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천지룡 (109)
“ 가가가가강. ”
“ 까 – 강. ”
“ 크악. ”
두 진의 기파가 먼저 부딪쳤고, 마치 쇳소리와 같은 소리가 났으며, 곧이어 두 개의 진이 본격적으로 맞부딪치게 되자, 한 번도 보지 못한 장관을 이루면서, 방패가 부딪치는 소리와 유사한 엄청난 소리와 함께 주위에서 싸우던 많은 사람이 충돌의 여파로 터져 나오는 기파에 영향을 받아 즉사하거나 튕겨 나갔다.
거의 30장(약 90m) 내에 있던 사람들은 시신의 형체를 알아보기가 힘들 정도였고, 50장(약 150m) 내에 있던 사람 중에서도 하수들은 즉사했고, 고수들도 상당히 큰 내상을 입었다.
이렇게 되자 대백팔나한진과 대마왕재림진이 싸우는 곳으로는 다른 집단이나 사람들이 가까이 가지 않았고, 두 진이 서로 부딪치는 곳에서 되도록 떨어지려고 노력했다.
3개의 대백팔나한진 중에서 하나는 구성되기 전에 이미 문제가 있었으므로 곧 파괴되면서, 5개의 백팔나한진으로 구성되는 중백팔나한진(中百八羅漢陣) 1개와 2개의 백팔나한진으로 나누어졌는데, 2개의 백팔나한진은 바로 대마왕재림진에게 당해 파괴되었다.
아무리 마왕재림진에 강한 백팔나한진이라고 할지라도 대마왕재림진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대마왕재림진도 대백팔나한진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한두 번의 충돌로는 서로의 우세를 알 수가 없었지만, 그 충돌이 5번을 넘어가면서부터는 확실하게 차이가 보였고, 8번이 넘어가자, 대마왕재림진이 흔들리기 시작하여, 10번 정도 충돌을 하게 되니 파괴되어 버렸다.
그러나, 이것은 일대일로 맞부딪친 결과였고, 2개의 대마왕재림진과 대백팔나한진 한 개의 대결은 대백팔나한진의 미세한 우세를, 3개의 대마왕재림진과의 대결에서는 대마왕재림진의 우세가 나타났다.
마존방이 조금 우세를 보이긴 했지만, 그 우세가 그렇게 큰 것이 아니었으므로 전투는 열흘 동안 계속되었다.
중간에 휴식과 부상자들 치료를 위해 전투를 멈추었으므로 과거와는 달리 사망자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워낙 전투가 격렬하여 부상자들의 상태는 상당히 좋지 않았다.
목숨을 건지는 경우라 할지라도 대부분이 앞으로 무인으로서 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
열흘간의 전투로 인하여 무림맹의 타격이 심각했다.
하남단과 개봉단이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그뿐만 아니라 소림사 나한들의 피해도 상당한 편이었다.
2개의 대백팔나한진으로 6개의 대마왕재림진에 맞서다 보니, 상당히 고전했기 때문이었다.
열흘을 버틴 것이 그나마 기적이라고 할 지경이었다.
무림맹 측은 사천단의 일부가 용병당의 진로를 막기 위해, 호북 근처로 왔다가 이 전투에 참여하는 바람에 한숨 돌릴 수 있었다.
특히 아미파의 승려들이 천요당의 욕화나염무를 어느 정도 방어했으므로 다른 사람들의 피해가 작았다.
그렇지 않았다면 열흘을 버티기가 힘들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마존방의 경우에도 큰 타격을 받은 것은 비슷했다.
천요당은 아미승들의 공격을 받아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
욕화나염무가 아무리 뛰어난 것이라 할지라도 불가의 무공에는 극성이라 큰 피해를 본 것이다.
게다가 실전경험이 사실상 없었던 관계로 미숙하게 운영하다 당한 면도 있었다.
친위부대들이 타격도 상당했다.
거의 4천 명이 쓰러졌다.
무림맹이 소수의 사람으로도 가능한 진을 가지고 대응하여, 광마당과 전마당의 피해도 큰 편이었지만, 그나마 상대적으로는 좋은 편이었다.
하루의 휴전 기간을 끝마치고 두 세력은 다시 전투를 벌였다.
천요당의 경우에는 이미 실전을 경험했는지라, 그들이 펼치는 욕화나염무가 상당한 위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마당이 직접 사천단을 요격하여 아미승들의 움직임을 봉쇄하게 되자, 상당히 큰 효과를 보게 되었다.
이렇게 되자 그렇지 않아도 불리한 무림맹이 견디지 못하고 천천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쌍방 간에 큰 피해를 보았으므로 부상자 구조 등을 위하여 다시 하루의 휴전 기간을 두었는데, 그 사이에 섬서의 상황이 거의 끝나버렸고, 안휘에서의 전투가 심각하게 변해버려 호북의 상황은 다소 이상하게 변화되었다.
그리고 밀리던 무림맹에 섬서의 일을 마무리 한 섬서, 하북단이 응원군으로 나타나 열세에서 벗어났다.
이로 인하여 호북 전투는 대등한 상황이 되었다.
다시 전투가 이어졌지만, 이번에는 무림맹이 그렇게 밀리지 않았고, 섬서단의 경우에는 군대에서 얻은 화탄을 몇 개 사용했으므로 마존방에 큰 피해를 주었다.
화살에 화탄이 있는 줄도 모르고 그것을 검으로 쳐냈다가 폭발하여, 상당수의 사람이 큰 피해를 보는 경우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이로 인하여 마존방이 일시적으로 밀리는 사태도 벌어졌다.
그러나, 곧 후방에 있던 집마단의 일부가 개입하여, 마존방의 열세도 만회가 되었다.
서로 간에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벌였다.
호북 전투는 대마왕재림진이 전부 파괴되는 시점에서 끝났다.
소림사의 대백팔나한진들도 사실상 괴멸된 상태였다.
양측은 엄청난 피해를 보았고, 상당수가 사망 혹은 중상이었다.
사실, 마존방은 섬서와 하북단이 응원군으로 나타나기 전에 섬서의 일을 접한 마뇌에 의하여 후퇴명령을 받았으나, 이미 그때는 시기가 늦어 후퇴하기가 어려웠고, 이로 인하여 양측의 피해가 더 엄청났다.
한쪽이 후퇴할 때, 다른 쪽에서 그냥 내버려 두었다면 좋았을 것을, 그렇지 않고 추격하면서 전투를 했기에, 양쪽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
안휘에서의 전투는 천심단에 의해 시작되었다.
섬서 쪽으로 마존방의 응원군이 더 많이 가지 못하도록, 일종의 양동작전(陽動作戰)으로 시작된 것이었는데, 안휘에 있던 마존방의 마천당은 실전경험에서 떨어지다 보니, 계속해서 천심단에게 엄청 당하고 있었다.
여기에 천룡신군이라는 초특급고수가 있다 보니, 그 피해는 생각 이상으로 심각한 편이었다.
그런 사정 때문에 오히려 응원군이 가야 할 상황이 되었는데, 이미 호북으로 응원군이 갔기 때문에 안휘로 보낼 부대는 친위부대 정도였다.
물론 친위부대 정도만 해도 충분한 대응을 할 수는 있었지만, 무림맹에는 천룡신군이라는 초특급고수가 있었으므로 의외로 고전할 가능성이 커, 특급고수가 파견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처음에는 부방주를 보낼 생각이었는데, 방주가 반대했다.
“ 부방주는 천룡신군을 상대할 수가 없습니다. 차라리 내가 가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친위단을 같이 데리고 간다면 큰 문제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만. ”
방주가 마뇌에게 이야기했다.
마뇌는 한참을 생각해 보더니 이야기했다.
“ 행여나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하실 것입니까? ”
“ 그럴 리가 없지만, 적이 너무 힘겹다고 생각되면 바로 철수를 하겠습니다. 게다가 내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사부님께서 여전하시니 비록 부방주가 아직 미숙하지만, 별문제는 없지 않겠습니까? ”
“ 그런 불길한 말씀은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듣기 민망합니다. ”
“ 하하, 그렇다는 것이지요.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면 무조건 도망 오겠습니다. 하하하. ”
마뇌는 방주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방주의 성격을 너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가 있다고 할지라도 아마 자신이 해결하기 위하여 최선을 다하지, 후퇴란 것을 전혀 고려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래서 망설였던 것이다.
무림맹의 천심단에는 천룡신군이라는 초특급고수가 있는데, 그를 상대할 수 있는 사람은 지금으로써 방주밖에 없다고 해도 무방했다.
친위부대 10개를 데리고 간다면 천심단을 확 쓸어버릴 수 있다고 보지만, 천심단만 있는 것이 아니고 안휘단도 있었으므로 시간이 걸릴 것이고, 그렇다 보면 다시 무림맹의 응원군이 달려올 가능성이 컸다.
그런데, 마존방의 경우에 더는 보낼 응원군이 마땅하지가 않았다.
겨우 보낼 수 있는 것이 외당 병력인데, 그것은 사실상 수적인 우세를 보인다는 의미 외에는 별다른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여기에 최근 부방주의 눈치가 이상했다.
오랫동안 봐온 사람이라 그의 성격을 모르지 않았다.
자신의 주인이 과거 가장 마의 기운이 강한 시기에 자질만 보고 제자로 받아들인 인물이다 보니, 가장 성품이 좋지 않은 인물이었고, 마기를 잠재운 새로운 마공에 있어서는 가장 떨어지는 자질을 가진 자였다.
스스로는 가장 무공이 강하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것은 그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가 익히고 있는 마공은 마기를 제대로 잠재우지 못한 것으로, 성정상 새로운 마공을 익히기에 문제가 있어서, 원래의 마공을 익히게 하다 보니 겉보기에 무공이 강한 것처럼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같은 마황파천심공이었지만, 방주가 익힌 것이 부방주가 익힌 것보다 위력이 세배가 강했다.
따라서 방주가 육성을 익히고, 부방주가 구성을 익혔다고 하지만, 부방주는 절대 방주를 이길 수 없다고 마뇌는 판단하고 있었다.
여기에 부방주는 자신이 특급고수라 검강을 펼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것은 자신의 주인이 개정대법과 온갖 역천적인 의술을 동원하여 부방주의 신체를 검강을 펼치기에 최상의 상태로 만들어둔 결과였다.
그의 재질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었으므로 그의 주인이 배려차원에서 그렇게 한 것이었다.
이런 여러 가지의 상황을 오판한 부방주가 자신의 무공이 강한 것으로 착각하여,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되면, 마존방 아니 자신의 주인이 추구하는 마도 천하는 변질할 가능성이 있었다.
자신의 주인이 추구하는 마도 천하는 천하를 도탄에 빠지게 하자는 것이 아니고, 정도가 아닌 마도를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오히려 정도보다 더 좋은 사회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더 나아가 무공 자체를 가지고 정도와 마도로 나누지 말고, 의협과 그 사람의 인간성을 가지고 사람을 판단하자는 것이었다.
아무리 사악한 마공이라고 할지라도 그 마기를 잠재울 수만 있다면 다른 정종의 무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으며, 아무리 정종의 무공이라고 할지라도 익힌 자가 사악하다면, 그 무공은 결국 악에 사용될 뿐이라 생각했다.
물론 처음에는 일반적인 의미의 마도 천하, 즉 패도를 이루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그의 주인이 점차 극마의 경지에 올라가, 생각이 변하여 마도 천하라는 개념이 그런 식으로 변화된 것이었다.
개선된 마황파천심공을 익힌 제자들 역시 그의 주인과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다만, 재질 상의 문제로 개선된 마황파천심공을 익히지 않은 현재의 부방주만 생각하는 것이 달랐다.
그는 전형적인 마도인이라 할 수 있었다.
생각하던 마뇌는 방주에게 이야기했다.
“ 그러지 마시고 부방주도 이번 기회에 자신의 능력에 대해 알아야 하니, 부방주를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열 개의 친위부대를 보낸다면 최소한 후퇴하는 것에는 무리가 없을 것이니, 그리 위험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번 기회가 아니라면 부방주 스스로가 자기 능력을 알아볼 기회가 앞으로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심각한 오판을 할 수가 있습니다. 그러니 이번만은 부방주를 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
마뇌가 그렇게 간청하다시피 이야기를 하자, 방주는 다시 깊은 생각에 빠졌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부방주의 능력으로는 천룡신군을 당할 수가 없을 것 같았다.
잘못하여 천룡신군과 맞대한 다음에 후퇴의 기회를 놓친다면,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이미 여러 명의 사제를 잃은 경험이 있었으므로 더는 사제의 죽음을 보고 싶지 않았다.
“ 아닙니다. 이번에는 꼭 제가 가겠습니다. 아무리 친위부대를 보낸다고 할지라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 생각됩니다. 이제는 사제의 죽음을 보고 싶지도 않고요. ”
방주의 결심이 확고하다는 것을 깨달은 마뇌는 더는 뭐라고 하기가 어려웠다.
마뇌가 할 수 있는 것은, 방주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친위단에게 최선을 다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친위부대 1개 부대에 방주만을 지키게 하도록 만들었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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