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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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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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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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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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함경도의 별 4

DUMMY

관측은 안정적으로 나갔다.


더 이상 수풀에 숨을 수 없는 일대에 이르자 둘은 어깨 펴고 편하게 산보하듯 천천히 경계병처럼 걸었다. 둘이 할 수 있는 위장전술 중에 가장 확실한 것이 있었다. 어디서 군인이 나타나면 ‘먼저’ 누구냐 검문하는 거다. 아주 고압적으로. 말도 많이 필요 없다. 뉘기야! 소속! 가라! 지역대 다른 대원들이 터득한 것을 듣고 숙지한 것이지 문중사와 최하사가 해 본 것은 아니다. 둘은 내려오면서 도피 방향 참고 물체나 지점을 손가락으로 찍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내려왔다.


그렇게 열차역 철도 건너편 구역을 보고 이제 그만하자 시점을 느낄 때, 도로에 반대편에서 누군가 걸어오는 것이 보였다. 역시 두 명인데, 긴장된다. 서로 봤고 피하면 이상해진다. 문중사와 최하사는 근처 북한군이 AK 걸치는 것까지 정확히 재현해서 다가오는 상대가 마치 거울에서 다가오는 것 같았다. 왼쪽은 문중사가 보고자 했던 구역. 생각보다 경계가 안 보인다. 그리고 길 저 앞의 두 명.


그리고... 그리고... 그 왼쪽 민가 구역에 조용히 은밀하게 다가서는 그림자들이 보인다. 이상했다. 왜 저러고 있지? 설마 우리를 언제부턴가 보고 있던 거 아냐? 앞에 오는 두 명을 마주할 정도가 되면 왼쪽의 다가서는 그림자를 같이 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림자들은 두 명을 못 보고 있었다.

순간, 문중사는 뒤통수를 한 대 맞은 듯 멍했다. 저 다가서는 그림자들... 아무리 봐도... 그리고 육감으로... 일반적인 북한군으로 안 보인다. 그럼 뭐지? 갑작스런 충격이 온다. 문중사는 그림자 중 한 명에게서 어깨에 거는 무전기를 본 것 같다.


‘저건 아군? 뭐야? 타격 내일 모레인데. 왜 이래?’


최하사는 못 느끼고 있었다. 순간 문중사가 판단해야 했다.


‘어쩌지? 어떻게 해야 돼? 뭐지?’


앞의 두 그림자는 가까이 다가오고, 준비한 대로 최하사는 부하처럼 행동하고 문중사는 고압적인 자세를 취했다. 문중사는 걸음을 멈추고 다리를 어깨 너비로 당당하게 벌린 다음 손을 허리에 거만하게 얹고 고개를 삐딱하게 든 다음, 손짓으로 앞의 둘에게 이리 오라고 손짓했다.


오른손 검지와 중지를 대검 총구걸이 양쪽에 걸었다. 특공무술이고 카라브 마가고 필요 없다. 정면에서 찔러야 할 경우 왼손으로 뒷목을 당기거나 멱살을 쥐고 순식간에 끌어당겨 연속 찌르기가 최우선 대검공격이고, 가장 확실하게 찌를 수 있다. 다만 그런 고압적인 자세가 먹힐 상황이 와야 편하게 그 동작으로 이어진다. 만약 상대가 벽을 등지고 있으면 밀어붙이고 공격하면 효력 확실해진다. 상대 등에 벽이 있으면 팔뚝으로 목젖을 강하게 밀어 벽에 붙이면서 찌르기도 효력이 있다. 입을 막고 찌르는 건 지역대원 중에서 누구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영화 같았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는데, 왼쪽의 그림자들이 더욱 열차역 쪽으로 다가서면서 허술한 담벽으로 붙어 넘어가려고 한다. 두 가지 상황에 직면한 문중사는 무언가 말을 꺼내며 속보로 오기 시작한 두 명과 왼쪽 그림자들이 이중으로 겹쳤다. 앞의 두 명은 어두운 속에 문중사와 최하사의 계급을 확인하려고 눈을 개슴추레 뜨고 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열차역 쪽에서 정적을 산산이 깨뜨리는 총성이 빵 빠바방! 울렸다. 그러자 문중사는 손가락을 들어 두 명에게 저 열차역을 지시했다. 둘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문중사는 곧바로 다가가며 몸 중심을 앞으로 밀면서 지향사격으로 AK를 단발로 긁었다. 탕. 타타타타타 탕.


문중사의 몸이 요동하다 멈췄다. 둘이 쓰러진 걸 확인했을 때, 최하사는 곧바로 수류탄이 없나 뒤졌고, 문중사는 열차역 반대편 쪽으로 접근하던 그림자로 시선을 돌렸는데, 어둡지만 마지막 그림자가 두 명 쪽으로 고개를 돌려 잠시 멈춰 있었다.


문중사도 멍했고 그림자도 멍해 보였다. 그 몇 초 사이 열차역 인근에서는 지속적으로 총소리가 울리고 수류탄이 터졌다. 문중사는 순간 그 그림자에게 손으로 넘어가라는 시늉을 했다. 그림자는 담장 안쪽으로 푹 떨어져 사라졌다.


항상 그러했다. 결정적인 순간 방아쇠에 걸려 있던 손가락이 사격에 이르면, 당긴 순간은 생각이 나지 않고 섬광과 밀리는 충격부터 느낀다. 몇 발이 나가도 깃털처럼 가볍게 총이 반응하고 몸이 받아서 진동한다.


쏘기 위해 조준하는 총은 무겁고 사격하는 중간의 총은 얇은 철사 하나를 쥔 듯 무게가 없다. 어둠속 섬광은 순간순간 일대의 모습을 반복해 조명한다. 그 터지는 발사충격과 섬광 앞에 있던 물체가 무너져 쓰러진다.

영화에서는 쓰러져 죽은 자를 향해 다시 쏘면 그냥 푹 쓰러진 채로 움직임이 없다. 아니다. 작은 탄두지만 그 운동력은 상당히 강해서, 사체 측면에 맞았을 경우 그 방향으로 총알에 살집이 푹푹 밀린다. 마치 사체가 돌면서 구르려다 마는 것처럼. 그럴 때 상대가 죽었다는 걸 안다.


결정하는 마음부터 손가락과 약실과 공이와 섬광까지 모든 것은 하나의 순환고리처럼 어디 딱히 중심점이 없이 흐른다. 섬광 속에서 문중사는 자신을 본다. 그 무너지는 것이 자신에게도 올 수 있고, 언젠가 꼭 오리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본능, 영원한 가해자로 남고 싶다. 강한 놈이 이기는 게 아니라 총은 먼저 하는 놈이 이길 뿐이다.


쏘고 쓰러트리고 나면 옛날의 버릇처럼 오한이 온다. 그 오한은 점차 짧아지고 희미해졌다. 무던해진다. 생과 사는 같은 종이에 붙어 있는 양면이다. 한쪽은 부고 한쪽은 생존. 언젠가 바람에 날리면 종이는 뒤집어지고 내용은 뒤바뀐다.


문중사는 설마 했다. 문중사의 5지역대는 대대 섹터 마지막이면서 또한 여단의 섹터 마지막 구역이었다. 거기 연결되는 섹터가 다른 여단이라는 걸 들은 것도 같은데 확신은 없다. 그러나 그림자 행동을 보면 아마도 아군 다른 부대는 아닌 것 같다. 자기들이 하는 행동과 매우 유사했으니까.


이 사령부 안에서 여단들은 다른 여단에 정말 관심은커녕 알려고도 안 하지만, 그러면서 자기 여단의 독특한 문화를 자랑하려고 하지만, 교육단에 교육 들어가서 이야기해보면 사령부에서 하달하는 훈련 내용이나 방식은 거의 똑같아서 놀라곤 한다. 사령관의 지시와 훈령은 동시에 똑같이 전달된다.


전시작계는 교육단에서 만난 사람들이건 휴가 때 어느 여단 만나건 묵시적으로 그건 묻지 않는다. 그걸 말한다면 아주 친한 동기 사이에서, 또한 다른 사람이 전혀 없이 단 둘인 상황에서, 조용히 딱 한번 말했을 거다. 작계에 다른 여단과의 연계작전 그런 거 기본적으로 없다.


‘그럼 다른 여단이란 말인가? 오, 신기하네. 설마 우리 외에 다른 부대가 들어온 건 아니겠지? 여기까지 뭐 하러 온단 말야!’


문중사는 최하사를 끌고, 도로로 내려온 근처 수풀로 들어갔고, 조용히 속삭였다.


“아무래도 저거 다른 여단 같다. 이게 맞는 건지 뭔지 사실 좀 당황스럽지만. 우리가 이대로 떠나도 되지만, 만약 이쪽으로 저 아군들이 퇴출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뭐 단 몇 분이니까 여기서 혹시나 도로 방향에서 오는 적 차단조를 해주고 산으로 가자. 한 5분 만 있으면 충분할 거야.”


“네, 당연한 거 같습니다. 여기 산자락 수풀에 물려 있으면 뭐 걱정될 거 없으니까요. 산으로 들어가면 뭐...”


열차역 안에서는 총소리 수류탄 소리가 가득하고, 타격을 뜻하는 폭약 터지는 소리가 났다. 문중사는 곧 퇴출할 거라 생각했다. 특수전 타격은 거기 있는 사람 죽이는 게 목적이 아니라, 노렸던 중요한 물품 장비 장치 시설에 폭약을 폭발시키면 더 이상 폼 잡지 않고 곧바로 뛴다. 훈련에서는 폭약이 대충 하거나 생략되기에 보통 2분이다. 침투는 길고 타격은 순간이고 퇴출은 빠르다 힘겹게 길어진다.


문중사와 최하사는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빨간색 가느다란 신호탄이 공중에 올라온 것이다. 순간 시간이 옛날 훈련 때로 피드백 되는 것 같았다. 누가 봐도 현재 자신들이 사용하는 것과 똑같았다.


그 작고 오묘한 색상의 공중으로 꼬리를 늘이며 올라가는 밝은 점. 그건, 퇴출 지시나 구령을 못 들은 대원을 위해 올리는 것이다. 색깔이 내용이다. 지역대장과 중대장들이 차고 있는 동일한 것. 공중에 떠오른 것을 보고 둘은 굳었다. 그때 느낀 감정은 어떻게 설명이 불가능한 것으로, 둘의 얼굴은 어이없는 것 같기도 하고, 흥미로운 것 같기도 하고, 내가 포카드를 든 것이 맞나 자기 자신을 의심하는 그런 표정?


“오, 정말....”

“맙소사. 진짜야.”

“근데 말야... 어디라는 거야?”

“글쎄 말입니다... 아이고 간 떨어져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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