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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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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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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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4. 운명록 특전

강호




DUMMY

“자욱하게 낀 안개에 달그림자가 비추는 광경을 생각해보거라. 실체는 모호하고 달그림자는 손에 잡히지 않으니... 무월보란 바로 환(幻)이라는 한 글자를 골자로 한다.”

신오진은 하수수의 가르침을 집중해서 들었다.

무월보는 총 칠십 이보로 이루어져 있는데 엄청나게 변화무쌍한 보법은 아니었지만, 순간적인 급격한 방향 전환이나 완급 등이 도드라지고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에 그 칠십 이보가 조합되며 파생되는 순간적인 변화는 결코 적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변화무쌍하고 현란한 움직임이 아닌 한순간의 환상 같은 순간적인 변화와 움직임이 무월보의 특징이었다.

“우선은 기본형이 되는 칠십 이보를 먼저 숙지해야 한다.”

하수수는 그 기본형이 되는 칠십 이보를 신오진에게 가르치며,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일일이 교정을 해주고 시범을 보였다.

“헉헉...”

하수수는 시범을 한번 보인 후, 창백한 얼굴로 거친 숨을 내쉬었다.

깊은 내상을 입은 채 오래 지내온 데다가, 그동안 수련을 전혀 하지 않았기에 호흡이 거칠어지는 걸 그녀도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하수수는 나름 흥취가 솟았다.

그녀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신오진은 무월보의 기본 칠십 이보를 빠르게 외우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내 아들은 이리 영특했어!’

부모의 눈이란 다 그런 법이다.

자식이 좋은 모습을 보이면 그렇게 기특하고 자랑스러울 수 없는 것이 부모의 눈이다.

그러나 하수수의 생각과는 달리 지금 신오진이 무월보를 그녀의 예상 외로 빠르게 외우고 있는 것은 신오진이 타고난 자질이 좋고 영특해서가 아니라 운명록의 기연을 얻고 나서 오성(悟性)을 크게 올려서였다.

어쨌든 그렇게 무월보의 기본형을 배우는 동안, 어느덧 해가 치고 밤이 깊었다.

구경하던 동생들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 방에 들어가 다들 잠들었고, 두 모자는 흐릿한 등불 빛 아래서 무월보를 계속 가르치고 배웠다.

그리고 동녘이 밝아오는 새벽에야 신오진은 무월보의 기본 칠십 이보를 완전히 외우는 것을 넘어, 실제로 보법을 밟으며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몸으로 그것을 펼칠 때 각각의 정확한 형을 몸으로 기억하는 것은 이제 무공에 입문하는 초보자인 신오진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일이다.

밤새도록 신오진의 자세를 교정해주며 무월보의 기초를 잡아준 하수수는 피곤한 얼굴로 마지막 가르침을 내렸다.

“이제는 반복 수련을 통해 그 칠십 이보를 몸에 체화시켜야 한다. 머리로 생각하고 펼치는 것은 반응이 늦어 실전에선 통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보법의 방위를 밟고, 상황에 맞춰 무월보의 적절한 변화를 발휘할 수 있어야 비로소 무월보를 펼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알았어요. 어머니.”

하수수는 피곤함이 드러나는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가 일하던 객잔에 가서 일을 그만둔다고 말씀드리고 인사하고 오도록 해라. 그동안 신세를 졌으니 도리를 다해야지.”

“그렇지 않아도 그럴 생각이었어요.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어머니.”

“그래. 혹여나 네가 일을 그만두면 이 어미의 약값이나 생계는 어쩌나 걱정할까봐 하는 소리인데... 우리 집의 생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 어미가 따로 생각이 있느니, 너는 다른 생각할 것 없이 앞으로 반년 간 무월보와 육합기공에 집중하거라. 네 일생이 달린 중대한 일이니 일심으로 거기에 매진해야 한다.”

“알겠어요.”

따로 생각이 있다는 게 무언지 궁금했지만, 신오진은 캐묻지 않았다.

사실 머릿속에 무월보의 생각이 가득해서 뭔가 엄마가 생각이 있나보지... 하는 식으로 대강 넘어갔다는 것이 정확할 것이다.

“그럼 열심히 하거라.”

그렇게 몇 가지 당부한 하수수는 그만 잠을 자러 방으로 들어갔다.

‘후우.’

신오진은 기지개를 펴며 잠시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미 동이 트고 있었다.

밤을 꼬박 샌 셈이니 피곤할 법도 했지만, 그는 조금도 피곤함을 느끼지 못했다.

젊음의 힘이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무공을 배우면서 흥분해 있는 탓이 컸다.

잠깐이라도 눈을 붙이고 싶었지만, 딱히 졸음을 느끼지 못한 신오진은 이왕 이렇게 된 것 일하던 객잔에 가서 일을 그만둔다고 말하고 양해를 구하고 오기로 했다.

무월보를 배우느라 밤새 몸을 움직여 땀투성이였기에, 신오진은 가볍게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은 후, 집을 나섰다.

“후...”

이른 아침, 객잔으로 이렇게 걸어간 것은 수없이 많았지만, 그때와 지금은 같은 길임에도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점소이로 일하러 객잔을 가던 것과 이제 점소이가 아닌 무림인(?)으로 길을 걷는 그 차이 때문일 것이다.

“......!”

잠시 감회에 빠져 길을 걷던 그는 문득 그가 까맣게 잊고 있던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아!’

그것은 운명록 임무 : 어둠 속의 적을 찾아라. 를 완료하고 보상이라고 나타났던 운명록 특전에 관한 것이었다.

‘분명 사용자의 운명록 특전이 해제되었다고 했어.’

그때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느라 그것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일단 넘어갔지만, 지금은 다르다.

신오진은 운명록 특전이 과연 정확히 무언지 너무 궁금해져, 즉각 운명록의 문구를 허공에 띄웠다.

그의 의지에 반응해 운명록의 문구가 허공에 나타났다.


성명: 신오진

연령: 20세

종족: 인간 남성.

신분: 무림인 지망자.

현재 익히고 있는 무공: 무월보 1성, 육합기공 1성.

격(格): 4 400/700

체질 8, 오성 10, 매력 8, 기감 8, 운 5, 안목 6, 여분치 0-

운명록 특전 : 특전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특전을 선택할 수 있는 최소 격(格)은 6입니다.


“응?”

신오진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멈추고 운명록의 글귀들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새로 나타난 것들이 있다?’

격(格) 4 라 쓰인 문구 옆에 새로 생긴 수치는 분명 이전에 없던 것이었고, 그 밑에 운명록 특전이라 적힌 문구도 그 이전에는 없었던 것이었다.

‘운명록 특전은 그렇다 치고, 격 옆에 저 수치는 뭐지?’

400/700이라니 그게 무슨 의미인지 도통 감이 오질 않았다.

‘뭐 곧 알게 되겠지.’

일단 그거보다 신오진은 운명록 특전이란 것이 뭔지가 더 궁금했기에, 운명록 특전의 내용을 먼저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자 그의 의지에 반응해 허공에 뜬 운명록의 글귀에 새로운 글귀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운명록 특전: 특전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특전을 선택할 수 있는 최소 격(格)은 6입니다.


강화 학습: 다중 직업일 때 한 직업의 격이 성장하면 다른 직업도 그 내용을 공유합니다. 추가로 수련이나 전투로 얻는 성장치가 때때로 증가합니다.

추교(追敎) 생성: 사용자에게 조언을 해주는 조력자를 생성합니다.

제문(諸文) 이해: 배우지 않은 언어나 문자, 암호도 운명록이 그 뜻을 해석해 문구로 띄워줍니다.

영시(永視) 지도(地圖): 특정 지역에 보이지 않는 눈을 설치해 다른 지역에서도 해당 지역의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최대 3개까지 설치할 수 있습니다.

죽음 회피: 하루에 한 번 사용자가 당하는 죽음에 이르는 치명적인 공격을 한 단계 경감시켜서 받습니다.

신안(神眼): 신안을 얻어 사용자가 한번 당한 공격을 다시 당하면 해당 공격의 요체를 파악하게 해줍니다.

능력치 보정: 사용자의 가장 낮은 능력치가 그보다 언제나 수치 3 높은 것과 같은 효과를 받습니다.

숙적 지정: 사용자가 숙적으로 지정한 대상을 상대로 격이 5 높은 것과 같은 효과를 받습니다.

운명의 일격: 운명록의 사용자가 죽음의 위기에 몰리면, 그 상대에게 반격해 가하는 공격은 반드시 정타로 적중합니다.

환시(幻視): 때때로 운명록이 사용자의 중대한 운명을 감지하여 환시를 통해 그 편린을 보여줍니다.


“......!”

신오진은 객잔으로 걸어가던 것도 잊고, 걸음을 멈춘 채 운명록 특전이라고 나타난 항목들의 내용을 멍하니 바라봤다.

‘이... 이것들은?’

총 열 가지, 항목. 그 내용들은 하나같이 범상치 않았다.

‘운명록 특전... 하나를 고르라? 저 중 하나를 고르라는 거겠지?’

문제는 막상 고르려니 무얼 고르는 게 좋을지 순간적으로 감이 오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내용을 대충 살펴보면 하나같이 뭔가 대단하고 유용할 것처럼 느껴지는 것들이라 그중 하나를 콕 집어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침착하게 생각해보자.’

신오진은 초점을 지금 당장 저 중 가장 유용한 능력이 무엇인가에 맞추고 계산을 해보았다.

그러자 눈에 확 띄는 항목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추교 생성이라는 능력이었다.

‘조언을 해주는 조력자를 생성한다...?’

열 개나 되는 유용해 보이는 능력들 중 그것에 유독 시선이 간 것은 조언이라는 글귀 때문이었다.

지금 신오진은 글자 그대로 무공에 갓 입문한 상태, 게다가 운명록의 사용자로서도 아직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초보자였다.

그런 그의 입장에서 조언을 해주는 조력자라는 글귀는 다른 무엇보다도 더 관심이 가는 것이었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이 더 많은 초보자인 그에게 있어 조언을 해주는 조력자는 어떤 의미로 그 무엇보다도 유용할 수 있는 능력이었다.

‘다른 능력들도 하나같이 유용할 것 같지만, 지금 내겐 저게 아무리 생각해도 가장 유용할 것 같아.’

신오진은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추교 생성이란 특전을 선택하기로 정했다.

그의 의지를 반영해 운명록이 바로 해당 항목을 선택하...진 않았다.

-사용자가 운명록 특전을 선택 가능한 최소 격(格)은 6입니다. 격이 낮아 아직 운명록 특전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어...?”

신오진은 순간 이게 뭐지? 하다 아! 하고 뭔가를 깨달았다.

‘아 그렇지. 내 격은 4였지.’

그 옆에 못 보던 수치인 400/700 이 생긴 것을 의아해하고도 뻔히 4라 적힌 것을 생각지 못하다니... 운명록 특전이라는 것을 얻는다는 생각에 너무 들떠 있었던 것 같았다.

“하아...”

신오진은 멈췄던 걸음을 다시 걸으며 중얼거렸다.

“최소 격이 6이란 말이지. 그러면...”

추교 생성을 선택하려면 운명록 수치상 격을 2 더 올려야 했다.

‘어떻게 올리지?’

그때 그는 문득 옆에 새로 생긴 수치인 400/700이 그것과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수치가 다 차면 격이 올라가는 것 아닐까?’

운명록 특전 중 강화 학습의 내용에 보면 수련과 전투로 얻는 성장치라는 문구가 있었다.

이 400/700 이라는 수치가 바로 그 성장치가 아닐까?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지만, 신오진은 생각할수록 그게 맞는 것 같다고 확신했다.

‘그래야 아귀가 맞거든.’

이제 무월보와 육합기공을 열심히 수련해보면 이런 생각이 맞는지 아닌지 확실해질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지 확실해지자, 신오진은 마음이 편해지고 기분이 명랑해졌다.

‘우선 객잔의 일부터 해결하고 돌아오자.’

그는 힘차게 객잔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객잔에 도착해 안으로 들어서며, 그는 객잔의 장궤를 찾았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객잔은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고, 손님들도 오지 않은 상태였다.

다른 점소이들 몇몇이 객잔 안을 쓸고 닦다가 신오진을 발견하고 몸을 일으켜 인사를 건네왔다.

“어, 왔니?”

“신 형. 왔어요?”

신오진은 답례 인사를 하다가 응?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은 모두 같이 오래 일해 친한 이들이다.

그런데 오늘 건네오는 인사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다.

“무슨 일 있어?”

“아... 아니야.”

점소이들은 접객으로 먹고 사는 이들, 그만큼 표정을 관리하는 것도 전문가라 할 수 있는 이들이다.

그런데도 어색한 표정을 완전히 숨기지 못하다니, 무슨 일이 있어도 확실히 있는 것이 분명했다.

“대체 무슨 일이야?”




운명록


작가의말

재밌게 읽어주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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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1. 신녀공을 전수받다. +6 18.12.02 5,093 70 12쪽
24 20. 신오진의 고민(2) +6 18.12.01 5,008 71 11쪽
23 20. 신오진의 고민 +4 18.11.30 5,241 68 12쪽
22 19. 운명록 특별 임무 +6 18.11.29 5,450 72 12쪽
21 18. 추교를 얻다. +4 18.11.28 5,331 75 13쪽
20 17. 첫 실전(2) +8 18.11.27 5,293 68 10쪽
19 17. 첫 실전 +4 18.11.26 5,330 67 11쪽
18 16. 칩입자 +5 18.11.25 5,446 74 11쪽
17 15. 손 숙의 이별 선물 +12 18.11.24 5,492 81 13쪽
» 14. 운명록 특전 +3 18.11.23 5,716 75 12쪽
15 13 무월보를 배우다. +9 18.11.22 5,758 70 12쪽
14 12. 하수수의 과거 +3 18.11.21 5,774 75 11쪽
13 11. 신오진의 항변 +11 18.11.20 5,859 81 12쪽
12 10. 육합기공을 전수받다. +5 18.11.19 6,098 75 12쪽
11 9. 신오진의 승부수 +6 18.11.18 6,055 77 11쪽
10 8. 생각지도 못한 사실(2) +8 18.11.17 6,240 80 11쪽
9 8. 생각지도 못한 사실 +3 18.11.17 6,400 84 11쪽
8 7. 구사일생 +5 18.11.16 6,608 81 12쪽
7 6. 치명적인 오산 +5 18.11.15 6,826 75 12쪽
6 5. 원수는 외나무다리에서 만난다. +5 18.11.15 7,520 74 11쪽
5 4. 첫 번째 운명록 임무를 받다. +7 18.11.14 7,957 87 11쪽
4 3. 운명록을 얻다(2) +6 18.11.13 9,764 90 12쪽
3 3. 운명록을 얻다. +10 18.11.12 10,572 8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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