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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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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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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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1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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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운명록을 얻다(2)

강호




DUMMY

그 문구들은 저 단어들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설명하는 문구들이었다.


-체질(體質): 신체의 강건함, 운동 능력, 그리고 타고난 체질 등을 총괄하는 항목입니다. 특정한 무공을 익히기 위한 특정한 체질 등과도 관련 있습니다. 수치는 높을수록 좋으며, 평범한 일반인 성인 남성의 수치는 평균적으로 5입니다.-


“......!”

신오진은 그 문구를 읽고 또 읽었다.

‘신체의 강건함, 운동 능력, 타고난 체질 등을 총괄하는 항목이라고?’

평범한 일반인 성인 남성의 수치는 5라고 했다.

저기 적힌 수치는 5. 저것이 자신의 수치라면 딱 그 평균치다.

신오진은 자신도 모르게 허탈하게 웃고 말았다.

‘이거 너무 평범한 것 아냐?’

스스로 자신의 분수나 주제를 알고 있었다고 생각하면서도, 새삼스레 괜히 입맛이 쓰다는 사실이 우스워 신오진은 다시 쓴웃음을 지어야 했다.

‘뭐 스스로 알잖냐, 신오진아. 네가 뭐 그리 특출난 재능을 가진 사람은 아니란 걸 말이다.’

그래도 그가 그 평균인 5를 넘는 수치들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오성(悟性) 6이라...’

운명록(?)은 오성의 설명도 허공에 적어주었다.


-오성: 이치를 이해하고, 학습하고 깨닫는 능력입니다. 높을수록 좋습니다. 평범한 성인의 평균 수치는 5입니다.-


‘흠...’

신오진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저 체질 수치가 높으면, 엄청난 강골에 더불어 운동 능력도 좋아지고, 타고난 체질도 좋아진다는 소리지?’

그도 객잔에 떠도는 풍문으로 들은 것들이 있었다.

무슨무슨지체니 하는 타고난 특수 체질에 대한 소문이라든가, 신력을 타고났다는 장사(壯士)들의 이야기라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그런 사람들은 저 체질 수치가 높은 거란 의미군! 하고 이해가 딱 되었다.

‘오성은 한마디로 머리가 얼마나 좋은가를 말하는 거고 말이야.’

그럼 다른 것들은 정확히 무엇일지 궁금해진 신오진은 다음 항목들에 대한 설명을 읽기 시작했다.


매력(魅力)- 사람의 매력, 인화력, 지도력 등을 총괄하는 항목입니다. 높을수록 좋습니다. 평범한 성인의 평균 수치는 5입니다.


‘매력 8이라...’

저기 표시된 숫자들이 자신의 것이라면, 일단 여분치란 걸 제외하고 항목 중 가장 높은 수치였다.

‘사람의 매력, 인화력, 지도력 등을 총괄하는 수치라...’

처음에는 이게 단순히 얼마나 잘생겼느냐, 아름답냐를 의미하는 건가 싶었지만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닌 듯 했다.

잘생기거나 예쁘더라도, 인간적인 매력이 크게 떨어지는 이들도 있다는 걸 점소이 생활을 오래 한 신오진은 잘 알았다.

‘그리고 단순히 미(美)의 척도라면 내가 평균을 훌쩍 넘는 8은 아닐 거다.’

신오진 그가 꾸미면 그럭저럭 잘생겼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는 되지만, 그렇다고 무슨 엄청난 미남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다.

아마도 저 인화력(人和力)이란 요소가 같이 작용해서 8이란 수치가 나오는 것이 분명했다.

문득 점소이 생활을 하며 몸에 익힌 접객술 같은 것이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대단한 지도력이 있는 것은 아닐 테니, 아무래도 그럴 거야.’

신오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시 생각에 잠겼다.

‘이 매력이란 항목이 앞의 항목들보다 못하다고 할 순 없어. 일단 매력이 높은 사람들은 그만큼 타인의 호감을 사기 쉽고, 인맥을 구축하기 쉽지. 그리고 인맥의 힘은 두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신오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다음 항목인 기감을 살폈다.


-기감(氣感): 기를 느끼고, 제어하는 능력. 수치가 높을수록 좋습니다. 평범한 성인의 기감은 평균적으로 5입니다.-


‘기를 느끼고 제어하는 능력? 분명 그 내공이란 것과 관련 있는 수치겠지?’

그도 무림의 고수들은 내공이란 걸 익혀서, 하늘을 날고 바위를 쪼갠다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었다.

분명 그것과 관련 있는 내용일 거다.

여기저기 주워들은 내용이 있기에 신오진은 대충 그런 거군! 하고 이해하고 넘어갔다.

‘다음은 운이라...’

운이 무언지 모르지 않지만, 앞의 항목들이 그렇듯이 아마 이것도 뭔가를 총괄하는 것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그는 신중하게 항목을 살폈다.

아니나다를까, 하늘에 나타난 글자에는 운에 몇 가지 내용이 더 붙어 있었다.


-운(運): 자신이 결정할 수 없는 요소들의 확률에 보정되는 힘. 일반적으로 수치가 높을수록 좋긴 하나, 운에는 항상 반대급부가 따른다는 것을 잊어선 안 됩니다. 일반적인 사람의 운은 평균적으로 5입니다.-


‘이 반대급부라는 게 뭐지?’

신오진은 잠시 고민해보았지만, 그 반대급부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일시에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었다.

‘운이 좋으면 좋은 거지, 거기에 반대급부가 있나?’

그는 뭔가 추가적인 설명 같은 것이 없나 살폈지만, 허공에 글자는 더 늘어나지 않았다.

더 생각해봐야 지금 딱히 뾰족한 답이 떠오르지도 않을 터, 신오진은 일단 다음 항목인 안목을 살폈다.


-안목: 사물이나 인물들의 속성이나 가치를 평가하는 능력. 수치는 높을수록 좋습니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평균적인 수치는 5입니다.-


‘음...’

신오진은 안목 6이라 적힌 수치를 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게 평균보다 높은 건, 내가 점소이라서 그런 걸까?’

손님을 접객하는 점소이는 아무래도 눈치가 빨라야 한다.

그래야 이런저런 편의를 봐주고, 부수입을 얻기 쉬워지는 것이다.

타고난 눈치가 빠르고, 요령이 좋은 점소이는 일종의 해결사 비슷할 정도로 수완을 발휘하며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거기에 더해 상대하는 손님이 어떤 부류인지 재빨리 파악하는 눈치와 안목은 어떤 의미에서 점소이의 생명이나 안위와도 직결된 사항이기도 있었다.

점소이가 사파의 무인이거나 인성에 문제가 있는 사람에게 자칫 밉보이면 작게는 곤욕을 치르고, 크게는 목숨이 위험했다.

점소이들 사이에 널리 퍼져 있는 전설 같은 일화인 대곡 반점 참사만 생각해도, 사람 보는 안목은 점소이에게 일정 수준 이상 필수라 할 수 있었다.

‘보는 눈이 없으면 이 바닥에서 버티기 어렵지.’

이제 더 점소이로 계속 살 생각은 없었지만, 무얼 하더라도 저 안목이란 것은 나름 유용할 것이다.

평생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사람이다.

그 삶에 사람 보는 눈이 조금이라도 있느냐 없느냐는 생각보다 큰 차이일 수 있었다.

‘흠. 그래. 이 항목들이 대충 무슨 의미인지는 알았어. 그런데 여분치는 뭐야? 수치도 높아. 10이나 되잖아?’

그렇지 않아도 눈에 띄던 항목과 수치다.

보통 사람들의 항목 당 평균 수치가 5라고 했으니, 두 배의 수치 아닌가.

보통 사람들의 두 배나 되는 것이 대체 무엇인가 싶어, 그는 호기심을 누르기 어려웠다.

‘어디 보자...’

여분치라는 항목을 살피자, 허공에 그것에 대한 설명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여분치: 운명록의 사용자에게 기본 제공되는 능력입니다. 격(格)을 3 올릴 때 마다 수치 1이 추가됩니다. 원하는 항목에 보태 능력을 강화하십시오.-


“엉?”

신오진은 자신도 모르게 한 마디 탄성을 내질러야 했다.

‘이거 지금 내가 이해한 내용이 맞아?’

지금 그가 보고 있는 것들이 사실이라면... 풍문으로 들은 기연이 바로 이런 건가 싶어, 순간 몸이 다 부들부들 떨릴 정도였다.

그런 환희와 격정을 누르려고 애쓰며 신오진은 연신 되뇌였다.

‘아니야. 아니다. 이건 그저 환각일 가능성이 더 커. 아직 기뻐하긴 이르다.’

사실 그럴 가능성이 더 높았다.

평범하고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자신이 운명록이란 이름의 들어본 적 없는 기연을 얻었다는 것보다, 머리를 맞은 충격에 환상을 보고 있다는 것이 훨씬 더 말이 되고, 그럴 가능성이 컸다.

‘내가 지금의 구질구질한 삶에 지친 나머지 내 소망에 따른 헛것을 보고 있다는 게 말이 되지. 이 운명록이라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보다 말이야!’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신오진은 일단 초연하려 애쓰며 마음을 가라앉혔다.

‘그래도 밑져야 본전이니...’

그는 일단 여분치라는 수치를 다른 항목에 나눠 추가해보기로 했다.

어떻게 추가해야 하는 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이 운명록이란 것이 자신의 생각에 반응하는 것을 보면 수치를 추가하는 것도 아마 그런 식으로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흐음...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

기왕이면 최대한 이익을 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문제는 그게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이었다.

이것도 좋아 보이고, 저것도 좋아 보이니 무얼 선택하는 것이 더 좋을지, 무얼 선택하는 것이 더 유리할지 직관적으로 와 닿는 것이 없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신오진은 결국 결정을 내렸다.

‘음... 아무래도 앞으로 뭘 할 것이냐에 중점을 두는 것이 낫겠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도, 신오진은 마음속 한구석에 이미 무림인의 모습을 그리고 있었다.

더는 점소이로 살지 않겠다고 결심을 굳힌 지금, 그것은 이제 단순한 동경이나 꿈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표가 되어 있었다.

‘그래. 무림인이 되는 거야.’

그렇게 마음을 확실히 굳히자, 비로소 신오진은 운명록의 수치들을 무림인이 된다면? 이란 관점으로 새로 볼 수 있었다.

“음...”

무림인이 되기로 생각하자, 우선 눈이 가는 건 역시 체질이었다.

주지했다시피 객잔은 온갖 풍문이 술과 식사 속에서 흘러가는 곳이다.

당연히 점소이인 신오진도 이것저것 주워들은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다.

‘분명 무공을 익히려면, 어린 나이에 입문할수록 좋다고 했었단 말이야?’

듣자하니 무림 명문의 제자들은 세, 네 살에 평균적으로 무공에 입문한다고 했다.

신오진 그의 나이가 어느덧 스무 살이다.

따지고 보면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무공에선 이야기가 달랐다.

적어도 주워들은 내용에서 무공에 입문한다는 나이로 스무 살은 적정 연령대를 넘어도 한참 넘어 퇴물이라고 해도 할 말 없는 나이였다.

‘이 나이에 무공에 입문하려면, 체질 수치를 좀 올리는 것이 아무래도 맞는 거겠지?’

그래야 어린 나이부터 무공을 익힌 이들 정도로 몸이 좀 따라가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체질에만 여분치를 다 줄 순 없었다.

다른 항목들도 충분히 중요했던 것이다.

‘예를 들면 오성이라든가.’

들은 풍월에 의하면, 상승의 고급 무공일수록 매우 복잡하고 어렵다고 했다.

오성이 부족하고, 자질이 모자라면 입문조차 할 수 없는 것이 그런 무공이라고 했었다.

‘아마 그게 맞을 거야. 무림에서 고수라고 소문난 사람들치고 기재 내지는 천재 소리 안 들어본 사람 찾기가 어렵다고 했어.’

이런 사항을 고려하면 오성도 충분히 확보해야 했다.

‘뭐 그게 아니더라도... 일단 머리가 좋아서 손해를 볼 일은 없을 테니까.’

그렇게 생각하자 오성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이 좋을 거 같았다.

‘하지만... 그렇게 치면 다른 것들도 충분히 필요하단 말이야?’

이렇게 나이를 먹은 상태에서 무공을 배우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거기에 매력이 도움이 될 수도...’

매력이 높으면 아무래도 사람을 대할 때 호의적인 결과를 얻기 쉽고, 무공을 배우는 일도 더 쉬워질 가능성이 크지 않는가.

‘기감이나 운, 안목도 문제지.’

고수가 되려면 내공을 익혀야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내공을 연마한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 연마한다면... 기감이 낮으면 분명 그게 문제가 될 것이다.

운도 그렇다.

운이 나쁘면 당장 무공을 배우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스무 살 나이에 무공을 배우려면 운이 따라줘야 하는 것 아닐까?

심지어 안목도 마찬가지다.

무공을 배우려고 돌아다니다, 그걸 이용하려는 사기꾼을 만났는데 그걸 알아보지 못하면?

아직 무공이 변변찮을 때, 엮여선 안 될 부류를 알아보지 못하고 엮이면? 그땐 목숨이 위험했다.

생각해보면 생각할수록 중요하지 않은 항목이 없는 것 같았다.




운명록


작가의말

무협에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하는 것에 대해 글을 쓸 때도 고민했었습니다만...

어차피 퓨전에 가까운 작품이다보니 편의상 아라비아 숫자를 사용했습니다.

너그러히 이해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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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5. 손 숙의 이별 선물 +12 18.11.24 5,493 8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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