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종장)
終章
사람들이 발길이 닿지 않는 고비사막 근처 어느 심산유곡에 천상인 것 같은 지역이 있었다.
수많은 기화이초(奇花異草)가 피어 있었고, 그 중앙에는 조그마한 웅덩이가 있었는데, 아주 맑은 물로 가득 차 있었고 다양한 종류의 물고기들이 유영을 이리저리하고 있었다.
이런 천상의 모습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지금 그 주위에 있었는데, 수많은 시신이 바로 그것이었다.
승(僧), 도(道), 속(俗) 다양한 인물들의 시신들이 수많은 기화이초 너머에 있었다.
이곳에서 싸운 것이 아니라 유사(流砂) 등에 의하여 이리로 옮겨진 것으로 보였다.
시신들의 수가 엄청났지만, 이상하게도 아무런 악취도 나지 않았다.
한 아이가 기화이초를 지나 그 시신들이 있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천상의 동자처럼 생긴 그 아이는 서너 살 정도의 동자였다.
아무런 것도 걸치지 않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나 별다른 상처가 있거나 고생한 흔적은 보이지 않았고, 얼굴 등에서 나오는 기묘한 서광은 그 아이를 보통 사람으로 보이지 않게 하고 있었다.
시신에 다가간 아이는 시신들이 무섭지도 않은지 새로운 것을 구경하는 아이처럼 즐거운 표정을 하며 시신들을 만졌다.
특히 시신들의 머리를 만지면서 뭔가 주문 같은 것을 외우는 것처럼 보였다.
아이가 사람의 머리를 만지면서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입을 달싹이자 이전의 분위기와 다른 기괴한 상황이 연출되었다.
이리 저리로 움직이면서 그 아이는 그런 행동을 지속하였다.
한참을 그런 행동을 보이던 아이는 모든 시신을 거친 다음, 어느 노인에게 다가갔다.
노인은 중원인이라고 보기에는 다소 다른 면이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근처의 사람이라고 하기에도 뭔가 달랐다.
아이는 그 노인을 보면서 뭐라고 말할 수 없는 허허롭고 기괴한 느낌을 받았다.
그 노인에게 다가가던 아이는 기묘한 표정을 하였다.
그 노인은 미소를 지으며 그 아이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 노인은 죽은 것이 아니었다.
다만 자연에 순응하여 다른 시신들과 함께 온 것에 불과하였다.
언뜻 보기에 그 노인의 몸에는 상처가 전혀 없었고, 다른 시신들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 같았다.
“ 허허, 내 마지막 인연이 너로구나. 이리로 오너라. ”
그 노인이 말하는 것은 중원의 말이 아니었는데, 그 아이는 그 말을 알아들은 것처럼 그 노인에게 다가갔다.
그 아이를 안아본 노인은 기괴한 표정을 지으며 그 아이를 살펴보았다.
“ 허허, 참 기묘한 인연이로구나. 너로 인하여 나의 모든 인연은 끝이 났으니 이제 가봐야 할 것 같구나. ”
이야기가 끝난 노인은 아이를 한 번 더 보며 기묘한 웃음을 하고 나서는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노인의 몸은 마치 먼지가 가라앉듯이 폭삭 쓰러졌다.
그 모습을 보던 아이는 깜짝 놀라며, 굉장한 것을 보았다는 표정을 하였다.
곧 그 아이는 그 근처에 다가가 먼지 속을 뒤졌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아이는 다시 시신들과 기화이초들을 지나 웅덩이 근처로 가더니 막 어떤 행동을 하였다.
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가 움직인다고 해서 뭘 이룰 수는 없는 일.
한참을 그렇게 움직이던 아이는 피곤하다는 듯이 자리에 누웠다.
그리고는 잠이 들었다.
*****
한 참이 지난 다음, 그 아이는 잠에서 일어나 주위를 살폈다.
뭔가 자신을 부르는 기운을 느낀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던 아이의 눈은 더는 커지지 않을 만큼 동그랗게 변하였다.
조금 전 사라진 노인의 모습이 기화이초 위에 나타난 것이었다.
아이가 보기에는 노인이 신선처럼 느껴졌다.
“ 너를 지금부터 용(龍)이라고 하자꾸나. 앞으로 너는 나와 함께 무공이라는 것을 배울 것이다. 열심히 배워서 호생지덕(好生之德)을 베풀어라. 그것이 네가 앞으로 할 일이다. ”
용(龍)이라 불리게 된 아이와 노인은 그렇게 이상한 인연을 시작하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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