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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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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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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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3.2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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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세(1)

DUMMY

“유논이라 불러라.”


마법사는 대수롭지 않게 태양룡의 적의를 받아넘겼다. 저 고대의 존재로서는 자신의 안배가 그 때문에 크게 뒤틀린 것이니, 자연히 저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으리라.


[특이한 이름이군. 그래, 유논.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무엇을?”

[왜 씨앗을 네가 가지고 있느냐는 거다. 도대체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지? 그것도···신의 핏줄이라곤 느껴지지 않는 평범한 인간이?]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황당해 하는 모습이었다. 이걸 설명해 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어차피 이곳은 바깥세상과 시간의 흐름이 전혀 다르다. 잠시 어울려줘서 나쁠 것도 없을 터.


그로서도 생각을 정리할 필요는 있었다.


“뽑아냈지. 너희 용들이 내 제자에게 심어 두었던 것을 강제로 적출했다.”

[···뭐? 그건 불가능하다. 네가 용이 아닌 이상, 강제로 빼낼 수는 없어. 아니─가능하긴 하겠지만···그랬다간 씨앗에도, 씨앗의 그릇에도 손상이 갈 텐데. 둘 다 죽어버려야 정상이거늘, 그러지 않았고. 오히려 씨앗은 아주 멀쩡한 상태인데.]

“멀쩡하게 빼냈으니까. 씨앗에도, 제자에게도 피해가 가지 않게끔.”


다만 무엇 때문에 저 고대룡의 잔재가 혼란스러워 하는지는 짐작이 갔다. 확실히, 용의 술식 없이는 건드릴 수조차 없는 구조였으니.


저토록 자세히 아는 것을 보아, 백룡이 씨앗을 만들 적에 저 천상의 태양룡의 도움을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씨앗에 담긴 힘이 백색보다는 태양의 빛에 더 가까웠으며, 씨앗의 적합자가 황가의 순혈이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알렉시오스의 도움을 받았지.”

[···네가 그를, 백룡을 죽였구나. 희미하게 남아 있던 그의 기운이 완전히 사라져 이상하다 싶었거늘.]


착 가라앉은 목소리.

보다 내밀한 사정이 있기는 하나···틀린 말은 아니었다. 최후룡 알렉시오스는 분명 그의 손에 죽었다.


[씨앗을 만들기 위해 크나큰 손상을 입었으니, 그를 죽일 수 있었던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아니지만···도대체 무슨 수로 그에게서 용언을 강탈한 것이지? 수많은 세월 동안 홀로 굳건히 세계를 지키던 자다. 그 의지가 하찮은 고문이나 세뇌 따위에 꺾일 리는 없을 터!]

“일종의 거래를 했지.”


비록 겁박과 구속이 기저에 깔려 있던 거래이기는 하였으나···내용은 꽤나 공정했다. 적어도 그가 여기기에는 그러했다.


“그가 용언을 내놓으면, 나는 그를 대신해서 세상을 구해 주기로.”

[하···! 세상을 구한다? 감히, 그게 무슨 의미인지는 알고서 지껄이는 것이냐!]


격분하여 타오르는 불꽃. 유논은 무심히 말을 이었다.


“적어도 너희 용들보다는 잘 알고 있을 것 같군.”

[···네가 누군지 알 것 같군. 아까 제자 운운할 때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모호한 불의 형체인데도, 안면의 찡그림이 느껴지는 듯한 목소리였다.


[너, 그 아이의 스승이구나. 세상을 구해야 했을 소녀의, 내 후손의···. 신이 될 자에게 바람을 불어넣은 것이 누구인가 했더니, 그게 너였어.]


이 화제에 관해서는 그도 흥미가 동했다. 눈썹을 추켜세우며 묻는다.


“시드를 만나보았나?”

[그래. 그녀는···너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내렸다. 신이 되지 않겠다고 하더군. 탄생부터가 신이 될 운명이었던 자가, 감히! 네가 그 소녀를 오염시켰다.]

“그러게 왜 앞날 창창한 여자애에게 답을 정해놓고 질문을 던져서 희생을 강요하나.”


운명을 받아들이고 세상을 구할 것인가, 홀로 남아 인간으로 죽을 것인가.

최후의 순간, 시드가 선택한 것은 후자였다.


그녀는 정해진 운명을 거부했다.


그와 약속했기에. 유논이 약속했기에.

기다리고 있으면 찾아가겠다고.


그 약속을 믿어 의심치 않았기에.


그렇기에 소녀는 기다렸고, 사내는 찾아왔다. 결국 그녀를 예정된 운명으로부터 구해 냈다.


[세상을 구하겠다고? 네가? 아니, 세상을 구할 자는 그녀였다. 오직 그 소녀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네가 망쳐 버렸어!]

“그건 보면 알겠지.”


대화는 이쯤이면 충분했다. 유논은 사납게 타오르는 작은 불길을 무시하며 성큼성큼 걸었다.


사막 정중앙의 황금 우물로 다가간다. 안쪽의 빛 웅덩이 쪽으로 손을 뻗었다.


파지직───.


스파크가 손가락을 적셨다. 저릿한 통증이 신경을 지진다. 우물은, 신의 요람은 그의 접근을 거부하고 있었다.


[그거 아쉽군. 그대로 무시하고 들어갔더라면 타죽었을 것인데. 아무에게나 신의 자리가 허락된 줄 아느냐?]


가볍게 무시하고는 좀 전의 감각을 되새기자,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용의 인자와 관련해서 제한이 걸려있군. 하기야, 시드가 씨앗과 무사히 동화될 수 있는 이유도 핏줄 때문이었으니···. 씨앗이 내 몸을 거부하는 것도 당연하겠지.”


[···!]


한눈에 우물 속 전류의 정체를 알아차린 것에 대한 놀라움일까. 불꽃이 잠시 흔들렸다.


[그렇다. 오직 신의 피를 가장 짙게 이은 나의 후손, 직계들만이 이 씨앗을 계승할 수 있지. 그게 가능한 것은 이 세상에 오직 둘뿐이다!]


제국주의자들의 반신불수 황제와 엘리자베스 시드 카라얀. 전자는 지능이 퇴화했고, 신체도 기형적이기에 결코 후보에 둘 수 없다.

결국 가능한 것은 오직 하나뿐이라는 이야기였다. 시드가 지닌 시간에 대한 자질도 자질이었지만, 혈통부터가 커다란 장벽이었다.


[그러니 씨앗을 어서 되돌려 놓아라! 이건 오직 한 명만을 위해 준비된 신의 자리이므로, 결코 남이 범접할 수···.]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사내의 육신이 놀랍도록 빠르게 변모하고 있었다.


스스스슷─


피부에 새카만 비늘이 돋아난다. 동공이 세로로 갈라진다. 머리에는 뿔이 솟았다.


“나쁘지 않군.”


그리 말하며 손을 뻗자, 이번에도 어김없이 전류가 튀겼으나···이전보다는 확연히 약해졌다. 마음만 먹는다면 힘으로 얼마든지 뚫을 수 있는 정도였다.


지금, 그는 누가 보아도 영락없는 용의 후손이었다.


[흑색···룡? 아니,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도대체, 무슨 짓을─.]

“원인을 안 이상, 해결하는 것은 쉽지.”


우물을 지키는 방화벽의 보안 조건이 용의 인자임을 알아차린 이상, 뚫는 방법은 간단했다.

조건을 바꾸거나, 조건에 맞추거나.


전자는 힘들었다. 애당초 ‘용의 씨앗’ 아닌가.

기저부터가 용의 힘을 받아들일 것을 전제로 만들어진 융합로인데, 용언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 그것을 함부로 뒤틀려 했다가는 사고가 날 것이다.


그러므로 후자가 남는다. 스스로를 조건에 끼워 맞추는 것.


용의 인자를 자신의 육신에 받아들이는 것.


이것 또한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불가능한 정도는 아니었다.


“용에 대해 나보다 더 깊이 연구한 자가 있을까.”


그보다 용과 깊이 얽힌 이가 없었다.


기사였던 시절에는 용의 피를 이은 황실에서 일했으며, 스승은 백룡 알렉시오스였고, 제자로 태양룡 멜로디우스의 후예인 시드를 받아들였다.

황도 카라얀에서 용의 피를 먹고 각성한 혈대공 자르카니슈를 대적하였으며.

검은 능선의 전투에서 최후룡의 꿈을 깨고 그를 살해했다.


그런 그가, 동시에 초월에 달한 대마법사인 그가.

용이라는 족속들에 대해, 그들이 지니는 특별한 유전 형질에 대해 공부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그것이 그 아무리 특별하고 신묘한 형질이라 하더라도···자연이 낳은 유전 법칙의 틀 안에 있다면, 그가 따라할 수 있다.


시드의 혈액과 세포, 자르카니슈의 사례, 백룡의 비늘과 혈액···. 그 많은 연구 자료들을 접하며 어설프게나마 복제한 용의 염기 서열.


“「드래고닉 코드」. 직접 몸에 적용해 보는 것은 처음이지만···이만하면 나쁘지 않군.”


핵심 요소인 용언에 관한 부분은 제대로 모사하지 못해, 온전한 용의 형상을 취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지금의 불완전한 인자만으로도 충분했다. 시드나 자르카니슈 또한 용의 형질을 백 퍼센트 온전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었다.


특히 시드의 경우에는 아무리 특별한 직계 혈족이라고는 해도, 초대 황제 멜로디우스 마그누스 폰 카라얀으로부터 수십 세대는 떨어진 뒤다.

그 피가 옅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잘 쳐줘도 쿼터를 넘지 않는 정도의 비율일 터.


역으로 생각해보면, 그 정도만 되어도 씨앗을 받아들이기에, 우물의 보안 체계를 속이기에 충분한 수준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현재 그가 제작한 드래고닉 코드의 완성률 및 적용 정도는···모든 변수를 다 고려해도, 삼십 퍼센트에서 사십 퍼센트 사이.

목표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씨앗을 혼란시키기에 충분한 위장이었다.


한편 저쪽에서는 거의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말도 안 된다! 그걸···복제해냈다고 쳐도, 도대체 어떻게 적용했지? 인간이 받아들일 수 있을 리 없다. 기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불가능해!]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가 지닌 것은 어디까지나 불완전한 드래고닉 코드이기에 정상적인 방법으로 평범한 인간의 몸에 적용시킬 수는 없었다. 그게 자기 자신의 몸이라면 더더욱.


그러나 이미 그는 평범하고 자연적인 인간이 아니게 된 지 오래였다.


“내 몸은 마력체다. 혈관도, 장기도, 세포도···순수한 마력으로 화한 유기물이지.”


차원 격류와 시공간 에너지를 인간의 몸으로 감당한 것에 더해, 대전쟁 시절의 시술까지 겹쳐 만들어진 인간을 초월한 신체.


그의 유전 정보는 마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력을 조작하는 것은 그의 전문 분야였다.


어려울 것도 없었다. 인간종의 염기 서열과 용족의 드래고닉 코드를 뒤섞는 것···시드와 자르카니슈의 선례를 연구하고, 또 시뮬레이션까지 거친 끝에 찾아낸 최적의 결론이 있지 않은가.


답은 정해져 있었고, 그대로 신체를 변형하기만 하면 되었다.


불완전한 코드인 탓에 유지 시간이 길지 않고, 장기적인 부작용도 상당하다는 단점이 있기는 하나···어차피 지금 상황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천년만년 이 모습을 유지할 것도 아니고, 잠시 동안 유지한 채로 우물에 들어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까.


그러기만 하면, 신을 만들 수 있었다.


찰박─


미약한 저항감을 뚫고 우물에 발을 담그던 때였다.


[···그래. 인정하마. 백룡을 죽일 만큼, 선택받은 자의 스승을 자처할 만큼···실력이 있구나. 신을 창조하겠노라고, 스스로에게 그런 자질이 있노라고 자신할 만해. 그러나 안 된다. 네가 거기 들어가면, 너만 아니라 신도 함께 태어나지 못하고 죽는다. 세계는 망한다.]


발의 세포가 타들어가는 감각. 신의 양수 속에 녹아드는 신체 일부를 느끼며, 유논은 반응조차 하지 않은 채 몸을 누일 준비를 했다.


[넌 선택받지 못했다! 씨앗의 주인은 따로 있단 말이다! 그녀가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세월이, 얼마나 많은 우연이 겹쳤는지 아느냐! 수많은 운명의 갈래가 만들어낸 단 하나, 유일한 가능성이거늘, 그걸 망칠 수는 없다!]


그 말에 문득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마지막 순간 백룡이 남긴 심상.


청취지어람이청어람─줄여서 청출어람.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


그는 스승인 백룡을 뛰어넘었다.

그런 그 또한 언젠가는 제자인 시드에게 추월당할 예정인가.


이대로 계속되었다면, 언젠가는 그리했을지도 모른다. 시드의 빛나는 자질, 그 찬란한 재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지경이었으니.


그러나 그 또한 밀리지 않았다.


엘리자베스 시드 카라얀이 수많은 우연의 결과물이라면, 그 또한 마찬가지였다.


운명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무한한 가능성 아래.

차원을 넘어, 세월을 넘어, 용과 인간, 시체와 괴물, 검과 마법을 거쳐···그는 여기까지 왔다.


흑색의 마법사 유논은 자신을 되돌아보았다.


그의 역사, 한 인간의 인생이라기에는 지나치게 길고 또 험난한 굴곡을 그렸던 여정을.


그 모든 순간의 자기 자신을.


지구의 대학생에서 이세계의 농노로.

밑바닥 농노에서 용병으로, 용병에서 기사로. 초신성이라 불리는 황실의 기사로.

기사에서 범죄자로, 북부의 도망자로, 그리고 마법사로. 백룡의 제자로.


흑색의 마법사로, 나인 서클의 대마법사로. 혁명군의 수뇌로.

실패, 실패, 실패를 거친 끝에 차원 여행자로. 고향으로 돌아간 복귀자로.


그러나 만족하지 못한 허무감에 방랑자로. 두 세계가 겹친 끝에 조율자로. 대전쟁 속에선 학살자이자 사령관으로, 멸망한 세상에선 무력한 마법사로. 세상을 망가뜨린 죄인으로.


해결사로, 시한부로, 방관자로···그러다 한 소녀를 만나고, 스승으로.


자유도시의 영웅으로, 마법을 되찾은 대마법사로, 골짜기의 정화자로, 쉘터의 구원자로. 지룡의 포획자로, 혈대공을 살해한 자로.

그러나 제자를 잃고 또다시, 모든 걸 잃은 실패자가 되어.


사라진 용의 흔적을 쫓는 추적자여, 전쟁을 일으킨 모사꾼이요, 스승이자 친우를 죽인 패륜아니.


그 모든 과정을 거쳐서 제자를 구한 스승이.


그리고 최종적으론 신을 창조할 마법사가 되어,


그는 지금 여기에 있다.


아직은 아니었다.

아직은 시드가 그를 뛰어넘기에는 한참은 일렀다. 그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족적을 쌓아온 거인이었다.


“너희가, 세상이 시드를 선택했다고?”


점차 가까워지는 금빛 액체의 표면을 바라보며, 그는 대답을 바라지 않는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어쩌라는 거냐. 그 시드 본인이 직접 나를 선택했는데. 그리고─”


─내가 날 선택했는데.


흑색의 마법사는 웃었다.


“너희가 나보다 박식하다면 인정하마. 하지만 아니다. 너희가 나보다 강하다면 인정하마. 그러나 아니다. 너희가 나보다 훌륭하다면 인정하마. 그러나 아니다.”


그러므로 용들의 선택 따위, 믿을 것이 못 되었다.

전부 천상으로 떠나 버린 것들 주제에 이제 와서 세계를 구한답시고 꼴값을 떨어대기는.


세계를 구할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바로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사람.


“차원에 구멍을 뚫고 게이트를 발생시키는 바람에 대전쟁을 일으킨 사람이 누구지?”


나다.


“대전쟁 도중 지구군을 하도 많이 죽여 버린 바람에, 핵이 떨어지게 만든 사람은?”


나다.


“그러니까─세상에 구멍을 뚫어서 차원이 불안정해지게 만들고, 오염된 마력으로 엉망이 되게 만들고, 온갖 외계의 괴물들이 이 세상을 넘보게 만든···세상의 멸망을 초래한 사람이 누구라고?”


그러니까, 그것이 나다.


이 모든 사태를 일으킨 사람, 멸망의 원인. 그였다.


“그러니, 결자해지라. 망가뜨린 사람이 책임진다고, 내가 망가뜨렸으니 고치는 것도 내가 고친다. 그게 순리겠지. 남이 대신 뒤집어쓰는 꼴은 두고 못 본다.”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제법 합리적인 이유라 생각했건만 납득이 안 된다면,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흑색의 마법사 유논은 점차 금모래 속으로 잠기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떨까. 태초의 근원인 흑색마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이 누구지?”


그것도 나다.


“그 흑색마나로 범접 불가의 영역이라 여겨졌던 공간을 다루는 흑색마법을 창조한 사람은?”


그것 또한 나다.


“마찬가지로 근원의 물질인 금색마나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시간마법의 개념을 처음 정립한 사람은?”


그것마저 나다.


“시간마법과 공간마법을 결합해 사용한 사람은? 시공간의 비밀을 밝혀 낸 마법사는?"


그것까지 나다.


“나인 서클의 한계를 뚫고, 차원 장벽까지 넘어 탄생한 세계 최초의 차원 여행자는?”


그것도 나다. 내가 한 일이다.


이 세상에 유일하게, 신으로 선택받은 자 엘리자베스 시드 카라얀과 견줄 만한 자질을 지니고 있는 인간.


여기 단 하나.


이 세상 유일한 시공간 마법의 수련자, 차원 마법의 전문가.

마법을 창조한 용보다 더 마법에 능통한 대마법사, 우주 전체를 뒤져 봐도 다시는 없을 어마어마한 마법의 천재.


“그러므로 시공간 에너지를 다루어 차원을 정상으로 바꾸고, 세상을 되살릴 신을 만들 사람은 누구일까.”


누가 신이 되어 세상을 구해야 할까.


하나밖에 없었다.


“그게 바로 나다.”


씨익 웃으며.


“이제 알아듣겠나?”


고작 시간마법 자질 있는 천재 소녀 따위가, 어딜 이 천재 할아버지쯤 되는 인물을 따라잡으려고. 아직 수천 년은 더 멀었다.


세상을 구할 것은 그였다. 신을 만들어낼 것은 그였다.

다른 누구도 아닌 그 자신이 그렇게 정했다.


[······.]


저 멀리 수면 위 일렁이는 불꽃. 태양황제 멜로디우스 마그누스 폰 카라얀은 침묵하고 있었다.

꽤나 충격 받은 모양새. 납득한 것일까, 아니면 부정하려 노력 중일까.


어느 쪽이건 상관없었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태양룡의 생각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으니.

어디까지나 중요한 건 그 자신이었다. 이미 필요한 것은 전부 그의 안에 있었다.


“─내가 간다.”


세상이여, 용이여, 사람이여, 신이여.


여기, 흑색의 마법사 유논이 간다.


그리 외치곤 힘을 풀었다. 몸이 추락하며 우물 속에 잠긴다. 몸이 가라앉으며, 점차 의식이 어딘가로 빨려 들어갔다.


풍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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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6 신의 청사진(2) +1 22.03.25 195 11 13쪽
275 신의 청사진(1) 22.03.25 202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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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3 흑과 백(Black & White)(3) 22.03.24 183 11 13쪽
272 흑과 백(Black & White)(2) 22.03.24 182 13 13쪽
271 흑과 백(Black & White)(1) +1 22.03.24 199 9 15쪽
270 스승과 제자(4) +6 22.03.23 218 12 15쪽
269 스승과 제자(3) 22.03.23 190 13 13쪽
268 스승과 제자(2) +3 22.03.23 193 11 13쪽
267 스승과 제자(1) 22.03.23 190 1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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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5 드래곤 사냥(6) +2 22.03.22 197 15 14쪽
264 드래곤 사냥(5) 22.03.22 186 11 15쪽
263 드래곤 사냥(4) +2 22.03.22 191 12 14쪽
262 드래곤 사냥(3) 22.03.22 198 8 14쪽
261 드래곤 사냥(2) 22.03.22 190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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