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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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작품등록일 :
2012.08.15 07:59
최근연재일 :
2012.08.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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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01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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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전기 11.헥토리아(1)

DUMMY

11. 헥토리아 (1)


알렉트라는 처음부터 함정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탐지마법으로 미리 살펴봤던 것이다. 스타르코스 공작이 그 함정을 철석같이 믿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알렉트라는 그것을 역이용했던 것이다.

알렉트라에게 함정이 작동하지 못하게 막는 일과 마법사들의 공격을 막는 일은 쉬운 일이었다. 알렉트라는 산드로스 스타르코스 공작의 성에 들어가서 느긋하게 친위대의 승전보를 기다렸다.

“제 1사단 헤라클, 아그니스 백작령을 접수했습니다.”

“제 3사단 헬렌, 토마스 백작령을 접수했습니다.”

“제 9사단 아놀드…….”

알렉트라가 쉬고 있는 사이 속속 승전보가 도착했다. 그런데 예외가 발생했다.

“제 5사단 클라우드, 대장님께 지원을 요청합니다.”

클라우드의 지원요청에 알렉트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동안 지원부대를 맡아서 놀라운 능력을 보여준 클라우드는 사단장 역할 또한 아무 문제없이 수행할 충분한 능력이 있었다.

“뭔가 변수가 있다는 이야긴데… 일단 한번 가봐야겠군.”

알렉트라는 부하들에게 점령지를 안정시키라는 말을 남기고 즉시 클라우드가 있는 레이이트 백작령으로 공간이동 해갔다.

“무슨 일이야?”

알렉트라가 나타나자 클라우드가 즉시 달려왔다. 알렉트라는 레이이트 영지를 탐지마법으로 가볍게 한번 살펴보는 것만으로 치열한 전투를 치른 적이 없다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클라우드가 싸우지도 않고 나를 불렀군.’

알렉트라는 클라우드가 입을 열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 어차피 승리는 확정적이었고 클라우드 이외에 더 이상 지원요청이 없는 상태였다.

“사실 그냥 죽여 버리기엔 아까운 인물이 있습니다.”

“그게 누구야?”

“레이이트 헥타이곤 백작입니다. 5년 전에 새로 영주가 된 젊은 백작인데 5년 만에 영지를 놀랠 만큼 변화시켜 놨더군요.”

클라우드의 말에 알렉트라는 헥타이곤 백작에 대해 궁금해졌다. 이제까지 클라우드가 칭찬한 인물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일처리에 탁월한 능력이 있었던 클라우드는 항상 부하들의 일처리가 불만스러웠지 만족스러웠던 적은 별로 없었다.

“5년이라면 젊은 영주가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턱없이 짧은 시간입니다. 그런데 헥타이곤 백작은 농지를 바둑판처럼 반듯하게 개간을 하고 가뭄이 와도 걱정이 없을 정도로 수로를 잘 뚫어 놨습니다.

또한 레이이트 성을 웬만한 마법공격에는 끄떡없을 정도로 이중 삼중으로 완벽히 정비를 했더군요. 이 정도로 준비를 갖추려면 헥타이곤 백작이 영주가 될 때부터 바로 대대적인 공사를 시작했다는 것인데 영지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헥타이곤 백작이 영지민들을 일치단결시킬 지도력까지 갖추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레이이트 영지의 영지민을 잡아서 심문을 해보니 헥타이곤 백작은 이제 25세라 합니다. 헥타이곤 백작은 영주로 취임한 20세 때부터 이미 적의 침략에 대해 철저히 준비를 해온 것 같습니다.”

알렉트라는 헥타이곤 백작에 대해 점점 더 흥미를 느꼈다.

‘음! 젊은 영주이다 보니 용감하고 열정적이겠지. 자기 몸을 지킬 생각보다는 부하들의 사기를 높여주고 성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빈틈을 매우고 방어할 생각에 잠겨 있겠지.’

알렉트라는 헥타이곤 백작이 젊다는 점과 부하들이 충성을 바친다는 클라우드의 보고에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이런 종류의 인물들은 자신의 몸을 지키는데 소홀한 점이 많았다. 자신의 몸을 지키기보다 성을 방어하는데 더 주력하는 것이 이런 종류의 인물들 특징이었다.

‘잘 하면 기사 한둘 정도만 처리하면 녀석을 납치할 수 있겠군.’

알렉트라는 병력으로 밀어 붙여 적을 몰살시키는 것보다 클라우드의 말을 받아들여 헥타이곤을 납치하기로 했다. 철벽 뒤에 숨어 있는 적과 상대하려면 아무리 알렉트라가 가세했다고 해도 아군의 피해도 클 것이 분명했다.

알렉트라는 투명마법과 비행마법을 동시에 사용하여 레이이트 성 안으로 날아 들어갔다.

‘과연! 클라우드의 짐작 그대로군.’

성 안에는 수많은 병사들과 영지민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적의 공격에 대비해서 쇠뇌와 불화살, 투석기, 펄펄 끓는 기름이 준비되어 있었고 영지민들의 표정들 또한 두려움이 없었다.

‘충분히 준비를 한 만큼 자신이 있다는 생각이겠지.’

성안 구석구석을 살펴보던 알렉트라의 눈에 드디어 헥타이곤으로 짐작되는 한 인물이 들어왔다. 상대는 금발에 푸른 눈동자를 가진 잘 생긴 청년이었다. 이목구비가 섬세하고 갸름한 얼굴형태가 여성스러움이 느껴졌다.

“헌트! 적은 아직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나?”

“옛! 무슨 이유인지 저 자리에 웅크리고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습니다.”

“설마 성벽 앞쪽에 엄청난 양의 화약을 묻어 둔 것을 놈들이 눈치 챈 것은 아니겠지?”

“이미 1년 전에 설치한 것을 놈들이 어떻게 알겠습니까?”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은 알렉트라는 클라우드가 운이 좋았다는 것을 느꼈다. 무턱대고 레이이트 성을 공격했더라면 수많은 아군병사들이 화약의 폭발로 날아갈 뻔했던 것이다.

헥타이곤은 부하들에게 이것저것 지시를 하고 서둘러 성 뒤쪽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헥타이곤을 수행하는 기사는 두 명뿐이었다. 그것도 헥타이곤의 명령에 의해 한명은 지시사항을 이행하러 달려가고 한명만 뒤에서 헥타이곤을 수행했다.

‘소드 마스터 중급 정도의 기사군. 이 정도면 식은 죽 먹기지.’

알렉트라는 즉시 수행기사를 처리하고 헥타이곤을 사로잡았다. 뭔가 알지 못하는 힘에 의해 사로잡힌 헥타이곤은 자신의 흔적이 지워져 버리기라도 한 듯 주위에 있던 부하들이 자신의 비명소리와 어딘가로 잡혀가는 모습을 보고도 아무런 반응이 없자 무척 당황했다.

부하들은 알렉트라가 헥타이곤에게 사용한 투명마법으로 인하여 모습을 볼 수가 없었던 것이다. 무사히 헥타이곤을 납치한 알렉트라는 클라우드의 진영으로 돌아와서 일단 헥타이곤에게 항복을 권유했다.

“레이이트 헥타이곤 백작! 좋은 말로 할 때 항복해라.”

“웃기는 소리마라! 난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

“정말 항복하지 않을 건가?”

“레이이트 가문에서 이제까지 비겁하게 항복한 사람은 없었다.”

알렉트라는 헥타이곤의 결연한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아직 시간이 있으니 천천히 항복을 받지 뭐. 그건 그렇고 며칠 동안 방어태세를 구축하느라 목욕도 제대로 못했겠군. 나랑 함께 홀딱 벗고 목욕을 같이 하지.”

“무, 무슨 소리냐? 나는 목욕을 하지 않아도 된다.”

“목욕을 시켜주겠다는 데도 난리군.”

“난 원래 목욕을 싫어한다.”

헥타이곤의 말에 알렉트라는 미소를 지었다.

“그래? 목욕을 싫어한다고? 그렇다면 더욱 목욕을 시켜줘야겠군. 내가 손수 머리에서 발끝까지 구석구석 때를 밀어주지.”

알렉트라의 말에 헥타이곤의 얼굴이 붉어졌다.

“목욕은 나 혼자서도 할 수 있다.”

“무슨 소리. 혼자 뒀다가 도망치면 어쩌려고. 넌 포로야. 그러니 내가 철저히 감시하며 널 씻기겠어.”

“내 명예를 걸고 약속한다. 절대 도망치지 않겠다.”

알렉트라는 헥타이곤 백작이 당황하는 모습이 은근히 재미가 있었다. 사실 알렉트라는 헥타이곤이 여자라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포로의 말 따위는 믿지 않는다. 자 그럼 옷을 홀딱 벗기고 목욕하러 가볼까.”

알렉트라가 헥타이곤의 윗옷을 천천히 벗기자 당황한 헥타이곤이 다급히 말했다.

“자, 잠깐! 사실 난 여자다.”

“여자라니? 못 믿겠다. 항복하겠다는 말 이외에는 아무 말도 못 믿겠어.”

알렉트라는 조금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듯 손길을 멈추지 않았다.

“자, 잠깐! 하, 항복… 항복하겠다.”

헥타이곤 백작이 힘없이 항복하겠다는 말을 하자 알렉트라는 헥타이곤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눈을 맞추었다.

“정말이냐?”

알렉트라가 진지한 얼굴로 다시 한 번 묻자 헥타이곤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쥔 알렉트라와 얼굴이 너무 가깝게 밀착되었기 때문이다.

“저, 정말이다.”

헥타이곤 백작은 그 순간 은밀히 알렉트라에게 마법과 사술로 세뇌되고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알렉트라는 재능이 아까운 인재는 시간이 얼마가 걸리건 부작용이 하나도 없는 세뇌 방법을 선택했다. 짧은 시간에 세뇌시키면 스치네프 백작처럼 명목적인 충성을 바치는 인간병기로 변해버리기에 전쟁 이외에는 쓸모가 없다.

알렉트라는 점령지가 늘어날수록 그곳을 관리할 인재들이 더욱 필요해졌다. 적과 싸워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빼앗은 영지를 지키고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했다. 헥타이곤 백작 같은 재능 있는 인물들이 주위에 많으면 그런 걱정은 단숨에 해결 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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