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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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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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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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하수수의 과거

강호




DUMMY

그들 부부는 그냥 자식이 무림과 엮이지 않고 평범하게, 안전하게 살아가기를 바랐을 뿐이다.

결코 자식이 비굴하게 굽히고 숙이며 살아가라고 그랬던 것이 아니었다.

‘오진이 말이 맞아. 최소한 자신의 몸은 지킬 정도의 능력은 갖춰줘야 했어. 아... 하지만 힘이 있으면 쓰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본성. 그렇게 무공을 갖추면 필연적으로 무림과 엮이게 될 텐데 그건...’

하수수는 그들 부부가 내렸던 결정이 과연 옳은 것인지 아닌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분명 옳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했지만, 아들이 누군가 자신을 해칠까 두려워 무조건 몸을 낮추고 사는 그런 삶을 원했던 것도 아니었다.

하수수는 이런저런 회한에 순간 말을 잊었다.

“후우. 이 어미가 네가 그렇게 살기를 원해서 그런 것은 아니지만... 네게는 그렇게 들리지 않겠지.”

그녀는 다시 한숨을 내뱉은 다음, 말했다.

“과거의 일을 더 이야기해봐야 이 어미가 변명하는 것처럼 들릴 테지만, 이번에 하가장에서 너를 노린 일, 그것도 그 일과 관련이 있으니 마저 이야기를 듣도록 하거라. 그러니까 이 어미가 너희 아버지와 만난 그때는...”

하수수가 자식들에게 해준 이야기는 대략 이러했다.

당시 훗날 아이들의 아버지가 될 야차도 신정철은 어느 부자를 호위하고 있었다.

그 부자가 바로 동쪽으로 이십 리 정도 가면 나오는 기양현 제일의 부자인 하대인, 바로 하가장의 장주였다.

“네?”

여기서 하가장의 이름이 튀어나오자 신오진은 순간 움찔했다.

하가장의 대공자가 소양이도에게 자신을 죽이라 사주했다는 말을 듣고서도, 도무지 왜 그랬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는데 과연 어머니 말대로 뭔가 사연이 있긴 있었던 모양이었다.

“당시 하대인은 어린 손녀를 위한 영약을 구해 가져가고 있었지.”

하대인은 슬하에 자식을 한 명밖에 두지 못했는데, 그 자식은 아들 하나와 딸을 두었다.

문제는 이 하가장의 천금인 손녀가 태어날 때부터 극도로 허약한 체질로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백방으로 알아본 결과, 손녀의 그 체질을 고치려면 귀한 영약을 구해 체질을 완전히 갈아엎는 일종의 개정대법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그건 사실 손녀따님을 살릴 방법은 없습니다... 라는 말이나 마찬가지였다고 했다.

“영약이라는 것이 구한다고 쉬이 구해지는 것이면 어찌 귀물(貴物)이라 하겠느냐. 게다가 개정대법을 펼칠 수 있는 고수나 그 비슷한 대법을 펼칠 수 있는 의원을 모시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귀신도 부리는 것이 돈이었고, 하대인은 부자였다.

천금을 뿌리고 만금을 써서, 하대인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내었다.

먼저 강호 삼대 신의 중 하나라는 금면신의에게 영약을 구해오면 손녀의 병을 낫게 시술해준다는 확답을 받아냈다.

금면신의는 반드시 거액을 받아야만 환자를 치료해주는 것으로 악명이 높아 금면(金面)이라 불릴 정도지만, 반대로 돈만 주면 누구라도 치료해준다는 점에서 하대인이 부르기는 오히려 쉬운 사람이었다.

그렇게 의원을 확보한 하대인은 이제 영약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리고 그는 기어이 해내고 말았다.

호북의 무당파에 거액을 기부하고, 소청단을 세 개 얻어내는 일에 성공한 것이다.

하대인의 생각 같아서야 태청단을 얻고 싶었지만, 소림의 대환단이나 무당의 태청단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종류의 물건이 아니었다.

그나마 소청단이나마 얻어낸 것도 만금을 썼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태청단의 약효엔 미치지 못해도, 소청단을 세 개 쓰면 손녀의 체질을 바꿀 정도의 약력은 있을 거라고 무당파에서 보증했으니, 하대인은 그걸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거기서부터였다.

비록 소청단이 태청단엔 비할 바가 못 된다고 해도, 그건 태청단이 대단한 거지 소청단이 별 것 아닌 게 아니었다.

“보물은 대개 거기에 꼬이는 날파리들이 생기기 마련이다.”

강호에는 사람은 죄가 없지만, 보물을 가진 것이 죄라는 말이 있다.

하대인 역시 상계에서 잔뼈가 굵은 몸, 그런 이치를 잘 아는 사람이라 그는 무당에서부터 철통같이 보안을 지켜 그가 소청단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외부인이 알지 못하게 일을 처리했다.

하지만 그렇게 했음에도 날파리는 꼬였다.

하대인이 가진 것이 자세히 무언지는 몰라도, 뭔지는 모르지만 귀한 물건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날파리들을 해결하기 위해 고용된 것이 바로 야차도 신정철이었다.

“나는 그렇게 하대인을 호위하던 그이와 우연이 인연이 닿아 그렇게 동행하게 되었단다.”

강호에는 왕왕 분쟁이 일어난다.

그리고 보통 강호의 철칙은 지나가다 보는 것만으로는 그런 분쟁의 시시비비를 자세히 알기 어려우니 쉬이 개입하지 말란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꼭 제대로 지켜지는 것은 아니었다.

호기심, 호승심, 괴팍한 기벽 등등 수많은 이유로 남의 행사에 끼어드는 이들은 어제도 강호에 있었고, 오늘도 강호에 있으며, 내일도 강호에 있을 것이다.

하수수도 그랬다.

배운 내용대로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나가려 했지만, 무섭게 적들을 베어버리는 야차도 신정철의 모습에 묘한 관심을 느끼고 다가갔다 날파리들과의 싸움에 엮이면서 그렇게 인연이 얽혔다.

“이 어미는 너희 아버지와 묘하게 죽이 잘 맞았단다. 우리는 빠르게 친해졌지.”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적과 싸우는 과정이 둘을 빠르게 가까워지게 했다.

그렇게 하대인을 호위하는 여정이 막바지에 달했을 때였다.

쓰레기도 잔뜩 쌓이면 그 안에서 제법 쓸만한 물건이 나오기 마련이다.

어중이떠중이, 제 죽는 줄도 모르고 덤벼들던 날파리들의 행렬 끝에 드디어 진짜 거물들이 나타났다.

여정의 막바지에 다가온 진짜 위기, 그들은 바로 추명팔마(醜名八魔))라고 했다.

“추명팔마요?”

“그렇다. 개개인이 모두 온갖 악질적인 만행을 저질러 이름을 언급하기만 해도 입이 더러워질 말종들인데, 무공이 고강하고 여덟이 항상 몰려다니니 악행이 하늘에 닿아도 죽지 않고 강호를 종횡하고 다니는 마두들이었다. 이 마두들이 뭔가 냄새를 맡고 움직였다.”

그것은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였다.

추명팔마의 악명은 강호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악명이 높다는 건 그들의 악행에 피눈물 흘린 사람이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쌓은 원한도 엄청나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그들은 죽지 않고 강호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추명팔마 그들은 그만한 실력이 있다는 소리였다.

“일대일이라면 이 어미도 너희 아버지도 그들이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될 수가 없었지.”

상대는 여덟, 이쪽은 둘.

더구나 상대는 그 흉명이 강호에 진동하는 마두들, 요행이나 자비는 바랄 수도 없었다.

물건을 줄 수도 없었지만, 설령 물건을 준다고 해도 순순히 갈 종자들이 아니었다.

자신들이 무엇을 얻었는지 묻어버리기 위해, 반드시 살인멸구를 할 것이다.

저들을 쓰러뜨리지 못하면 신정철, 하수수, 하대인 누구도 살아나갈 수 없었다.

절체절명의 궁지에 몰렸다는 것을 안 하대인은 신정철과 하수수에게 몰래 몸을 빼서 소청단을 손녀에게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의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소청단을 빼돌려 손녀를 살리겠다는 각오였다.

그러나 신정철도 하수수도 그렇게 하대인을 죽게 내버려두고 차마 갈 수가 없었다.

“서로가 격렬하게 언쟁을 벌였었단다. 대적을 앞에 둔 상황에서 한가하게 언쟁 따위나 하고 있어선 안 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결국 언쟁 끝에 그렇게 빠져나가는 것이 오히려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하대인이 인정하면서 언쟁은 끝났단다.”

원래부터 열세인 전력을 나누어서 각개격파 당하게 된다는 문제와 설령 빠져나가서 소청단을 하가장에 전달한다 해도 추명팔마를 처리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끝내 거기까지 추적해 올 것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그렇게 된다면 하가장이 혈겁에 잠길 터, 차라리 이곳에서 추명팔마와 건곤일척의 승부를 거는 것이 최악의 경우에 가족들의 목숨은 살릴 수 있다는 설득에 하대인은 결국 고개를 숙였다.

“죽고 사는 것을 하늘에 맡긴 하대인은 그때 그이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만일 여기서 살아서 소청단을 무사히 하가장에 전해 손녀딸을 살린다면 그것은 모두 우리들의 덕, 그 대가로 원하는 것을 무엇이든 한 가지 들어주겠다고 말이다.”

“......!”

“그때 네 아버지가 내게 이 싸움에서 둘다 살아난다면, 결혼하자고 하더구나. 그래서 나도 둘 다 살아난다면 그러자고 그랬지. 너희 아버지와 이 어미는 그렇게 서로 마음을 확인하고, 결전에 미련없이 임할 준비를 마쳤다. 그런데 너희 아버지는 그걸로 그치지 않았단다.”

“음...!”

“그때 그이는 히죽 웃으며 불쑥 하대인에게 말했지. 여기서 살아난다면, 나중에 우리 사이에 아들이 생기면 그 아들을 그 손녀와 짝지어 달라고. 농담하듯 한 말이었지만, 하대인은 순순히 좋다고 말했다.”

“... 하대인의 손녀와요?”

신오진이 이게 무슨 소리야? 하는 표정으로 어머니 하수수를 바라보자, 하수수가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당황스러운 모양이구나. 하지만 그이가 아무 생각 없이 그런 말을 한 건 아니었다.”

추명팔마 여덟 명의 마두를 상대로, 둘이서 무공을 모르는 하대인을 보호하면서 싸운다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이었다.

살 가능성보다 죽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 상황, 죽어버리면 아직 낳지도 않은 자식이나 약속 따위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다.

“거기서 다 죽는다면, 병을 고치지 못하고 손녀도 죽을 테니 그런 약속을 하나 하지 않으나 아무 의미도 없었다. 그리고 거기서 살아난다면... 그 결과로 손녀의 목숨과 하대인의 목숨을 구한 것이 될 테니 그 대가로 충분히 요구할 만한 것이었지. 하대인도 그렇게 생각해서 순순히 승낙한 걸테고 말이다. 물론 너희 아버지는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단다.”

“그게 뭐죠?”

“네 아버지는 설령 그 싸움에서 이긴다고 해도 같이 죽게 되거나, 엄청난 중상을 입어 은퇴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고 말하더구나. 몸뚱이 하나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낭인이다. 그런데 그럴 경우... 이 어미와 훗날 생길 자식들, 그러니까 너희들을 제대로 보살필 수 있을지 장담 못 한다는 거였지. 그래서 그이는 하대인에게 그런 제안을 했단다.”

“......!”

신오진은 내심 매우 복잡한 생각이 들었다.

여기까지 듣자, 그는 어쨌든 하가장의 대공자가 왜 그를 죽이라고 사주했는지 알 것 같았다.

“어머니. 설마... 그게 이유라고 생각하세요?”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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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15. 손 숙의 이별 선물 +12 18.11.24 5,493 81 13쪽
16 14. 운명록 특전 +3 18.11.23 5,716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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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하수수의 과거 +3 18.11.21 5,776 75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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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10. 육합기공을 전수받다. +5 18.11.19 6,099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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