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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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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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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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3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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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외전-제국의 적(1)

DUMMY

다음 날, 거처로 기사들이 모여들었다.

유논은 눈뜨자마자 그 사실을 알아차렸다.


‘무언가 잘못됐다.’


촘촘한 포위망이 그의 자택을 둘러싸고 있었다.

소드 엑스퍼트의 경지에 이르지 못한 일원이 없는 황실 기사단의 기사들 기십이 거미줄처럼 주위를 틀어막았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유논은 한숨과 함께 스스럼없이 문을 열었다.


“······.”


황실 기사단 총 서열 2위의 집사장 카를 마이어가 그곳에 서 있었다.

그간 그에게 유난히 차갑고 혹독하게 대했던 집사장이었으나, 유논은 바보가 아니었다.

집사장이 겉으로는 아닌 척해도 뒤에서 그의 후견인을 자처하며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 주었다는 것쯤은 진즉에 눈치 채고 있었다.


그런 집사장이 이번에는 그에게 칼을 들이밀고 있었다.


“황실 상급 기사 유논. 태양의 가호 아래 너에게 내려진 기사의 작위를 몰수하며, 영광스러운 카라얀 황실 기사단의 이름으로 너를 체포하겠다.”


저항할 수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어차피 무의미한 짓이다.

눈앞의 집사장만으로도 만만치 않은 상대이거늘, 그의 뒤에만 수십의 황실 기사단원들이 포진해있다.

하나하나씩만 놓고 보면 상대하기 어렵지 않은 이들이지만, 힘을 합쳐 진을 펼친다면 소드마스터라 해도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은 수준이 될 것이다.

같은 황실 기사단이었을 때는 우습게 보이던 이들이, 이런 상황에 처하고 나니 대단한 압박으로 다가온다.

괜히 저항하기보다는 일단 순종적으로 나서 조금이라도 더 정보를 수집함이 옳았다.


유논은 순순히 오라를 받았다.

끌려가는 그의 곁으로 집사장이 다가왔다.


“어째서입니까?”

“윗선의 명령이다. 어쩔 수 없는 일이지. 한동안 뇌옥에 들어가 있어라.”

“윗선이라···.”


유논이 눈을 치켜떴다.


“황실 기사단이 언제부터 권력자들의 명에 의해 같은 기사단원을 핍박했습니까?”

“······.”

“단장님께서도 허락하신 일입니까?”

“아니었다면 내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겠지.”


집사장은 쓴웃음과 함께 유논의 귀에 대고 달싹였다.


“황제 폐하의 명이다.”

“······!”


황실 기사를 이런 식으로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이 구속시킬 수 있는 권력자는 몇 없다. 게다가 도둑이 제 발 저리다고, 마음에 걸리는 일도 있었기에 혹시나 했지만 정말로 황제였다.

저러니 당연하게도 기사단에서 감히 거부할 수 없었을 것이다. 황제의 검이 황명을 무시할 수 있을 리 없다.


하지만 도대체 왜? 자기 조카딸 건드렸다고? 겨우 그것 때문에 황실 기사단 최고의 유망주를 체포한다고?


머릿속이 의문들로 가득했지만 물어볼 수는 없었다. 집사장으로서도 이만큼이면 최선을 다해 아는 만큼 알려준 것일 터였다. 더 폐를 끼칠 수는 없었다.


“죄인을 옥으로 끌고 가도록.”

“알겠습니다.”


집사장이 명령을 내린 뒤 멀어졌다.


유논은 그 뒷모습을 깊은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뭔가 일이 꼬여도 단단히 꼬인 것 같았다.




* * *




며칠이 지났다.

죄수생활은 썩 즐겁지 못했다.


바닥은 찼고, 공기는 더러웠으며, 동료 수감자들은 역겨웠다.

그나마 집사장이 신경을 써 주었는지 식사는 아예 못 먹을 지경은 아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과거 말단병 시절에 배급받았던 식사보다 조금 나은 정도다.


‘죽은 차갑고, 빵은 딱딱하지만···그래도 안에 정체불명의 벌레라도 들어있지 않은 게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질 낮은 마나라도 들이쉬고 내쉬며 무의미한 명상만을 이어나가던 와중이었다.


발소리가 들렸다.

점점 가까워지는 걸음은 명백히 이쪽을 향하고 있었다.


끼이익-


열쇠를 집어넣는 소리와 함께 녹슨 창살이 열린다.


유논은 그때까지 눈을 감고 있었다.

이미 발걸음 소리만으로도 지금 나타난 인물이 누구인지는 눈치 챈 지 오래였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명상 중인 죄수의 뒤를 점한다.

목덜미에 서늘한 감각이 닿았다. 스르릉 하는 검명이 울려 퍼진다.


즉결처형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유논은 제 모가지에 검을 대고 있는 배후의 인물에도 미동 없이 가부좌를 틀고 있을 뿐이었다.


잠시간의 정적이 흘렀다.

등 뒤의 괴인은 한숨과 함께 검을 거두어들였다.


“···상황이 제 생각보다 훨씬 나쁜가 보군요.”


유논은 어느새 눈을 뜨고 있었다.

그의 말에 대답하는 딱딱한 목소리의 주인은 익숙한 얼굴이었다.


“몹시 나쁘지. 황실 기사단이 한때의 동료를 직접 죽이라는 명을 들어야 하는 지경에 놓일 정도이니.”


유논의 전 후견인, 집사장 카를 마이어가 차갑게 말했다.


“···저를 처형하러 오신 겁니까?”

“그러려고 왔지.”


집사장이 다시금 검을 들어올렸다. 그대로 떨어지면서 유논의 목을 비스듬히 가르게 될 궤도였다.

유논은 동요하지 않았다.


“어째서입니까?”

“······.”

“황실 직계가 일종의 불가침적 존재로 여겨진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황제 폐하께서 카라얀의 피가 다른 가문으로 퍼지는 것을 원치 않으신다는 것도요. 하지만···저는 유논입니다.”


그는 유논이었다.

제국의 초신성이라 불리는 소드 엑스퍼트 최상급의 기사, 혈혈단신으로 타국의 왕을 잡아 온 불세출의 전쟁영웅.

평민 출신이며 나이가 어리다는 점이 흠이기는 하지만, 이만한 장래성 있는 기사라면 공주와의 몇 날 밤 불장난 정도는 눈 감고 넘어가 줄 법도 하다.

현 황제가 지독한 전쟁광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더욱 그러했다.


본래 유논의 계획 또한 그 점을 파고들려 했었다.

만약 공주와의 관계가 진지하게 고려해 볼 만한 정도까지 발전한다면, 전쟁에서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공을 세우고 공주와의 관계를 밝힐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될 줄이야.


‘내가 황제가 아끼는 외동딸 따위를 건드렸다면 모를까···데면데면한 조카딸과 몇 번 만난 것을 가지고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굴 이유가 없는데.’


“황제 폐하께서 7공주 전하를 그렇게까지 아끼시는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만.”

“···네 말이 맞다. 최근까지는 그러하셨지.”


최근까지 그랬다는 말은, 이제부터는 아니라는 말이나 다름없다.

유논은 눈을 감았다.


“3일 전, 황제 폐하께서 7공주 전하를 태양궁으로 불러들이셨다.”


3일 전이면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다.


“여덟 번째 비妃로 맞이하겠다 하시더구나.”


카라얀 황실의 근친상간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었다.

황실 직계의 핏줄, 자기네들 말로 신혈神血을 보존하기 위해 황실 내의 인물들끼리 혼인을 맺는다던가.

그러나 이 어처구니없는 전통이 그 자신에게까지 영향을 미칠 거라고는 생각치도 못하고 있었다.


“넌 일개 공주가 아닌, 황제의 여인을 건드린 거다.”


이제야 이해가 갔다.


“······.”


감았던 눈을 떴을 때, 그 동공은 심해를 거친 듯 검게 진했다.

유논은 낮게 웃었다.


“그래서, 저를 죽이시렵니까?”

“그것이 황명이었지.”


집사장은 한껏 들어 올린 검을 내리쳤다.


댕겅-!


시원하게 갈려 나가는 절삭음과 함께 무거운 것이 땅바닥으로 떨어졌다.


“······.”


유논은 앉은 자세 그대로 떨어져 나간 수갑을 노려보았다.


“···황명을 어겨도 괜찮은 겁니까?”

“네가 유논이라고? 나는 집사장 카를 마이어다. 황제 폐하와도 막역한 사이지. 기껏해야 불호령 조금 당하고 끝일 거다.”


집사장은 유논을 일으켜 세웠다.

수갑이 떨어져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목이 묵직했다. 유논은 말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너에게 달리 줄 수 있는 건 없다. 무기도 없고, 식량도 없고, 보호구도 챙겨주지 못한다. 알아서 빠져나가야겠지.”

“그렇군요.”

“오늘따라 날씨가 사납더구나. 너는 그저, 우연히 뇌옥에 떨어진 번개에 창살이 구부러져 생긴 틈으로 운 좋게 탈출한 거다.”


집사장은 검을 회수하며 뒤로 물러섰다.


“단장님께서는 웬만하면 깔끔하게 처리하라 말하셨지만···.”

“집사장님께서는 저를 언제나 마음에 들어 하셨죠. 이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집사장은 코웃음을 쳤다.


“은혜는 무슨···. 그저, 이게 내가 너에게 전직의 상관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최대한의 예우일 뿐이다. 더 이상은 바라지도 말아라.”

“충분합니다.”


이만하면 충분했다. 목숨을 살려준 것만으로도 대단한 혜은이었다.

말이야 별 것 아니라는 식으로 말하지만, 황명을 거스르는 것 자체가 대역죄나 다름없다. 집사장으로서도 대단한 부담을 안고 벌인 일일 것이다.


끼이익.


유논은 창살을 열고 기사단 뇌옥 바깥으로 걸어 나갔다. 그 뒷모습을 집사장이 노회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제국의 별이 하나 지는구나.’


부디 이 일을 훗날 후회하게 되지 않기를.




* * *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생각했다.


‘오늘따라···하늘이 어둡군.’


해는 진 지 오래되었다.

달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천구가 안개 아래 잠긴 듯 거무칙칙했다.


서늘한 바람에 머릿결이 휘날렸다.

불쾌했다.


기분 좋은 종류의 시원한 바람이 아니라, 습도로 가득 차 닿기만 해도 찝찝하고 축축한 공기가 달라붙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안개 너머로 쥐들이 찍찍대는 소리가 들린다. 어디선가 천둥이 치는 듯했다.


세상이 곧 멸망하기라도 할 것처럼 온통 시끄러웠다.


‘마음에 들지 않아.’


이럴 때면 항상 간편한 해결책이 있다.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검을 들었다.

손에 쥔 검을 내리그어 신중히 허공을 가른다.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회오리바람을 베었다.


칼은 바람을 베지 못한다. 널리 알려진 속설이다.

그러나 괴이하게도 그의 검이 지나친 곳에서는 을씨년스럽던 대기가 맥이 끊긴 듯 사그라들었다.


“···좀 낫군.”


그러나 바람을 벨 수 있는 검사조차도, 대제국의 수도 거리 전체를 뒤덮은 검은 안개와 미쳐 날뛰는 날씨, 그리고 질주하는 짐승들을 전부 베어내지는 못한다.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쥐떼에 뜯어 먹힌 길고양이의 시체를 발로 걷어내었다.


여전히, 불쾌했다.


안개가 이토록 짙건만, 비는 내리지 않았다.

그런고로 그날 내린 샛노란 전류의 가닥은 마른하늘의 날벼락이었다.


―――――――――――!


바로 몇 걸음 옆에 벼락이 치며 세상이 빛으로 물들었다.

그 반향으로 꽉 막힌 암실에 갇혀 있는 것만 같던 시계視界가 조금이나마 트이며 먼 곳까지 보였다.


저 안개 뒤덮인 거리, 벽력의 섬광을 틈타 잠시나마 보인 한 인형의 그림자가 있었다.

그림자는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파빌리안 스트라우스는 말없이 검을 쥐었다.

마주하기 싫었던 현실과 마주칠 순간이다.


천둥이 세상을 울렸다.


“오랫동안 생각했었지.”


그림자가 말했다.


“나는 제국을 바꾸고자 했다.”


속내가 드러나지 않아 침잠沈潛하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황실을 무너뜨린다거나, 황제를 상대로 반역을 일으킨다거나···그런 과격한 짓을 저지를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혁명가가 아니니까. 혁명 없이도 얼마든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으니까.”

“······.”

“그런데 내가 틀렸었다.”


떨어진 것은 마른하늘의 날벼락이 아니라, 곧 세상이 젖어갈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었던가.

하늘이 무너진 듯한 굉음과 함께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


시끄러운 빗소리는 귀가 막힌 듯 들리지도 않았다.


“지천명을 훌쩍 넘긴 황제가, 아랫도리 하나 간수하지 못하고 아직 성년이 되지도 못한 제 조카딸을 왕비 삼겠답시고 날뛰는 나라···귀족과 기사들은 전부 살이 뒤룩뒤룩 찐 돼지들이고, 황족이라는 것들은 금수저를 쥐고 태어나 하는 거라곤 아랫사람들을 괴롭히고 영지를 말아먹는 것밖에 없는 나라.”


온갖 더러운 것들이 거리를 따라 내려왔다.


“세상에는 어리석은 짐승들이 많다더라.”


쓰레기, 시체, 쓰레기, 시체, 그리고 또 쓰레기···.

문득 하나가 발치에 멈췄다.

생뚱맞게도 깨진 달걀이었다.

익다 만 계란흰자가 흘렀다.


“제 귀가 긴 줄을 모르는 당나귀가 있고, 배 터져 죽을 지경까지 제가 삼킨 것이 코끼리인 줄 모르는 보아뱀이 있다더니.”


그림자는 구정물을 삼키며 말했다.


“너희들의 제국이 딱 그 꼴이구나.”


검은 빗물이 칼날을 타고 흘렀다.


“말단병에서 백부장까지 4년, 황실 기사로 3년. 7년이면 이 썩은 나라를 상대로 충분히 노력했지.”


노력의 결과는 시답잖은 사형이었다. 제국의 태양이란 그만큼이나 역겨웠다.


“말했다시피, 나는 제국을 바꾸고자 했다.”


이제는 아니다.


빗물을 헤치고, 인형이 걸어 나왔다.


시커먼 눈물자국이 얼굴에 진하게 붙어 마르지 않는다. 섬뜩한 눈동자는 흑연의 지옥과 석유의 황천에서 막 걸어 나온 것만 같다.


마수의 피를 뒤집어쓴 듯한 몰골로,


그가 이를 드러내며 씹어먹듯 말한다.


종말을 맞이한 듯 휘몰아치던 세상의 폭풍도 그 순간만큼은 침묵했다.


유논이 말했다.


“이제 난 제국을 부술 거다."


작가의말

내일 아침은 전기구이 통닭입니다. 기대되는군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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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6 유논(1) +10 20.12.25 852 46 20쪽
105 샤를로트(3) +3 20.12.25 810 42 17쪽
104 샤를로트(2) +12 20.12.24 819 42 14쪽
103 샤를로트(1) +19 20.12.23 853 48 13쪽
102 흑색마나(5) +5 20.12.23 842 46 14쪽
101 흑색마나(4) +17 20.12.22 847 52 18쪽
100 흑색마나(3) +23 20.12.21 835 52 15쪽
99 흑색마나(2) +21 20.12.20 870 46 15쪽
98 흑색마나(1) +15 20.12.19 872 45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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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불쾌한 골짜기(1) +22 20.12.13 846 4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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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4) +11 20.12.11 807 41 15쪽
92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3) +11 20.12.10 828 39 14쪽
91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2) +18 20.12.09 873 45 13쪽
90 톱니바퀴가 돌아갔기에(1) +26 20.12.08 898 5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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