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전기 20.이단의 탄생(1)
20. 이단의 탄생 (1)
세라딘 왕국 프레드릭 영지.
이곳은 흑마법사 캐네스가 관리를 맡고 있었다. 캐네스는 알렉트라의 피를 마시고 세뇌를 당해 절대 배신을 할 수없는 인물이었다. 배신을 하겠다는 마음을 먹는 순간 알렉트라의 피가 심장에 몰려가 폭발을 한다. 그러니 배신은 꿈도 꾸지 못했다.
캐네스는 프레드릭 영지의 관리보다 알렉트라 신전의 성직자 역할에 더 충실하고 있었다. 캐네스는 매일 아침 4시부터 6시까지 알렉트라 신전에서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캐네스에게 알렉트라는 최고의 신이었다.
캐네스의 믿음은 흔들림이 없었고 절대적이었다. 그런 캐네스가 어느 날 알렉트라 신전에서 간절히 기도를 하던 도중 알렉트라의 음성이 자신의 뇌리에 울렸다.
‘이것은 알렉트라님의 음성이다. 알렉트라님이 드디어 내게 직접 신탁을 내리시는 모양이다.’
캐네스는 자신의 뇌리에 알렉트라의 음성이 들린 그날부터 더욱 간절히 기도를 올렸다. 그렇게 3일 밤낮을 알렉트라 신전에서 기도만 올린 캐네스는 비몽사몽간에 알렉트라의 구체적인 신탁을 듣게 되었다.
물론 알렉트라는 캐네스에게 신탁을 내린 적이 없었지만 캐네스의 잠재의식 속에 있던 것이 알렉트라의 음성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것을 캐네스는 알렉트라의 신탁이라고 굳게 믿었다. 캐네스는 즉시 알렉트라 신전의 사제들을 불러 모았다.
“알렉트라님이 내게 신탁을 내리셨다. 오늘 저녁 신도들을 모두 신전 안으로 불러들여라.”
캐네스는 그날 저녁에 알렉트라 신전 안에 모인 신도들 앞에서 일장 연설을 했다.
“엘란도 왕국으로 건너가신 뒤 연락이 없으셨던 알렉트라님이 드디어 내게 신탁을 내리셨다. 알렉트라님은 내게 훗날 알킨스 대륙을 정벌하려면 많은 병력이 필요하다고 하셨다.
세라딘 왕국의 인구는 너희들도 알다시피 알킨스 대륙 엑시멈 제국의 인구에 비하면 얼마 되지 않는다. 그래서 알렉트라님은 내게 인구를 늘리는데 최선을 다하라고 하셨다. 인구를 늘리는데 필요한 것이 무엇이냐? 그것은 바로 남녀 간의 성관계다.
알렉트라님의 신탁이 내린 지금, 우리가 무엇을 주저하겠는가? 우린 그저 알렉트라님의 신탁을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 지금부터 성의 자유를 선포한다. 가족만 아니라면 그 누구와도 성관계가 가능하다.”
캐네스는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서 알렉트라의 신탁을 이행했다. 곁에 있는 여자 사제와 그 자리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이다.
“내가 이렇게 시범을 보였다. 너희들도 어서 알렉트라님의 신탁을 이행하라.”
캐네스의 말에 도취된 신도들은 즉시 여기저기 뒤엉켜 질펀하게 성관계를 가졌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오직 알렉트라의 신탁을 따르고자 하는 마음밖에 없었다. 결국 알렉트라가 우려하든 잘못된 믿음에 기초한 이단이 탄생한 것이다.
전혀 그런 신탁을 내린 적이 없는 알렉트라로서는 황당한 일이었지만 그들은 진지했고 자신들이 알렉트라의 신탁을 이행하는 유일한 신도들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알렉트라를 배신하는 순간 심장이 터져 죽는 캐네스가 그 중심에 있으니 기가 막힐 일이었다.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 자라도 착오에 의해 믿음이 변형되는 것이다. 알렉트라가 강제적으로 영혼의 접촉을 시도해서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순간에 멀리 떨어진 세라딘 왕국에서는 캐네스와 같은 이단이 많이 발생했다.
알렉트라는 세라딘에 있는 자신의 친위대와 부하들을 한명도 동원하지 않고도 엘란도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파이란 왕국까지 자신을 신으로 받드는 왕국으로 만들었다.
두 왕국이 완전히 안정을 찾기까지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지만 세라딘 왕국에 비하면 단숨에 해치운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두 왕국을 안정시키는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카타로스 덕분이었다.
알렉트라는 엘란도와 파이란 왕국을 안정시키고 떠난 지 1년 만에 세라딘 왕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알렉트라가 세라딘 왕국으로 돌아오자 어떻게 알았는지 아이리네와 플로렌스가 날듯이 달려와 알렉트라의 품에 안겼다.
“대장님! 그동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알렉트라는 자신의 품에 스스럼없이 안기는 아이리네와 플로렌스가 진심으로 반가웠다. 영혼의 접촉을 하고 난 뒤에 모두들 알렉트라를 신처럼 대했다. 알렉트라와 감히 눈빛조차 마주치지 못하고 항상 우러러 봤던 것이다.
알렉트라는 그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아이리네와 플로렌스는 과거와 다름없이 자신을 대했다. 1년간 못 본 사이에 아이리네와 플로렌스는 더욱 아름다워지고 성숙해져 있었다. 둘 다 그 어떤 찬사를 붙여도 모자랄 만큼 카멜리나와 어머니인 해레이스를 능가할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알렉트라는 이상하게도 두 여인을 양쪽 가슴에 나누어 안은 것만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 충만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 나도 너희들이 무척 보고 싶었다. 그런데 세라딘 왕국에 별일이 없었느냐?”
서로 영혼이 연결된 상태라 묻기도 전에 모든 것을 알고 있어야했다. 그런데 알렉트라는 그러질 못했다. 엘란도 왕국과 파이란 왕국을 거치며 수많은 사람과 혹은 엘프들과 영혼의 어울림을 하며 뭔가 모를 과부하가 걸렸다.
세라딘 왕국에서 자신과 영혼의 어울림을 한 절반 정도의 인원들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알렉트라의 물음에 플로렌스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헤라클이 두 달 전에 신의 군대를 이끌고 알킨스 대륙에 진출한 것 말고는 특별한 일이 없어요.”
플로렌스의 말에 알렉트라는 눈이 커졌다.
“뭐? 헤라클이 알킨스 대륙에 진출했다고?”
놀라는 알렉트라의 반응에 플로렌스가 오히려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대장이 지시한 것이 아니었나요? 헤라클의 말로는 알렉트라 신전에서 기도 중에 대장의 신탁을 받았다면서 자신이 직접 훈련시킨 정예병 2만 명과 지원병 3만, 부급부대 1만을 앞세우고 그동안 건조한 배를 타고 두 달 전에 출발했어요.”
플로렌스의 말에 알렉트라는 영혼의 접촉을 하면서 느꼈던 불안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영혼의 힘을 먼저 키우고 영혼의 어울림을 했어야하는데 앞뒤 생각 없이 닥치는 대로 영혼의 어울림을 했으니 당장 과부하라는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다.
헤라클 역시 캐네스와 같이 이단이 된 경우였다. 헤라클은 캐네스처럼 알렉트라 신전에서 며칠간 기도를 올리다가 비몽사몽간에 알렉트라의 신탁을 들었다.
“엑시멈 제국을 치려면 알킨스 대륙에 교두보를 확보해야 된다. 헤라클, 네가 신들의 군대를 이끌고 교두보를 확보하도록 해라.”
그건 분명 알렉트라의 음성이었다. 헤라클은 신탁을 들은 즉시 신들의 군대를 출병시켰다. 조금만 더 기다렸다가 알렉트라의 정확한 뜻을 알아봐야한다는 클라우드의 말은 무시되었다.
헤라클에게 알렉트라의 신탁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마침 수백 척의 배도 건조되어 있던 터라 헤라클은 즉시 대군을 이끌고 군량미를 싣고 알킨스 대륙으로 출항했다.
헤라클이 향한 곳은 알킨스 대륙의 최남단에 위치한 아스날 왕국의 이웃 왕국인 산트비아 왕국이었다. 산트비아 왕국은 인구 8백만 명에 동원할 수 있는 병력이 10만 명밖에 안 되는 약소국이었다. 이런 왕국이 헤라클의 정예병들을 막아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우리에게는 항상 알렉트라 신이 함께 하신다. 그러니 놈들을 단숨에 짓밟아라.”
전쟁은 순식간에 끝장이 났다. 헤라클은 알렉트라 신의 이름으로 왕과 귀족들을 모조리 처형하고 노예들을 해방시켰다. 또한 산트비아 왕국에 알렉트라 신전을 지어 국민들을 강제로 알렉트라 신을 믿게 했다.
국민들 중에 만약 알렉트라 신을 거부하는 자가 있으면 모두 잡아다가 사형시켰다. 좋은 이미지로 알킨스 대륙에 진출하려 했던 알렉트라로서는 정말 뜻하지 않은 봉변이었다. 헤라클이 벌린 일 때문에 알렉트라는 졸지에 광신도 집단을 거느린 마왕으로 전락했고 알킨스 대륙의 공적이 되게 생겼다.
플로렌스에게 헤라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알렉트라는 즉시 세라딘 왕국 구석구석을 점검했다. 자신과 소통이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이상하게 변형되어버린 이단을 축출하기 위해서였다.
이단을 이룬 곳은 무려 열 세 곳이나 되었다. 하지만 알렉트라도 난감했던 것은 그들이 결코 자신을 배신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들은 너무 간절히 알렉트라 신전에서 알렉트라 신을 부르다가 무의식중에 자신의 내면에 잠재된 의식에서 어떤 소리를 듣게 된 것이다.
그것은 분명 다른 목소리였지만 그들은 알렉트라의 목소리라고 확신했다. 그렇게 엉뚱한 신탁을 받은 그들은 알렉트라의 뜻과는 전혀 다른 길을 가게 된 것이다.
‘음! 이래서 같은 신을 믿더라도 교리가 다른 종교가 많이 생기는 모양이군.’
알렉트라는 직접 확인하지도 않고 무조건 믿으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에 한탄하며 이단을 모두 해체시켰다. 그런데 두 곳은 해체시킬 수가 없었다. 한곳은 헤라클로 이미 산트비아 왕국에 진출해 있었고, 캐네스는 신도 5백 명을 이끌고 아스날 왕국 밀림에 간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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