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운명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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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인h
작품등록일 :
2018.11.12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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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0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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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1.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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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17. 첫 실전

강호




DUMMY

“......!”

잠시의 침묵 후, 세 명의 복면 사내가 흉소와 함께 마당으로 들어섰다.

그들은 손에 박도와 몽둥이를 들고, 얼굴은 복면으로 가린 채 흉흉하게 서 있었다.

“이놈아! 어르신들을 봤으면 냉큼 절을 하고 가진 걸 모두 가져다 바치지 않고 뭘 하느냐?”

“흐흐. 이놈아. 가족들 생각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빠릿빠릿하게 움직이도록 해라!”

그들은 신오진과 가족들을 이미 다 잡은 고기인 것처럼 말하며, 안하무인으로 굴고 있었다.

삼대일. 하류배들 사이에서 머릿수는 그 어떤 것보다도 위력적인 무기다.

더구나 그들이 볼 때, 신오진은 점소이 노릇을 하던 애송이에 불과했다.

일대일로도 신오진에게 질 거라곤 생각하진 않을 텐데 하물며 셋이니 안하무인일 수밖에 없었다.

“지랄하지마!”

두려움을 쫓으려는 기합처럼 신오진은 도를 뽑아들고 다시 힘껏 외쳤다.

도를 보자 복면 사내들은 잠시 흠칫했지만, 이내 비웃음을 토해냈다.

“아서라. 애송아. 그러다 다친다.”

“말 잘 들으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을 꼭 이렇게 객기 부리는 놈들이 있어요.”

“형제들. 더 말해 무엇하나. 어서 저 애송이 놈 치우고 집을 뒤져보세.”

사내들은 흉소를 흘리며 신오진을 포위하려는 듯 산개하기 시작했다.

굳이 말을 나누지 않고도 알아서 척척 움직이는 그 동작엔 어딘가 여유마저 느껴졌다.

그걸로 봐서 분명 강도질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리고 그 여유가 신오진에게 더욱 위협을 느끼게 했다.

‘포위당하면 끝장이다.’

그는 일단 포위당하지 않기 위해 기민하게 몸을 움직여 위치를 바꾸었다.

점소이 노릇하면서 그도 주먹다짐 여러 번 해보았고, 싸움 구경도 많이 해보았다.

그 과정에서 그는 한 가지는 확실하게 깨닫고 있었다.

일단 포위당하면 끝장이다!

대부분 여럿이서 둘러싸고 몰매를 때리면 그걸로 싸움은 끝이었다.

셋이 그리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신오진 그 한 명을 상대로는 충분하다 못해 넘치는 숫자였다.

하물며 첫 실전... 신오진은 극도의 긴장과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두려움과 긴장으로 몸이 굳어 어어 하다 당해버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다.

하지만 두 가지 요소가 그의 마음을 다잡게 해주었다.

하나는 자신이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가족들이 위험하다는 사실, 그리고 또 하나는 운명록의 존재였다.

그 사이 그가 해온 수련과 그로 인한 발전을 운명록을 통해 수치로 보았던 만큼, 그것이 흔들리는 그의 마음을 다잡는 버팀목이 되고 있었다.

그동안 열심히 수련해서 어느 정도 몸에 익힌 무월보를 펼쳐 움직이며, 그는 육합기공의 호흡으로 숨을 쉬기 시작했다.

그러자 마음이 어느 정도 진정되면서 그는 그럭저럭 침착해질 수 있었다.

“흐아!”

“타앗!”

그 순간 괴성과 함께 복면 사내들이 박도와 몽둥이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웅부웅 소리가 날 정도로 흉흉한 분위기였지만, 신오진은 당황하지 않았다.

그들이 달려들지 않고 그저 무기를 붕붕 휘두르며 위협하고 있다는 것을 간파했기 때문이었다.

생사의 간극에 서 있는 상황이라 그런 것일까?

어느 정도 침착함을 되찾자, 그는 비교적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해볼 수 있었다.

‘유리한 상황임에도 달려들지 않는다. 왜?’

그 이유는 자신이 들고 있는 도 때문일 거라고 그는 결론 내렸다.

‘괜히 깔보고 쉽게 덤볐다가 재수 없어 칼이라도 맞으면 손해라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니 저들은 좀 더 쉽게, 수월하게 그를 처리하려 하는 것이 분명했다.

무기를 휘두르며 위협하면서도 달려들지는 않고, 슬그머니 움직여서 계속해서 신오진 그를 포위하려 드는 것이 그 증거였다.

‘그렇다면...'

저들도 눈먼 칼에 맞을까 나름대로 몸을 사리고 있다는 사실을 십분 활용해야 했다.

신오진은 정면에 있는 복면 사내 한 놈을 골라 도를 휘두르며 달려들었다.

따로 도를 쓰는 법을 배우지도 수련하지도 못해 어설픈 공격이었지만, 그래도 생각 이상으로 빠르고 힘이 실려 있었다.

“헛! 이놈 봐라?”

복면 사내는 감히 경시하지 못하고 무기를 팔자로 마구 휘저으며 뒤로 연신 물러섰다.

그 순간, 신오진은 전력을 다해 무월보를 펼치며 옆으로 신형을 이동한 후 몸을 휙 돌아 반전하며 빠르고 크게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처음부터 그렇게 하려 작정한 것처럼 망설임 없는 움직임이었다.

그리고 그가 서 있던 곳을 몽둥이가 후려쳤다.

“억?”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듯, 몽둥이질을 헛친 다른 복면 사내가 당혹스런 음성을 토해냈다.

그러나 이 상황 자체가 신오진이 의도한 것이었다.

두려움과 긴장을 이기지 못하고 마구잡이로 덤벼드는 것처럼 여겨지게 하면, 분명 그 틈을 타서 배후를 잡고 공격해 그를 쉽게 쓰러뜨리려는 놈이 있을 것이다.

바로 그놈을 노린다! 그것이 신오진의 계획이었다.

애송이라고 그를 깔보고 있고, 숫자가 많으니 포위해서 뒤에서 공격하면 손쉽다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 그것을 역으로 노릴 거라곤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 방심의 허를 찌른다.

그것이 신오진의 노림수였다.

“어어?”

몽둥이를 헛치고 아직 자세를 추스르지 못한 복면 사내의 눈에 경악이 가득했다.

신오진은 이를 악물고 그에게 도를 휘둘렀다.

퍽!

괴이한 파육음과 함께 신오진의 도가 복면 사내의 상박(上膊)에 깊숙하게 박혔다.

기교와 힘이 부족해서 그의 일도는 상박의 뼈를 절반 정도 가르고 멈췄지만, 그 정도로도 엄청난 중상이었다.

“이 새끼가!”

다른 두 명의 복면 사내가 놀라 고함을 치며 달려들었고, 신오진은 다급하게 도를 잡아채며 일단 뒤로 깊숙이 물러섰다.

“끄아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피가 분수처럼 치솟았다.

절반 정도 잘려나간 상박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와 처절한 비명으로 인해 밤의 정적이 깨지고 장내는 난장판이 되었다.

“죽여버려!”

“이 애송이 놈, 이젠 살려달라고 빌어도 소용없다.”

흥분한 두 사내가 마구잡이로 몽둥이를 휘두르고, 박도를 내리쳤다.

제대로 도를 쓰는 법을 배운 적이 없기에 그 공격들을 제대로 막고 반격할 엄두가 나지 않아, 신오진은 무월보를 펼쳐 이리저리 피하기 바빴다.

그 와중에 일격을 가했던 사내가 혹시 가세할까 싶어 그는 힐끗 그 사내의 상태를 살폈다.

“......!”

하지만 그건 그저 그의 기우에 불과했다.

상박을 깊이 베인 복면 사내는 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는 것이 거의 죽어가는 것 같았다.

쓰러진 그의 주변으로 어둠 속에서도 피가 웅덩이를 이루며 번지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사실 피를 저렇게 많이 흘리고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첫 실전을 치르는 신오진은 그걸 실감하지 못했다.

그저 팔을 베인 것뿐인데도 그로 인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는 새삼 충격을 받았다.

이토록 쉽게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사실, 그리고 쉽게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자각하자 순간적으로 신오진의 무월보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 파탄은 첫 살인의 충격에 더해 소양이도에게 죽을 뻔하던 그때 느꼈던 그 죽음의 공포를 그가 다시 떠올린 것이 컸다.

“......!”

신오진이 흔들리는 것을 보자, 흥분해서 공격을 퍼붓던 복면 사내 둘의 눈에 기광이 돌았다.

‘역시 애송이군! 겁먹었어!’

‘이 애송이놈. 사람을 죽이고 충격받았군!’

상대가 약세를 드러내면 그걸 집중적으로 노리는 것이 상식, 그들은 더욱 흉악한 기세로 신오진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교묘한 초식 같은 건 없는 마구잡이에 가까운 공격들이었지만, 일말의 주저함도 없어 일격일격이 매우 위협적이고 흉흉했다.

덕분에 신오진은 태세를 정비하지 못하고 더욱 허우적거리며 몰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위태롭기가 바람 앞의 촛불처럼 보였다.

그래도 냉정하게 보면 그 공격들 자체는 단순하고 조악했기에 신오진 그가 조금만 더 실전 경험이 많았거나, 도법을 어느 정도만 체계적으로 배우기만 했어도 어렵지 않게 상대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신오진은 경험도 부족했고, 제대로 도법을 배우지도 못한 데다가 심정적으로 흔들리는 상태라 그 공격들에 제대로 맞서지 못하고 위태위태하게 몰리기만 했다.

그나마 이 두 달 좀 넘는 동안의 치열한 수련이 헛되진 않아 그 와중에도 무월보를 무의식중에 밟고 있어서 완전히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것도 한계가 있었다.

신오진이 제대로 반격하지 못하니 복면 사내들의 공격은 갈수록 과감해지고 있었고, 그만큼 상황은 더 위험해지고 있었다.

이렇게 몰리다가 보법이 잠시만 꼬여도, 혹은 약간의 실수만 해도 순식간에 당하고 말 것이다.

‘이대론 안 돼. 정신 차려! 엄마와 동생들을 지켜야지!’

지금이 정말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을 신오진도 잘 알고 있었다.

그는 필사적으로 육합기공의 호흡법을 펼치며 재차 마음을 침착하게 가라앉히려 애썼다.

그 시도가 통했는지 그는 어느 정도 긴장감과 두려움을 다시 해소하고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이놈들. 보법이 썩 좋지 않아.’

지금처럼 일방적으로 공격하는 상황에서도 저들이 그를 제대로 잡지 못하는 이유는 저들의 발놀림이 그리 대단치 않아서였다.

신오진이 무월보의 성취가 대단한 편도 아닌데도, 그들은 그걸 따라잡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상대보다 우월한 무기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자, 다시 그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운명록에 의해 오성을 크게 강화한 효과를 보는지, 그는 곧바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냈다.

‘승부다!’

저들이 흥분해서 마구 공격을 퍼붓고는 있지만, 그건 한편으로는 위험한 행동이기도 했다.

무기를 저렇게 쉴 새 없이 몰아치는 것은 체력을 극심하게 소모하는 행동이다.

하물며 그 공격들이 제대로 맞거나 하는 것도 아니고 대부분 헛방이니 체력 소모는 더욱 컸다.

냉정함을 어느 정도 찾고 살피자, 두 복면 사내가 벌써 턱이 숨에 닿아 헐떡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미 무기를 휘두르는 속도도 급격히 완만해진 상태고 헐떡이는 숨소리는 당장에라도 숨이 넘어갈 듯했다.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신오진은 이를 악물었다.

“흐아압!”

그는 기합 소리와 함께 복면 사내들이 무기를 휘두르는 공격 안으로 쇄도했다.




운명록


작가의말

첫 실전은 언제나 그렇듯 쉽지 않습니다. ㅎ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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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7. 첫 실전 +4 18.11.26 5,331 67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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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4. 운명록 특전 +3 18.11.23 5,716 7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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