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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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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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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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1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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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5화. 굴러온 복덩이

DUMMY

손님이 거의 없는 뼈해장국 집이었다.


문 앞에는 ‘덕유식당’이라는 간판이 걸려 있었다.


순덕이 보기에 덕유식당은 늘 다른 집보다 손님이 없었다.


자리에 앉아 뼈해장국 한 그릇을 시켰다.


별로 있지도 않은 머리카락을 뒤로 빗어 넘긴 주인은 허여멀겋게 생긴 50대 정도의 남자였다.


금복주와 형제가 아닐까 싶은 얼굴과 몸매의 소유자였다.


‘차-암 복시럽게 생겼는디 장사는 왜 이 모냥이여?’


순덕이 보기에 주인남자는 연잎 위에 앉은 두꺼비상이었다.


본래 이름이 공덕유, 사람들은 그를 그냥 공 사장이라고 불렀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맛 본 순덕의 얼굴에 승기를 잡은 자의 미소가 떠올랐다가 얼른 오무린 입술에 가려졌다.


고기도 한 젓가락 맛 보고는 주인을 향해 손을 살살 흔들었다.


공 사장이 그녀 앞으로 걸어왔다.


“이거 팔려유? 맛이 영- 없구먼.”


“험험, 아니 시켰으면 그냥 자시고 가면 되지, 이거 건강식이요, 건강식. 나쁜 재료 안 쓰고 해롭다는 조미료 안 넣고···.”


“아휴, 맛없으면 그걸로 끝이지. 장사가 되겄어?”


듣고 있던 공 사장의 이마에 혈관이 솟았다.


입술을 꾹 눌러 닫았던 공 사장이 힘주어 말했다.


“싫으면 안 먹으면 되지, 시비는···. 가요, 가! 뼈해장국이 거기서 거기지, 돈 돌려 줄 테니 가라구요.”


그러자 순덕이 공 사장에게 은근하게 얼굴을 들이대며 소곤거렸다.


“이거 내가 손보면 장사가 자-알 될 거인디? 나 복덩이여, 이 집 복덩이. 굴러온 복을 차려구?”


“뭐야, 일자리 찾아 온 거요? 나이가 몇 이유?”


“하이유-, 아직도 나이를 따져? 백세 시대에? 요즘 시대에 나이는 숫자일 뿐이여, 숫자. 아직도 헛소리 하고 자빠진 양반이 있구먼.”


“아니, 이 할망구가, 뭐요?”


“어뗘? 내가 해서 맛있으면 나 써볼 텨? 내가 손대면 이 집이 불같이 일어날 터인디···.”


“그럼 직접 차리지···.”


“뭐 하러 이런 데 오냐구? 요게 없잖어, 요게.”


순덕이 엄지와 검지로 원을 그려 공 사장 코앞에 들이 밀었다.


식당 차릴 자본이 없다는 말이었다.


그렇잖아도 너무 손님이 없으니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던 공 사장이었다.


어지간해서는 맛이 없을 수 없는 뼈해장국이었다.


그런데 덕유식당의 뼈해장국은 주인인 자신이 맛을 봐도 정말 맛이 없었다.


공 사장은 사실 자본만 투자했지 요리는 못한다.


문제는 식당을 차리자던 마누라도 요리는 못했다.


요리도 못하는 부부가 덜컥 음식점을 차렸으니 제대로 된 음식 나오기가 어려운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몰랐다.


주방장을 수차례 바꿔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에이, 그래, 인심 썼다.’


“그럼 한번 해서 가져와 보든가···.”


공 사장은 내심 혹시나 하는 기대에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괜히 귀를 후비며 말했다.


드디어 순덕에게 기회가 왔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순덕은 주방으로 들어갔다.


할 일이 없어 주방 한 구석에 앉아 핸드폰을 들여다보던 주방장이 놀라서 순덕을 쳐다봤다.


멀대 같이 위아래로 길게 생긴 30대 남자는 얼굴도 길었다.


“여기 주방장이여?”


“예···. 근데 뭐 하시···.”


“됐고, 거기 잠깐 비켜봐.”


당당하게 들어서는 순덕에 기가 눌린 주방장이 자리를 비켜섰다.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를 뺏긴 주방장이 뒤로 물러서 멀뚱멀뚱 순덕을 바라보다가 공 사장을 찾아 주방을 나갔다.


“아니, 웬 할머니가요.”


“있어봐.”


“네?”


“있어 보라고.”


“···”


주방장은 공 사장을 불만스런 얼굴로 쳐다봤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주인은 테이블에 앉아 두 팔을 올려 턱을 괴고 기다렸다.


잠시 후 순덕이 돌솥에 뼈해장국을 담아 내왔다.


공 사장 앞에 돌솥을 내려놓은 순덕이 거만하게 팔짱을 켜며 한 마디 했다.


“맛 봐.”


공 사장이 순덕을 힐끔 보고는 수저로 국물을 한 숟갈 떴다.


“오!”


자기도 모르게 눈이 커졌고, 감탄사가 나왔다.


‘뭐지, 뭐지? 왜 이리 맛있어?’


“어뗘? 맛 좋-지?”


“아, 네. 근데 어떻게 이런 맛이!”


옆에 서있던 주방장도 궁금한 마음에 수저를 꺼내어 맛을 봤다.


그 역시 눈이 커지며 딸꾹질이 나왔다.


국물만 삼키고도 맛있다는 생각이 바로 들 정도였다.


공 사장은 뭐 마려운 강아지처럼 눈을 크게 뜨고 순덕을 쳐다보았다.


순덕은 맛있는 음식이 곧 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물론 TV를 통해서였다.


“장사 밑천을 함부로 알려달라고?”


“뭐 나쁜 거 넣었어요?”


“허어, 날 뭘로 보고!”


“근데 같은 재료로 이런 맛이 난다고?”


“하나만 알려 주까?”


방순덕은 주인 귀에 입을 바짝 갖다 대더니 속삭이듯 말했다.


“비율이 중요혀. 비율이.”


“허어···. 신기하네.”


“어뗘? 나, 갈까?”


“아니,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언제부터 일할 거예요? 내일부터 돼요?”


“지금부터도 돼. 저녁 장사 안 혀?”


“허허허, 해야죠.”


벌떡 일어나는 공 사장을 보고 옆에서 듣던 주방장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 사장님, 저는···.”


“어···. 자네는···.”


이 상황을 지켜보던 순덕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있어야지.”


“예?”


“그럼 나 혼자 주방 일을 다 하라고? 손님들 몰려오면 어쩔겨?”


“지금 손님도 많지 않은데 둘씩이나 고용하면···.”


“내 말 들어. 후회 안 할 테니.”


그렇게 순덕은 주방장 자리를 꿰어 찼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냈다.


하지만 빼낸 돌에게 야박하지 않는 순덕이었다.


순덕은 뼈해장국에 들어갈 재료부터 바꿨다.


뼈해장국의 맛이 공 사장이 맛보았을 때보다 더 좋아졌다.


음식의 질과 맛이 변하자 순덕의 말대로 며칠 지나지 않아서 눈에 보이는 변화가 일어났다.


거짓말처럼 식당으로 사람이 몰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순덕은 공 사장을 닦달해 가격을 1000원 더 올린 7000원으로 가격을 올렸다.


손님들에게 내놓는 밑반찬도 자기 입맛대로 바꿔버렸다.


가격을 올려도 손님이 밀려들었다.


먹고 간 사람들로부터 퍼져나간 입소문은 바람보다 빨랐다.


공 사장은 몰려드는 사람들로 인해 환호성을 질렀다.


순덕은 공 사장에게는 덩굴째 굴러온 복덩이가 맞았다.


***


순덕이 드디어 첫 월급을 받았다.


아버지를 따라 약초를 캐어 팔면서 돈을 만져보기는 했지만 월급이란 것은 처음이었다.


캐어온 약초가 아닌, 내 솜씨로 음식을 만들어 내고 인정받았다.


생전 처음 음식으로 번 돈이었다.


두툼하게 만져지는 봉투의 촉감이 순덕의 심장을 두근거리게 했다.


첫 월급을 타면 부모님한테 선물을 드린다지만 순덕에게 지금 있는 가족은 달랑 인한과 인희 뿐이었다.


내 새끼들 기분 좋게 뭔가 해주고 싶었다.


뭐가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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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9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8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0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9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4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2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9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4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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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6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2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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