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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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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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78,592

작성
21.05.1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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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7쪽

8화. 찍는 게 남는거 (2)

DUMMY

얼떨결에 점원의 요구대로 행동하는 순덕이었다.


뒤에 서 함께 찍은 점원은 스마트폰을 바꿔가며 두 차례 사진을 더 찍었다.


점원은 재빨리 사진을 화면에 띄워 순덕 앞에 나란히 내밀었다.


“이쪽이 사진이 아주 잘 찍힌 게 보이시죠? 이 가격에 이런 사진 나오면 아주 괜찮죠. 사모님, 생각해보세요. 인생 뭐 있습니까? 찍는 게 남는 겁니다. 이렇게 아드님, 따님이랑 사진을 자주 찍어 남기면 손자, 손녀들한테 보여주기도 딱 아닙니까?”


“이 양반이···. 둘 다 내 손주들이여.”


점원이 과장되게 눈을 크게 뜨며 되물었다.


“정말이십니까? 아-휴, 사모님, 그런데 이렇게 고우세요?”


“곱긴···, 흠흠.”


점원의 어이없는 말에 인한과 인희도 그만 말을 못 잇고 심오한 표정으로 점원을 바라보았다.


‘그쯤이야’싶은 얼굴을 한 점원은 순덕의 얼굴을 보고 자신의 넉살이 통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챘다.


순덕이 보기에도 사진이 아주 선명했다.


순덕은 지금 보는 스마트폰만이 아니라 모든 스마트폰이 그 이상의 화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점원은 스마트폰에서 눈을 못 떼는 순덕을 좀 더 부추겼다.


“지금 행사 중이라 이 가격이지, 며칠 지나면 훅 가격이 다시 오릅니다. 지금이 기회세요. 아주 자알 오신 겁니다.”


인희가 점원에게 물었다.


“통화는 잘 되는 거죠? 인터넷은요?”


“통화, 문자 모두 잘 됩니다.”


“인터넷은 안돼요?”


“돼죠. 되는데···, 사모님, 어떠세요? 사진 마음에 드시죠?”


‘요거, 요거, 괜찮구먼, 흠흠. 그려, 인생 뭐 있어? 애들 마냥 사진도 찍고 그런 거지.’


이미 사진에 흠뻑 빠진 순덕의 귀에 더 이상 어떤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점원의 권유대로 스마트폰을 구입한 순덕은 오는 내내 인한과 인희가 설명해주는 대로 사진을 찍으며 집에 돌아왔다.


다음날부터 순덕은 보이는 대로 사진을 찍고 지우는 것을 일 삼았다.


인한은 며칠 걸려 순덕에게 전화 거는 법과 끊는 법을 가르쳤다.


인희는 문자 입력 방법을 가르쳤다.


순덕은 매일 밤이면 하루 종일 찍었던 사진을 두 남매에 보여주기 시작했다.


처음엔 순덕의 그런 행동을 반겨하던 남매였지만, 보름이 넘어가자 인내심이 바닥을 보였다.


때문에 순덕이 사진을 보여주면 대충 건성건성 대답하기 시작했고, 눈치 빠른 순덕은 아주 잘 찍힌 사진이 아니면 굳이 인한과 인희에게 보여주지 않았다.


그렇게 한 달이 훌쩍 지나갔다.


결국 순덕은 사진 찍기, 문자, 전화 걸고 끊기 외에는 더 이상 배우지 않았다.


순덕에게 스마트폰은 너무 어려운 도전이었다.


***


2월초, 아직은 춥지만 결국 수봉공원 인근에서 셋 모두의 마음에 드는 집을 찾았다.


개학하기 전에 날 잡아 이사도 했다.


지대가 좀 높았으나 앞마당이 딸린 방 세 칸에 작은 거실도 있는 집이었다.


좀 낡고 외진 곳이지만, 산 중턱에 있는 집치고는 햇볕이 잘 들어 겨울에도 따뜻한 편이었다.


제 방이 생기자 제일 좋아한 것은 인희였다.


인희는 아기자기하게 꾸미는 것을 좋아하는 터라 제 방문에 턱 하니 ‘인희방’이라고 새겨진 팻말을 붙였다.


인희 방안에는 하도 품고 자서 많이 낡아버린 삐삐와 떼거리뿐만 아니라 친구들이 주었다는 곰인형도 몇 마리 더 생겼다.


순덕이 볼 때 새로 들여놓은 침대의 주인은 왠지 인희가 아니고, 삐삐와 그 떼거리 인형들과 곰인형 무더기로 보였다.


“원, 사람보다 인형이 상전이구먼.”


인희가 하는 짓을 보던 순덕이 한 마디 했지만, 이제는 그러거나 말거나 별로 신경도 쓰지 않는 인희였다.


마당 한 구석에는 화단이 있었다.


담벼락을 따라 거실 쪽으로는 개나리가 또 다른 울타리를 쳤고, 대문 쪽으로는 사철나무가 순덕의 머리높이로 자라있었다.


사철나무 앞에는 무릎을 넘는 크기의 회양목이 몇 그루 줄을 채웠다.


앞쪽 빈자리에는 예전 주인이 심었던 키 작은 꽃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었다.


화단 담벼락을 넘어서면 산이 바로 마주하고 있고, 길이 없어 드나드는 사람이 없었다.


여름이면 그늘이 생겨 시원할 것이 분명했다.


맞은편에는 작은 장독대가 있어 순덕은 몇 개 안되는 항아리들을 그곳에 모았다.


마당을 둘러보던 순덕이 중얼거렸다.


“겨울에 썰렁하지 않아서 좋긴 한데, 모양은 없구먼.”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둘러보는 순덕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얼굴에서 뿌듯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이것도 나중엔 추억이 될 것이라며 열심히 찍어대는 순덕이었다.


***


오늘도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찌감치 집을 나선 순덕은 식당을 향해 걸어가며 여기저기 손 가는 대로 사진을 찍었다.


다니는 사람이 거의 보이지 않는 새벽 길거리를 걸어오며 보이는 대로 풍경도 찍고, 셀카도 찍다보니 어느덧 식당에 도착했다.


식당 뒤쪽 주차장에는 이미 새벽에 배송되어 온 식자재가 쌓여 있었다.


건강 하나는 타고난 순덕은 69세라는 나이가 무색하게 걸음도 빠르고, 무거운 식자재도 가뿐히 들어 손수 옮겼다.


항상 식자재는 손수 점검을 했다.


사람이 먹을 음식이란 하나부터 열까지 자기 손을 거쳐야 안심이 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런 정성 때문인지 공 사장이 원래 하던 식당보다 순덕이 돌보는 분점 장사가 더 잘되었다.


오늘도 새벽 일찍 나와서 식자재부터 챙겼다.


뒤늦게 나온 양 주방장이 뛰어와 거들며 말했다.


“이젠 손수 안 챙기셔도 되잖아요. 제가 하게 두세요.”


“허이구, 뒤늦게 나와 놓고 뭐래?”


“흐흐흐흐, 죄송해요. 아침잠 줄이는 게 영 힘드네요. 그런데 우리 방 여사님이 오늘은 왜 이렇게 예쁘시댜? 옷이 바뀌셨나 봐요.”


“안 바뀌었어, 이놈아. 히히히 너는 입이 보살이다. 속에 없는 말인 거 아는데도 좋네.”


한 차례 농담과 함께 주방 일을 양 주방장에게 넘기고 나온 순덕은 자기가 입은 옷을 한번 둘러봤다.


옷을 여러 차례 샀지만 고르고 보면 바지는 무늬만 바뀐 붉은 색 계통의 몸뻬 바지였고, 웃옷도 여전히 진홍색이 섞인 것들이었다.


그러니 옷을 매일 바꿔 입어도 그 색이 그 색인지라 어지간히 관심을 갖지 않으면 알아보기 힘들었다.


희한하게 인한과 인희는 제대로 알아보았다.


남매는 학교가 끝나면 순덕이 운영하는 식당으로 왔다.


할머니가 일하는 모습을 관심 있게 살펴보고 배우는 것은 언제나 인한이었다.


인한은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진학할 무렵 순덕이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옆에서 보면서 음식 조리에 관심을 가졌고, 결국 원하는 대로 생활과학고 조리학과로 진학해 졸업을 앞두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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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4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3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30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9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6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1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5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2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5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61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5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3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60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5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6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4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9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20 13 7쪽
»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3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3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6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10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4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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