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도의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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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휘준
작품등록일 :
2020.05.27 2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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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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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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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 2

DUMMY

지역대장은 고민했다.


거길 다시 시도해야 하는지. 정찰조 두 명의 말을 듣고는 난감했다. 다른 여단이 때렸다고? 뭐랄 것은 없지만, 아니 왜 자기들 것을 때렸을까? 이해는 간다. 근처에 중요한 뭔가가 별로 없다. 보급은 분명히 중간 어디라도 잠시 쌓아두었다가 물품 별로 갈 곳을 정리해 분류해야 한다. 보급품 배분은 전투지원에서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그 보급품 집적소는 이동하지 않은 이상 다시 때려도 되는 목표임을 분명하다. 모든 보급품을 연대나 사단본부 뒤에 트럭이 도착하는 대로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내려놓고 쌓아두면 난감해지고 보급은 형편없어진다.


연대로 치면 지리적으로 떨어진 각 대대에 필요한 배분량을 직접 배달해야 적정하다. 이곳은 전선과 상당히 떨어져 아군 폭격도 중요한 것 아니면 때리지 않는다. 아군 폭탄도 무한정이 아니라 미국이 얼마나 빨리 싣고 오는 가에 달렸다. 지금 미군은 태평양 전역 모든 부대의 보급품을 털어서 직송하고 있고, 이제 미 본토의 보급품도 들어오기 시작할 것이다.


지역대장은 열일곱 지역대원을 모아 결정을 통보했다.


“얘기 다 들어서 알 거다. 우리 놀아서는 안 된다. 전선의 아군이 죽어가고 있다. 일대에서 가장 큰 적 보급점을 내일 모래 다시 치려고 했으나, 어젯밤 타 여단의 타격이 들어갔다. 적 경계태세는 공고해질 것이다. 그러나 모두 알고 있나? 그 민감함이 3일을 기점으로 바뀐다는 것을. 그 보급 집적소는 때린다고 완전히 부서지는 게 아니다. 보급품이 중국 것까지 해서 계속 내려옴은 자명하다. 일단 오늘 오후에 두 명을 정찰조로 내보내 거길 다시 관측한다.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3일이 지나는 글피에 우린 거길 다시 때린다.”


지역대원들은 무표정으로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러나 위장전술을 조금 쓰려고 한다. 자원자를 셋 뽑아서 보급소에서 북서로 1km 떨어진 읍내 (북한 인민국 총정치국 소속) 정치국 분소를 자정에 때린다. 나머지는 목표 인근에서 조별로 대기하다가 자정에서 30분 지나 타격한다. 정치국 습격 소리는 거기서 다 들릴 테니 기점으로 삼는다. 정치국 습격조는 자정이 되면 정확한 교전 조건이 아니라도 일단 쏘고 던져라. 정치국은 나 개인적으로 한번 때리고 싶었다."


"막스 레닌의 액기스들 아니냐. 북한군대 말아먹고 북한군인들도 내심 싫어하는. 말이 되냐? 북한군 정치장교가 20만이나 된다는 게? 만약 거길 박살내고 싸그리 사살하면 근처 부대들 통제력과 지휘구조는 많이 허물어질 거다. 정치장교들 사라지면 북한 중대장들 시린 이가 빠진 거 같을 거다. 우리에게 밥과 총알을 줬으니 뭐 보답하는 거 아냐? 내 전달은 여기까지다다."


"항상 하는 말이지만 지금까지 날 따라와 줘서 고맙다. 남은 게 별 것 없지만, 그래도 3일간 먹을 것은 남기지 말고 먹어라. 완전히 털고 내려간다. 항상 그랬듯이 개인물품을 땅에 묻고 잔류자 없이 내려간다.”


지역대원들이 어두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떡였다. 무거운 분위기에 마음이 편치 않아진 지역대장이, 북한 와서 생겨난 농담을 마지막으로 했다.


“북한 밥 먹고, 북한 총알로, 간나 새끼들을 격멸!”


그러자 지역대원들 표정이 좀 풀린다.

“압록강 물 마시고 피양에서 승전식을!!!”


그렇다. 꿈은 원대하게 가지는 것이다. ‘원대’한 꿈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원대하다. 자신이 이미 땅속에 누워 있을 지라도 군인은 승전을 꿈꾼다. 군복에 주렁주렁 훈장을 꼭 달 필요는 없지만, 이제 총을 놓고 군복 다려 입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돌아가 맛난 것을 마음 것 먹고 싶다. 바람소리 없는 침대에서 자고 싶다. 그것이 유일한 꿈이다.


지역대 부사관 대부분은 원사까지 진급하는 그런 건 생각해 본 적 없다. 군대가 어디서 어떻게 뭘 빼먹는지 모르나, 특히 훈련 부식은 좋지 않았기에 딱 북한 땅에서 잡다한 것 먹는다고 힘들어하지 않았다. 그러나 희망.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 전쟁에 이기는 것. 그것이 꿈이다.


그러나...


이후 벌어진 타격작전의 결과로 산에 숨겨둔 개인물품을 찾으러 온 지역대원은 사실상 거의 없었다. 그 자신들은 모든 것을 자신만만해 하며 작전에 나섰지만, 아무리 자신만만하다한들 중화기도 없는 소총부대에 폭약을 조금 가진 열여덟 명이라는 기본적인 사실은 어쩔 수 없었다. 사격 잘한다고 꼭 이기는 게 아니다.


훈련된 상태를 떠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었으며, 상대인 보급소 쪽은 민간 군사조직 포함 3개 중대로 경계를 보강한 상태였다. 지역대장은 정찰조에게서 이 보고를 들었으나, 결국 실행하기로 했다. 아군이 곧 진군해오는 것도 아니고, 기다려봤자 재보급이 오는 것도 아니며, 비정규전이라고 해도 최전선에서 싸우며 죽고 있는 아군을 생각하면 절대로 틈을 내거나 놀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지역대장 - 소령. 양양. 보급소 타격작전에서 퇴출 엄호사격 중 실종.

9중대장 - 대위. 서울. 보급소 타격작전에서 타격조 지휘 중 부상.

11중대장 - 대위. 부산. 보급소 타격작전에서 첨병조 지휘 중 전사.

지역대 정작장교 - 중위. 서울. 지휘지원조에서 엄호사격 중 실종.


지역대 선임담당관 - 원사. 곤지암. 폭파 타격조를 이끌다 폭사.

9중대 담당관 - 상사. 경북. 첨병조 수행하다 실종.

10중대 담당관 - 중사. 정읍. 첨병지원조를 수행하다 포로.


9중대 통신 사수 - 중사. 순천. 지휘지원조에서 퇴출 도중 전사.

9중대 의무 부사수 - 하사. 정읍. 은거지 근처에서 교전 중 실종.

9중대 화기 부사수 - 하사. 제주. 타격 중 RPG를 운영하다 실종.

10중대 폭파 사수 - 중사. 서울. 타격조 수행하고 도피탈출에 성공.

10중대 폭파 부사수 - (최)하사. 여수. 타격조 수행하다 폭사.

10중대 통신 부사수 - 하사. 금마. 타격조 수행 중 열차역에서 전사.

11중대 의무 사수 - 중사. 익산. 타격조 수행 중 열차역에서 전사.

11중대 화기 부사수 - 하사. 김제. 첨병조 수행 후 도피탈출 성공. 낙오.

11중대 폭파 부사수 - 하사. 전주. 정치국 습격 중 수류탄 폭사 추정.

본부중대 화기 사수 - 중사. 군산. 정치국 습격조로 전투하다 부상.

본부중대 화기 부사수 - 하사. 부안. 정치국 습격조로 전투하다 전사.


타격작전 후 생존자 :

9중대장 박대위.

10중대 담당관 신중사(포로).

10중대 폭파 문중사.

11중대 화기 부사수 이하사.

본부중대 화기 사수 권중사.


가. 지역대는 총 54명으로 수송기 강하 공중침투로 작전 시작.

나. DZ에서 30km 남쪽 강하 후 6명 실종 = 48

다. 1-2차 팀 타격작전에서 전사/실종 22명 = 26

(12중대는 전체가 전사/실종/포로된 것으로 추정)

라. 지역대 타격/규합 작전에서 교전 중 5명 전사/실종 = 21

마. 부상이 악화된 2명 전사 =19

바. 은거지 피-습격 당시 1명 전사 = 18

사. 지역대 최후 타격작전에서 전사/실종 13명 = 5

(1명 포로. 9중대장 박대위와 11중대 화기 이하사는 결집.

10중대 폭파 문중사는 단독 생존. 본부중대 화기 사수 부상

은거. 이 외에 초기부터 실종된 대원중에서 각개나 2인조

정도로 생존한 병력이 있을 것으로 생각되나 이는 현 시점

파악할 수 없는 문제였다.)


정치국 : 정치국은 35평 정도의 지은 지 오래 된 건물로, 습격 3인조가 접근했을 때, 파악한 경계병은 2명이었고 정치국 안의 간부급 정치장교 및 근무인원은 8명이었다. 그러나 목표에 더 이상 가깝게 접근할 수 없는 상태였고, 점차 시간은 지체되어 자정에 가까워왔고, 3인조는 당황했다.


거리가 좀 떨어진 외부에서 사격만 가해서는 안쪽 적 사상이 별 효과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조장인 본부중대 화기 사수 권중사는 자정이 가까워옴에 따라 전형적인 돌격습격을 하기로 마음먹고 조원들과 의사를 주고받았다. 자정이 되기 3분 전, 그들은 최대한 가까운 곳까지 포복한 다음, 두 경계병을 향해 조준사격을 가해 쓰러트리고 정치국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가가 창문을 깨고 수류탄 두 발을 투척하고 문을 연 다음 사방에 난사했다.


이때 권총과 자동화기 응사가 있어 한 명이 부상을 입었으나 끝까지 모든 방문을 열고 확인사살했다. 이후 건물 밖으로 나오는데 인지하지 못했던 근처 건물에서 분대 규모가 문에서 나오는 3인조에게 수류탄을 투척하고 사격했다.


이때 두 명이 쓰러졌고, 본부중대 화기 부사수가 엄호하겠다며 조장에게 건물 뒤쪽 출입구를 찾으라고 했다. 조장은 다친 상태에서 문은 찾았으나 건물 앞에서 부사수의 총소리가 사라지고 적이 뛰어오는 소리를 듣고 탈출했다.


보급품 집적소 : 양동작전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었다. 정치국이 습격 당하는 소음이 멀리 들리는 순간 적 1개 소대가 급파되었고, 이목이 그쪽으로 집중되었다. 상황을 보던 지역대장은 정치국 타격 10분 정도가 지나자 곧바로 공격명령을 하달했다.


목표에 가깝게 붙어 있던 지역대 3개 조 중 2개 조가 경계병 간격이 넓은 곳을 택해 조용히 들어갔고, 이때 첨병조는 양쪽 경계병 두 명을 무성무기로 제압했다. 첨병조는 내부 동초 한 명을 더 제압하고 철도 건너편 열차역이 보이는 곳까지 들어가 엄호경계를 하고, 타격조는 보급품 더미 속을 걸으면서 포탄이나 폭발물 박스를 물색했다.


결국 야포탄이 적재된 곳과 유류통들이 적재된 접합점을 최적지로 선정하고 곧바로 폭약을 설치했다. 그러나 첨병조는 다른 동초에 의해 발각되어 교전이 시작되었고, 그러자 지휘지원조는 좀 더 철로로 붙어 이동해 시선을 끄는 유인사격을 시작했고, 이때 10중대 담당관 신중사가 저격총 적외선 스코프로 상당한 적을 쓰러트렸다.


적 병력이 양분되는 가운데 타격조가 폭약을 점화했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생각보다 시간이 소요되기 시작했다. 보급소 내부 전투는 격렬해졌고 퇴로는 막히고 있었다. 결국 지휘지원조는 더욱 목표에 다가가 엄호사격을 했고, 계획대로 타격조가 빠지고 첨병조가 이어 빠지는 상황에서 정확한 인원은 혼전으로 의사가 단절되었다. 지연되었지만 폭발이 크게 일어나자 지역대장은 퇴출 신호탄을 세 번 올렸으나, 지휘지원조도 이제 포위되는 형국에 이르렀다.


문중사가 은거지 근처에 도착했을 때는 동이 틀 무렵이었다. 일단 자신의 개인물품을 파내 정리하고, 근처에 다른 지역대원들 것에서 식량과 의료품을 회수하려 했는데, 회수 도중 몇 개의 군장이 이미 누군가 획득해간 것을 발견했다.


문중사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생존자가 있다는 말이다. 그걸 챙긴 문중사는 암묵적으로 정한 지역대 임시 재집결지인 저 멀리 큰 산으로 이동했다. 그러나 도착해 하루가 지났지만 아무도 나타나지 않았고, 저 멀리 7~8부 능선에서 총소리가 들렸다. 지역대원이 분명했으나 누군지는 알 수 없었다. 문중사는 자신이 단독 낙오이고 지역대원 상당수가 규합하여 이동하고 있기를 바랐다. 그 장소 이후의 재집결지는 존재하지 않았다.


홀로 힘겹게 살아온 문중사는 단독이 그렇게 낯설지 않았다. 그때부터 어떻게 할 것인지 판단하기로 했다. 해가 지기 전까지 근처 수풀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군장에서 수거한 특전식량을 먹기 시작했다. 특전식량 초콜릿 조각을 반으로 잘라 입에 넣었을 때, 물이 없어서인지 속이 턱 막히면서 숨이 눌려왔다.


물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문중사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전우는 죽고 자신은 먹고 있다. 살기 위해 씹어 소화시키는 구차한 자신. 생을 연장하기 위해 씹어! 초콜릿을 다 삼키고 문중사는 냉담하게 고개를 숙였다. 담당관 신중사님도 궁금했고, 항상 같이 다녔던 폭파 부사수 최성우 하사를 생각했다.


폭약은 전기식 격발에 실패했고, 지역대 담당관 조원사님과 최하사가 위험을 무릅쓰고 점검하러 들어갔는데, 둘이 어둠 속으로 사라져 형체가 안 보이고 나서 몇 분이 지나, 갑자기 큰 폭발이 일어났다.


문중사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마치 영화를 보는 듯했다. 또한 잊혀지지 않는 것이 있었는데, 어쩌면 그건 자신의 착시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으나 잊기 힘들었다. 폭발 당시 공중으로 치솟는 사람 같은 물체를 본 것 같다. 그게 사람이라고 해도 조원사인지 최하사인지는 몰랐으나, 전기식 격발기를 들고 있던 문중사는 넋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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