나 네가 경험을 쌓겠다고 무모한 짓을 할까 걱정되어 당부하마. 실전의 경험은 정말로 중요한 것이지만, 그걸 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 네가 첫 실전을 생각 이상으로 잘 치러 괜한 자신감을 가졌을까 하는 말이다. 이번에 네가 상대한 놈들은 삼류 수준도 안 되었다. 혹여나 네가 실전 경험을 더 쌓겠다고 무모한 짓하다 감당할 수 없는 이와 시비를 일으킬까 걱정되는구나. 넌 아직 갈 길이 먼 초보자란 점을 명심하고, 억지로 경험을 쌓겠다고 나서진 말거라. 알겠느냐?”

“네.”

“그래...”

하수수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방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곧바로 조용히 입 다물고 있던 추교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무림의 경지와 격(格)은 대응한다는 것 알아? 네 엄마가 오기 전에 내가 말하려던 내용이 그것이었다.”

‘대응한다고?’

“그래. 격 1에서 10은 삼류 이하, 굳이 말하자면 입문자나 초보자라 할 수 있지. 격 11에서 20은 무림의 경지로 치면 삼류에 대응하고, 격 21에서 30은 이류에 31에서 40은 일류에 41에서 50은 절정에 51에서 60은 초절정에 대응하지. 그리고 61 부터는 무림에서 말하는 절대지경인데... 뭐 사용자 네게는 까마득히 멀고 먼 이야기지.”

“......!”

신오진은 다시 수련을 시작했다.

‘그렇군. 삼류 도객이라고 명칭이 바뀐 것. 격이 11인 것. 그런 의미였군.’

가야 할 길이 저렇게 멀고, 단계가 많다 생각하니 잠시도 머뭇거리고 싶지 않았다.

그는 뭐라고 떠들어대는 추교의 말을 무시하며 열심히 무월보와 육합기공의 수련에 집중했다.

어느 사이에 동생들이 쪼르르 몰려와 구석에서 그가 수련하는 모습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동생들을 그렇게 돌보며(?) 신오진은 수련 삼매경에 금방 빠져들었다.




운명록


작가의말

그럼 재밌게 읽어주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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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24. 신오진, 다짐하다. +7 18.12.06 4,847 6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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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2. 귀화자를 찾아라(2) +8 18.12.04 4,884 66 11쪽
26 22. 귀화자를 찾아라. +8 18.12.03 4,939 58 12쪽
25 21. 신녀공을 전수받다. +6 18.12.02 5,093 70 12쪽
24 20. 신오진의 고민(2) +6 18.12.01 5,008 71 11쪽
23 20. 신오진의 고민 +4 18.11.30 5,241 68 12쪽
» 19. 운명록 특별 임무 +6 18.11.29 5,450 72 12쪽
21 18. 추교를 얻다. +4 18.11.28 5,331 75 13쪽
20 17. 첫 실전(2) +8 18.11.27 5,293 68 10쪽
19 17. 첫 실전 +4 18.11.26 5,329 67 11쪽
18 16. 칩입자 +5 18.11.25 5,445 74 11쪽
17 15. 손 숙의 이별 선물 +12 18.11.24 5,492 81 13쪽
16 14. 운명록 특전 +3 18.11.23 5,715 75 12쪽
15 13 무월보를 배우다. +9 18.11.22 5,758 70 12쪽
14 12. 하수수의 과거 +3 18.11.21 5,774 75 11쪽
13 11. 신오진의 항변 +11 18.11.20 5,859 81 12쪽
12 10. 육합기공을 전수받다. +5 18.11.19 6,097 75 12쪽
11 9. 신오진의 승부수 +6 18.11.18 6,055 77 11쪽
10 8. 생각지도 못한 사실(2) +8 18.11.17 6,240 80 11쪽
9 8. 생각지도 못한 사실 +3 18.11.17 6,400 84 11쪽
8 7. 구사일생 +5 18.11.16 6,608 81 12쪽
7 6. 치명적인 오산 +5 18.11.15 6,826 75 12쪽
6 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5 18.11.15 7,520 74 11쪽
5 4. 첫 번째 운명록 임무를 받다. +7 18.11.14 7,957 87 11쪽
4 3. 운명록을 얻다(2) +6 18.11.13 9,764 90 12쪽
3 3. 운명록을 얻다. +10 18.11.12 10,571 83 12쪽
2 2. 운명은 한 순간에 바뀐다. +7 18.11.12 12,015 89 12쪽
1 1. 현실은 잔혹하다 +13 18.11.12 17,775 10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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