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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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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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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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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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칩입자

강호




DUMMY

뽑아든 도는 그가 생각하던 것과는 좀 많이 달랐다.

소양이도가 휘두르던 그 새파랗게 날이 섰던 그 도(刀), 그가 생각하는 도의 인상은 그런 것이다.

하지만 천노인이 준 도는 빛깔도 흐릿했고 날도 예리하게 서 있지 않았다.

그래도 신오진은 크게 실망하진 않았다.

이미 천노인도 실패작이라고 말했던 물건이고, 아직 무공에 입문한 지 얼마 안 된 초보자 주제에 아직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서였다.

“흠.”

신오진은 문제의 도를 몇 번 휘둘러 본 다음, 다시 도갑에 집어넣었다.

‘어차피 도를 사용하는 방법은 아직 제대로 배우지도 않았다.’

그러니 당분간 도를 쓸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신오진은 도를 허리춤에 찼다.

당장은 쓸 일이 없다 해도, 무림인이 되기로 한 이상 먼저 자신의 무기에 익숙해져야 할 터, 매일 가지고 다녀야 했다.

“자아, 그럼 이제 반년 안에 무월보와 육합기공 오성을 달성하는 일을 시작해볼까!”

그렇게 신오진의 수련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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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소이 일을 그만둔 후, 신오진의 하루는 아주 단순해졌다.

아침에 일어나 육합기공을 연마한 후, 점심을 먹고 하루종일 무월보를 수련한다.

그리고 자기 전에 육합기공을 재차 수련한 후, 잠이 든다.

누가 가르쳐주거나, 옆에서 독려하고 채찍질해주는 사람도 없는 혼자만의 수련이라 지루하고 고된 일이었지만, 신오진은 조금도 지루함을 느끼지 못했다.

육합기공의 구결대로 운기를 시도하며 기감을 느끼려 애쓰다 마침내 처음으로 기를 느끼던 때의 짜릿한 느낌, 무월보의 기본 칠십 이보를 밟으면서 다양한 조합과 변화를 하나씩 익혀가는 그 재미 등은 지루함 따위는 도저히 느낄 수 없게 했다.

뭔가에 능숙해져 가는 그 과정, 그러면서 하나하나 새로운 사실을 깨달아가는 그 과정은 일종의 중독과도 같았다.

거기다 신오진의 성장을 촉진하는 요소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운명록의 사용자 상태창을 허공에 띄우면 자신의 현재 정보가 떠오른다.

수련을 하면 한 만큼, 그에 비례해 운명록 상태창의 수치가 변화하고 그것이 미묘하게 목적의식을 자극해 그로 하여금 더욱 더 수련에 몰두하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그는 순조롭게 쑥쑥 성장해 가고 있었다.

물론 신오진도 모든 것을 잊고 그저 수련에만 몰두할 수 있던 건 아니었다.

‘내가 이러고 있어도 괜찮은 걸까?’

사실상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가 점소이 일을 그만둔 상황이다.

따로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니, 틈틈이 약간 모아두었던 돈이 떨어지면 그때부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

‘어머니가 알아서 한다고 말했지만...’

몸도 성치 않은 어머니가 뭘 어떻게 한다는 건지 솔직히 너무 걱정이 되었다.

‘약값도 만만치 않았는데...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현실은 언제나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그런 걱정들을 애써 누르며, 그것들을 잊으려는 듯 신오진은 수련에 가열차게 매진했다.

하지만 그런다고 그런 걱정을 완전히 누를 수는 없었다.

결국 그는 수련에 몰두한 지 두 달이 지난 때, 어머니 하수수에게 그런 걱정을 캐묻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자 하수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미 조치를 해두었다.”

“네?”

“네가 하가장에서 보낸 이들에게 죽을 뻔한 이유가 무엇이더냐. 과거 이 어미와 네 아버지가 하대인과 한 약속, 즉 손녀와 네가 정혼하도록 약속했던 것 때문 아니냐. ”

“그렇죠. 그런데요?”

“이미 자객을 보낸 이상 이대로 놔둘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이런 상황에서 그 약속을 지키라고 하는 것도 웃기는 일. 결국 파혼하고 절연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그렇지?”

신오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얼굴 한번 못 본 정혼 상대라는 아가씨에게 별다른 감정도 없고, 하가장의 사위가 꼭 되겠다는 마음도 없으니 절연한다고 해서 그걸 말릴 생각 같은 건 없었다.

“그래서 절연장을 하가장에 보냈다. 그리고 이번에 네 목숨을 노린 일에 항의하고, 그걸 보상하기 위한 위자료를 요구했다.”

“네?”

하수수가 쿡쿡 웃었다.

“암혼객이 경고를 했으니, 그들은 감히 널 손대거나 하진 못할 것이다. 이 위자료의 요구도 마찬가지지. 혹시나 이걸 거절한다면 암혼객의 비위를 거스르는 것이 아닐까 두렵기도 하고, 네 목숨을 노렸던 일도 껄끄러울 테고... 그러니 순순히 위자료 명목으로 돈을 보낼 것이다. 그걸로 모든 일을 매듭짓는다고 생각하면 그 하가장의 대공자란 자도 굳이 돈으로 이 일을 매듭짓는 걸 마다치 않을 테지.”

“아아...”

“그게 이 어미가 돈 문제는 알아서 한다고 말한 이유란다. 아들. 자 이제 좀 안심이 되었느냐?”

“네, 어머니.”

하수수의 대답을 듣고 더는 걱정할 것이 없어진 신오진은 그 뒤로 오로지 수련에만 집중했다.

며칠 뒤 하가장에서 상당한 거금을 보내주었고, 그때부터 그는 혹시라도 일이 틀어질까 하고 가졌던 일말의 걱정조차 잊고 수련할 수 있었다.

그러나 모든 걱정이 완전히 사라진 건 또 아니었다.

‘수련으로 오르는 성장 수치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데?’

현재 운명록의 상태창에 나타나는 그의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성명: 신오진

연령: 20세

종족: 인간 남성.

신분: 무림인 지망자.

현재 익히고 있는 무공: 무월보 2성, 육합기공 1성.

격(格): 4 640/700

체질 8, 오성 10, 매력 8, 기감 8, 운 5, 안목 6, 여분치 0-

운명록 특전 : 특전 중 하나를 선택하십시오. 특전을 선택할 수 있는 최소 격(格)은 6입니다.


이전과 비교했을 때, 무월보가 1성에서 2성으로 올랐고 격 옆의 성장 수치도 400에서 640으로 올랐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발전이었지만, 신오진은 솔직히 불만이었다.

‘벌써 수련한지 두 달이 넘었다. 하지만...’

어머니 하수수와 약속한 기간은 반년, 여섯 달이다.

여태까지 발전해온 것과 비슷한 속도로 발전한다고 치면, 약속한 반년 안에 무월보와 육합기공이 오성 이상의 성취를 이룰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솔직히 시간 내에 맞추기 빠듯할 거란 생각이 든다.’

특히 무월보보다 육합기공의 성취가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내공에 입문한지 겨우 두 달 좀 넘은 기간에 뭔가 대단한 성과를 바라는 것이 욕심이지만, 그래도 이런 속도론 반년 안에 오성 이상의 성취를 얻는 건 무리였다.

‘뭔가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전체적으로 수련하는 시간을 더 늘리고, 거기에 육합기공을 연마하는 시간을 좀 더 늘리는 것이 가장 단순한 해법이겠지만 시간은 한정되어 있었다.

고민하던 신오진은 마침내 무월보를 수련하면서 그 시간에 육합기공도 같이 연마한다는 발상을 떠올리고 실행에 들어갔다.

자칫하면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 이것도 저것도 제대로 못할 무모한 방법이었지만, 무공의 초보자인 신오진은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그 방책을 아무 의심없이 실행에 옮겼다.

당연히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각자 따로따로 할 때는 무리가 없던 일도 그것을 같이하려 하자 순식간에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신오진은 그만두지 않았다.

어차피 이대로는 반년 안에 목표로 한 성취를 이룰 수 없다면, 특단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해서였다.

‘육합기공의 호흡에 맞춰서 무월보의 칠십 이보를 밟는다.’

그것에 집중하며 신오진은 계속 무월보를 펼치며, 육합기공의 구결에 따라 호흡하려 애쓰고 또 애썼다.

인간은 적응하는 동물이라고 했던가.

처음에는 엉망진창으로 제대로 되는 것이 없었지만, 몇 시간이고 그것을 반복하는 동안 어느새 신오진은 육합기공의 호흡에 맞춰서 칠십 이보를 펼칠 수 있게 되었다.

‘오... 뭔가 무월보를 펼치는 게 좀 더 편해진 것 같은데?’

흥이 오른 신오진은 정신없이 무월보에 빠져들었다.

해가 지고 밤이 되도록 수련에 몰두하던 그는 어느 순간 피로를 느끼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언제 시간이 이렇게 되었지.’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난 건지도 짐작이 안 갔다.

이미 밤이 되었다는 것으로 상당한 시간이 지났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이었다.

‘정말 시간 가는 줄 몰랐네.’

무월보와 육합기공의 호흡을 합치는 것을 성공하자, 무월보를 펼치는 것이 너무 재미있었다.

조금만 더, 한 번만 더 하다 보니 이렇게 되고 말았다.

“그래도 보람찬 하루였다.”

신오진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당 뒤편에 작은 우물로 몸을 씻으러 갔다.

하루종일 수련을 하느라 땀범벅이라 자기 전에 씻고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후우...”

신오진이 몸을 씻으려 막 윗도리를 벗을 때였다.

“음?”

그는 무슨 소리를 들은 것 같아 동작을 멈추었다.

‘뭐지?’

가만히 서서 귀를 기울이자, 그것은 누군가 서로 속닥거리는 소리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집이야?”

“그래. 이 집이야.”

“소문이 맞는 거겠지?”

“틀림없다니까. 이미 인근에 소문이 파다하게 났어. 이 집에 큰돈이 생겼다고 말이야. 소문에 의하면 하가장에서 무슨 일로 큰돈을 주었다고 하더라고.”

“그렇단 말이지. 좋았어.”

“......!”

신오진은 순간적으로 놀라 일시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도둑... 아니 강도인가.’

사실 이런 경우를 생각하지 못한 것이 너무 순진한 일이었다.

하수수가 딱히 큰돈을 가진 티를 내진 않았겠지만, 그게 아니더라도 유일하게 돈을 벌어오던 신오진 그가 일을 그만둔 상황에서도 생계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마을에 이런저런 소문이 돌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하가장에서 큰돈을 보내오는 과정에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새어나갈 구석은 얼마든지 있었다.

아니 오히려 이쪽이 가장 가능성이 클 것이다.

재물이 있으면 거기에 꼬이는 파리떼들이 있는 법, 하물며 그것을 지킬 힘이 없다고 생각하면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내가 지켜야 해.’

신오진은 정신이 바싹 들었다.

도둑들이 몇인지는 모르지만, 몸이 안 좋은 어머니와 어린 동생들을 지킬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는 생각에 두려움과 긴장감이 차올라 가슴이 바싹 조여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것은 소양이도에 의해 죽음의 위기에 몰렸을 때와는 또 다른 공포였다.

자칫하면 가족들이 참변을 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자기가 죽는다는 공포 못지않게 큰 두려움을 몰고 왔다.

물론 하수수는 과거 무림인이었고, 병든 지금 상황에서도 하가장의 하인을 제압하고 굴비 묶듯 묶어놓았던 사람이니 그녀가 지금 신오진보다 객관적으로 보면 훨씬 더 강하다.

하지만 지금 긴장한 그에게 그런 것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그의 뇌리엔 그저 병든 어머니와 어린 동생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신오진 쫄지마, 씨발!’

도적들에 대한 두려움을 몰아내려는 것처럼 신오진은 도를 움켜쥔 채,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누구냐!”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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