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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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작품등록일 :
2012.08.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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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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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30 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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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전기 22.적과의 동행(2)

DUMMY

22. 적과의 동행 (2)


밤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짐꾼들이 마련해준 잠자리에 누웠다. 짐꾼들은 숲에서 마른 풀들을 베어와 바닥에 깔고 그 위에 얇은 천으로 덮었다. 침대처럼 만든 천위에 누우면 푹신한 느낌과 아래에서 향긋한 풀 향기가 올라왔다.

날씨가 따뜻했던 관계로 천막은 칠 필요가 없었기에 잠자리 위에 이슬을 막아줄 얇은 천막을 펼쳐 끝 부위를 나무에 묶어두면 새벽에 내리는 이슬을 막을 수 있었다.

알렉트라는 마법으로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 잠을 잘 수도 있었지만 짐꾼들이 만들어준 풀로 만든 특별한 침대 위에서 잠을 잤다. 그나마 짐꾼들이 마련해준 잠자리의 혜택을 볼 수 있는 사람들은 10명 안팎이었다.

탐사대의 리더인 쿠로고스와 실질적인 리더인 레토, 그의 동생 셀리네, 마법사를 우대한 덕분에 알렉트라도 포함되었고 다른 용병들 보다 실력이 조금 나은 레스테스와 파리스도 혜택을 받았다.

칸드로스와 스킬라는 조금 넓게 준비된 알렉트라의 잠자리에 끼어들었다. 늦게까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자연스럽게 알렉트라 옆에 누워 자게 된 것이다. 이미 무공이 신화경의 경지에 오른 알렉트라는 굳이 많은 잠을 잘 필요가 없었다.

일주일간 잠을 자지 않아도 피곤하지 않았고 하루에 1시간만 자도 충분했다. 새벽이 되어 모두 잠에 빠져든 상태라 알렉트라 역시 눈을 감고 무의식의 세계로 빠져드는데 누군가 자신의 품속으로 파고들었다.

알렉트라는 굳이 눈을 뜨지 않고서도 자신의 품속으로 파고든 상대를 알 수 있었다. 취할 것 같은 향기와 함께 품속으로 파고든 그녀는 스킬라였다. 벌써 며칠째 스킬라는 알렉트라의 품속에 안겨 잠을 잤다. 그것은 정말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알렉트라가 판단하기에 스킬라와 칸드로스는 자신들의 실력을 숨긴 고수였다. 적어도 그랜드 마스터를 능가하는 실력이라 판단되었다. 그런 고수라면 실수 따위는 절대로 하지 않았다.

잠자리에서 누군가 다가서기만 해도 감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이 그랜드 마스터였다. 그런데 그런 실력자가 스스로 알렉트라의 품속으로 파고든 것도 의아한 일이지만 품속에 안겨 세상모르고 편안히 잠을 잔다는 것이 불가사의였다.

알렉트라의 품속에 안겨 3시간 정도 정신없이 잠을 잔 스킬라는 잠에서 깨면 자신이 알렉트라의 품속에 안겨 있다는 것을 알고 소스라치게 놀라 품에서 떨어져 나가곤 했다.

‘오늘은 또 어떤 반응을 보일까? 잠에서 깨면 깜짝 놀라 품에서 빠져나가겠지.’

갑자기 짓궂은 생각이 든 알렉트라는 스킬라가 못 빠져 나가게 꽉 끌어안고 있었다. 새벽에 눈을 뜬 스킬라는 자신이 알렉트라의 품속에 안겨 잠을 자고 있었다는 것을 알자 깜짝 놀라 그의 품에서 빠져나오려다가 눈이 딱 마주치고 말았다.

알렉트라의 시선과 마주친 스킬라는 왠지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그의 가슴에 얼굴을 파묻어 버렸다. 스킬라는 그런 자신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계에서도 최상위 마족인 그녀였다. 엔젤허브족의 수장인 스킬로톤의 딸인 그녀는 순수한 혈통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가장 아름다웠고 마왕의 필수조건인 마신지체의 분포가 60%나 됐다. 현재 마계의 마왕인 벨제뷔트가 마신지체의 분포가 80%인 점을 감안하면 60%는 대단히 높은 수치였다.

벨제뷔트는 원래 켈레토스족 출신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몸속에 있는 마신지체는 그의 몸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마족이기는 하지만 괴물처럼 보이는 켈레토스족 고유의 모습을 벗어던진 벨제뷔트의 몸은 머리 양쪽에 거대한 뿔을 가진 2m가 넘는 거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원래 마왕은 자신의 종족을 챙기게 마련이지만 벨제뷔트는 켈레토스족을 혐오했다. 그래서 켈레토스족은 마계에서 지위가 오히려 한 단계 하락했다. 벨제뷔트가 자신의 종족을 멀리하자 타 종족이 그를 가깝게 대했다.

벨제뷔트는 그것을 잘 활용했다. 그는 마신지체의 분포가 80%나 되어 엄청난 무력을 가졌지만 무력보다 더 뛰어난 것은 상대방을 적절히 이용하는 타고난 정치력이었다. 그 정치력으로 벨제뷔트는 전임 마왕을 몰아내고 자신이 마왕에 오를 수 있었다.

뛰어난 정치력으로 마왕이 된 벨제뷔트는 항상 불안했다.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전임 마왕도 문제였지만 더 큰 문제는 마신지체 100%인 알렉트라였다.

대부분의 마족과 마물들은 마신지체 100% 앞에서면 무조건 굴복하게 되어 있었다. 벨제뷔트는 알렉트라가 자신의 능력을 완전히 되찾기 전에 제거할 결심을 하고 엔젤허브와 케놉, 켈레토스 종족을 긴급히 파견한 것이다.

스킬라가 알렉트라의 품에 자신도 모르게 안긴 것은 마신지체에 대한 자연스런 끌림 때문이었다. 자신은 마신지체가 60%라 아직 불안정한 마신지체였다. 그런데 알렉트라는 100% 완벽한 마신지체라 알렉트라의 품속에 안겨 있으면 잠에 푹 빠져들 정도로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마신지체 100%인 알렉트라를 죽이기 위해 마족을 파견한 것은 벨제뷔트 최고의 실수였다. 알렉트라는 스킬라가 자신의 품에 꼭 안겨 있자 뭔가 느껴지는 것이 있었다.

‘마신지체인 내 몸이 저절로 반응을 하고 있다. 그렇다면… 스킬라는 마족이군. 그것도 최상위 마족인 엔젤허브!’

알렉트라는 일이 참 재미있게 진행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엔젤허브와 케놉이 두려워 알킨스 대륙에 진출하기를 얼마나 주저했던가! 그런데 그렇게 두려워했던 엔젤허브가 자신의 품에 어린 새처럼 안겨 있는 것이다.

마족이라면 누구나 두려워하거나 송충이처럼 징그러워 할 것이다. 그런데 알렉트라는 자신의 어머니가 마왕의 딸이었기에 마족에 대한 거부감이 없었다. 자신의 몸속에도 엄연히 마족의 피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알렉트라는 자신의 품속에서 살며시 고개를 드는 스킬라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밀착시켰다. 스킬라는 알렉트라의 혀가 자신의 혀를 마구 유린하는데도 반항할 생각조차 못했다. 그저 머릿속이 완전히 비어버린 듯 꿈길 속을 걷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꿈이라면 잠에서 영원히 깨고 싶지 않았다. 완벽한 마신지체와의 입맞춤은 죽어도 좋을 만치 달콤했다. 길고긴 입맞춤이 끝나고 나자 스킬라는 너무도 아쉬워 알렉트라의 품속에서 떨어지지 않고 그대로 있었다.

“눈꼴시어서 못 봐주겠군. 여기가 자기들 안방인지 착각하는 모양이지?”

알렉트라가 스킬라를 품에 안고 누워 있는 모습을 본 셀리네가 기분 나쁜 듯이 말했다. 셀리네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자 왠지 모르게 짜증이 치솟았다.

크로젠 왕국에서 자신보다 뛰어난 미인은 없다고 자부하던 셀리네였다. 아름다운 미인에다 최고의 가문 출신인 셀리네는 언제나 주목을 받았다. 이번 탐사대에서도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자신을 몽롱한 시선으로 쳐다봤다. 그런데 별로 잘 생기지도 못한 녀석이 자신에게 시선한번 주지 않았다.

셀리네를 더 기분 나쁘게 만든 것은 녀석이 마법사라는 점이었다. 이곳 탐사대에서 마법사는 자신과 알렉트라 단 둘 뿐이었다. 만약 다른 마법사였다면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 입에 침이 마르도록 아부를 했을 것이다.

“그 나이에 6서클이라니 정말 믿어지지 않는군요. 당신은 하늘이 내린 천재가 분명합니다. 앞으로 알킨스 대륙 최고의 마법사가 될 분은 바로 당신입니다.”

이렇게 그녀의 곁에 얼쩡거린 마법사들은 모두 입에 침이 마르도록 찬사를 늘어놓았다. 그런데 평범하게 생긴 여자와 끌어안고 누워 있는 이 작자는 6서클 마법사라는 쿠로고스의 소개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정말 여러 가지로 마음에 드는 구석이 하나도 없는 작자였다.

“돈을 받고 탐사대에 들어왔으면 마법사의 임무를 수행해야 할 것 아니에요. 밤새도록 노닥거리다가 못생긴 여자와 끌어안고 뒹구는 것이 당신의 일이 아닐 텐데요?”

셀리네의 말에 아직까지 알렉트라의 품속에 안겨 있던 스킬라가 기분이 상한 듯 손을 쓰려고 했다. 알렉트라는 스킬라가 손을 쓰게 되면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마계 최강의 종족인 엔젤허브를 상대할 수 있는 것은 자신뿐이었다. 알렉트라는 스킬라가 손을 쓰지 못하게 꼭 끌어안으며 셀리네에게 말했다.

“누가 못생겼다는 말이냐? 내 눈에는 너보다 훨씬 났다.”

알렉트라의 말에 기분이 좋아진 스킬라는 잠잠해졌고 기분이 나빠진 셀리네는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오빠인 레토에게로 가버렸다. 레토에게로 간 셀리네는 불만을 터트렸다.

“오빠! 우리 탐사대에 아무 일도 안 하고 돈만 받아먹는 마법사는 쫓아버려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잘 생각했다. 우리 탐사대에 넌, 더 이상 필요가 없으니 지금이라도 집에 돌아가도록 해라.”

레토의 말에 셀리네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내가 아니라 알렉트라란 저 작자 말이에요. 대체 저 작자가 하는 일이 뭐가 있어요. 잘 때 침입자들을 막기 위해 알람마법을 설치하길 하나. 이곳까지 오면서 어떤 도움을 주길 했나. 정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구요.”

“너, 말 한번 잘했다. 그렇게 할 일을 따지는 넌 대체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는데… 너 역시 빈둥거리며 아무 일도 하지 않았어.”

레토는 결코 동생이라고 편들어 주는 법이 없었다. 있는 그대로 보고 사심 없이 판단했다. 그것이 트레우스 가문의 변함없는 가르침이었다. 레토는 동생의 잘못을 정확하게 지적한 뒤 셀리네를 조용히 달랬다.

“셀리네! 알렉트라가 우리에게 5서클 마법사라고 했었지? 그런데 내가 보기에 적어도 너 보다는 마법이 위인 것 같다.”

“그럴 리가 없어요. 마법이 나보다 높은 7서클이라면 무엇 때문에 숨기겠어요.”

“세상에는 자신의 힘을 드러내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법이다. 우리 가문처럼…….”

레토의 말에 셀리네는 입을 다물었다. 만사에 신중한 오빠의 말이라면 왠지 맞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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