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신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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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
작품등록일 :
2012.08.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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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8.15 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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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7.1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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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신전기 14.함정(3)

DUMMY

14. 함정 (3)


아테니아는 어머니인 아킬리아의 성격이 얼마나 잔인한지 잘 알았기에 격투장에서 알렉트라의 우승을 기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놈을 격투장으로 끌고 가.”

아킬리아의 명에 게로니아와 에로니아가 즉시 알렉트라를 끌고 사라졌다.

“시합은 아직 멀었으니 너도 들어가서 좀 쉬도록 해라. 아직 몸도 완전하게 회복하지 못했으니…….”

아킬리아의 말에 아테니아는 고개를 숙였다.

“어머님 말씀대로 들어가서 좀 쉬겠습니다.”

알렉트라를 잠들게 하기 위해 준비한 카멜리나의 약이 얼마나 독했던지 아직까지 그 후유증이 남아 몹시 피곤했던 아테니아는 서둘러 자신의 숙소로 갔다. 아킬리아 여왕과 둘만 남게 된 히토니아는 아테니아의 뒷모습을 보며 야릇한 미소를 지었다.

“여왕폐하! 정말 카멜리나 여신님의 예측은 한 치의 어긋남도 없습니다. 에로니아를 앞에 세우면 놈이 격투장에 자발적으로 갈 것이라 하더니 정말 이었습니다.”

“그러니 우리 엘란도 왕국에서 섬기는 여신님이지.”

“이제 놈이 스스로 격투장에 가기를 원했으니 난폭자 칼립투스를 투입하겠습니다. 놈이 비록 폐인이 되었지만 과거 무공을 익힌 경력이 있는 놈입니다. 그러니 쉽게 당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쉽게 죽어버리면 재미가 없지. 하지만 난폭자 칼립투스라면 놈을 갈가리 찢어 죽여 버릴 것이다.”

아킬리아의 말에 히토니아도 고개를 끄덕였다. 칼립투스는 정말 생긴 것처럼 잔인하고 난폭한 최강의 격투사였다. 2m가 넘는 거구에 통나무처럼 굵은 팔과 다리, 상대방을 물어 뜯어버리는 송곳 이빨 등 칼립투스에게 걸리는 격투사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처참하게 죽었다.

“칼립투스와 놈이 초반에 붙지 않도록 대진표를 짜도록 해. 놈이 너무 일찍 죽으면 재미가 없으니까.”

“명대로 조치하겠습니다. 여왕폐하!”

히토니아가 물러가자 아킬리아는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호호호! 이번에 칼립투스가 놈을 찢어 죽이고 나면 칼립투스와 그동안 굶주렸던 회포를 다 풀어야겠군. 놈이 얼굴은 못생겼지만 진짜 강하다니까. 호호호호…….”

아킬리아가 무척 즐거운 듯 미친 듯이 웃고 있는 모습을 한쪽 구석에서 몸을 숨긴 아테니아가 증오에 가득한 눈으로 보고 있었다. 엘란도 왕국은 아버지란 존재를 노예로 취급하고 철저히 무시하면서부터 가족이란 테두리가 붕괴되었다.

가족 간에 따뜻한 인정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테니아 역시 다정다감했던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쫓겨나든 모습을 지켜봤다. 여왕 곁에 있다가 쫓겨나면 갈 수 있는 곳은 격투장 한곳뿐이었다.

격투장에 간다고 해서 매번 경기에 참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1년에 한 번씩만 참가한다고 해도 10번 이상은 경기에 나갔을 터이기에 벌써 죽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경기에서 살아남은 자는 우승자와 심한 부상을 입은 자 뿐이었다.

‘아무리 어머니지만 용서할 수 없어. 아버지를 죽음의 길로 내몰더니 이제 내가 목숨보다 더 소중히 생각하는 알렉트라님 마저 죽이려하다니…….’

아테니아의 푸른색 눈은 아킬리아에 대한 증오로 붉게 변했다. 엘란도 왕국에 심상치 않은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어쩌면 그 바람은 모든 것을 뒤바꿀 태풍이 될 수도 있었다.

게로니아와 에로니아에 의해 격투장에 끌려온 알렉트라는 곧 감옥처럼 생긴 격투사 대기소에 들어갔다. 격투사 대기소는 보통 독방이 대부분이었다. 몇 명을 함께 넣어 놓으면 서로 탈출을 모의하거나 아니면 서로 죽을 때까지 싸웠다.

알렉트라가 들어간 곳은 독방이 아니라 한명이 구석에 앉아 있었다. 알렉트라는 독방의 한쪽 구석에 폐인처럼 기대어 있는 중년 남자를 보는 순간 그가 누구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당신은 아테니아의 아버지이군요.”

“내 딸 아테니아를 알다니? 자넨 누군가?”

“전 세라딘 왕국 출신으로 얼마 전에 아테니아와 함께 엘란도 왕국으로 넘어온 알렉트라라고 합니다.”

“아테니아가 이웃섬인 세라딘 왕국에 갔었다고?”

아테니아의 아버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아킬리아 여왕에게 버림받고 이제까지 격투장에서 있었으니 아테니아의 소식은 알 길이 없었던 것이다. 알렉트라는 아테니아의 아버지 타이온에게 비교적 상세하게 아테니아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자넬 잡으려고 카멜리나 여신이 내 딸을 이용했다는 말이군.”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테니아는 이용만 당했을 뿐 아무런 잘못이 없습니다. 아테니아는 세라딘 왕국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서 그런지 모르지만 아버지를 무척 그리워하고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더군요.”

아테니아와 영혼이 연결된 알렉트라는 타이온에 대한 아테니아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그, 그 말이 정말인가? 아테니아가 정말 자네에게 그런 말을 하던가?”

“물론입니다. 아테니아는 아버지를 몹시 보고 싶어 했지만 이미 돌아갔을 거라며 무척 슬퍼했습니다.”

아테니아에게 타이온에 대해서 들은 적이 없는 알렉트라였지만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여성들로부터 평생 한 번도 따뜻한 관심을 받아본 적이 없었던 타이온은 알렉트라의 말에 감격했다. 자신의 딸이 자신을 그토록 생각한다니 이때까지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감동에 타이온은 눈물까지 흘렸다.

알렉트라는 눈물을 흘리는 타이온을 가만히 응시했다. 타이온의 몸은 이미 폐인이나 다름없었다. 온몸에 크고 작은 상처가 가득해서 그 몸으로 어떻게 험난한 격투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신기할 뿐이었다. 알렉트라의 시선을 느꼈는지 타이온은 피식 웃었다.

“이런 몸으로 격투장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 신기한가? 하긴 대부분의 격투사들이 죽었지. 아무리 강한 놈이라도 이곳에서 10년을 버틴 놈은 없었어. 나를 제외하고는…….”

“12년간 어떻게 버텼습니까?”

“12년간 총 아홉 번 격투 대회에 출전해서 우승3회, 부상으로 탈락이 여섯 번 있었지.”

타이온의 말에 알렉트라는 고개를 갸웃했다. 우승3회도 대단하지만 여섯 번이나 부상으로 탈락하고 죽지 않았다는 것이 신기했던 것이다.

“내가 여섯 번이나 부상으로 탈락하면서도 죽지 않았던 이유가 있지. 그것은 내가 우승을 연달아 세 번이나 할 때 격투 상대자를 부상만 입히고 한명도 죽이지 않았던 영향이 커. 그들은 나중에 내 상대자가 되었고 나를 부상만 입히고 죽이지 않았으니까……”

타이온의 말을 들은 알렉트라는 살벌한 격투장에도 은혜를 되갚아 주는 따뜻한 인간미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구경꾼들은 격투사들이 서로 죽이길 원하는데 상대방을 살려주면 가만있습니까?”

알렉트라는 인간의 잔인성을 잘 알았다. 상대방이 죽을 때까지 싸워야하는 격투장에서 둘 다 멀쩡히 살아남는다면 구경꾼들이 가만히 있을 리가 없었다. 알렉트라의 의문에 타이온은 빙긋 웃었다.

“그러니 격투사들 끼리 실감나는 연기를 펼치지.”

격투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한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상대방을 공격할 때는 치명적인 급소는 피하고 생명에 지장이 없는 자잘한 부상을 많이 입혔다. 부상을 입은 자는 구경꾼들이 어느 정도 만족했다 싶으면 바닥에 쓰러져 죽은 듯이 일어나지 않았다. 이곳의 치료사들은 제법 의술이 뛰어나 웬만한 부상은 쉽게 치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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