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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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최근연재일 :
2022.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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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9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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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흑색마나(1)

DUMMY

크워어어어어어어─


“···좀 쉬고 있어라.”


유논은 이성을 잃은 채 날뛰던 죽음의 기사, 돌쇠의 몸 위에 염력으로 돌무더기를 끼얹었다.

거의 자그마한 산을 쌓다시피 하여 가둬놓았으니, 쉽사리 빠져나오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 여기고는 앞으로 나아갔다.


정화교 전투사제들과 언데드들 간의 전투도 거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도플갱어가 무슨 이유에서인가 윌리엄 스왈로우의 언데드들을 향해 펼치던 정신 지배를 그만둔 것 같았다.

뒤늦게 본래의 자아를 찾은 언데드들이 여기저기에서 쓰러져 한 줌 흙으로 되돌아가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도플갱어의 시체 대군 또한 일체의 움직임조차 없이 멈춰있었다.


“···흠.”


유논은 황금색 시간마법의 장막, 이제는 지속시간이 다해 깜빡이며 사라지고 있는 그것을 바라보았다.

절로 눈살이 찌푸려진다.

저건 시드가 펼친 마법이 분명했다. 문제는 도대체 어떻게 저런 마법을 펼칠 수 있었냐는 것.


일단 토대가 되는 원형은 그가 알려준 [되감기], 시간감속 마법인 듯 보였으나, 저런 무식하게 수준 높은 활용법은 가르쳐 준 적이 없었다.

청출어람이라, 제자는 언젠가는 스승을 뛰어넘기 마련이라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이리 과하게 멀리 뛰어넘어서야 후폭풍이 염려되지 않을 리 없었다.


마법은 대가 없이 모든 것을 이루게끔 하는 기적이 아니다.

모든 마법에는 재료가 필요하다. 마법이라는 형상을 이루기 위해서는 마나와 마력, 주문이라는 질료가 필요하며 마법의 수준이 높을수록 필요한 자원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리고 눈앞의 저 마법은···.


‘시드가 시간마법의 수련자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최소 서클 파이브급이군.’


그리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까지만 해도, 시드는 고작 서클 원의 마법사였다. 마법을 수련한 지 한 달도 안 되어 서클 원을 형성한 것만으로도 정신 나간 성장속도였건만.

도대체 무슨 수를 썼기에, 어떤 큰일을 저질렀기에 네 가지 서클의 격차를 단숨에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일까.


유논은 다급한 발걸음으로 중앙의 격전지까지 다가갔다. 시드의 기운이 미약하게나마 느껴지는 곳이었다.


제대로 준비도 없이 저만한 마법을 벌였다면 그 반발이 없을 리 없다. 그저 최대한 반발이 적었기만을 기도하는 수밖에.


‘어쩌면 시드가 마법을 잃었을지도 모르겠군. 아니, 오히려 그뿐이면 다행일 터. 그저···.’


그저 살아있기만 하면 된다.

살아있으면 나머지는 어떻게든 해낼 테니.

네가 살아있기만 하다면, 나는 너를 어떻게든 도울 수 있다.


유논은 그리 되뇌며 운석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반경 10미터의 거대한 구덩이로 다가갔다.


구덩이에서부터 조금 떨어진 평지에 윌리엄 스왈로우가 피 흘린 채 기절해 있었고, 그 옆쪽에 시드가 누워서 자고 있었다.

맥박이 조금 빠르긴 하나 안정적이고, 숨소리 또한 고르다.

자세한 것은 더 검사를 해봐야겠지만, 기감으로 훑어본 결과 녀석의 신체는 더없이 건강한 상태였다.


그럴 리가 없을진대.


최악을 가정하고만 있다가, 더없이 좋은 상황으로 흘러가니 오히려 불안해졌다.

어떤 식으로든 마법의 대가가 셈해졌을 터인데.


유논은 무언가 이상함을 느끼고 마력을 뿜었다.


기감 예민한 시드가 깨지 않게끔 아주 은밀하게 마력의 실들을 움직여 체내를 살핀다.

가장 걱정되었던 머릿속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오히려 뇌파가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움직인다고 느껴질 지경.

폐나 심장도 멀쩡하고, 간과 위도···.


‘잠깐, 심장?’


유논은 자기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지나친 시드의 심장 속 미약한 무언가에 신경을 집중했다. 마력의 실을 그쪽으로 뻗던 때였다.


───꿈틀───.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구덩이 안쪽에서 들려온 소리였다.


“······.”


그래,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지.


일단 적어도 현재로서는 위험한 상태는 아닌 듯하니, 시드의 몸과 관련된 문제는 나중에 해결해도 될 터였다.


지금은 그보다 급한 문제를 처리해야 할 때였다.


유논은 시드와 윌리엄 스왈로우를 염력으로 보다 안전한 자리에 옮긴 뒤 구덩이 깊숙한 곳 속으로 뛰어들었다.




* * *




구덩이의 중턱 즈음에는 피오네가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있었다.

이미 기감으로 그녀가 지극히 멀쩡한 상태이며, 그저 전심과 전력을 소모한 나머지 잠들어 버렸을 뿐이라는 사실을 파악한 유논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었다.


그리고 구덩이의 정중앙, 미사일이라도 꽂힌 것처럼, 거대한 송곳에 땅이 뚫리기라도 한 듯 푹 꺼져 있는 구멍을 바라보았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주변 대지가 전부 갈라지고, 암벽이 부서진 파편이 이곳저곳에 널려있었다.


이 모든 광경을 만들어낸 단번의 일격.

어렴풋이 남아있는 주먹의 허상에 유논은 저도 모르게 뒤쪽을 바라보았다.


피오네는 아직도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하기야, 혈혈단신으로 이런 광경을 만들어냈으니 앞으로 몇 나절은 푹 자고 나야 기력을 회복할 수 있을 터.


피오네의 능력과 실력에 본래부터 이만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때가 오늘이 될 줄이야. 예상보다 훨씬 이른 개화開花의 시기였다.

어째서 시드도 그렇고, 피오네도 그렇고 그가 없는 자리에서 이리 급속한 성장을 이루어내는 것인지 모를 일이었다.


유논은 다시금 고개를 돌려 구덩이의 꼭짓점을 바라보았다.

마찰열에 의해 모락모락 연기 피어오르고 붉게 물든 그곳 운석공隕石孔 위에 검은 그림자가 엎어진 채 들썩이고 있었다.


투명한 핏물과 붉은 눈물을 흘리며 웃고 있는 형태변환자, 도플갱어의 본체.

놈도 피오네를 바라보고 있었다.


망신창이가 된 채, 목은 누군가에게 검상을 입었고 아래쪽 몸뚱이는 피오네의 주먹에 짓눌려 만두 터지듯 내용물이 박살나 쪼개진 채.

검은 악마는 자신을 그리 만든 정화교의 딸을 바라보고 있었다.


유논이 말없이 피오네와 놈의 사이를 가로막고 서자 가래 끓는 웃음소리가 새어나온다.


놈이 말했다.

인간과 괴물의 중간선 어딘가에 있는 불쾌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아···결국 나타나셨군.]


그러나 유논은 도플갱어가 뱉는 말 따위는 들을 의향이 없었다.

저런 괴물은 모름지기 지금같이 약해져 있는 순간에 바로 끝장내야 하는 법이다.


은빛 장검이 빛을 뿜으며 허공에서 나타나자, 도플갱어는 수백 년은 늙은 듯한 음색으로 중얼거렸다.


[저 인간···피오네. 내가 그녀를 해할까봐 걱정되어 그러는 거라면, 그럴 필요는 없을 텐데.]


유논이 아랑곳하지도 않고 다가오자, 크게 너털웃음을 흘린다.


[나는 그녀에게 졌다. 부정하려야 부정할 수가 없는 처참한 패배였어. 내가 처음 겪는 굴욕···존재와 존재 간의 대결에서 뒤떨어지는 느낌···하하, 신선하군.]


유논은 가만히 듣다가 입을 열었다.


“피오네는 강한 사람이지. 자기 자신을 어설프게 베낀 좀도둑과의 대결쯤은 이기고도 남을 여인이야.”

[정말 그렇더라니까. 저 여자에 비하면 나는 좀도둑에 불과하다 폄하해도 할 말이 없지. 강해도 너무 강해. 싸우는 내내 심신을 뒤흔들었는데, 꼼짝도 하지 않더군. 어떻게 인간이 저럴 수 있는지···.]


도플갱어는 다시 생각해도 억울하다는 듯 투명한 피를 왈칵 토하며 말을 이었다.


[젠장. 게다가 그 후광은 또···이딴 가짜 종교에 정말로 성인이 등장하다니. 내가 정화교의 성인을 이 자리에서 만나게 될 줄이야. 게다가 저 여자만으로도 벅찬데, 거기다 한술 더 떠서 네놈까지···이럴 줄 알았으면 애초에 독기의 골짜기로 튀는 게 아니었는데.]


이만하면 충분히 들어주었다.

유논은 검을 들어올렸다.


중천에 떠 있는 햇살이 날에 반사되어 번쩍인다.


도플갱어는 칼날을 올려다보며 힘없이 물었다.


[···날 죽일 건가?]

“그래야겠지.”

[이대로 날 보내주기만 한다면 아무것도 안 하고 평화롭게, 누구도 안 해치며 아주 평화롭게 살 것이리라 맹세한다 하더라도?]


절박한 외침이었으나, 결국은 순간을 모면하기 위한 괴물의 공허한 울음소리에 불과했다.

유논은 말없이 검을 들어올렸다.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지만, 괴물의 약속을 믿을 수 있을 리 없었다.

또한 설사 놈의 말이 진심이라 할지라도 수십만 규모의 시체 군단을 거느리고 있는 괴물을, 그것도 이미 독기의 골짜기 전체를 집어삼킨 괴물을 단지 평화롭게 살겠노라 맹세했다는 이유만으로 이대로 놔둘 수는 없었다.


그 처형의 동작에 서린 단호함을 읽은 듯, 도플갱어는 체념한 목소리로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그렇다면···하는 수 없지.]


유논은 순간 놈의 몸이 변화하는 낌새를 놓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서걱.


절삭음과 함께 검은 소용돌이 틈에서 무언가가 잘려나갔다.

그러나 유논은 미간을 좁혔다.


얕다. 베는 데 있어 저항이 대단했다.

결국 급소까지는 닿지도 못했다. 이만하면 놈에게 상처는 입혔을지언정, 죽이기에는 무리가 있을 터였다.


그리고 그가 알기에 이 ‘이름 없는 지팡이’의 검 형태로 이렇게까지 베기 힘든 생명체는 세상에 몇 없었다.

유논은 직감적으로 놈이 무엇으로 변했는지 알아차렸다.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군.]


검은 머리에 검은 눈을 지닌 사내가, 팔 한쪽이 잘려나가고 전신에 중상을 입은 채 이쪽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유논의 모습을 한 도플갱어가 그곳에 있었다.


팔은 조금 전 유논의 검격에 목이 잘려나가기 직전, 막아내는 대가로 제물로 바친 모양이었다.


유논은 절뚝이는 놈의 모습을 별 감흥 없이 바라보며 검을 들었다.


도플갱어의 복제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유논은 본디 놈보다 훨씬 격이 높은 존재였다. 아무리 태생적으로 뛰어난 혈통의 도플갱어라 할지라도, 그의 모든 것을 복사할 수는 없다.

게다가 이미 피오네에게서 입은 치명상이 놈의 몸을 한계까지 몰아붙이고 있었다. 저 상태로도 얼마 버티지 못할 테니, 죽이기 어렵지 않을 터였다.


놈이 그의 모습을 베꼈다 한들 바뀌는 것은 없었다.

도플갱어는 여기서 죽는다.


놈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일까, 기껏 유논의 몸을 훔쳐와 놓고서도 한동안 멍하니 서 움직이지 않았다.


스스로의 몸과 목소리가 낯선 듯 주춤하다가, 짙은 한숨을 쉬었다.


“···하아. 잠깐만 이야기 좀 하지?”

“······.”

“어차피 곧 날 죽일 텐데, 최후의 발악을 하기 전에 유언이라도 남기게 해 달라고.”


잔뜩 지친 낯으로 말하는 도플갱어의 모습에, 유논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은 채 다가왔다.


놈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푹 떨구며 말한다.


“내가 왜 진즉에 진격하지 않았는지 아나? 독기의 골짜기 속 죽은 괴수들의 시체, 그들을 모아 만든 군단만으로도 이미 쉘터를 짓밟고도 남을 만한 병력이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유논이 점차 다가오자 말소리는 빨라졌다.


“실은 출정하려 했다. 곧 쉘터를 무너뜨릴 예정이었지. 그러려던 것이···예상 밖의 사태로 인해 미뤄졌다. 그 예상 밖의 사태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나?”


궁금하지 않았다. 전혀.

말 대신 행동으로 말하듯 유논이 검을 매만지자, 놈이 뒷걸음질 치며 말했다.


“너였다. 너 때문이었어. 네가 바로 그 예상 밖의 사태였다.”


이건 조금 예상 밖의 이야기인데.

그러나 발걸음을 멈추지는 않는다. 어느새 유논과 상처 입은 도플갱어는 아주 조금의 간격만을 두고 있었다.


“구움-바라의 탈을 쓰고 너를 마주했었지. 그때 네놈과 눈을 마주치고 깨달았다. 아, 이놈은 진짜 괴물이구나.”


괴물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듣기는 했다.

유논이 아무렇지도 않아하며 다가가 검으로 내리그으려던 때였다.


“그때 직감했다. 이 나의 능력으로도 네놈을 따라하지는 못하겠구나. 그러기에는 뱁새가 황새를 따라가지 못하듯, 나의 능력과 격이 따라가지 못해 터져 죽어 버릴 것 같더군.”


유논은 순간 멈칫했다.


“정말 간신히, 아주 간신히 내 모든 영과 육을 다 바쳐 따라하려면 따라할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그것만으로도 모든 능력을 다 소모해 얼마 못 가 죽어버릴 것 같더군.”

“······.”

“말이 되나? 다른 형태변환자도 아닌, 변환 계열 능력의 정점에 있는 도플갱어가, 흉내 내려면 목숨을 걸어야 하는 괴물이 세상에 있다니···.”


푸념하듯 말을 잇는다.


“하기야, 네 제자 녀석도 그랬지. 아예 복제할 수조차 없더군. 벽에 막힌 기분이었어. 굳이 따지자면 너와는 다른 느낌이었지. 네 경우에는 지나치게 강하고 단단해서 따라갈 수가 없다는 느낌이라면, 그놈은 애초에 다른 길을 걷고 있다는, 결이 다른 듯한 느낌? 하하, 나도 내가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군.”


유논은 고개를 까딱였다.

예상 외로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었다.

조금 더 들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 같아, 검 끝이 아직까지는 움직이지 않았다.


“아무튼, 그런 네가 정화교 쉘터로 향했다는 소식을 듣고, 너를 이길 자신이 없어서, 자신이 생길 때까지 독기의 골짜기를 쥐어짜고 또 쥐어짜내 힘을 모은 거다. 다른 강적이었다면 적의 모습을 그대로 빌려 상대했겠지만, 너를 상대로 그랬다가는 승산도 희박하고 또 결과적으로 자폭이나 다름없게 될 테니까.”

“······.”

“그래서 네놈을 베끼기 싫었던 것인데. 그래서 어떻게든 언데드들로 승부를 보려 했던 것인데. 결국 이렇게 되어버렸구나···.”


도플갱어는 갓 태어난 어린아이처럼, 혹은 죽음을 앞둔 노인처럼 훌쩍이며 소리쳤다.


“무슨 뜻인지 알아들었겠지. 나는 곧 죽는다! 시한부 생을 살게 되었다고! 기껏해야 사흘을 버티려나? 지금 이 순간도 네놈에게서 훔쳐온 힘의 일부조차 견디기가 어려운데, 시간이 지나면 충격이 누적되어서 펑 하고 온몸이 터져 버리겠지! 씨발, 내가 얼마나 살아남고 싶었는데···.”


피처럼 붉은 괴물의 울음을 흩뿌리며 괴성을 지른다. 잘못을 저지르고도 그것을 깨닫지 못하는 병자처럼 추하게 생떼를 부린다.


“넌─도대체 뭐냐. 도대체 정체가 뭐냐. 드래곤? 다른 세계의 괴물? 아무리 봐도 인간은 아닐 거다. 인간일 리 없어. 도대체 뭐란 말이냐!”

“최후의 용은 죽었고,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이세계는 오직 지구뿐이지. 그리고 지구에는 괴물이 없다. 나는 인간이다.”


지구에서 오기는 했지만, 지구인과 이곳 세상의 인간은 구조상 큰 차이가 없다. 유논의 강함은 태생과 혈통에서부터 온 것이 아니었다. 그는 선천적이며 동시에 후천적인 존재였다.


친절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도플갱어는 믿음을 배반당한 신자가 되어 빼애애애액 듣기 싫은 소리를 질렀다.


“그러며어어언! 너는 도대체 뭐어어어언데! 뭐어어언데 나를 가로막는 건데에에에에! 왜 너 같은 하늘 위의 존재가, 괴물 중의 괴물이 나 같은 땅바닥의 하찮은 미물을 신경 쓰냔 말이다아아아─!”


유논은 피식 웃었다.


“네가 미물이라고?”


지금 당장에라도 저 군대를 이끌고 골짜기 바깥으로 나선다면 세계의 세력 구도에 변동을 일으킬 수도 있을 터였다.

뿐만 아니라 한 번 본 대상이라면 누구로든 변할 수 있는 능력 그 자체만으로도 다른 어떤 괴수들보다도 위협적이다.

도플갱어는 미물이 아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반드시 이 자리에서 처치해야만 하는 위험등급 1순위의 괴물이었다.


그러나 그 장본인의 생각은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러어어엄! 네놈에 비하면 미물이나 다름없지! 드래곤 앞에서 어찌 일개 도마뱀이 위세를 부리겠어! 납작하게 기어 다녀야지! 그래, 기지 못한 내 잘못이었다 이거지···낄낄낄.”


유논은 미간을 좁혔다.

도플갱어와 대화를 나눌수록 생겨나는 강렬한 의문이 한 가지 있었다.


'저놈···나를 두려워한다. 내가 여태껏 놈에게 보인 능력과 실제로 현재 지니고 있는 능력, 그 이상으로 나를 과대평가하고 있어. 어째서지?'


작가의말

나도 요즘은 너가 무섭다 유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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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흑색마나(3) +23 20.12.21 835 52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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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5 불쾌한 골짜기(1) +22 20.12.13 846 47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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