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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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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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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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3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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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신의 벌판 4

DUMMY

뒤지게 맞아볼래? 니들은 맞짱이지만 우린 극도의 스트레스와 증오가 섞여, 죽을 때까지 깔 수도 있다. 해골 빵꾸 날 때까지 싸커킥 차주마. 우리 돌면 니들이 우리 못 말린다. 한쪽은 가학으로 비하하고 한쪽은 요즘 애들 편해졌다고 지랄하고. 니들은 그렇게 잘했냐? 개중 몇은 뻔히 하사 시절 고문관이었구만 뭐, 뻔히 보이는구만 뭐. 중사 고참 되어도 지역대 주특기교관을 맡길 수 없는 사람. 아님 착하기나 하던지. 그걸 우리가 몰라? 우리가 뭐 눈깔 짝퉁으로 달았냐?


“담배 푸.”

“내일 작전 하는 거?”

“브리핑 하겄지 뭐. 안 봐도 개나발.”

“담가보니 별 거 아니더라. 두부 찌르는 주 알았다.”

“조준경으로 하니 완전 전자오락이지 뭐.”

“에이 언제 골프 모이나. 짜증난다. 넘어와도 똑같애.”

“뭐라 지랄하면, 우리 모두 첨병조로 가자. 공격조 시킴 하고.”

“자기 전에 우리끼리 실탄 분배 잘 맞춰.”

“그래요.”

“지들은 지들끼리 배분하라고 해.”

“AK 하고 실탄 뫄둔 거 어디 은익할 거야?”

“저기.”

“알았어.”

“대위랑 상사도 갈쳐줘?”

“물어보면, 아님 말고. 지들이 노획해서 쓰라 해.”

“브리핑에서 또 개소리만 해봐라 그냥.”

“저런 대가리 믿고 우리 목숨 담보되겠냐?”

“그게 아니라, 니미 이상행동만 안했으면 좋겠다.”

“가끔 그러지 저게. 어떻게 저렇게 지 잘난 맛으로 사냐. 참...”

“몰핀 때려 뉘어놓고 우리만 내려갈까?”

“아이디어 돌아가시겠다.”

“잘 들어. 우리 넷 중에, 누구 하나 건드리면 셋은 안 참는다.”

“네. 같이 들이박아요.”

“당연하죠.”

“우리끼리 믿고 뭉쳐요. 살아야죠. 누굴 믿어.”

“밥들은 쳐 자셨나? 쟈들 식량 받아주지 마.”

“훈련임까. 지 먹을 거 쏠 거, 지가 알아서 하는 거죠.”

“누가 대신 지어줘. 남조선 훈련이야?”

“동무들, 총이나 닦자. 그게 우리 지휘관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밟히는 분노,

밟는 사람이 나보다 정신적으로 인성적으로 지식으로도 우월하지도 않다는 기분으로 밟히는 분노. 우린 부사관 파워라도 있지, 이게 보병부대 중대 병사의 이야기였다면 얼마나 노예같이 저런 인간들에게 밟힐 수 있는 건지 상상이 안 간다.


그러나 군대는 미드 제네레이션 킬 미드과 비슷하다. 거기서 얼토당토 않은 명령을 억지로 수행하는 부대원 모두가 싫어하는 저돌적인 장교가 나오고, 대대장은 떠나는 기자에게 그런다. 그 장교가 대대에서 가장 탁월하고 신뢰할만한 장교라고, 그러자 기자는 벙 찐다. 군대는 제정신 아니구나 역시. 그리고 그런 사람이 나중에 대대장된다. 별까지 달지도 모른다.


이러한 사람을 통해서 우린 그의 뒷모습도 싫어지는 건 물론, 군복에 붙은 몬드도 역겨워지며 심지어 그냥 장교가 싫어진다. 담당관도 아주 다르지 않다. 정황은 중대장이 부여했다 하더라도, 자기가 싫다고 팀을 방치하고 내비둔다. 우린 어쩌란 말인가.


고참중사들까지 이제 내비두고 담당관 말만 듣는다. 신병하사 사타구니를 만지면서 씹 몇 번 해봤냐? 이러는 대위한테. 그 순간 원칙대로 대응하면 뭣도 아닌 일로 문제를 만들었다는 병신 소리 쏟아질 거 뻔하고, 그걸 방치하면 인간이 더 해도 된다고 생각해서 이젠 대놓고 별 소리를 다 하고 툭툭 대가리치고 안하무인이 되었다.


신병하사들은 원래 군대가 이런가 하다가 결국 도가 지나쳐도 너무 지나치다는 걸 깨달았고, 무리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가 한 명에게 뭐라고 하면 나머지는 바로 옆에 가서 서 그냥 바라본다. 그리고 이제 주둔지 명령권 헌병대 보안대가 저 멀리 남쪽에 멀어졌다. 어쩔 거야? 우리 하사 무리는 중대장에게 바라는 게 있다. 존재가 스트레스고 존재가 부담이다.


‘해봐. 남에서처럼 더 해봐. 더 강하게 해봐. 그러면 우리가 그 똘끼 인정은 해줄게. 여기서 더 해보라고. 침을 튀기며 아무도 못 막을 일장연설을 하고, 우리 신상을 모욕하고 더 해보라고. 그럼 인정 해준다. 물론 면상에 갈기는 건 똑같다. 우리 총에 총알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똑같이 해보라고 니미. 우릴 더 분노케 해봐. 왜 갑자기 주춤하는 거야? 왜 갑자기 말이 없어져? 해보라고. 지금 참다가 지역대 규합하면 또 시작하려고? 그게 수준 아냐? 항명 일어날까 겁나슈? 우리 마음속에 항명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어. 그것도 공평하게 해줄게. 부사관만 봐주면 안 되잖아. 그래 공평하게 팀장이나 담당관이나...’




군대에서 누누이 숨겨왔고 대충 넘어갔고 2년만 참으면 저 인간 사라진다는 것으로 참았지만, 이제 모든 게 원초적인 상태에서 계급만 달고 있다. 이제 와서 몇 마디 사과한다고 끝나? 웃기는 소리. 이 스토리가 배달의 기수로 끝나길 바라? 그래도 우리는 부사관이니까 이러지. 부사관 파워라도 있지. 보병이었다면 부사관이건 병사인건 어디까지 가는 건가? 그러니 역으로 보병중대장을 하다 온 사람 입장에서는 권한이 박탈된 기분도 들 것이다. 없어도 너무 없으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 중대장은 고등군사반 가기 전부터 여기서 근무하던 사람이다.


보통은 대대를 대대장이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 아니다. 대대장에 따라서 분위기 많이 좌우되니까. 그러나 고착된 지역대 분위기는 웬만해선 대대장도 못 바꾼다.


길어야 2년이다. 대대장이 한 지역대의 고질적인 문제까지 파악하고 그걸 손대려하지 않는다. 군대는 할 것만 하면 아랫사람 터치할 필요를 못 느낀다. 대대장들의 연장 사슬보다 훨씬 더 오래되어 굴러온 지역대의 사슬이 있다. 사회나 군대나 실권은 늙은이다. 그리고 늙은이는 고리타분하고 진심으로 뭔가 내어줄 생각이 없다. 말만 오픈마인드라고 구라를 까는데, 그런 구라 까는 사람이 더 위험하다.


왜? 실망이 크니까. 어차피 다 거기서 거기였다. 사회도 안 변하는데 군대가 더더욱이 변할 수 있다고? 노땅 부사관들도 요즘은 세대가 달라, 요즘은 애들이 달라... 그러면서 결국 옛날식으로 다 시킨다. 애들을 이해하려면 결혼 일찍 해서 지 아들이 쳐맞고 갈굼 당해봐야 진짜 자기 모습을 알 거다.


바로 이러한 군대에서 오래 이어진 습관, 혹은 좋게 말해 전통 때문에, 나이 먹은 군인들은 쉽게 위쪽에 구부리고 신세대 하사들은 이해를 못한다. 그런데 늙은이들이 예전 군대처럼 우리를 다루고, 고참들은 대충 그러려니 넘어가고, 자기 자식들이 군대 가서 이렇게 대접받는 것도 만족하겠지? 아주 옛날처럼 존나게 패고 버러지 취급 하면 만족할 거야? 군기가 잡혔다. 군대가 상명하복 잘 돌아간다. 덩실덩실 만족하겠네.


공평하게 말하면 우린 행보관 같은 사람이 더 밉다. 우리 중대장에게 너무 그러면 안 된다 말하는 건 행보관이 아니라 옆 중대 상사 밖에 없다. 그 상사 우리가 정말 싫어했는데, 오히려 그 사람은 공평하다. 그 사람은 할 말 한다. 성격이 그렇게 살아왔다. 나랑 한판 뜁시다. 나 옷 벗으면 돼. 군대 모르쇼? 내가 대위 팼다고 영창이나 육교 같 거 같애? 당신과 맞짱 뜨면 군대는 날 해봤자 최대 불명예제대야. 여단장이 있는 그대로 도장 찍어줄 것 같아? 당신이 군대를 이용하는 것처럼 나도 군대 빠삭해...


하지만 상사도 이제 더 이상 말하지 않는다. 그 상사처럼 우리도 갈구고 지휘관에게도 할 말 하는 그런 부사관 고참이 차라리 낫다. 사건이 터지고 나서 알았다. 아래위로 할 말 다하는 사람이 진짜라는 거. 나머지는 특수전부대고 뭣이고 결국 우리나라 군대다. 부사관 후배라지만 어차피 4년 지나면 나가고 못 볼 놈들, 내 신상이나 유지해서 결국 연금타면 되지 뭐.


그런 원사, 우리 군대가 그런 사람 많다고 장담할 수도 소수라고 장담할 수도 없다. 부대마다 다르다. 모병으로 들어온 부사관이 장기 되지 않아서 나가는 것만이 아니다. 평생 구부리는 거. 여기도 안 다르다. 어쩌면 우리만 똥 밟은 걸 수도 있다. 우리 지역대나 다른 지역대를 봐도 화목하고 분위기 좋고 서로 우애 있는 곳 많다.


깨달았다. 그 우애가 이 북한 땅에서 서로를 지켜줄 수 있다는 걸. 니가 날 지켜줘야 나도 널 지켜주지. 없는 게 하늘에서 뚝 떨어지나? 전우애가 하늘에서 뚝 떨어져? 특히 참을 수 없는 개인 신상의 모욕. 결론은 하나였다. 그런 징후가 나타났을 때 육교 각오하고 들이 받았어야 했다. 한번 참으니 더 업그레이드된다. 아님 담당관이 들이박는 거라고 우리에게 가르쳐주던지 말야.


잠깐이었지만, 전임 중대장이 얼마나 좋은 사람이었는지 몰랐다. 그 중대장과 이 중대장 출신이 같다. 잠시였지만 날 전입 받은 그 중대장은 형 같았다. 상상마라. 그 양반도 곤조 강한 사람이었다. 곤조 없는 장교 없다. 아무리 형님 같아도 철저하게 지키는 걸 서로 간에 염두에 두고 계약이 설정된다.


그 중대장은 팀원 막내하사에게 ‘야!’ 안했던 사람이다. 지금은 야! 너! 전임 중대장은 이름을 불렀고 중사 이상은 김중사 이중사 이렇게 호칭했다. 그때 우리 팀 화목했다. 중대장이 하사 깜짝 생일파티도 해주었다. 그러다 교대자 때문에 순식간에 분위기 돌변한 거다. 우린 중대장을 의심한다. 투항하지 않을까 겁난다. 이상한 행동이 나올까 불안하다. 논리회로 어디가 끊겨 있는데 자신만 모른다. 논리회로 끊긴 부사관 존재한다. 그러나 사람이 죽을 수 있는 전장에서 그 부사관 논리부재가 나에게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명령을 내리지는 않는다.


중도짬밥이자 주특기 정작인 중사님이 사실 작전에 모든 걸 다 한다. 원래 정보작전이 하고 문제점을 팀장이 지적해서 보완해야 정상이나, 문제를 지적할 능력이 없다. 그가 짜면 초등학교 산수가 적용되지 않는다. 하여간 뭐 이런 씨... 북한군보다 내부를 걱정해야 하는 개 같은 거... 우린 현재 될 대로 되라...다. 우린 뒤를 믿지 않는다.


남에서 가져온 마지막 전투식량을 먹고 봉지는 아무데나 버린다.


다시 반복되는 어두운 밤, 움직이는 우리. 우리라고 표현하기 어색한 우리 팀. 우리 중대? 긴 말은 안했지만 우리 네 명은 공격조로 편성되었다. 그리 않고는 방법이 없었을 거다. 그렇게 하자고 했을 때 모두 혹은 양쪽 다 별 말이 없었다. 거기서 걸고넘어지면 다음은?... 그럼 그쪽에서 허시든가. 중대장은 아마도 지휘조로 목표에 가깝게 붙지도 않을 것이고, 오히려 붙었다가 실수할까 겁난다.


첨병조 공격조가 은밀히 침투하는데 북한군 한 명 지나간다고 총 쏠 사람이다. 차라리 명령만 내리고 작전에 안 나와도 무방하다. 그냥 ‘이상행동’이 불안한 거다. 그런 이상행동을 독수리훈련 때 옆에서 목격했던 나는, 이 사람의 과도한 행동과 중구난방 엄청난 길이의 말들이 어쩌면 겁과 소심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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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6 복수불반 2 +4 20.11.12 379 23 11쪽
135 복수불반 1 20.11.11 449 25 12쪽
134 용미리에서 만납시다 2 20.11.10 451 21 12쪽
133 용미리에서 만납시다 1 20.11.09 450 18 13쪽
132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5 20.11.08 407 25 15쪽
131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4 20.11.07 421 18 12쪽
130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3 20.11.06 448 18 12쪽
129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2 +1 20.11.05 446 18 12쪽
128 너희가 총력전을 아느냐 1 20.11.04 547 21 11쪽
127 나의 투쟁 2 20.11.03 393 18 15쪽
126 나의 투쟁 1 20.11.02 479 17 16쪽
125 불신의 벌판 6 20.11.01 372 19 12쪽
124 불신의 벌판 5 20.10.31 372 19 12쪽
» 불신의 벌판 4 20.10.30 378 20 12쪽
122 불신의 벌판 3 20.10.29 390 21 12쪽
121 불신의 벌판 2 20.10.28 400 2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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