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전기 26.마계를 접수하다.(2)
26. 마계를 접수하다. (2)
마왕 벨제뷔트는 갑작스런 알렉트라의 등장에 놀랐고 알렉트라의 지지 세력이 많다는 것에 놀랐다. 그리고 더 놀란 것은 알렉트라가 자신과 1:1 대결을 원한 것에 놀랐다.
벨제뷔트는 알렉트라의 제안에 생각해볼 것도 없다는 듯 찬성했다. 만약 전면 대결을 벌리게 되면 자기가 이긴다고 해도 이득이 하나도 없었다. 의외로 알렉트라의 지지 세력 중에 상위 마족들이 많아 피해가 너무나 클 것이기 때문이다.
벨제뷔트는 알렉트라의 능력이 생각보다 뛰어나지만 자신의 아래라는 것이 파악되자 느긋해졌다.
“어차피 이번 대결로 지는 놈은 죽을 테니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나 해봐라.”
벨제뷔트의 말에 알렉트라는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이번 대결로 지는 사람은 창피할 테니 조용한 곳에서 대결을 하고 싶습니다.”
알렉트라의 말에 벨제뷔트는 피식 웃었다.
“좋다. 마지막으로 너의 꼴사나운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는 네 소원을 들어주지.”
벨제뷔트는 자신이 이길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부하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배포가 넓은지 보여주고 싶었다.
“조용한 곳이라면 네가 생각해 둔 곳이 있느냐?”
“예, 바로 이곳입니다.”
알렉트라가 손짓하자 좌측에 카타로스 세 번째 방이 모습을 드러냈다. 카타로스 세 번째 방을 보자 벨제뷔트는 문득 찝찝한 생각이 들었지만 이제 와서 다른 곳에서 대결하자고 할 수는 없었다.
“좋다. 죽기 전에 너의 소원이라니 네가 원하는 곳에서 대결을 펼치도록 하지.”
벨제뷔트는 부하들이 있는 곳에서 알렉트라를 한번 비웃어 준 뒤 그를 따라 카타로스 세 번째 방으로 가벼운 마음으로 산보라도 즐기듯 따라 들어갔다.
두 사람이 카타로스 세 번째 방으로 들어가자 두 사람의 모습은 아무런 기척도 없이 사라졌다. 카타로스 세 번째 방으로 들어온 벨제뷔트는 깜짝 놀랐다. 알렉트라에 비해 월등히 높았던 자신의 능력이 심각하게 축소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곳에서 벨제뷔트는 알렉트라를 상대로 정말 질릴 정도로 오랜 시간 동안 싸웠다. 밖에서 하루가 세 번째 방에서는 10년이었기에 벨제뷔트는 5년간 알렉트라와 조금도 쉬지 못하고 싸웠다.
그런데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자신이 밀리고 있다는 점이었다. 반면 알렉트라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팔팔해지고 있었다.
벨제뷔트는 문득 절망감을 느꼈다. 자기스스로 걸어 들어온 유일한 경쟁자를 제거하여 장기집권의 발판을 마련하려고 했던 벨제뷔트는 등에 식은땀이 주르륵 흘렀다.
스킬라는 카타로스 안으로 사라진 알렉트라의 승리를 기원하며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카타로스 안에서는 알렉트라의 능력이 몇 배로 더 상승한다는 것은 잘 알았지만 상대는 마왕 벨제뷔트였다.
마왕 중에서는 역대 최약체로 평가받는 벨제뷔트였지만 그래도 마왕의 자리를 차지한 그가 약할 수는 없었다.
벨제뷔트와 알렉트라를 지지하는 두 세력들 모두 초조하게 싸움의 결과가 나오길 기다렸다. 두 세력은 싸움의 결과에 따라 마계의 지위가 하늘과 땅 차이로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스킬라! 카타로스의 문이 열렸다.”
칸드로스의 외침에 고개를 든 스킬라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다소 피곤한 얼굴의 알렉트라가 활짝 웃는 얼굴로 걸어 나온 것이다.
알렉트라가 혼자 카타로스에서 나오며 승부의 결과는 굳이 확인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벨제뷔트를 소멸시킴으로 해서 마계의 실권을 쥐게 된 알렉트라는 스킬라의 아버지 스킬로폰을 임시 마왕의 자리에 앉혔다.
“스킬라의 뱃속에 있는 아이가 태어나 성인이 될 때까지 장인어른이 임시로 마왕의 자리에 앉아 주십시오. 귀찮겠지만 몇 년 만 고생하시면 손자가 마왕의 자리를 이을 것입니다.”
알렉트라는 아직 이름도 짓지 않은 태아의 후견인으로 카바이탄과 칸드로스를 지목했다. 그들이라면 자신이 없더라도 스킬라를 도와 자신의 아들을 마왕의 자리에 올려줄 것이다.
마계의 일을 처리하고 나자 알렉트라는 바로 엑시멈 제국으로 돌아오려고 했지만 스킬라가 출산을 할 때까지 마계에 머물기로 했다. 이번에 마계를 떠나게 되면 수십 년간 못 올지도 모를 일이었기에 차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알렉트라는 마계에 머물며 스킬라와 꿈같은 시간을 보내다가 아들이 태어나자 이름을 알타렉스라 지었다.
알렉트라가 마계를 떠나지 못한 이유는 바로 알타렉스에게 있었다. 자신은 이제 천계로 가야하기에 마계에 관련된 모든 능력을 알타렉스에게 물려주고 가려했던 것이다. 물론 물려준다고 해서 자신의 몸에서 사라지는 것은 아니지만……
알타렉스는 이미 가장 순수한 마신지체를 알렉트라에게 전해 받았기에 마계에 대한 알렉트라의 능력을 전수 받기에는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최적인 상태였다.
알렉트라는 알타렉스를 카타로스 세 번째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서 10년간 알타렉스의 뇌와 몸에 최초의 마왕 하이디스의 지옥의 불 최강의 능력과 엔젤허브 종족, 케놉 종족 등 자신이 알고 있는 마계의 대부분 능력을 주입시켰다.
알타렉스에게 그 모든 능력을 직접 가르쳐 주기에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다. 알렉트라는 직접 몸으로 가르쳐 주는 방법에 주력하기는 했지만 나머지는 알타렉스의 뇌에 주입할 수밖에 없었다.
카타로스 세 번째 방에서 10일 만에 나온 알타렉스는 그곳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기에 덩치가 12살 먹은 아이처럼 커져 있었다.
어린아이의 모습에서 10일 만에 놀랄 정도로 훌쩍 커버린 알타렉스를 보고 여러 종족의 마족들은 역시 마왕의 재목은 다르다며 놀라운 눈으로 알타렉스를 쳐다봤다.
“알타렉스! 너의 뇌리엔 마계에 대한 모든 것이 담겨있지만 당장 그 능력을 다 사용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금부터 꾸준히 수련하여 완전히 네 것으로 만들어라.”
“명심하겠습니다. 아버님!”
알렉트라에게 모든 것을 전해 받은 알타렉스는 성장과정에서 많은 말썽을 부리고 때로는 인간세상으로 나가 모험을 즐기기도 했지만 후에 역대 마계 최강의 마왕이라는 칭호를 듣게 된다.
마계에서 모든 일을 마무리한 알렉트라는 엑시멈 제국으로 돌아왔다. 알렉트라가 돌아오니 강력한 무력을 가진 친위대들은 알킨스 대륙을 대부분 정복한 상태였다.
알렉트라의 친위대들이 이렇게 빨리 알킨스 대륙을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대륙 연합군과 마계의 군단이 서로 상잔하여 힘이 극도로 약화된 덕분이었다.
Comment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