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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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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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2.04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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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22. 귀화자를 찾아라(2)

강호




DUMMY

귀화자의 이름을 듣자, 뒹굴거리던 거지들의 동작이 순간적으로 멈추었다.

그들은 고개를 들어 신오진을 바라보더니, 삐딱하게 물었다.

“그러는 형장은 누구쇼?”

“저는 신오진이라고 합니다. 귀화자님께 부탁을 드릴 것이 있어서 그러는데 혹시 안에 계신지요.”

그러자 거지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반응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제대로 찾아온 것 같다. 적어도 귀화자란 이름을 다들 알고 있는 건 분명해.’

하지만 거지 중 누구도 신오진의 물음에 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안에 안 계신 겁니까?”

그가 재차 묻자, 누워서 뒹굴던 거지 중 한 명이 부스스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귀화자를 왜 찾는 거요? 무슨 일로 찾는 건지 알 수 있겠소?”

묻는 말에 대답은 안 하고, 자꾸 역으로 묻는 거지에게 짜증이 났지만, 신오진은 그걸 드러내진 못했다.

혹시 괜히 그랬다가 저들 안에 귀화자가 있다면, 그의 기분을 상하게 할 위험이 있어서였다.

“실은 저희 어머니가 오랜 병이 있는데, 그걸 낫게 할 방법을 귀화자님이 알고 있다고 해서 그렇습니다.”

“음...?”

그 대답이 예상외였는지, 물어본 거지도 뒹굴거리며 대화를 듣던 거지들도 모두 놀라는 기색이었다.

“그거 이상한 소리군. 그래, 대체 어머니의 병이란 게 뭐요? 그리고 대체 누가 그런 소리를 당신에게 했소?”

신오진은 대답하지 않고 물었다.

“저기, 그것은 귀화자님에게만 말하고 싶습니다. 그러니 대답해주십시오. 귀화자님이 혹 그 안에 계십니까?”

그러자 양지바른 곳에서 햇볕을 쬐던 거지가 투덜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거, 귀화자, 귀화자. 시끄럽네.”

그는 오척단구로 키가 작았지만, 체격은 다부진 중년 거지였다.

오랜 시간 깎지 않아 엉망으로 길고 흩어져 있는 머리는 군데군데 하얗게 새어 있었다.

그가 일어서자, 신오진과 대화하던 거지가 뒤로 물러섰다.

“내가 귀화자다. 자네 어머니의 병이 뭐지? 그리고 누가 내가 그 병을 고치는 방법을 알고 있다고 한 거지?”

‘이 사람이 귀화자!’

그의 모습은 개방의 분타주라는 신분을 가진 거지에 대해 막연히 머릿속으로 생각하거나 그렸던 모습은 아니었다.

그는 그냥 겉모습만 보면 길에서 지나쳐도 별 관심을 두지 않을 평범한 중년 거지에 지나지 않았다.

‘개방의 분타주라면 무공의 고수일 테지?’

하지만 지금 신오진의 수준으로는 귀화자가 어느 정도 수준의 무인인지 파악조차 불가능했다.

‘어쨌든 생각보다는 쉽게 찾았어. 유명 인사라 그럴 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제 중요한 건 지금부터였다.

귀화자에게 운명록이나 운명록 임무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순 없지 않은가.

그는 미리 생각해두었던 이야기를 조심스레 하기 시작했다.

"제 어머니는 과거 악적의 손에 내상을 입으셨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워낙 지독해 지금까지 치료하지 못하고 계십니다. 그런데 귀화자님이라면 어머니의 그 내상을 치료할 방법을 알 거라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래서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온 것입니다. 도와주십시오. 귀화자님.“

“내가 치료할 방법을 안다는 소리를 들었다? 내상...?”

갑자기 귀화자의 표정이 심각하게 변했다.

“넌 누구냐?”

그와 동시에 그가 신오진을 향해 출수했다.

“헛!”

이제 삼류 초입 수준인 신오진이다.

그런 그에게 무림의 고수인 귀화자가 펼친 한 수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의 것이 아니었다.

귀화자의 손이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며 어지러이 그림자를 일으키는 순간, 신오진은 변변한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나무토막처럼 털썩 쓰러져야 했다.

‘씨발... 이거 뭐야.’

추교가 뭐라 지껄이는 것 같았지만, 그 소리는 하나도 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전혀 보이지 않았어. 망할... 그런데 대체 왜 날 공격한...’

신오진은 왜? 라고 묻고 싶었다.

하지만 목소리가 전혀 나오질 않았다.

그리고 그 순간, 귀화자가 다시 그에게 손을 뻗쳐 그의 혼혈을 눌렀다.

의식을 잃은 신오진을 번쩍 들어 어깨에 올린 귀화자는 집 안으로 들어갔고, 구경하던 거지들은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흩어지더니 다시 누워서 뒹굴거리기 시작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장내엔 다시 나른한 분위기만 흘러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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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신오진이 귀화자에게 제압당하고 안으로 끌려가던 그 시각.

암혼객은 절강성 천목산 근처의 한 마을에 위치한 거대한 장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

잠시 장원을 바라보던 암혼객은 신중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보신경을 펼쳐 장원으로 다가갔다.

장원은 그저 규모가 크다는 점만 제외하면 겉보기로는 그다지 특별한 점이 없는 평범한 곳이었다.

낙향한 거부나 은퇴한 고관 정도가 살고 있을 법한 그런 장원은 그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머무는 사람도, 드나드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아 휑하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그 장원으로 신중하게 접근하며 암혼객은 눈을 번뜩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흔적은 이곳으로 이어져 있어.’

그는 반년 이상, 한줄기 미약한 흔적을 찾고 쫓아 마침내 이곳에 도달했다.

호남성에서 시작해 호북, 안휘를 지나 절강에 이르는 긴 여정이었고, 중간에 몇 번이나 흔적을 놓칠 위험에 처했지만, 그는 기어이 추적에 성공했다.

‘이제 이 일을 마무리할 때가 되었다.’

이 일의 시작은 그의 어릴 적 친구 중 한 명이 의문의 죽음을 당하면서 시작되었다.

그 친구는 평범한 농부였었는데, 어느 날 그가 살던 마을의 한 장원에서 다른 사람들 수십 명과 함께 시체로 발견되었다.

양민들이 수십 명이나 시체로 발견되었으니 당연히 마을은 발칵 뒤집히고 관도 난리가 났다.

관에서 나온 포쾌와 순검들이 눈에 불을 켜고 시체가 발견된 장원을 수색했지만, 이들이 전부 다 자살했다는 것 말고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이 사람들이 모여 자살했는지 제대로 밝혀내지 못했다.

제대로 밝혀내지 못하고 지지부진하던 수사는 시간이 지나면서 흐지부지 마무리되었고, 결국 사건은 미궁에 빠졌다.

뒤늦게 그 사실을 안 암혼객은 개인적으로 어릴 적 친구의 죽음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몇 가지 의문점이 떠올랐다.

거기서 죽은 채로 발견되었던 수십 명의 인물들은 서로가 안면이 없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각기 다른 마을, 다른 지역에서 그리로 모여들어, 그렇게 시체로 발견된 것이었다.

무슨 이유로 안면도 없던 이들이 이 장소에 모였는가?

시체들이 발견된 장원은 은퇴한 늙은 관리가 살던 곳인데, 시체 속에서 그 늙은 관리도 같이 시체로 발견되었다.

의문은 많지만, 속 시원히 밝혀지는 것은 없는 상황.

그때 암혼객은 이 사건이 혹시 괴이한 사공(邪功) 따위를 익힌 자의 손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이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자살하는 일 같은 건 불가능하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정신을 홀리는 사이한 사술 같은 것이 원인일 수 있다고 그는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문제의 장원을 샅샅이 조사하던 중, 그는 마침내 시체 속에서 장원을 유유히 빠져나간 누군가가 남긴 아주 미세한 흔적을 발견해냈다.

‘생존자, 혹은 이 상황을 만든 흉수가 있다!’

암혼객은 그때부터 그 의문의 인물을 추적하기 시작했다.

몇 번이고 그 흔적을 놓치길 반복하는 과정에서 암혼객은 유사한 사건이 생각보다 천하 곳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이 든 그는 개방에게 말해, 무림맹에 뭔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전하고 추가로 이 일을 조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그 후, 그는 무림맹의 조치와 별개로 조사를 계속했다.

암혼객 그가 과거 신오진을 소양이도의 손에서 구하게 된 일도 그 조사를 하는 과정에서 신오진이 사는 마을 외곽의 사당에서 몇 사람이 살해당한 일이 있었다는 정보를 듣고, 조사를 갔다 벌어진 일이었다.

그런 집념의 조사와 추적 끝에 그는 마침내 여기에 도착한 것이었다.

‘분명 놈은 저 안에 있다.’

그가 추적하던 자의 흔적은 저 장원으로 이어져 있었다.

‘이곳이 놈의 소굴일까?’

그게 누구던 그는 놈을 잡아 도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짓을 벌이고 돌아다녔는지 알아내고 응징할 생각이었다.

암혼객, 그는 호남성 내에서 첫째 둘째를 다투는 고수이자, 천하에서 암기술로는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초고수다.

의문의 흉수가 어떤 자든 그는 충분히 제압할 자신과 능력이 있었다.

‘자아... 그러면, 시작해볼까?’

그는 표홀한 몸놀림으로 장원의 담을 넘어 안으로 들어섰다.

거대한 장원은 그 규모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멀리서 살펴볼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그가 신중하게 접근했음에도 불구하고, 담을 넘어들어오자 마치 텅 빈 것처럼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고 암혼객은 생각했다.

‘들킨 것인가.’

물론 그는 그래도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물러갈 생각은 조금도 없었기에, 이렇게 된 이상 대놓고 습격할 생각이었다.

그는 거침없이 장원 내부의 건물로 다가가 기감을 돋궈 안의 기척을 살폈다.

그리고 이내 건물 내부에서 느껴지던 미약한 기척이 훅하고 사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건...?’

암혼객은 이건 기척을 죽이거나 숨긴 것이 아니라고 느꼈다.

‘그것보다... 장애물 같은 것으로 차단된 느낌에 가깝다.’

그는 일단 건물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가운데로 뻗은 복도를 따라 안으로 들어간 암혼객은 그가 느낀 기척이 사라진 위치로 가서 주변을 살폈다.

‘으음.’

아무래도 이건 기관인 것 같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는 벽이나 바닥 등을 신중하게 살피다 문득 천장에 아주 작은 요철 같은 것이 튀어나와 있는 것을 발견했다.

“......!”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자기 시선보다 높은 위치는 잘 신경 쓰지 못하는 습성이 있기에, 천장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는 그 요철은 우연이든 의식적이든 천장을 바라보지 않는 한 찾기 어려웠다.

‘저것이 기관을 발동하는 장치일까?’

함정일 가능성도 있기에 일단 잔뜩 경계한 채로, 암혼객은 가벼운 지풍을 쏘아 천장의 요철을 맞추었다.

그러자 복도 바닥이 사람 한 명 누울 정도의 크기로 쩍 벌어지며 비밀 통로가 드러났다.

모습을 드러낸 비밀 통로에서 불어온 서늘한 바람이 암혼객의 얼굴을 스치고 갔다.

그는 조심스레 비밀 통로로 걸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언제 기관이 다시 닫힐지 모르기에, 그는 신중하면서도 빠른 걸음으로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그가 완전히 비밀 통로에 들어서는 것과 거의 동시에 통로의 입구가 다시 닫히며 암흑이 찾아왔다.





운명록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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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0. 신오진의 고민 +4 18.11.30 5,241 68 12쪽
22 19. 운명록 특별 임무 +6 18.11.29 5,450 7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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