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60)
*****
소림사에서는 지역별로 모여 회의를 한 다음에 결론을 낸 사람들은 지역별 수뇌부만 모여 수뇌부 회의를 하게 되었다.
무진대사가 좌중을 둘러보며 이야기했다.
“ 아미타불, 여러분들의 의견을 종합한 결과, 정도의 위기, 더 나아가 전 중원의 위기상황이므로 하나의 세력으로 결집하자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습니다. 그래서 가칭 무림맹이라는 단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십니까? ”
이미 그런 것에 대해서는 합의를 본 것이나 다름없었으므로, 모두 무진대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 그렇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
회의에 모여있던 수뇌부 모두가 동의하자, 무진대사는 말을 이어갔다.
“ 자, 그럼 단체를 만들었으니, 그 단체의 뼈대를 만들어야겠지요. 이에 대해서 천기수사께서 이야기를 하실 것이니 먼저 듣고 이야기를 나누도록 하십시다. 아미타불. ”
그러자, 천기수사(天機秀士) 여웅천(呂雄天)이 무진대사와 다른 수뇌부에게 인사를 한 다음에 이야기했다.
“ 다른 분들의 많은 의견을 듣고, 제가 일단 한 번 만든 것입니다. 여러분들의 의견을 듣고 수정할 것이니 일단은 들어 봐 주시기 바랍니다. ”
그의 주의를 듣자, 모두가 조용히 경청했다.
“ 우선, 무림맹의 맹주가 있어야 한다는 것은 다 아실 것이고, 그다음에는 호법을 두려고 합니다. 그리고 두 개의 각(閣)을 두어, 하나는 수집된 자료나 이야기 등을 분석, 재구성하고, 또 하나는 그 자료를 직접 수집하거나 분석된 자료를 전해주는 역할을 하도록 할 것입니다. 그리고 신비 세력과의 전투는 각 다섯 개의 단(團)과 당(堂)을 구성하여 맡길 생각입니다. 중원 전 지역을 다섯 개의 권역으로 나눠 각 한 개의 단과 당을 만들 생각입니다. 그 외에 특별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도록 특별기구를 만들어 둘 생각입니다. ”
그의 이야기가 끝나자 사람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고, 청의를 입은 중년인이 물었다.
“ 말씀 중에 다섯 개의 권역이라 하셨는데, 어떻게 나누실 것입니까? ”
천기수사는 이미 예상한 질문이라는 표정으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사천과 귀주를 묶어 하나, 청해, 감숙, 섬서, 산서를 묶어 하나, 하북, 하남, 산동을 묶어 하나, 안휘, 강소, 호북, 절강을 묶어 하나, 그리고 나머지 지역을 하나로 할 생각입니다. 일단 그렇게 생각을 해 본 것이니,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듣고 조정할 생각입니다. ”
그러자, 무진대사가 이야기했다.
“ 말씀하신 것을 들어보니, 충분히 고민한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냥 그대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을 합니다만, 다른 분들의 의견은 어떠신지요? ”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여 대협께서 말씀하신 것을 그대로 하지요. ”
“ 그렇게 하시지요. ”
참가한 모든 사람이 동의하자, 그 안은 그렇게 처리되었다.
가만히 이야기가 흘러가는 곳을 본 무진대사가 사람들에게 제안했다.
“ 아미타불,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한 것이 있군요. 여 대협을 군사(軍師)로 하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만,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
그러자, 청의의 중년인이 무진대사의 의견에 동의했다.
“ 아, 그렇군요.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군요. 좋은 생각이십니다. 여 대협이 군사를 맡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
이 의견도 수뇌부 모두가 동의했고, 천기수사는 새로 만들어지는 무림맹의 군사가 되었다.
이미 각 수뇌부는 각 지역의 대표로 인정받고 있었으므로 그가 군사가 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으며, 게다가 천기수사는 많은 사람으로부터 존경과 흠모를 받는 사람이었으므로 오히려 군사가 된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됐다.
그렇게 군사가 된 천기수사 여웅천은 계속해서 이야기했다.
“ 강호에는 저보다 훨씬 뛰어난 많은 훌륭한 분들이 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금은 비록 제가 군사 직을 잠시 맡게 되었지만, 저보다 더 훌륭하신 분이 나오면 바로 그분에게 이 자리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때까지 잠시 제가 미거한 힘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
참석한 이들은 그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 그의 겸손함에 대해 고개를 끄덕였다.
“ 그럼, 이제 뼈대는 대충 말씀드렸고. 어떻게 사람을 구할 것인가에 대해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일단 무림맹의 수뇌부는 각 문파의 수뇌부들이 모여서 추천을 받아, 뽑는 것이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대상은 맹주, 그리고 총호법, 호법, 기밀각주(機密閣主)입니다. 대충 여덟 명입니다만, 상황에 따라서 더 필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일단, 이렇게 수뇌부가 결정되고 나면, 전투세력인 각 단주(團主)와 당주(堂主)는 수뇌부에서 결정하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외에 일들도 수뇌부에서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 ··· ”
모두 아무 말 없이 천기수사의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을 해 보는 것 같았다.
이에 무진대사가 이야기했다.
“ 음, 군사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일단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으로 생각이 듭니다. 아미타불. ”
그러자, 나머지 사람들도 다른 의견이 없었기에 일단 그렇게 하기로 동의했다.
무림맹의 수뇌부 결정은, 다음 날 다시 모여 회의를 하기로 했다.
수뇌부 회의를 통해 무림맹이 결성되고, 무림맹의 수뇌부를 결정하기 위한 회의를 한다고 하자, 각 지역의 사람들은 다시 모여 그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현재의 상황상 무림맹이 구성되게 되면, 상당 기간 지속할 것으로 보였다.
설혹 무림맹이 모든 목적을 이룩하고 해산을 한다고 할지라도 수뇌부로 참가한 사람들의 명성은 계속될 것이고, 그만큼 그가 속한 가문이나 사문은 알게 모르게 그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방향으로 사람들의 생각이 미치게 되자, 신비 세력을 물리치는 것은 아주 당연시되었고, 그것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자신 혹은 자신들의 문파 및 세가에 유리한 것인가에 대해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당연하게도 의견을 내놓는 것에서도 이런 경향이 나타났고, 그로 인하여 토론장이 격렬해졌으며,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게 되었다.
이렇게 무림맹 결성은 이야기만 나오고 나서, 수뇌부 결정에 많은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그만큼 마존방은 금 이상의 가치가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
강서에서 벌어진 흡정마녀 사건으로 인하여 큰 어려움 없이 강서로 옮긴 마존방의 수뇌부는 일단 체제정비에 매달렸다.
이미 기존의 체제는 어느 정도 정비가 되어 있었으므로 주로 외부의 일을 할 조직들을 만들었는데, 이들은 전투조직이 아니었으므로 외부 일을 할 수 있는 교육을 간단히 한 다음에 바로 일을 하도록 하여, 그곳에서 숙련이 되도록 훈련을 하기로 했다.
추가로 강서와 그 주위의 지역에 있는 다른 문파들을 큰 피해 없이 장악하기 위하여 독마당은 묘강 등을 오가며 다양한 종류의 독을 만들고 있었다.
가끔, 만들어진 것을 시험해 보기 위하여 강서지역의 소집단들이 수난을 당하기도 했는데, 그런 집단들의 경우, 바로 호마단이 장악해 버려 소문이 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
장악된 집단은 외부조직에 편입되었다.
마존방이 워낙 은밀하게 일을 하고 있었으므로 이미 장악된 세력들 이외에는 그런 일들을 알지 못했다.
강서지역 주위의 정도 문파들의 경우, 지난 흡정마녀 사건으로 많은 고수가 죽었고, 최근 수뇌부 대부분이 소림사에 가 있었으며, 각 문파에 간자들이 있어 중간에서 전서구 등을 가로채고 있어서 이런 조짐들에 대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하고 있었다.
한편, 용병당은 한참 인원 충원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부당주와 전 향주가 인원 충원을 위해, 여기저기를 뛰어다니고 있었으며, 이로 인해 생각 이상으로 많은 인원을 충원할 수 있었다.
과거에 용병으로 활동한 사람들도 있었지만, 주로 변방에 가서 용병으로 활동할 사람들을 구하여 사람들이 모여들게 되면 그중에서 쓸만한 사람들만 뽑아, 용병당이 있는 장원으로 데려왔다.
그리고는 그들에게 의사를 물어 같이 일할 사람들은 용병당의 새로운 인원으로 구성하고, 그렇지 않은 나머지는 기억을 금제한 다음에 원래 살던 곳으로 되돌려 보냈다.
검진 등을 연구하다 보니, 도움이 될 수 있는 자료가 있을 것 생각하여, 용은 화산파와 무당파의 무공들을 살펴보았다.
이미 아는 무공들도 상당수 있었지만, 처음 보는 것들도 많았으므로 검진에 관한 연구와 상관없이 흥미를 느끼고 살펴보았다.
무당파의 양의신공(兩儀神功)과 양심신공(兩心神功)은 용에게 새로운 흥미를 느끼게 해 주었다.
한꺼번에 두 가지 일을 하거나 마음을 둘로 나눌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재미있는 발상이었다.
무당파에서는 중요한 무공서들이 이미 많이 사라진 다음이었는데, 이 무공서들은 서가의 한쪽 구석에 처박혀 있어서 마존방이 얻을 수 있었다.
아마도 무당파에서도 그 가치를 제대로 알지 못한 것 같았다.
두 무공에 흥미를 느낀 용은 나름대로 도움이 될 것 같아 그것을 익히기 시작했다.
용이 직접 익히려고 해 보니, 두 무공은 상당히 어려운 것들이었다.
무당파에서도 제대로 익힌 사람들이 없었고, 그래서 그 가치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것 같았다.
*****
한편, 무당산의 한 동굴에서는 두 사람이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 음, 이번 무당파 공격에 우리가 너무 큰 피해를 본 것이 아닐까? ”
백의 노인이 이야기하자, 청의의 노인이 말했다.
“ 실혼인(失魂人)들을 많이 잃은 것은 사실이지만, 따로 다시 만들고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새롭게 만든 절혼단(折魂丹)이 있으니 만들기에 손이 많이 가는 실혼인보다는 절혼단이 더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절혼단을 요즘 많이 만들고 있습니다. ”
흥미로운 표정을 하며 백의 노인이 물었다.
“ 그래 실험결과는 만족할만한 것인가? ”
청의 노인이 빙긋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절혼단의 특성상 개개인의 능력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닙니다만, 그래도 거의 이류수준에 달하는 실력을 보입니다. 게다가 새로 만들어진 마왕재림진(魔王再臨陣)을 이용하니 상당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최근 새로 만들어진 대마왕재림진(大魔王再臨陣)이라면 특급고수도 상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조금 더 손을 보면 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
재미있다는 표정을 백의 노인이 말했다.
“ 그래? 그렇다면 내가 한 번 시험해 봐야겠군. ”
놀란 표정을 하며 청의 노인이 급히 이야기했다.
“ 이미 인성이 없는 자들이라 일단 부딪치게 되면 그들이 죽거나 적이 죽거나 둘 중 하나여야 합니다. 그냥 사용하기에는 아까우니, 굳이 우리가 시험해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곧 그것을 사용해 볼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소림사와 한 번은 부딪쳐야 할 테니까요. ”
그 말에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백의 노인이 이야기했다.
“ 좋아, 그 좋은 구경은 나도 가서 봐야겠군. 꼭 나에게 연락을 해 주오. 하하 ”
“ 알겠습니다. 꼭 연락을 드리겠습니다. ”
그렇게 두 사람의 대화는 끝이 났다.
*****
소림사에서는 여전히 지역별 토론이 이어지고 있었다.
무림맹이 확실하게 이길 것이라는 아전인수격인 생각으로 인해 이권 문제가 개입하게 되자, 각 문파 사람들이 양보에 인색하게 되고, 그러다 보니 이해조정이 어렵게 되어 결론이 쉽지 않았던 것이었다.
어떻게 보면 한심한 상황이었다.
일부 생각 있는 사람들은 그런 모습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었다.
한 달이 다 가도록 이해조정이 쉽지 않자.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무진대사와 천기수사는 소림사에 온 사람들을 전부 모은 다음, 무진대사가 내기가 실린 화난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 아미타불, 여러분들이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시는 것 같습니다. 맹의 수뇌부가 되다고 해서 좋은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수뇌부가 되신 분이나 그분이 속한 문파는 더 큰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그동안 얻은 자료 등에 의하면 신비 세력의 힘은 대단합니다. 아마도 많은 사람이 피를 흘릴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강호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러 온 사람들입니다. 여기에 이익을 찾아온 사람들은 떠나 주시기 바랍니다. 그런 사람들은 자신은 물론이고 타인들을 해칠 위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들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사람이 어떻게 대의(大義)를 논하겠습니까?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우리는 대의를 위해, 마의 세력들을 소멸시키기 위하여 모인 것입니다. 그리고 그 세력은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희생할 자신이 없는 사람은 필요 없으니 여기에서 떠나 주시기 바랍니다. ”
“ ··· ”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