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150)
화살은 방패를 뚫고 들어가거나 화살을 치는 검을 튕기며 파고들어 장수들을 말에서 떨어뜨렸다.
이미 공격해 들어가는 순간이므로 기병들은 지휘관이 쓰러져도 계속 용에게 공격해 들어갔다.
그 모습을 보고 있던 장수들만이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었다.
대충 화살로 장수들을 쓰러뜨린 후, 기병들이 300장(약 900m) 정도로 들어오자, 다시 화살 없는 활을 연속적으로 발사했다.
“ 꽈 - 강 ”
“ 꽝~ ”
“ 케엑. ”
“ 으아악! ”
“ 히이잉~ ”
거의 일만에 가까운 기병이었지만, 무너지는 것에는 불과 이 각(30분)이 걸리지 않았다.
순식간이었다.
공격력을 향상하기 위해 밀집해 있었던 것도 시간을 줄인 큰 요인이었다.
수장을 비롯한 군대는 너무 놀라 전부 입을 벌리고 있었다.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상황이 자신들의 눈앞에서 벌어졌으므로 너무 놀라 얼어버린 것이다.
기병 다음에 공격하기로 했던 보병들조차 움직이지 못하고 그대로 있었다.
서서히 군사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어났다.
아무리 엄청난 숫자의 군대라곤 하지만, 본능적인 두려움을 견딜 수는 없었다.
적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으므로 두려움이 드는 것이 당연했다.
게다가 변경을 지키는 정예병도 아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광경이 눈앞에서 벌어지자, 동요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 수장은 백전노장의 장수였다.
급히 부하들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 뭐 하느냐? 적은 겨우 한 명이고, 우리는 십만 이상으로 이루어진 대군이다. 겨우 한 명에게 십만이 상대를 하지 못한다는 것을 말도 안 된다. 적도 뼈와 살로 이루어진 인간이다. 전원 공격하라! ”
공격명령이 내려졌지만, 많은 군사가 겁을 먹고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었다.
수장은 급히 말을 타고 달려가 움직이지 않거나 도망가려는 자들을 몇 명 검으로 베어버리면서 소리쳤다.
“ 공격하지 않는 자는 여기서 죽여주겠다. ”
그 모습을 본 관병들은 공격하나 여기서 도망가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생각을 하였는지 그제야 공격을 위하여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수장이 급히 명령을 내렸다.
“ 소 장군은 나머지 기병을 거느리고 선두에 서시오. ”
“ 알겠습니다. 장군! ”
“ 급히 갈 필요는 없소, 천천히 움직이도록 합시다. 대충 삼백오십 장(약 1km) 이전에서 멈추시오. 그곳에서 한꺼번에 치도록 합시다. ”
“ 알겠습니다. ”
소 장군이라 불린 장군이 기병을 지휘하러 가자, 수장은 다시 명령하였다.
“ 빨리 포를 쏠 수 있도록 만들어라. ”
명령을 받은 부하장수는 급히 부하들을 시켜 포를 끌고 가기 시작했다.
포는 삼백 장 이내로 들어가야만 사정거리가 되었으므로 당장에는 도움이 되지 않으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러나, 위력적인 면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므로 재빨리 정렬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해 두어야만 했다.
전과 달리 부대는 천천히 용을 향해 가고 있었다.
용은 부대가 왜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오고 있는지를 잘 알고 있었다.
‘ 적이지만 뛰어난 장수로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저렇게 냉정할 수 있다니. 하지만, 지금은 적일 뿐이지. 비록 조정이 시켜서 사람들을 공격한 것이지만, 더러운 놈들을 위하여 일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죄가 있다고 봐야겠지. 생각이 있는 자라면, 벌써 그런 일을 하지 말았어야 할 테니까. ’
용은 생각을 그만두고 천천히 활을 들어 올려 공격준비를 하고 있었다.
용이 생각을 하는 사이에, 약 이십만 명의 군대가 용으로부터 약 350장밖에 공격준비를 마치고 서 있었다.
수장은 입술을 깨물고 서 있었다.
십만의 군대가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은 허허벌판에 혼자 서 있는 것 같았다.
백전노장임에도 불구하고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두려운 마음을 떨쳐내듯이 수장은 손을 들어 올렸다.
모든 군사가 그의 손을 쳐다보고 있었다.
수장은 손을 내리며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 전군, 공격하라! ”
“ 와 - 아 ”
“ 두두두두두~ ”
기병 선두에서 서서 달려나가기 시작했다.
이로 인하여 주위가 먼지로 가득 찼다.
그 뒤를 수많은 보병이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포병들이 포를 적정지역에 정렬시키기 위하여 포를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
그 뒤에 다시 소수의 철갑기병과 중갑 보병이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군대의 가장 핵심 세력들이었다.
변경지역과 강호인들과의 싸움에서 무적을 자랑하던 부대였으며, 수장이 직접 데려온 가장 아끼는 부대였다.
용은 활을 들어 공격준비를 하고 있다가 선두의 기병이 200장(약 600m) 내로 들어오자, 연속적으로 공격했다.
선두에 들어가던 기병들은 이전의 군사들과 마찬가지로 눈에 보이지 않는 예기를 느끼며 방패 등으로 막아갔다.
“ 꽈 - 강 ”
“ 으악! ”
“ 히이잉~ ”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기병과 말들이 벽에 부딪힌 모습처럼 튕겨 나갔다.
그리고는 뻗어버렸다.
이전과 다른 점은 워낙 군사가 많다 보니 그래도 계속 공격을 한다는 점이었다.
기병들은 달려가면서 이미 흥분한 상태였으므로 자신들의 전우들이 튕겨나는 모습을 보여도 두려움보다는 더욱 큰 흥분을 느끼고 있었다.
모든 군사의 눈에서 광기가 뻗어 나오고 있었다.
그들이 달려가는 모습은 마치 미쳐 날뛰는 종마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그 와중에서 용이 활을 가지고 공격하는 모습을 본 수장의 눈은 더 커질수록 없을 정도로 커졌다.
‘ 화살이 없다. 화살 없이 활을 쏘았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화살 없이 활을 쏘다니. 아냐, 절대 아니야. ’
수장은 머리를 흔들면서 자신이 본 모습을 부정하였다.
그 역시 과거부터 내려오는 이야기들을 들은 적이 있었으므로 용의 보이는 경지가 어떤 경지인가를 알 수가 있었다.
경지가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생각 이상이었다.
그는 용의 경지를 인정할 수가 없었다.
‘ 그래도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자. 그것만이 우리가 승리할 방법이다. 믿는 것이 있으니 이런 모습으로 있었을 것이다.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 정도의 군대로도 힘들 것이다. ’
급히 결정한 수장은 큰 목소리로 소리쳤다.
“ 철갑기병과 중갑 보병은 즉시 저자를 공격하도록 하라. 그리고 포는 빨리 정렬하라. ”
연속적으로 활을 쏘았지만, 적은 점차 용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약 일만오천 정도가 활 공격으로 쓰러진 것 같았다.
용은 웃으면서 검을 뽑아, 내기를 실었고, 검에 내기가 들어가자, 검이 스스로 용트림을 하면서 울기 시작하였다.
“ 우 - 우 - 웅 ”
마치 주인의 마음을 알기는 하는 것처럼 검은 큰 소리의 검명을 떨쳤다.
그리고 곧 푸르스름한 기운이 검에서 뻗어 나오기 시작했다.
용은 검을 달려오는 기병의 말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지르며 횡단으로 베어갔다.
“ 이 - 야 - 합 ”
“ 꽈 - 아 - 앙 ”
“ 싸 - 사 - 삭 ”
“ 히이이잉~ ”
“ 큭! ”
검강이 기병의 말과 부딪치자 엄청난 소리가 터져 나왔으며, 그 여파로 제일 앞에 있던 상당수의 말들이 분시되어 죽어갔고, 말에 타고 있던 기병들은 땅으로 구르며, 엄청난 숫자가 다쳤고, 재수 없게 죽는 자들도 나왔다.
땅은 검강의 여파로 엄청난 자국이 남았다.
뒤에서 따라오던 기병들도 미처 그것을 피하지 못하였고, 그 자리는 아비규환의 상태가 되었다.
말과 사람이 뒤엉켜 마치 지옥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았다.
용의 검강 한 수에 무려 상당수의 기병이 무너진 것이다.
살아남은 기병들은 그런 용의 모습에 기가 꺾여 더 이상의 공격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나, 앞서 있던 기병으로 인해 사태를 제대로 보지 못한 보병들은 여전히 광기 어린 표정으로 용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보병들이 달려드는 모습은 끊임없이 달려드는 개미들의 모습처럼 보였다.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었다.
‘ 한 번의 공격으로 끝장을 보아야 희생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모든 관병을 죽여야 할 것이다. 그래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끝을 보자. 책임을 져야 하는 장수들을 먼저 잡는 것이 큰 피해를 막는 길일 것이다. ’
용은 들고 있는 활에 화살을 멘 다음에 장수로 보이는 자들만 공격했다.
용의 쏜 화살들은 상당한 내기를 담고 있었고, 이미 용의 활 솜씨가 명궁에 뽑힐 정도였으므로 용이 노린 표적은 전부 하나둘 쓰러져 갔다.
그러나, 보병들은 이미 정신이 없는 상황이었으므로 아무것도 모르고 계속 달려오고 있었다.
그 뒤로는 또 다른 기병들이 보였는데, 갑옷이 강철인지 햇빛이 반사되어 빛나고 있었다.
어느 정도 장수들을 잡았다고 생각한 용은 활 공격을 그만두고, 검에 내기를 불어넣었다.
다시 검에서 검명이 나왔고, 검강이 뻗어 나왔다.
용은 소리를 치며, 검강을 펼쳤다.
“ 이야압 ~ ”
“ 꽝~ ”
“ 으아악! ”
“ 켁. ”
“ 으악! ”
엄청난 폭음과 함께 수많은 자의 시신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갔으며, 용의 전면 약 100장(약 300m) 정도가 초토화가 되었다.
“ 살려줘~ ”
“ 으윽. ”
“ 히이잉~ ”
여기저기서 사람들과 군마의 신음이 들렸고, 거의 일각(15분) 동안 분시가 된 시신 일부와 피가 마치 비처럼 쏟아졌다.
다친 자들은 허우적거리고 있었으며, 군마들도 사지 한 곳이 없어진 놈들이 많아서 그런지 제대로 일어나지 못하고 바둥거렸다.
어떤 자들은 다리를 쓸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포에 어린 모습을 하며 용에게서 멀리 도망치려고 하는 모양을 보였다.
그 모습이 마치 지옥에서 빠져나가려고 발버둥 치는 인간의 모습을 연상시켰다.
그리고 빨간 물감 같은 피들이 여기저기 뿌려져 있었는데, 지옥이 따로 없는 것처럼 보였다.
거의 일 만에 가까운 병사들이, 용의 한 수에 죽거나 다친 것이다.
공격명령에 정신없이 공격하던 관병들이었지만, 한순간에 벼락이 떨어지며, 거의 일 만에 가까운 사상자가 생기자, 정신이 번쩍 들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그들을 지휘해야 할 장수들이 거의 죽어 버린 상황이었으므로 공포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관병들은 중구난방(衆口難防)인 모습을 보였다.
공황상태에 빠진 패잔병들의 모습이었다.
조금 전의 광기 어린 모습은 전혀 없었다.
그나마 정신이 있는 자들은 도망을 가려고 하였지만, 대부분이 그 자리에 주저앉거나 서서 벌벌 떨고 있었다.
특히, 너무나 무서운 상황에 서 있는 상태에서 변이나 오줌을 싸버린 자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나, 역시 철갑기병과 중갑 보병은 최고의 부대였다.
“ 으악! ”
“ 우리는 같은 ···, 켁. ”
앞에서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병사들을 베어가면서 공격해 들어오고 있었다.
그들은 아군, 적군과 같은 구분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후퇴하는 자들은 무조건 베어버렸다.
이미 공황상태에 빠진 군사들은 그런 모습을 보고도 사방으로 도망을 갔다.
용과 철갑기병이 없는 쪽으로 무조건 달렸다.
군대의 수장도 그 모습을 보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들을 제어하려면 자신이나 부하장수를 보내야 하지만, 용의 궁술 실력을 보았으므로 보내는 즉시 죽으리라는 것은 자명했다.
그리고 이미 공황상태에 빠진 군사들을 수습하더라도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 이미 수습을 하기에는 늦었다. 철갑기병과 중갑 보병이 아직 많으니 그들에게 싸우도록 한 다음, 포로 공격을 해야 한다. ’
수장은 급히 명령을 내렸다.
“ 철갑기병과 중갑 보병은 즉시 적을 제거하라. ”
“ 와아~. ”
“ 돌격 앞으로! ”
철갑기병이 달리기 시작했고, 중갑 보병도 공격을 시작했다.
그 틈을 이용하여 용을 사정거리 내에 위치하도록 하여 포를 정렬시켰다.
용은 사방으로 도망을 가는 보병들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이미 전의를 상실한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굳이 그들을 공격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그 뒤에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기병과 보병에 관심을 두었다.
아마도 그들이 군대 내에서 가장 정예병인 것으로 보였다.
중무장한 상태였는데, 보기에도 그 무장이 상당해 보였다.
기병의 경우에는 사람뿐만 아니라 군마까지 장갑하고 있었다.
‘ 일반강철이 아닌가 보군. 일반강철이라면 저렇게 가볍게 보이지는 않을 거이니. 그렇다고 만년한철과 같은 그런 금속은 아니겠지. 한 번 시험해 보아야겠군. ’
용은 활에 화살을 메워 장수로 보이는 자를 향해 쏘았다.
내기가 실린 화살이라 엄청난 예기를 품은 상태로 날아갔다.
“ 피 - 이 - 잉 ”
“ 크악! ”
“ 히이잉~ ”
아무리 중장갑을 하였지만, 용의 화살을 막아낼 수는 없었다.
순식간에 장수로 보이는 자가 화살에 맞아 땅에 떨어졌는데, 그 충격이 얼마나 셌는지 뒤에 따라오던 몇 명의 철갑기병들도 튕긴 자와 부딪치며 같이 땅으로 떨어졌다.
용은 미소를 지으며, 화살 없는 활을 철갑기병들에게 쏘았다.
나름대로 공격형태를 한 상태로 달려오고 있었지만, 용의 공격을 막기에는 부족하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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