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타지에 핵이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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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생각.
작품등록일 :
2020.05.16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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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3.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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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29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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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외전-백룡설산白龍雪山(8)

DUMMY

“······”


순간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유논의 외침이 어떠한 영감이라도 준 것일까. 촌장 노인은 눈에서 형형한 이채를 발하며 엎드린 지구인을 향해 다가갔다.


짧은 시간 내에 마을의 존망을 결정지을 판단을 내려야하기 때문일까. 쉽사리 입술을 떼기가 힘든 듯 침음을 흘린다.


노인장은 한숨과 함께 유논 앞에 쪼그려 앉았다.

이쪽을 올려다보는 검은 머리 사내의 진심이 담긴 눈을 마주보며, 손을 들어올린다.


그리고는 그 손으로 새카만 머리통을 냅다 후려갈겼다.


빡─!


맑고 청명한 타격음과 함께 유논이 억! 하고 비명을 지른다. 과장 하나 없이, 순간 눈앞에 별이 핑핑 돌아다녔다.

마을의 가장 오래 살아남은 전사가 맡는 촌장 직을 수십 년째 거머쥐고 있는 노인네답게, 손이 장난 아니게 매웠다.


분명 머리통을 후려친 손도 만만찮게 얼얼할 것인데, 아픈 기색 하나 없이 손맛을 즐기는 모습이다.


촌장은 고개 거꾸러뜨린 엑스퍼트 최상급 수배자의 머리채를 그대로 부여잡은 채, 그 귀에 대고 억세고 칼칼한 목소리로 소리를 질렀다.


“이─싸가지를 똥구녕에 말아먹은 호─로자식을 봤나──!”


귀청이 찢어질 것만 같다. 유논은 저 화통 삶아먹은 듯한 목소리에 기가 질려 자그맣게 중얼거렸다.


“말이 좀 심하시네···.”

“심─하다고? 심해에에에에─? 심한 건 네놈이 저지른 대형사고가 개─좆나게 심한 일이겠지!”


말하는 억양이 오르락내리락 할 때마다 얼굴이 바닥에 몇 번이고 부딪힌다. 유논은 면상이 통째로 뭉개지는 새로운 경험을 하며 쓴웃음을 흘렸다.

참으로 굴욕적인 상황이었지만 어찌 저항해 보기도 요원했다.


나이 먹은 촌장에 대한 존중도 존중이지만, 그냥 다 떠나서 머리채 잡은 손을 떼어낼 만한 힘이 없었다.

몸에 넘쳐나던 근력이 전부 산산이 흩어져 버린 탓이다.


보병대장을 속이기 위해 검문 도중 강대하고 굳건한 북부의 전사를 흉내 내었던 것의 대가였다.


‘다시 생각해도 참으로 묘안이었지만···확실히 부작용이 뼈아프긴 해.’


유논이 사용한 방법, 그것은 일종의 변장술이다. 제 자신의 뼈와 살을 내부와 외부에서부터 섬세히 조정해, 성형 수술을 거친 것과 같은 외양을 만들어내는 작업.

북부의 말이나 분위기는 그간 들은 것이 있으니 어찌 따라할 수 있었지만, 겉모습까지 속이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다.


쉽지 않은 일이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그에게는 가능했다.


그에게는 이적을 발하는 힘, 마력이 있었다. 마력을 다룰 줄 아는 것은 환상세계의 다른 주민들도 전부 마찬가지라지만···그는 달랐다.

몹시 유별났다. 별세계에 떨어진 처음부터 그러했다.


아주 오래전부터 실감한 사실, 마력의 운용에서만큼은 그를 따라올 위인이 없었다.

그나마 인정할 만했던 세기의 천재 파빌리안 스트라우스, 혹은 멀리서나마 보았던 황실의 수석 마법사조차도 심히 모자랐다.


누구의 가르침도 받지 않고, 그는 환상세계에 도달한 뒤 본능적으로 체내의 마력을 다룰 줄 알았다.

그것으로 신체를 단련하고 강화했으며, 어떤 기사의 연공법을 먼발치에서 목격한 이후로는 자신만의 오러 다루는 법까지 알아서 만들어냈다.


그가 체내의 마력을 손발 다루듯, 심지어는 일신의 수족보다도 더 매끄럽다 느낄 정도로 자유로이 움직이는 동안.

다른 이들은 그 유수와 같이 거침없는 마력의 물길 곳곳에 댐이라도 쌓인 듯, 노폐물이 잔뜩 끼어 있는 듯 느리고 답답했다.


그게 범인과 초인의 차이였다. 유논과 다른 이들의 차이였다.


그는 마력의 천재였다.


그러므로 그런 그가 체내의 마력을 움직여서 제 자신의 근골을 뒤틀고, 얼굴형을 바꾸고, 이목구비를 움직여 이전과 전혀 다른 인상의 강인한 북부 전사로 변신하는 것 또한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몸을 불려 팽창시킨다. 그 빈자리에 실체가 있는 근육과 살 대신 풍선 속 공기처럼 마력을 불어넣고, 강렬하게 실체화된 마력 기관으로부터 근력과 파괴력을 이끌어낸다.


덕분에 강철같이 단단한 통나무도 손으로 잡아 찢을 수 있었으며, 거대한 덩치와 괴력으로 보병대장에게 위압감을 심어줄 수 있었다.


결국 힘자랑하듯 선보인 힘은 그가 지닌 본연의 것이 아니라, 마력의 산물에 불과했다.


그 또한 신체단련을 게을리 하지 않은 전직 기사이기는 하나, 한계라는 게 있는 법이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그렇게 단순무식한 힘만으로 북부의 나무를 찢어발길 수 있는 전사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게 그는 아니었다.

보병대장이 마력의 작용임을 눈치 채지 못했던 것은 유논의 운용 능력-그 은밀함과 신속함이 하도 뛰어났기에 그런 것에 불과했다.


그 마력으로 만들어낸 초인적인 신력과 북부적인 외양, 그리고 니샤르의 남편이라고 거짓으로 말하며 빠르고 정신없게 몰아친 것이 잘 맞아떨어져 보병대장을 한시적으로나마 속여 넘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경우처럼, 그는 힘과 폭력을 무기 삼기보다는 교묘한 연기와 노림수를 합작시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즐겼다.


어찌 보면 기사의 소양인 정정당당한 승부, 매사에 거짓 없이 당당한 태도와는 거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몸보다는 머리로, 음험한 속임수와 정교한 계략으로 승부하는 마법사들의 마음가짐과 가깝다 할 수 있을 터.


그, 유논으로서도 스스로가 기사라기보다는 마법사들의 그것과 유사한 사고방식을 지닌다고 여겼다. 냉철히 자가 점검하기에, 그쪽에 훨씬 어울리는 성격이었다.

그렇기에 연무장에서 구르며 파빌리안과 우스갯소리로 ‘내가 마법 적성만 있었더라면, 지금쯤 대마법사의 자리에서 너를 내려다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고 떠들곤 했었다.


그랬다, 마법에 적성만 있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에게는 재능이 없었다.


세상은 공평하다는 말은 이럴 때 쓰이는 것일까.


괴상하게도, 마력에 관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자질을 지닌 그가, 정작 마법에 있어 가장 중요한 마나 감응력은 전무하다시피 한 수준으로 부족했다.


마법사들이 하는 양을 따라해 마나를 어찌 부르고 사역해보려 해 보아도, 그들은 귀 닫고 눈 감은 것처럼 그의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완전히 묵묵부답으로, 무시로 일관한다. 가끔은 겁 먹어 도망치려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적색마나도, 녹색마나도, 황색마나도, 청색마나도···전부 보거나 들을 수는 있었지만, 만지려고만 하면 소스라치게 도망쳤다.


마법사들의 오래된 역사관에서, 세상 만물은 마나에서 나온다 했던가. 마치 이 세상이 외부자인 그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거부하는 것만 같았다.

마찬가지로 마나의 산물인 마력만큼은 그에게 아주 친숙하게 느껴지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그러나 지금 중요한 건 내 마법재능이 아니다···.’


중요한 문제는 강건한 북부 전사를 모방하느라 전신의 근골을 잔뜩 부풀려 놓았던 탓에, 마력이 빠져나가고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몸이 적응을 못하고 삐걱댄다는 점이었다.


근육은 젤리처럼 흐물흐물해졌고, 뼈와 관절이 매순간 비명을 질렀다. 손가락 한 번 까딱하기 힘겨울 정도로 온몸이 나약해져 있다.

그렇기에 옹골찬 북부 노인네의 손아귀로부터 벗어날 수가 없었다.


마력이라도 활용할 수 있다면 모르겠으나, 이미 전신의 마력이 변장이 풀림과 동시에 흩어진 뒤였다. 다시 회복하려면 아무리 그라고 해도 시간이 걸릴 터.


쾅───!


그렇기에 몇 번이고 마룻바닥에 머리 처박히는 것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나뭇조각이 튀고, 이마가 까져 핏물이 튀어오를 때쯤, 촌장이 비명소리 하나 없는 유논의 모습에 더욱 격노해 고함칠 때쯤.

니샤르가 나섰다. 그녀는 지구인의 머리채 붙잡은 촌장의 팔을 끌어당기며, 고개를 내저었다.


“왜 말리는 게냐? 이놈은 아주 혼쭐이 나 봐야 해. 세상에 제 자신밖에 없는 줄 아는 이기적인 놈, 남들은 좆도 신경 안 쓰는 후레자식, 기껏 받아주고 인정해 줬더니, 뒤통수나 치고 있는 개새끼···.”

“······.”

“뭐? 아흔아홉 번째 과업을 내놔? 그게 마을을 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이런 철면피를 다 봤나. 마을을 위하는 척 하지 마라! 정녕 마을을 위했다면 애초에 제국 병사들을 여기까지 끌고 오지도 않았겠지! 도대체 어떤 반역죄를 짓고 여기까지 기어들어 온 거냐? 백룡은 어째서 만나려는 거지? 그분께서 네 죄를 지워주기라도 하시길 바라는 거냐?”

“촌장님.”


이제는 숫제 씹어 먹을 기세로 유논에게 달려들려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 니샤르는 그를 뒤에서 붙잡았다.


“왜? 이제는 네가 저 놈 편을 들겠다 이거냐? 저 개자식이 네게 저지른 잘못을 떠올려라! 애초부터 상종이 불가능한, 씨앗부터 글러먹은 놈이었어! 외지 놈들이 다 그렇지!”


그렇게 한참을 광분하다가, 길잡이 여인의 어딘가 난처해하는, 그리고 또 슬픔에 젖은 눈빛을 바라보고서야 날뛰는 것을 멈춘다.

촌장은 침을 퉤 뱉으며 투덜거렸다.


“에잉, 쯧. 그래. 항상 내가 나쁜 놈이지. 늙으면 나가 뒤져야지···젊은 놈들 틈바구니에서 뭐라도 하려고 했던 게 잘못이다.”


그렇게 촌장이 물러서고 나서야, 뭐라도 말할 틈이 생겼다. 유논은 여유를 만들어준 니샤르에게 고맙다고 눈인사를 보낸 뒤, 입을 열었다.


“그···촌장 나으리.”

“누가 네 촌장이냐. 버르장머리 없는 놈. 뒤지기 싫으면, 어르신이라고 높여서 불러.”

“···어르신, 저를 믿지 못하시는 건 이해합니다. 저라도 그럴 겁니다.”

“이해한다면, 입을 닫고 있어라. 네놈이 하는 말 따윈 조금도 듣고 싶지 않으니까.”


마을 사람들에게 정체를 속이고 들어와, 결국 제국군들을 불러오는 화를 자초했다는 것 때문에 미운털이 톡톡히 박힌 듯했다.

저 상태대로라면 무슨 말을 하더라도 쉬이 들어주지 않을 것 같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이 자리에서, 어떻게든 촌장을 설득해내야 한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순간의 재치로 보병대장을 보기 좋게 속여 넘기고 마을에 입성하는 것까지는 좋았지만, 그게 얼마나 갈지는 미지수였다.

예상컨대, 제국의 엘리트 군인쯤 되는 인물이 계속 속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처음 몇 시간 동안이야 거구의 북부 전사가 남겼던 인상이 워낙 강렬하니 의심하지 않겠지만, 차츰 그 이미지가 옅어지고 나면···.


의문이 들 것이다.


북부 최고의 길잡이의 남편인 데다가, 저만큼 강력한 대전사라면 소문이 퍼지지 않았을 리 없는데, 왜 관련한 소식을 어디에서도 듣지 못한 것이지?


마을 사람들도 길잡이의 남편에 대해서는 아무 것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어째서이지?


이렇듯, 조금만 생각을 한다면 파고들 수 있는 허점이 너무나도 많다. 이 중 무엇 하나라도 마을 사람들에게 물어본다면, 미리 말을 맞춰두지 않았던 탓에 속임수가 금세 들통 나고 말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된다면, 보병대장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병사들을 이끌고 그를 체포하기 위해 찾아온다면, 그때는 더는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릴 것이다. 그 전에 촌장과의 담판을 마무리지어야 했다.


“하지만 다른 방법이 있습니까? 임시방편으로 제국의 눈을 속이긴 했지만, 오래 가지는 못합니다. 곧 보병대장이 눈치를 채고 저를 찾아올 겁니다.”

“찾아오라지! 하, 그럼 우리는 널 붙잡아 둔 채 제국군에 넘기기만 하면 되겠군. 만사형통이지. 놈들은 찾던 걸 찾아서 좋고, 우리는 불안 요소를 없애니 좋고···.”


유논은 한숨을 푹 쉬었다. 차라리 그렇게 쉽게 해결될 일이면 다행이겠지만.


“그럴 리 없다는 걸 누구보다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반역자 명단에 오른 저를 체포한다는 게 저들에게 있어 명분이 된 것은 맞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명분에 불과할 뿐입니다.”


제국군의 진짜 목적은 그를 찾는 것도 있지만, 그보다는 북부에 미치는 황실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다른 마을보다도 북부의 성지쯤으로 여겨지는 이곳 최북단 마을에 더 공을 들여 병사들을 투입한 것이고.


저들은 무엇이라도 트집을 잡고, 공격하기 위해서 찾아왔다. 조금이라도 잘못된 점이 있다면 진격하여 북부를 완전히 제국의 소유물로 만들 준비 만반이다.


수배자인 유논을 고이 넘겨준다 하더라도, 제국군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물러설 리가 없다. 오히려 건수 하나 제대로 잡았다 싶어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간은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이제 와서 수배자를 넘겨준다는 것은 그간의 진술이 전부 거짓이었임을 증명하는 바.


왜 이제 와서 수배자를 넘겨주는 것인지, 수배자의 소재를 알고 있었던 것인지, 설마 수배자를 마을에 받아준 것인지, 혹시 그와 함께 반역 모의를 꾀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오만 가지 트집을 다 잡아서 결국은 마을을 공격해 올 것이다. 그리고 잔뼈 굵은 촌장이 그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침음을 흘린다. 결국은 유논의 말이 옳았다. 방법이 없었다.


“물론 저를 넘기지 않는다고 해서 제국군이 마냥 가만히 있으리라는 법은 없습니다만, 그러면 적어도 뭐라도 해볼 수 있는 가능성이 하나는 생기지 않겠습니까.”


촌장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금방이라도 고함을 지를 것처럼 붉으락푸르락한 얼굴빛이다.


“아흔아홉 번째 과업, 알려주십시오. 그러면 제가 과업을 달성하고, 백룡을 만나겠습니다. 시간만 끌어주신다면, 그동안 어떻게든 해내고야 말겠습니다.”

“······.”

“모든 과업을 완수하고 백룡과 조우한 북부의 전사는 한 가지 소원을 빌 수 있다지요. 그 소원으로, 백룡께 이곳 마을을 지켜줄 것을 부탁하겠습니다. 그러면, 제국군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결자해지라, 제가 저지른 일을 제가 해치우겠다는 겁니다.”


말이야 번지르르하고 듣기에 좋다.

그러나 결정적인 요건이 하나 빠져 있었다.


촌장은 시큰둥한 투로 물었다.


“네놈의 뭘 믿고?”

“······.”


그랬다. 뭘 믿고.


이미 마을 사람들에게 신용을 잃은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었다. 그는 이곳 사람도 아닐 뿐더러, 신뢰의 증표가 되어줄 만한 보증의 수단도 없다.


그렇기에 무엇으로 믿음을 줄 것이냐 묻는다면···말문이 턱 막힐 수밖에 없다. 저들의 신용을 되찾을 방법이 무엇인지, 그는 알 수가 없었다.

이곳은 외지인에게 마음 여는 데에 참 오래 걸리고, 한 번 돌아선 마음을 되돌리는 데에는 더더욱 오래 걸리는 북부인들의 마을이기에 그러했다.


한동안 침묵이 이어졌다. 유논은 할 말을 찾을 수 없었고, 촌장의 경우에는···무언가를 고민하는 듯 싶었다.


그 차갑고 배타적인 북부인들의 수장, 백발의 노인장은 지구인의 검은 뒤통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툭 하고 내뱉었다.


“네가 우리 마을을 구해준답시고 백룡을 찾아가서, 네 개인의 사리사욕을 위한 소원을 빈다 하더라도, 우리로서는 제지할 방법도 마땅치 않을 테지.”


전적으로 그들 마을만이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구조. 믿고 싶어도 믿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 상황.


“애초에 네가 이곳에 온 목적, 용을 만나고자 하는 목적도 따로 있었을 텐데, 그걸 버리고 마을을 구하겠다는 소리를 믿으라고···? 차라리 곰에게 생선을 맡기는 게 낫지, 마을의 운명을 너같이 못 믿을 놈에게 맡기라고. 마지막으로 한 번, 배신자를 또 믿어보라고, 하.”


정적이 흘렀고, 촌장은 쓰러지듯 의자 위에 걸터앉았다.


그는 힘겨운 한숨과 함께 말했다.


“···그래, 믿어보겠다. 이번 한 번만. 네가 이뻐서가 아니라, 다른 방법이 없어서.”


지난 시간동안 봐온 네 모습에 진실이 한 스푼이라도 섞여 있었길 비는 수밖에.


촌장은 그리 중얼거리며, 힘없이 말했다.


“단, 조건이 있다.”


작가의말

늦었군요..죄송합니다. 중간에 전공시험이 연기되기도 했고, 대체과제 때문에 바쁘기도 했고, 뭐 플랫폼에 큰일이 터졌대서 한동안 마음이 뒤숭숭하기도 했고...그랬습니다. 

아무튼 결과적으로 종강했고, 저는 잘 쉬다 돌아왔습니다. 거의 2주만이군요. 반갑습니다. 앞으로는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완결까지 힘차게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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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32 노약자
    작성일
    21.06.29 20:16
    No. 1

    플렛폼 일은 신경쓰지 마시길 바랍니다
    일단 작가님 프로젝트를 완성시킨뒤에 생각해도 늦지 않습니다
    작가님의 포트폴리오에, 아니 인생에 한가지 완성시킨 글이 있다는게 중요한거 아니겠습니까
    그것이 앞으로 글을 쓰시든 안쓰시든 좋은 방향으로 이끌것은 분명하니까요

    찬성: 1 | 반대: 0

  • 작성자
    Lv.67 kirper03..
    작성일
    21.06.29 20:43
    No. 2

    천천히하세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30 Harue.
    작성일
    21.06.29 22:27
    No. 3

    어서오세요오오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라파군
    작성일
    21.06.30 06:09
    No. 4

    고생많으셨습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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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9 외전-니샤르(Ni'shar)(2) +2 21.07.02 365 14 13쪽
218 외전-니샤르(Ni'shar)(1) +4 21.06.30 400 17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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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6 외전-백룡설산白龍雪山(7) +5 21.06.15 414 23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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