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61)
무진대사의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문뜩 부끄러운 마음이 들어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무진대사의 말이 별다른 것은 아니었지만, 그 내면을 보면, 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자는 자신의 이익 혹은 목숨을 중요시하므로 다른 사람들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그런 소인은 대의를 위한 이 자리에 필요 없으니 여기를 떠나라는 이야기의 완곡한 표현이었다.
모든 사람이 무진대사의 완곡한 표현의 의미를 알았으므로 대의를 앞두고 자신들의 이익에만 급급했던 것에 대해 부끄러운 마음이 든 것이다.
그렇게 부끄러운 마음이 들자 지역토론은 다소 부드러워졌고, 진전이 조금씩 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다시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자 달라진 것이 없게 되어 버렸다.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진대사는 허탈한 마음이 들었다.
과연 이들을 데리고 신비 세력과 맞설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천기수사의 표정도 그리 밝지 못했다.
다시 그렇게 보름이 지났지만, 진전은 거의 없었다.
도저히 안 되겠다고 판단한 무진대사와 신기수사는 지역별로 10명의 사람을 선출하라고 했다.
그리고 각 문파에서는 1명만 나올 수 있도록 못 박았다.
약간의 충돌이 없진 않았지만, 지역별로 있는 대문파들이 10개를 넘어가는 경우는 그렇게 많지 않았으므로 결과적으로 대문파 수장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는 이 모임에서 수뇌부를 선출하겠다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했다.
불만 어린 소리가 작지 않았지만, 그동안 주로 이견이 나타난 것이 각각의 대문파 수장이 수뇌부로 선출되었을 때에 자신들에게 이익이 될 것으로 생각한 사람들이, 서로 자기가 추천하는 대문파 수장이 수뇌부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으므로 일단 대문파의 수장들이 모이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거의 두 달을 끌어온 지역별 토론은 결국 이런 모양으로 끝났고, 다시 새로운 회의가 시작되었다.
대표회의가 시작되자, 천기수사는 우선 맹주부터 선출하자고 했다.
맹주부터 선출하고 나면, 맹주가 된 사람의 의견이 많이 반영되어, 회의시간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되었다.
천기수사의 의견이 타당하다고 사람들이 인정하여, 지역별로 맹주 후보를 천거하였고, 제일 많이 천거를 받은 소림사 방장 무진대사를 맹주로 추대하게 되었다.
무진대사의 경우, 소림사의 방장이라는 점이 많은 사람에게 큰 동인(動因)이 되었다.
이렇게 무진대사가 맹주로 추대되자, 천기수사의 생각처럼 그다음부터는 그동안 미진했던 이야기가 조금씩 풀리기 시작했다.
기밀각주(機密閣主)는 전 지역에 흩어져 있는 분타가 가장 많은 개방의 방주가 맡기로 했고, 총호법은 사군(四君) 중의 한 사람이며, 천심방 방주인 천룡신군(天龍神君) 석강호(石岡鎬)가 맡기로 했다.
다섯 명의 호법에 대해서 가장 이견(異見)이 많았는데, 많은 사람의 추천을 받은 아미파의 금정신니, 당문의 당가주 당기영(唐基榮), 소림사의 무공대사(無空大師), 사군 중의 한 명이자 남궁세가의 가주인 복마철군(伏魔鐵君) 남궁인(南宮仁), 사군 중의 또 다른 한 명인 백리세가주 무영검군(無影劍君) 백리태준(百里泰俊)이 맡기로 했다.
이렇게 수뇌부가 결정되고 나자, 회의하던 수뇌부들은 그동안의 고생을 생각하며, 마치 모든 것을 이루었다는 착각을 할 정도였다.
이들 이외에 각 단주와 당주를 또 정해야 했는데, 이미 곤란을 당해봤으므로 아예 그것까지 무림맹 수뇌부 회의에서 정하기로 했다.
열흘 정도 지나자 각 지역의 이해를 조정하여 10명의 단주 및 당주를 정할 수 있었다.
각 단과 당의 부단주와 부당주는 단주와 당주가 알아서 선택하기로 했다.
그 외의 특별기구의 장은 천기수사가 알아서 정하기로 했다.
이렇게 무림맹의 뼈대를 구성한 것은 소림사에서 회의에 들어간 지 삼 개월 만의 일이었다.
이러한 진통 끝에 수뇌부들이 정해지자, 무림맹을 임시로 소림사 내에 두기로 했고, 당분간 소림사에서 여러 가지 일을 처리하기로 하였다.
각 단(團)은 5천 명으로 구성하였고, 각 당(堂)은 3천 명으로 구성하였다.
단은 주로 공격을 위한 것이고, 당은 공격보다는 주로 보조업무를 하게 되어 있었다.
물론 전투가 벌어지면 단만 투입되는 것은 아니었지만, 주 병력은 단이었다.
개인이 강한 것과 집단이 강한 것은 다른 문제였다.
집단이 강하기 위해서는 상호 간에 호흡이 맞아야 하고, 서로 신뢰가 있어야 했다.
이런 것들은 그냥 사람들을 모아둔다고 해서 생겨나는 것이 아니고, 서로 모여서 몸을 부딪쳐가면 고생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단주와 당주들이 정해지긴 했지만, 무림맹의 앞길은 아직도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각 문파에서 무림맹으로 보내진 사람들을 새롭게 구성하고, 각 단이나 당에 배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는 데다가, 배치가 끝난 단과 당은 이들을 훈련해야 했다.
이를 위해서 지역별로 훈련장이 생겨났고, 주로 그 근처에 있는 문파들의 사람들이 그곳으로 배치되어 훈련을 받기 위하여 이동했다.
이렇게 배치와 훈련소 이동에 최소 3개월에서 최고 6개월이 걸렸다.
그리고 새로운 훈련과 수련을 하는 것에 최소 6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였으므로 각 호법이 단을 돌아다니면서 독려를 하기로 했지만, 그 시간을 줄이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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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지진천 등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충원을 끝낸 용병당은 새로 충원된 사람들과 기존의 사람들 간에 호흡을 위하여 다양한 방법으로 훈련하고 있었다.
그냥 기존 조직 따로, 새로운 조직 따로, 이렇게 할 수도 있었지만, 그런 식으로는 실전에서 호흡이 맞지 않아 이외의 문제점들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을 오랜 용병생활의 경험으로 잘 아는 위지진천은 그런 문제점들을 줄여나가고 있었다.
우선, 배치를 기존인원 반, 새로운 인원 반, 이런 식으로 한 조를 만든 다음, 조별로 다양한 내기를 하도록 했는데, 몸과 머리를 모두 사용하도록 하는 것들로 구성했다.
특히, 검진을 익힐 수 있게 하려고 서로 호흡이 잘 맞을 방법들을 구상하여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사실상 육박전이나 다름없는 기마전이나 장대 빼앗기 등이 주로 하는 것들이었다.
이렇게 3개월 정도가 지나자, 기존인원과 새로운 인원들이 서로 잘 알게 되고, 친해지게 되어, 어느 정도 조별로 호흡이 잘 맞아가는 것 같이 보였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용과 함께 만든 기초적인 진부터 수련했다.
기존인원이야 경험이 있었지만, 새로운 인원들이 경험이 없어 처음부터 교육이 필요했다.
기존인원은 다시 복습하게 되었는데, 그렇다고 해서 기존인원들이 게으름을 피우지는 않았다.
이미 두 번에 걸친 실전경험으로 진이 얼마나 유용한 것인가를 알게 되었으므로, 오히려 새로운 이들에게 충고해가며 열심히 복습했다.
그동안 용과 위지진천이 진에 대해 많이 연구하여, 기초검진, 응용검진, 고급검진, 이렇게 세 가지를 만들어 내었고, 이제 그것을 용병당에게 수련시키게 되었다.
다음 전투까지는 최대한 노력을 하여 대부분이 고급검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지난 전투에서 느낀 바가 있어, 알고 있어도 사용하지 못하는 잘못을 피하려고 완전히 체득하여 저절로 펼칠 수 있도록 훈련했다.
한편 용은 독마당, 호마단과 함께 복주에 있는 복건의 가장 큰 세가인 종리세가(鍾離世家)를 공략하러 갔다.
독마당과 호마단이 가는 것을 보고, 그들의 일 처리를 보고 싶어 용이 따라간 것이다.
종리세가의 주력들은, 무림맹의 기린단(麒麟團)이 군산(君山)에 있어 그곳으로 훈련을 받기 위해 이동한 상태라, 사실상 무혈로 입성할 수 있다고 판단되었으나, 최악의 경우를 예상하여 독마당과 호마단이 움직인 것이다.
복건 지역의 경우에는 이미 다른 문파들은 대부분 장악된 상태였고, 종리세가만 장악한다면, 그 지역 전체를 장악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생각보다 쉽게 복건의 문파들을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무림맹의 기린단이 군산에 생겨 주력들이 그쪽으로 이동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장악 후 즉시 남자들의 경우에는 어딘가로 잡아갔고, 여자들은 천요각으로 넘겨 문파가 장악된 사실이 전해지지 않은 것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제일 큰 요인이었다.
복건의 대부분을 장악한 상태이긴 하지만, 아직도 이동하는 경우에는 주의하고 있었다.
아직 시기가 아니었으므로, 주위의 이목을 피해야 했다.
종리세가로 가면서 용은 독마당과 호마단의 우두머리에게 자신이 보이지 않으면 찾지 말라는 이야기를 해 두었다.
참관하러 가는 것이었으므로 두 사람도 용의 움직임에 별생각이 없는 것 같았으며, 용의 이야기에 동의해 주었다.
종리세가가 있는 복주 근처로 움직인 독마당과 호마단은 우선 세가 내에 있는 자들의 면모를 알아보았다.
어느 정도 현재 세가 내에 있는 자들에 대해 알고 난 다음에 술시(오후 7시부터 오후 9시 사이) 말경, 바람의 방향을 이용하여 세가 쪽으로 산공독(散功毒)을 풀었다.
한 시진(2시간) 정도 기다린 다음, 이미 해약을 먹은 호마단이 담을 넘어갔다.
이미 산공독에 중독된 종리세가의 사람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호마단에게 제압당했다.
호마단은 종리세가의 사람들을 신속하게 제압을 한 다음, 남자들과 여자들을 구분하여 가져온 마차에 태웠다.
모든 인원을 제압하여 마차에 옮긴 다음, 독마당의 인물들이 들어와 여기저기에 하얀 가루를 뿌리기 시작했는데, 아마도 산공독을 중화시키는 것 같았다.
참 쉽게 장악하는구나 생각하면서 돌아서려는 순간, 멀리서 종리세가 방향으로 오는 사람들의 기척이 들렸다.
용은 그들에게 경고하려다가 어떻게 대응하는지가 궁금하여 그냥 두었다.
이미 다섯 대의 마차는 출발하여 호마단의 일부와 함께 떠났고, 나머지 다섯 대의 마차도 나머지 호마단과 출발하려고 하는 상황이었다.
이 각(30분) 후 이쪽으로 오는 사람들이 보였다.
대충 한 50여 명의 사람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마차들이 가는 방향이 전부 달랐으므로, 그들도 마차를 보았겠지만, 별생각 없이 지나쳐 온 것 같았다.
그들이 보이는 시점에서 독마당의 인물들이 대문을 열고 나왔다.
당연하게 그들은 그 모습을 보았고, 놀란 모습을 보이며 세가 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세가의 큰 나무 위로 올라가 은신한 용은 상황이 어떻게 변화할지 지켜보았다.
뛰어오는 사람들을 본 독마당의 사람들도 전투준비를 했으며, 막 전투준비가 끝난 그들 앞으로 종리세가의 사람들이 도착했다.
우두머리로 생각되는 한 중년인이 나서며 독마당의 사람들에게 질문했다.
“ 너희들은 누군데, 세가에서 나오느냐? ”
“ ··· ”
독마당 사람들은 아무 말 하지 않고, 바로 암기로 그들을 공격했다.
“ 쉬 - 익 ”
“ 크윽 ”
“ 악 ”
암기로 공격할 것이라 미처 생각을 못 했는지 십여 명이 암기를 맞고 쓰러졌으며, 경련을 일으키더니 입에서 검은 피를 흘리며 죽어버렸다.
처참한 그 모습을 본 중년인이 독마당의 사람들을 쏘아보며 소리쳤다.
“ 이 악독한 놈들. 너희들이 세가에서 나오는 것을 보아, 세가에도 큰일이 난 것이 틀림없구나. 너희들을 모두 붙잡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야겠다. ”
그 중년인이 이야기하면서, 바로 공격해 들어왔는데, 그의 검에서 검기가 펼쳐지며 순식간에 10여 초가 시전되었다.
“ 사 - 사 - 삭 ”
“ 으악 ”
워낙 빠른 공격이라, 독마당 사람들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고, 이십여 명이 그 공격으로 죽거나 크게 다쳤다.
나머지 인물들은 그 모습을 보고 매우 놀라면서, 가지고 있는 암기들을 그에게 집중적으로 던졌으며, 독장(毒掌)과 독지(毒脂)를 동시에 펼쳤다.
그 중년인은 독인(毒人)들과의 실전경험이 이미 있었던 것처럼 날아오는 암기들은 전부 검막으로 튕겨버리고, 독장과 독지는 검기로 막아 버렸다.
“ 타 - 당 ”
“ 으악 ”
튕겨 나간 암기 중 몇 개가 독마당원들에게 날아갔고, 재수 없이 그것에 급소를 맞아 죽는 이들도 나왔다.
아무리 해독약을 먹었다고 하지만, 급소에 암기를 맞으면 죽을 수밖에 없었다.
용이 보기에, 독마당으로는 그를 어떻게 하기가 어렵다고 판단되었지만, 그들이 싸우는 곳으로 나가지 않았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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