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종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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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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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9.0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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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화 귀가(歸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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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며칠 후 소림승들은 예정대로 무당을 떠났다. 태산북두인 장 진인의 약조(約條)를 받은 이상, 무량 대사 일행은 맡은 바 임무를 완수(完遂)했다고 할 수 있었기에 만면에 만족한 미소를 띤 채 무당의 도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눌 수 있었다.

장 진인은 장천이 소림을 향해 출발하기 전까지 만이라도 장천의 부족한 점을 채워 주고자 혼신을 다해 가르침을 베풀었다. 민혁 역시 이런 장 진인의 가르침을 일생일대에 다시없을 기회라 여기고 장 진인의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자 노력했다.

장 진인이 보기에 서문장천에게 가장 부족한 점은 내공에 대한 운용 능력이었다. 장 진인은 근원을 알 수 없는 장천의 무공은 그 오묘함에 있어 자신이 창안한 무당파의 절기(絶技)들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오죽하면 무림의 태산북두라 일컬어지는 자신조차도 연성(練成)은커녕 이해조차 제대로 할 수 없지 않았던가. 그런 신묘한 절기를 대성한 서문장천이야말로 어쩌면 장 진인 자신보다 더 위대한 일대종사가 될 수 있는 자질(資質)을 갖추었다고 판단했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지. 청출어람이야.’

무인으로서 이룰 수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을 이루었던 장 진인에게 마지막 남은 과제는 오직 하나. 자신보다 나은 제자를 길러 무당이라는 문파를 반석(磐石)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그런 장 진인의 꿈이자 마지막 남은 과업을 이루어 줄 사람이 바로 서문장천이라 확신하는 상태였다.

 


 

세월은 유수(流水)와 같이 흘러 어느덧 장천이 소림으로 출발해야 할 날이 밝았다. 지난 백여 일 동안 민혁은 그야말로 침식(寢食)을 잊고 수련에 매진(邁進)했다.

그 결과 그로서도 예상치 않은 결실을 얻을 수 있게 되었으니 우선 눈에 보이는 가장 큰 진전은 내공이었다. 소림의 초청을 받았을 때만 해도 진신(眞身) 내공이 일 갑자에 불과했던 그였지만, 백여 일이 지난 지금은 이 갑자를 상회(上廻)했다.

이는 내공을 조금이라도 수련한 무림인이라면 그 누구도 믿기 어려운 대단한 진전이었는데 곁에 붙어서 가르친 장 진인마저 직접 보고도 그의 성취를 믿기 어려워 수차례 확인을 거듭했을 정도였다.

무당파는 내가진공(內家眞功)의 선구자와 다름없는 문파였다. 물론 소림 역시 구양경(九陽經)을 필두로 역근경(易筋經), 세수경(洗髓經) 등의 내공을 수련할 수 있는 신공(神功)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방장(方丈: 주지승)조차도 역근경의 연성도가 칠성(七成)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내공 수련은 큰 깨달음이 필요했기에 신공 비급만으로 되는 일은 결코 아니었다.

그런 소림승들에 비해 무당의 장 진인은 소림의 구양경을 바탕으로 대각(大覺)하여 태극신공을 창안했을 만큼 내공에 대한 이해가 탁월했기에 이미 원류(原流)인 소림을 앞지른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장 진인조차 서문장천의 성취는 받아들이기 어려울 정도로 대단한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내공 수련을 시작한 지 겨우 반 년 만에 이 갑자 수준의 내공을 쌓는다는 것은 단언컨대 장 진인 자신으로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거기에 더하여 서문장천이 오행지에 대한 가르침을 받으며 보여 주었던 탁월한 이해력은 장 진인으로 하여금 다시 한 번 자신의 생각에 대해 확신을 갖게 하였다.

무명 심법을 익히지 못한 장 진인으로서는 오행지는 깨달음을 바탕으로 한 상상의 무공이었다. 무공의 원리는 완벽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많이 따르는 무공이었다.

하지만, 서문장천은 이런 오행지의 단점을 완벽히 보완해 장 진인이 예상한 그 이상의 무공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무공을 창안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는 이미 종사(宗師)의 반열에 오른 장 진인이 더욱 잘 알았다. 비록 바탕을 장 진인 자신이 만들었다고 해도 그 무공의 단점을 보완해 완벽하게 다듬는 것 역시 새로이 창안하는 것만큼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데 서문장천은 불과 며칠 만에 불완전하기만 하던 오행지를 자신도 감탄할 만큼 대단한 무공으로 탈바꿈시켜 놓았다.

그밖에도 장천은 제운종이나 유운보 역시 짧은 수련 기간에 비하여 탁월한 성취를 이루었다. 물론 창시자인 장 진인의 세심한 가르침과 장천의 자질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아무리 장 진인이 직접 가르쳤다 하더라도 장천의 자질이 부족했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장천아.”

장 진인은 하직 인사를 올리러 온 장천을 부드러운 목소리로 불렀다.

“예, 사부님.”

장천을 바라보는 장 진인의 얼굴에는 여러 감정이 떠올라있었다. 대견한 제자를 바라보는 흐뭇함과 함께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산을 허락해야만 하는 안타까운 심정까지.

“세상이 어지럽다. 난 네가 그 어지러움에 휘말릴까 걱정이 되는구나.”

“심려치 마십시오, 스승님.”

장천이 진중한 태도로 대꾸하자 장 진인은 한숨을 내쉬었다.

“삼 년. 삼 년이란 시간만 더 주어졌다면 이리 염려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제자, 신중에 신중을 기하여 처신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대답에도 장 진인의 표정은 좀처럼 편안해지지 않았다.

“넌 서문세가는 물론 무당의 미래까지 짊어진 몸이다. 손을 쓰기 전에는 한 번 더 생각하고, 결정을 내리면 결코 망설이지 마라.”

장 진인은 이미 장천이 화적떼를 몰살시킨 이야기를 들었기에 신중하게 손을 쓸 것을 당부했다.

민혁은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제자, 사부님의 말씀, 늘 마음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에 장 진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을 마치거든 지체하지 말고 무당으로 돌아오도록 하여라.”

장 진인은 마지막으로 장천으로 하여금 하루빨리 돌아오라고 거듭 당부했다.

“예, 그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민혁은 그렇게 대답했지만, 그에게는 할 일이 있었다. 최대한 많은 문파의 무공을 수집하겠다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당분간 무당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장 진인이 이토록 당부에 당부를 거듭하자 마음 속 깊은 곳에서는 갈등이 일었다. 할아버지의 정을 느껴보지 못했던 그에게 장 진인은 친할아버지보다 더욱 크고 진한 사랑을 내려 주어 그의 마음을 흔들어 놓은 상태였다. 무공 수집 따위는 포기하고 그 시간에 장 진인과 하루라도 더 보내고 싶은 것이 지금 그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떠나기 싫어하는 그의 마음이 눈빛을 통해 드러났는지 장 진인이 그를 향해 그의 마음을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다녀오겠습니다, 사부님.”

“그래. 조심해 다녀오도록 하여라.”

장 진인의 말에 민혁은 세 번 절을 올리고는 남암궁을 빠져나왔다.

민혁이 가진(假陳)을 설치해 놓은 자신의 숙소로 돌아왔을 때 대제자 무광을 비롯해 사형제들이 그를 보내기 위해 모여 있었다.

“사형.”

그가 놀란 모습으로 부르자 무광이 인자한 미소를 지은 채 그에게 말했다.

“말도 없이 떠나려 했느냐?”

무광이 질책하듯 말했지만, 그 안에 질책의 뜻이 없음은 무딘 민혁도 알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사형.”

그가 미안한 표정으로 사과하자 무광의 미소가 짙어졌다.

“네 마음 잘 안다. 돌아오기는 하는 것이냐?”

그 물음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사형. 사부님과 사형들 놔두고 소제가 갈 데가 어디 있겠습니까?”

그 말에 무광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몸조심하여라.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보았으면 좋겠구나.”

“꼭 그리하겠습니다.”

무광은 진심을 다해 대답하는 장천을 잠시 바라보다가 마음에 담아 두었던 말을 꺼냈다.

“네가 무당에 와서 무공 수련에만 전념하느라 사형제들과 많은 교분을 쌓지 못했지만, 난 네가 우리의 여덟 번째 사제라는 사실을 잠시도 잊은 적이 없다.”

그런 말을 하는 대제자 무광의 눈빛은 사부 장 진인이 그에게 보내는 눈빛과 다름이 없었다.

그 눈빛에 민혁은 가슴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고맙습니다. 사형.”

“그래, 그래. 갔다 와서는 사형제끼리 조금 더 많은 시간을 갖자꾸나.”

“꼭 그리하겠습니다.”

무광의 말이 끝나자 모인 사람들의 작별 인사가 쏟아졌다. 그는 일일이 그 인사에 답례하고 미리 그려 놓은 진법 위에 섰다.

“다녀오겠습니다.”

그는 그 말과 함께 ‘공간 이동’ 마법 주문을 외웠다.

“트라듀세레.”

그러자 그의 주위로 마나의 기운이 휘몰아치고 그의 신형이 서서히 흐려지더니 마침내 자취를 감췄다.

 


 

서문세가의 심처(深處). 장천의 방에 모습을 드러낸 민혁은 자신이 떠났을 때와 조금도 변하지 않은 광경에 주위를 한 번 둘러보고는 소리쳤다.

“아연아!”

그러자 누군가 부리나케 그의 방으로 달려오는 기척이 느껴졌다.

우당탕.

“대공자님?”

문이 부서지도록 열어젖힌 아영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

민혁은 그런 아연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동안 별일 없었느냐?”

“진짜 대공자님 맞으세요?”

아연이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다시 한 번 묻자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자신의 여기저기를 살펴본 후 물었다.

“내가 그렇게 많이 변했느냐? 내가 보기에는 예전과 똑같은 거 같은데?”

아연은 당황한 듯 말까지 더듬으며 말했다.

“자, 잠깐만 기다리세요. 곧 가주님께 아뢰도록 할게요.”

그러더니 대답도 듣지 않고 후다닥 방을 나서서 가주전으로 달려갔다.

“일곱 달 만인가?”

시계도 달력도 없는 세상이라 시간에 대한 개념이 자연스럽게 흐려졌다. 배고프면 밥 먹고, 졸리면 자는 생활이 반복되자 굳이 시간과 날짜를 알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차라도 한잔 주고 갈 것이지…….”

그가 푸념하듯 중얼거리며 방 안에 있는 의자에 앉아 기다렸다. 한참을 그렇게 멍하니 기다리고 있자니 탁탁거리는 아연의 발걸음 소리가 그의 감각에 잡혔다.

‘으음? 세 사람?’

자연스럽게 발휘된 그의 초감각에 청각으로는 쉽사리 잡히지 않는 두 사람의 기척이 느껴졌다. 무당의 무당칠자(武當七子)에 버금가는 무공을 지닌 사람의 기척에 그는 누군지 짐작이 갔다.

서서히 자리에서 일어나 문 쪽을 바라보며 기다리려니 아연을 필두로 총관 염후강과 장천의 아버지인 서문 가주가 반가운 표정으로 들어왔다.

“장천아!”

그를 발견한 서문 가주는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그를 껴안았다.

“돌아왔구나. 돌아왔어.”

가주의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반가움이 묻어났다.

“예, 염려해 주신 덕분에 무사히 돌아왔습니다.”

있는 힘껏 그를 껴안았던 가주는 그제야 그를 놓아 주며 그의 온몸을 구석구석 살폈다.

“그래, 아픈 데는 없고?”

“예, 소자는 건강합니다. 아버님이야말로 어디 편찮으신 데라도 있는 건 아닙니까?”

“난 백 년은 끄떡없다.”

가주는 그렇게 대꾸하고는 민혁을 잡아서 자리에 앉혔다. 눈치 빠른 아연이 얼른 절하며 고했다.

“차,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가주님.”

얼떨결에 자리에 앉자 가주의 질문이 시작되었다.

“소림에 가려고 온 것이냐?”

“연락 받으셨습니까?”

민혁은 이미 무당에 찾아온 무량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기에 그렇게 물었다.

“그래. 장한 일을 했더구나. 홀로 그 수많은 도적떼를 처리하다니.”

“누구라도 그렇게 했을 것입니다.”

그의 겸양에 가주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렇지 않아도 네가 오늘 내일은 올 줄 알고 기다렸다.”

가주는 소림사에서의 모임 날짜가 얼마 안 남았기에 장천이 서문세가와 가까운 소림사에 가게 된다면 반드시 들를 것이라 예상했던 것이다.

“저도 아버님께서 그리 짐작하실 줄 알았습니다.”

장천이 미소 짓자 서문 가주는 뭐가 그리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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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제28화 신위 초현(神威 初現) +10 15.09.19 2,865 82 13쪽
27 제27화 신기의 비접(飛蝶) +5 15.09.12 2,925 84 13쪽
26 제26화 비연 북미연(飛燕 北美燕) +2 15.09.05 3,194 75 11쪽
25 제25화 소림의 계획 +7 15.08.29 3,249 79 12쪽
24 제24화 대환단(大還丹) +7 15.07.25 3,675 97 11쪽
23 제23화 제운종(梯雲縱) +4 15.07.17 3,791 98 12쪽
22 제22화 화산파(華山派) +3 15.07.10 3,887 99 13쪽
21 제21화 출행(出行) +2 15.06.26 4,357 114 11쪽
20 제20화 창허무극검(蒼虛無極劍) +6 15.06.19 4,508 113 13쪽
» 제19화 귀가(歸家) +6 15.06.12 4,517 129 12쪽
18 제18화 오행지(五行指) +3 15.06.05 4,475 104 12쪽
17 제17화 초청(招請) +6 15.05.29 4,972 125 12쪽
16 제16화 조그만 기연(奇緣) +6 15.05.23 5,410 131 13쪽
15 제15화 무당 입문(武當 入門) +6 15.03.07 5,588 154 13쪽
14 제14화 아! 장삼풍(張三豐) +4 15.02.20 5,563 162 11쪽
13 제13화 태화산(太和山) +5 15.02.17 9,521 154 11쪽
12 제12화 소림승 무강(少林僧 無疆) +5 15.01.27 5,932 170 13쪽
11 제11화 협의지심(俠義之心) +3 15.01.25 6,510 170 13쪽
10 제10화 무당행(武當行) +4 15.01.24 6,456 172 11쪽
9 제9화 수검(受劍) +4 15.01.19 6,966 192 13쪽
8 제8화 결행(決行) +3 15.01.18 7,341 204 13쪽
7 제7화 설득(說得) +4 15.01.16 7,140 193 12쪽
6 제6화 출관(出關) +5 15.01.15 7,264 187 11쪽
5 제5화 가주의 결심 +6 15.01.13 6,865 189 11쪽
4 제4화 세가풍운(世家風雲) +6 15.01.06 8,124 243 13쪽
3 제3화 폐관 수련 +4 15.01.05 7,699 222 14쪽
2 제2화 서문세가(西門世家) +5 15.01.04 8,765 222 11쪽
1 제1화 새로운 링크 +7 15.01.03 10,162 1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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