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림종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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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새로
작품등록일 :
2012.09.06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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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9.1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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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7.25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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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화 대환단(大還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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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민혁은 소림승 아강의 안내를 받아 현 소림 방장(方丈)인 남명(南銘) 대사와 대면 중이었다. 남명 대사의 눈썹과 수염은 하얗게 세어 검은 터럭 하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얼굴만큼은 주름살조차 없이 무척이나 맑아 도무지 나이를 짐작할 수 없었다.

그가 들어오자 마치 귀빈을 맞이하듯 자리에서 일어나 환대했던 남명 대사는 자리를 잡고 앉은 지금까지도 얼굴에서 인자한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겸연쩍음을 견디지 못한 그가 먼저 입을 열어 물었다.

“방장 대사님.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그의 물음에 남명 대사는 나지막이 불호를 외웠다.

“아미타불.”

그러더니 무당의 안부부터 물었다.

“장 진인께서는 무양(無恙)하신지요?”

“염려해 주신 덕분에 잘 계십니다.”

그의 대답에 남명 대사는 고개를 천천히 주억거렸다.

“서문 공자의 협행에 소림은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었소.”

남명 대사의 말에 민혁은 아무 말도 못하고 겸연쩍은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남명 대사의 말이 이어졌다.

“무릇 무공을 익힌 자라면 누구나 당연히 나서야 할 일임에도 지금까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모두 눈을 감아 버리기 일쑤였소.”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을 것입니다.”

민혁의 대꾸에 남명 대사는 고개를 저었다.

“적어도 정파라 자처하는 무인들은 협행(俠行)을 도외시해서는 아니 되었소.”

민혁은 이미 무당에 초청장을 전달하기 위해 찾아왔던 무량 대사로부터 이번 대회합의 취지를 들었기에 남명의 말에 가만히 고개만 끄덕였다.

남명 대사는 다시 불호를 읊조리더니 본론을 꺼냈다.

“아미타불. 본사(本寺)에서는 이번 대회합에서 서문 공자의 협행을 널리 알려 잠들어 버린 의기(義氣)를 일깨울 생각이오.”

그 말에 그는 소림이 이번 회합의 얼굴마담으로 그를 내세울 생각임을 알았다. 순간의 분기(憤氣)를 참지 못해 저질렀던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그로서도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소생으로서는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서문 공자도 느꼈겠지만, 지금 천하는 바야흐로 난세(亂世)로 접어들고 있소.”

“예, 소생도 느꼈습니다.”

그가 공손한 태도로 공감을 표시하자 남명 대사는 목소리에 힘을 주며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천하는 영웅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소. 소승은 서문 공자가 난세를 평정(平定)할 영웅이 될 것이라 믿소.”

남명 대사는 오래전부터 천기를 통해 난세를 평정할 영웅이 소림과 인연이 닿아 있음을 알아내고 때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그러던 차에 무강을 통해 서문장천의 짐작조차 어려운 무위(武威)와 의협심을 전해 듣고는 자신이 기다렸던 영웅이 바로 서문장천이었음을 철썩 같이 믿게 되었다. 그랬기에 무리수에 가까운 이번 대회합도 기꺼이 열기로 결정을 내렸다.

사실 소림을 비롯한 무림 거파(巨派)들은 원 황실과 척을 지지 않고자 무척이나 몸을 사렸다. 병장기 휴대를 금지하라는, 무림인으로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명령까지도 기꺼이 따를 정도로 황실과 반대편에 서기를 주저했다.

원 황실은 커다란 저항 세력이 될 수 있는 무림 문파들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사사건건 행사를 방해했다.

아무리 오대 문파에 꼽히는 거대 문파라 하더라도 수만, 혹은 수십만의 황군과 맞서 살아남을 가능성은 전무(全無)했다. 그랬기에 제 문파들은 문파의 존립을 위해 굴욕을 감수하며 황실의 지시에 따랐다.

그런 상황에서 무림의 문파들을 소집해 대회합을 개최한다는 것은 소림으로서는 명운(命運)을 건 것이나 다름없었다. 남명 대사의 얼굴에 비장한 기색이 어리는 것도 전후 상황을 살펴 까닭을 알고 나면 당연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소생이 어찌 감히 대사께서 생각하시는 영웅이 될 수 있겠습니까.”

그의 말에 남명 대사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한 태도로 대꾸했다.

“천기(天機)가 그렇게 말하고 있소. 공자가 천하를 구하는 것은 숙명(宿命)이오. 숙명은 피하고 싶다고 해서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오.”

민혁은 확신에 찬 태도로 이야기하는 남명 대사의 말에 의아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상식으로는 원 황실을 북쪽 초원으로 쫓아내고 한족(漢族) 중심의 나라를 세운 것은 명(明) 태조(太祖) 주원장이었다. 그가 아는 한 서문장천이란 인물은 역사서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뭔가 잘못된 것 같아.’

장 진인도 그러더니 남명 대사 역시 그를 마치 천하가 기다렸던 영웅 취급을 했다.

하지만, 민혁은 서문장천의 몸을 한 채 역사의 주역으로 나설 생각이 전혀 없었다. 역사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모르지 않았다. 섣불리 역사를 바꿨다가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조차 할 수 없었기에 감히 나서서 역사에 영향을 줄 만한 일을 벌일 수는 없는 일이었다.

“대사님. 소생은 아직 나이도 어릴뿐더러 무공도 일천합니다. 그런 저를 전면에 내세운다면 아마 웃음거리밖에 되지 않을 겁니다.”

그의 말에 남명 대사는 마치 그가 그런 말을 할 줄 알았다는 듯 미소 짓더니 품에서 손바닥 크기의 목함(木函) 하나를 꺼냈다.

그가 의아한 표정으로 목함을 바라보자 남명 대사는 주저 없이 그에게 목함을 건넸다. 얼떨결에 목함을 받아든 그가 물었다.

“방장 대사님. 이것은 무엇입니까?”

“열어 보시오.”

남명의 말에 민혁은 조심스럽게 목함의 뚜껑을 열었다. 동시에 방장실은 목함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로 가득 찼다. 그 향기가 범상치 않아서 맡는 것만으로도 정신을 맑게 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아, 향이 참 좋군요.”

그의 말에 남명 대사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 대꾸했다.

“소림의 지보(至寶)인 대환단(大還丹)이오.”

“예?”

아무리 무림에 대해 무지한 사람이라도 한 번쯤 들어보았을 소림의 영약 대환단(大還丹). 아무리 소림의 방장인 남명 대사라 하더라도 함부로 외인(外人)에게 내어 줄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민혁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며 물었다.

“어찌 이런 귀한 영약을 소생에게 주시는 것입니까?”

“그 대환단에는 소림의 뜻이 담겨 있소.”

알 듯 모를 듯한 남명 대사의 말에 민혁은 진지한 태도로 되뇌었다.

“소림의 뜻…….”

“그 대환단이 공자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 줄 것이오. 그 어느 누구도 공자를 부족하다 여기지 않을 것이오.”

민혁은 남명 대사의 말을 듣고 소림의 의도를 깨달을 수 있었다.

‘서문장천의 어린 나이 때문에 내공이 부족할 것이라 여긴 모양이지? 내공을 높여 함부로 무시할 수 없도록 한 후 얼굴마담으로 내세울 생각이로군.’

그의 판단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소림에서는 서문장천이 잡아서 보냈던 도적 두목을 통해 서문장천에 대해 많은 것을 파악한 상태였다. 나이에 비해 월등한 무공으로 비추어 볼 때 서문장천에게 부족한 것은 오직 내공뿐이라고 판단한 소림은 여러 차례의 회의 끝에 기꺼이 대환단을 내놓기로 결정을 내렸다.

민혁은 갈등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생각 같아서는 앞뒤 가리지 않고 냉큼 받아 챙기고 싶었지만 그러기에는 후환이 두려웠다.

‘아무래도 이걸 받았다가는 빼도 박도 못할 것 같단 말이야.’

대환단은 미끼나 마찬가지였다. 서문장천이 대환단을 받아든 순간부터 서문장천은 서문세가의 서문장천도, 무당의 서문장천도 아닌 무림의 영웅 서문장천이 되어야만 했다.

무명 심법이 있는 이상 내공이 부족할 것이란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그리 많은 종류의 무공을 아는 것은 아니지만 그가 아는 모든 무공은 그의 내공 수준으로 충분히 펼칠 수 있었다.

그는 생각 끝에 결정을 내렸다.

“방장 대사님. 저로서는 이것을 받을 수 없습니다.”

뜻밖의 반응에 남명 대사는 처음으로 평정을 잃고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공자. 그게 무슨 말이오?”

민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는 남명 대사에게 담담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소생이 어찌 감히 무림의 지보를 취하겠습니까? 대환단은 내공을 증진시킬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인명(人命)을 구할 수 있는 영약. 고작 내공 조금 높이려 사사로이 무림의 지보를 취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그의 말에 남명 대사는 입을 떡 벌린 채 대꾸조차 하지 못했다. 대환단을 그런 이유로 마다할 무인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탓이리라.

한참 만에 정신을 추스른 남명 대사는 한숨을 내쉬었다.

“선재(善哉)로다. 선재로다.”

민혁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남명 대사에게 대환단이 담긴 목함의 뚜껑을 닫아 돌려주었다. 남명 대사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그의 눈동자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결국 손을 내밀어 목함을 받아들었다.

“공자의 숭고한 뜻을 받들어 이 대환단은 반드시 인명을 구하는데 쓰도록 하겠네.”

“그리 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남명 대사는 대환단의 일로 말미암아 받은 충격이 작지 않은지 처음에 보였던 여유로움 대신 뭔가 생각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민혁도 남명 대사의 그런 복잡한 심사(心事)를 짐작하기에 편안한 마음으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한참의 침묵 끝에 남명 대사가 입을 열었다.

“공자가 대환단을 마다하니…….”

남명 대사는 그렇게 서두를 꺼내고는 뜸을 들였다.

“소림이 줄 수 있는 것은 무공 밖에 없는 것 같소.”

무공이란 말에 민혁은 귀가 번쩍 뜨였다. 그가 여러 위험 요소를 무릅쓰며 칠백 년 전의 중국으로 링크를 시도한 이유가 무공이었던 만큼 무공이란 말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마음이 그대로 겉으로 드러났는지 남명 대사는 처음처럼 여유로운 웃음을 보였다.

“허허허. 대환단에는 꿈쩍도 않던 공자가 무공이란 말에는 관심이 생기나 보오?”

그 말에 민혁은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마음을 표정으로 드러냈음을 깨닫고 겸연쩍게 웃었다.

“무인인 이상 무림의 태산북두인 소림의 무공을 견식하고 싶은 마음이 없다면 거짓이겠지요.”

민혁의 솔직한 말에 남명 대사는 온화한 미소를 지은 채 심중을 밝혔다.

“소승이 서문 공자에게 소림의 무공을 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겠소.”

민혁은 소림의 무공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남명 대사에게 진심을 담아 감사의 말을 건넸다.

“소생을 그리 중히 여겨 주셔서 고마울 따름입니다.”

“아닐세. 오히려 소림이 고마워해야지. 서문 공자라면 소림의 무공을 반드시 빛내 줄 것이라 믿소.”

민혁은 서문장천의 몸으로 링크한 보람이 있다고 생각했다. 무림의 태산북두로 일컬어지는 무당과 소림의 무공을 익힐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사실이다. 일이 잘되려니 장 진인으로부터 무공을 사사한 데 이어 소림의 무공까지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렸으니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자신도 모르게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 미소를 본 남명 대사는 자신도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미타불. 서문 공자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소승도 무척이나 기쁘오. 보중(保重)하여 부디 무림의 동량(棟樑)이 되어 주길 바라오.”

“각골명심(刻骨銘心)하겠습니다. 방장 대사님.”

장천의 대답에 남명 대사는 흐뭇한 미소를 감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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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말

예약 연재로 올렸는데 작동을 안 하는군요.

부랴부랴 수동으로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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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제27화 신기의 비접(飛蝶) +5 15.09.12 2,925 84 13쪽
26 제26화 비연 북미연(飛燕 北美燕) +2 15.09.05 3,194 75 11쪽
25 제25화 소림의 계획 +7 15.08.29 3,249 79 12쪽
» 제24화 대환단(大還丹) +7 15.07.25 3,676 97 11쪽
23 제23화 제운종(梯雲縱) +4 15.07.17 3,791 98 12쪽
22 제22화 화산파(華山派) +3 15.07.10 3,887 99 13쪽
21 제21화 출행(出行) +2 15.06.26 4,357 114 11쪽
20 제20화 창허무극검(蒼虛無極劍) +6 15.06.19 4,508 113 13쪽
19 제19화 귀가(歸家) +6 15.06.12 4,518 129 12쪽
18 제18화 오행지(五行指) +3 15.06.05 4,475 104 12쪽
17 제17화 초청(招請) +6 15.05.29 4,972 125 12쪽
16 제16화 조그만 기연(奇緣) +6 15.05.23 5,410 131 13쪽
15 제15화 무당 입문(武當 入門) +6 15.03.07 5,588 154 13쪽
14 제14화 아! 장삼풍(張三豐) +4 15.02.20 5,563 162 11쪽
13 제13화 태화산(太和山) +5 15.02.17 9,521 154 11쪽
12 제12화 소림승 무강(少林僧 無疆) +5 15.01.27 5,932 170 13쪽
11 제11화 협의지심(俠義之心) +3 15.01.25 6,510 170 13쪽
10 제10화 무당행(武當行) +4 15.01.24 6,456 172 11쪽
9 제9화 수검(受劍) +4 15.01.19 6,966 192 13쪽
8 제8화 결행(決行) +3 15.01.18 7,341 204 13쪽
7 제7화 설득(說得) +4 15.01.16 7,140 193 12쪽
6 제6화 출관(出關) +5 15.01.15 7,264 187 11쪽
5 제5화 가주의 결심 +6 15.01.13 6,865 189 11쪽
4 제4화 세가풍운(世家風雲) +6 15.01.06 8,124 243 13쪽
3 제3화 폐관 수련 +4 15.01.05 7,699 222 14쪽
2 제2화 서문세가(西門世家) +5 15.01.04 8,765 222 11쪽
1 제1화 새로운 링크 +7 15.01.03 10,162 19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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