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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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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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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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2. 귀화자를 찾아라.

강호




DUMMY

그러면서 알게 된 건 더 있었다.

그렇게 객잔에 와서 남은 음식을 받아갈 수 있는 건 아무 거지들이나 가능한 게 아니라는 점이었다.

어중이떠중이들은 목 좋은 객잔이나 주루 같은 곳엔 얼씬도 하지 못했다.

그것도 이권이라고, 다른 거지들 따위가 끼어들거나 하면 상황이 매우 살벌해졌다.

‘여기라고 다를 리가 없지. 그런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분명 목 좋은 객잔이나 주루는 개방의 거지들이 꽉 잡고 있을 거다.’

아니 개방이라면 거기서 나아가 인근의 부잣집이니 잔칫집이니 하는 것도 싹 꿰고 있을 것이다.

‘우선 목 좋은 주루나 객잔을 찾는다. 그리고 거기에 음식 받으러 오는 이를 통해 귀화자를 찾는 거다.’

그러자 추교가 한마디 초를 쳤다.

“이야. 좋은 생각이다. 사용자. 오성 수치 높인 게 헛되진 않았네. 고작 그런 계획도 세우고? 그치?”

‘... 짭새, 넌 조용히 하고.’

추교가 비아냥대는 말은 무시한 채, 그는 팔년 간의 점소이 노릇으로 단련된 시선으로 손님이 몰릴 만한 좋은 위치에 있는 객잔이나 주루를 찾기 시작했다.

기양현의 크기가 크기인 만큼, 객잔이나 주루 같은 것의 숫자가 하나, 둘이 아니었지만, 적당한 객잔 하나 고르는 것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객잔 규모도 크고, 사람도 많고... 저 정도면 적당하지.’

돈이 좀 있었다면 거지가 음식 받으러 오는 걸 기다리지 않고, 저 객잔의 점소이에게 정보를 캐물었을 것이다.

눈치 빠르고 수완이 좋은 점소이라면 구전을 얼마를 주냐에 따라 그 지역에서 가능한 어지간한 일은 다 할 수 있으니, 만일 그럴 수 있었다면 시간을 상당히 단축했을 것이다.

‘돈은 아끼는 게 좋지. 혹시 귀화자를 만나서 원하는 정보를 알아내면 그 대가로 돈을 주어야 할지도 모르니까.’

애초에 많은 돈을 가지고 오지도 않았다.

하가장에서 받은 돈은 어머니 하수수가 관리했고, 그가 가진 돈은 점소이 시절 일하며 모아둔 약간의 돈이 전부였다.

그래서 신오진은 객잔의 뒤편으로 돌아가 적당히 거리를 둔 채, 기다리기 시작했다.

‘아침은 아무래도 남은 음식이 많이 나오질 않을 테니 음식 받으러 거지가 올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을 거야. 점심이나 저녁일 가능성이 아무래도 크지.’

그걸 알면서도 아침에 절대 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없기에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덕분에 할 일이 없어서, 추교와 투닥거리며 시간을 죽이게 되었다.

그렇게 추교와 아웅다웅하며 죽치고 있는지 얼마나 지났을까?

“거기 형씨, 거기서 뭐하고 계시오?”

누군가 객잔 뒤편의 골목으로 들어오며 신오진을 불렀다.

뭔가 하고 보니, 불량한 자세로 건들거리며 다가오는 이십 대 초반 정도의 사내였다.

시비를 거는 듯 묘한 표정으로 건들거리며 다가오는 사내를 보자, 신오진은 순간 앗!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놈은...!’

그 태도와 눈빛만 봐도 지금 나타난 이자가 누구인지 파악하는 것엔 부족함이 없었다.

흑도 나부랭이였다. 분명 이 일대를 세력권에 둔 패거리일 것이다.

아마도 영역에 낯선 사내가 등장해서 죽치고 있자, 뭔가 싶어 탐색하러 나온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저 객잔이 놈의 패거리가 수금하는 가게 중 하나일지도 몰랐다.

객잔, 주루 등의 가게가 많은 번화가나 유흥가엔 어디나 이런 흑도 패거리가 하나, 둘 정도는 있었다.

신오진도 점소이 노릇할 때 일하던 객잔에 이런 흑도 나부랭이들이 종종 들락거려서 그런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흑도 나부랭이들은 엮이면 피곤해지는 존재들이다.

조용히 와서 일을 처리하고 기양현에서 떠날 계획을 짜둔 상황인 만큼, 신오진은 괜한 시비를 일으키지 않으려 비교적 공손하게 대답했다.

“사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사람? 누구? 못 보던 형씨인데 어디서 오셨소?”

시비를 거는 듯 건들거리는 말투와 행동이 거슬려 신오진은 순간 미간이 꿈틀했다.

‘이 새끼 보게? 확 입을 뭉개버릴까 보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자연스럽게 떠올린 생각에 순간적으로 당혹감을 느꼈다.

‘어어?’

점소이 시절, 그는 이런 흑도 패거리들과 엮이지 않으려고 상당히 조심했었다.

본래 취객들에게 봉변당하는 일도 많고, 천대받는 일도 많은 점소이라는 직업은 같은 이유로 무림인이나 흑도 패거리들에 의해 봉변당할 위험도 높은 편이었다.

혹시라도 흑도 패거리들의 눈 밖에 나거나 그들과 시비가 붙으면, 작게는 점소이 일을 할 수가 없고 크게는 목숨이 위험할 수 있기에, 점소이 들은 흑도 패거리들의 기분을 거스르지 않으려 신중하게 처신한다.

그런데 지금 신오진은 그에게 시비를 거는 흑도 사내에게 대놓고 불쾌감과 적의를 드러냈다.

흑도에게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싸움을 불사하는 행동, 이전까지의 신오진이라면 고작 흑도 패거리에 지나지 않는 이런 사내라도 절대 이런 식으로 감정을 드러내진 못했을 것이다.

그것은 사소하다면 사소한 일이었지만, 신오진은 그것을 통해 자신이 점소이가 아닌 무림인이 되었다는 그런 느낌을 새삼 자각했다.

무엇보다도 사투를 벌이고 상대를 죽인 경험도 생겼으니, 점소이 노릇하던 그 시절과는 크게 달라진 것이 당연했다.

어쨌든 신오진이 드러낸 기세가 생각보다 위협적이었는지, 흑도 사내의 기세가 조금 누그러졌다.

그는 잠시 신오진의 위아래를 쓰윽 훑어보더니, 그가 허리춤에 찬 도(刀)를 보고 살짝 표정이 변했다.

“사람을 찾는다니 그게 누군지 알 수 있겠소, 형씨? 혹시 아오? 우리가 도와줄 수 있을지.”

순간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급격한 태도의 전환이었다.

그는 어울리지도 않는 친절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신오진은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그러니 그만 가주시죠.”

흑도의 사내가 아무 이유도 없이 갑자기 친절을 베풀 리는 없었다.

그것도 시비 거는 와중에 말이다.

보나 마나 조금 전 순간 위축된 것에 앙심을 품고, 도와주는 척 유인해 패거리들이 있는 곳으로 데려가려는 수작일 것이다.

점소이 노릇하면서 그런 수작 한 두 번 본 것이 아니었다.

심지어 굽신거리면서 술과 여자를 제공한 후, 거나하게 취하게 한 후 마각을 드러내고 손을 쓰는 그런 경우도 있었다.

사내는 몇 번 더 말을 걸다, 짜증이 난 신오진이 눈을 치켜뜨고 노려보자 슬그머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고 추교가 짹짹거리기 시작했다.

“사용자야. 뭐 다 네 선택이겠지만... 귀찮아진다는 생각이 들지 않냐?”

‘음?’

“이 추교님이 볼 때, 저놈 분명히 패거리들 부르러 갔다. 똥개도 자기 집 안마당에선 오 할을 먹고 가는 법인데, 하물며 못 보던 얼굴이 등장해서 자기들 안마당에서 망신을 주었는데 그냥 있을 리가 없잖아?”

“......!”

추교의 지적은 일리가 있었다.

신오진과 방금 그 사내의 충돌은 대수롭지 않다면 대수롭지 않은 것이었지만, 눈이 마주치고 어깨 좀 부딪쳤다는 이유로 흑도는 폭력을 휘두르곤 한다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됐다.

‘제길. 아직 거지는 구경도 못했는데, 이런 쓸데없는 일이...’

조용히 일을 처리하고 돌아가려 했는데, 자칫하면 일이 귀찮은 수준에서 끝나지 않을 수도 있었다.

신오진은 내심 투덜거리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기로 했다.

‘객잔이 여기만 있는 건 아니지.’

그는 다른 장소로 이동해, 다른 주루를 찾아서 그 근처에서 다시 거지가 나타나길 기다리려 했다.

하지만 그 선택이 의외의 결과를 낳았다.

참으로 공교롭게도 그가 간 그 주루가 시비가 붙었던 흑도 사내의 패거리들이 죽치는 주루였던 것이다.

주루가 좀 소란스러운가 싶더니, 험악한 사내들 한 무리가 우르르 나와 좀 전에 신오진이 죽치고 있던 그 객잔 방향으로 몰려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제기랄. 하필이면!’

다행히도 등잔 밑이 어둡다고, 놈들은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저리로 몰려갔지만 여기서 더 얼쩡거리다가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랐다.

신오진은 일단 그 주루에서 멀리 떨어진 곳으로 도망쳤다.

‘일이 자꾸 꼬이고 있어. 이래서야 오늘 안에 그 귀화자란 사람을 찾아내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까?’

재수가 없어 아까 그 흑도 패거리들과 다시 마주치거나 해서 시비가 다시 벌어지기라도 하면, 일이 아주 크게 꼬일지도 몰랐다.

그는 아무래도 방법을 조금 수정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

신오진은 다시 다른 큰 객잔을 찾아낸 다음, 이전처럼 그냥 거지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봐서 거기 일하는 점소이에게 남는 음식을 가지러 오는 거지에 관해 물었다.

보통 점소이들은 이럴 때 구전을 요구하기 마련이었고, 실제로도 요구했다.

돈을 아끼고 싶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이젠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까움을 누르며, 그 점소이에게 몇 푼이나마 쥐여 주었다.

“뭐 나야 상관없는 일인데, 도대체 그런 건 왜 묻는 거지요?”

“좀 찾는 사람이 있어서요.”

“흐음...”

그 점소이는 고개를 갸웃하더니 말했다.

“거지들이 남는 음식을 얻으려 오긴 하는데, 우리 가게는 저녁에나 그런 이들이 와서... ”

저녁이라면 지금부터 기다리기엔 너무 길었다.

“그러면 그런 거지들이 어디 사는지는 아십니까?”

“거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저기 서쪽으로 쭈욱 가시다 보면 현 외곽에 빈집 몇 개가 있어요. 그곳에 거지들이 모여 삽니다. 제가 아는 한은 이 기양현의 거지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그곳밖에 없습니다.”

“감사합니다.”

신오진은 그 점소이에게 고개 숙여 감사를 표한 후, 그가 가르쳐 준 장소로 출발했다.

‘어차피 이럴 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이랬어야 했어.’

이렇게 되니 괜히 헛고생만 하고 시간만 낭비한 셈이 되었다.

“헛똑똑이인 거지. 사용자야. 오성 수치가 올라가 이해력, 암기력, 사고력 등등이 다 발전했어도 경험이 너무 부족해서 아직 올바른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거지. 그냥 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걸 괜히 헛고생만 했잖아. 사용자야, 언제 그 좋아진 머리 제대로 써먹을래?”

추교의 한마디가 귀에 거슬렸지만, 신오진은 할 말이 없었다.

‘일이 계획대로만 풀리는 건 아니지. 다음에 같은 실수 하지 않으면 된다.’

신오진은 그렇게 중얼거린 후, 거지들이 모여 산다는 문제의 빈집을 찾아 서쪽으로 발걸음을 더 재촉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예의 점소이가 가르쳐 준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를 찾아낼 수 있었다.

도시에도 마을에도 있는 이들과 가난한 이들이 사는 구역은 구분된다.

그것은 기양현도 마찬가지였다.

골목 하나. 길 하나를 두고 집들이 급격히 낡고 허름해지는 그 경계선에 낡은 빈집이 몇 개 있었다.

갈라지고 무너진 담벼락 사이로 그 빈집들의 안마당에서 뒹굴거리는 거지들의 모습이 보였다.

‘저들이 개방의 거지들일까?’

문제는 신오진은 그걸 구분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일반 거지들과 개방의 거지들은 그냥 봐서는 구분이 가지 않는다.

개방의 거지임을 알려면, 허리에 차고 다니는 매듭을 확인하거나 개방의 무공을 펼치는 것을 보아야만 한다.

개방의 분타주인 귀화자가 이곳 기양현에 있다는 걸 안다고 해서, 기양현에 있는 거지들이 전부 개방도라곤 할 수 없었다.

저기 거지들도 확인해보지 않으면 개방도라고 단정할 수도 없었고, 저 안에 귀화자가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그래도 확인은 해야 했다.

신오진은 거지들이 뒹굴거리는 빈집으로 다가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뭣 좀 묻겠습니다. 혹시 그 안에 귀화자님이라고 계십니까?”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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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1. 신녀공을 전수받다. +6 18.12.02 5,093 70 12쪽
24 20. 신오진의 고민(2) +6 18.12.01 5,008 71 11쪽
23 20. 신오진의 고민 +4 18.11.30 5,241 68 12쪽
22 19. 운명록 특별 임무 +6 18.11.29 5,450 7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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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5. 손 숙의 이별 선물 +12 18.11.24 5,492 81 13쪽
16 14. 운명록 특전 +3 18.11.23 5,716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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