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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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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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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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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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7쪽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DUMMY

“내가 염라라고!”


그제야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염라대왕 앞에서는 생각도 조심하라는 말.


“나하고 바둑내기 하자며?”


-아니, 그건 또 언제 들었댜?


“언제 듣긴! 네 아버지가 너 데리러 갔을 때 내 얘기 하는 거 들었지.”


그 말을 듣는 순간 순덕은 심장이 밖으로 튀어나올 듯 뛰며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했다.

귀신이 심장이 뛰다니···.


‘아, 아무 생각도 하지 마라, 아무 생각도 하지마라.’


스스로에게 주문을 거는 순덕이었다.


순간 염라대왕이 책상을 치며 까르르 웃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의자에 기대어 배까지 잡고 웃고 나서 말을 이었다.


“어때? 저승은 처음이지?”


어디서 많이 들었던 말이 나오자 순덕은 저도 모르게 ‘풋’하고 웃고 말았다.


거짓말처럼 조금씩 떨림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이제 할 마음이 들어?”


“예, 예. 합죠. 합니다요.”


“이쪽으로 와 앉아.”


염라대왕이 책상 옆에 놓인 긴 소파 비슷한 곳으로 순덕을 불러 앉혔다.


“그럼 최선을 다해봐.”


염라대왕이 바둑판과 바둑알이 놓인 탁자 쪽으로 눈길을 돌렸다.


그러자 바둑판과 바둑알 그릇이 절로 공중으로 떠올라 염라대왕과 순덕 사이에 살포시 놓였다.


순덕의 눈이 순간 휘둥그레졌다.


“내가 백이고, 네가 흑이다.”


“예, 예.”


바둑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바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순덕이 염라대왕을 노려보며 꽥 소리를 질렀다.


“저 이 바둑 안 혀유. 아니 못 혀유. 이건 반칙이어유!”


“하이고, 귀야. 성질하고는. 왜? 뭐?”


“아니, 염라대왕님은 지금도 제 생각을 들으실 거 아녀유? 저는 못 들어유. 그게 공평해유?”


“···그게 뭐? 어쩌라구?”


“천하의 염라대왕께서 공평도 몰러유? 지금 이게 공평한 거여유? 제 수를 다 읽고 있는디?”


“내가 공평하다고 누가 그래?”


“아니, 저승 일을 공평하게 안 하시면··· 사람으로 환생하면 안 될 사람이 사람으로 태어나구 하는 거 아녀유?”


“지금 이 바둑이 그거랑 무슨 상관이야? 별 개 같은 소리 다 듣겠네.”


“허억! 염라대왕님께서 욕두 하셔유?”


“그럼 너 같으면 그런 개소리 듣고 기분 안 나쁘겠냐?”


“아니, 생긴··· 저, 생기신 거 보면 아직 어린디, 혹시 저보다 어린···그럴 리는 없겄지만 아직 어리신 거 같은디 막 욕허구 하심 되겄슈?”


순덕 할머니의 기죽은 항의를 듣던 염라대왕이 기가 차다는 듯이 의자에 비스듬히 기대며 옆에 대기한 저승사자에게 물었다.


“야, 양 차사, 내가 이승 나이로 몇 살이냐?”


“이승 시간으로 백여 년 전에 팔천 살을 넘기셨습니다.”


“그렇단다. 들었지?”


‘아니, 나이도 드실 만큼 드셨구먼. 어째 크지를 못하셨대?’


“아, 다 들린다고!”


“지송해유···.”


말로는 죄송하다면서 순덕은 얼굴에서 의문을 지우지 못했다.


순덕의 얼굴을 본 염라대왕이 한숨을 내쉬고는 순식간에 덩치 큰 노인의 모습으로 변했다.


순덕이 그 모습에 ‘헉’하고 숨을 삼켰다.


순덕은 지금 염라대왕의 모습이 절 입구에 위압적으로 서있는 사천왕 판박이라고 생각했다.


“그럼 이게 나아 보이냐?”


순덕이 고개를 좌우로 홱홱 저으며 말했다.


“그냥 아까대로 하셔유···.”


“그치? 애 모습이 낫지? 아까 같은 모습이면 몸뚱이가 커지니 자리도 많이 차지하고 말야.”


양 차사와 염라대왕을 번갈아보던 순덕은 입을 꾹 다물었지만 불만스런 표정을 숨기지는 못했다.


그런 순덕의 표정을 보고 작게 한숨을 쉰 염라대왕이 말했다.


“알았어. 안 들을 테니 다시 해. 나도 듣고 싶어 들은 건 아니니까.”


“안 들을 수 있으셔유?”


“있어. 있지만 그건 일부러 안 듣기위해 능력을 써야 하는 거야. 내겐 들리는 게 자연스러운 거고.”


“알겄슈. 믿어 볼게유. 해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던 염라대왕은 의자에 편안하게 기댄 자세로 눈으로 바둑알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바둑알이 알아서 살며시 떠오르더니 바둑판 위에 알아서 자리 잡았다.


이젠 그 정도는 놀랄 일도 아니었다.


순덕은 단단한 표정으로 흑돌을 잡아 바둑판에 올리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세 판을 내리 두었지만 순덕 할머니는 염라대왕을 한 판도 이기지 못했다.


처음에는 몇 수 두지도 못하고 무너졌고, 두 번째도 비슷했다.


그러나 세 번째 판에서는 앞선 두 판보다는 선전했다.


그러나 역시 몇 수 두지도 못하고 무너졌다.


순덕의 표정도 같이 무너졌다.


반면 염라대왕의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아보였다.


세 번째 판에서는 마지막에 박수를 치기까지 했다.


“오랜만에 바둑을 두니 기분이 좋고, 지난번 방 기사와 둘 때보다 2수 더 놨으니 좋고, 오늘은 일진이 아주 좋구나. 하하하”


대놓고 기분 좋아하는 염라대왕이었다.


그 모습에 옆에 있던 양 차사가 슬며시 눈치를 보고는 한마디 했다.


“이승 시간으로 벌써 3년째 하루도 안 거르고 두셨습니다···.”


염라대왕은 양 차사의 말을 못 들은 척 하며 기가 팍 죽은 순덕에게 말했다.


“왜 그러고 있어? 또 성질 좀 부려보지? 응? 응?”


순덕의 머리에는 오로지 손자와 손녀 생각 밖에는 없었다.


자기 머리를 쥐어뜯으며 ‘내 새끼들을 구해야 하는데 어쩌지? 어쩌지?’ 고민하던 순덕이 순간 염라대왕의 바지자락을 확 잡아당기며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염라대왕님, 제 새끼들 좀 구해줘유. 아직 저승으로 오기엔 이르잖유? 저는 제 어미 얼굴도 몰러유. 너무 일찌감치 돌아가셨구먼유. 아들 내외도 일찌감치 억울하게 잃었슈. 근데 손자새끼들까정 벌써 여기로 오면 이 가슴속 한이 너무 커져 환생도 못할 거예유. 제발 부탁드려유. 제 새끼들 좀 살려줘유. 대신 제가 저승에서 일해서 갚을께유. 흐앙···.”


꺼이꺼이 목 놓아 우는 순덕 할머니를 보던 염라대왕이 내려가는 바지를 잡아 올리며 말했다.


“일단 내 바지 좀 놔봐. 놓고 얘기하자구.”


“제발유. 흐흑, 제발 사정 좀 봐줘유.”


“아, 바지 좀 놓으라구, 좀!”


“못 놔유! 약속부터 해줘유!”


도리질하며 거부하는 순덕을 보던 염라대왕이 한숨을 쉬었다.


“야, 야! 이거 놓으면 도와줄게. 빨리 놔!”


“참말이쥬? 참말이쥬?”


벗겨질 뻔한 바지를 당기느라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염라대왕이 양 차사를 노려보았다.


슬쩍 다른 곳으로 눈을 돌렸다 염라대왕과 눈이 마주친 양 차사가 흠칫 하고는 슬며시 내려와 순덕의 손을 염라대왕에게서 떼어내었다.


당겨져서 꾸겨진 의복을 손끝으로 탁탁 쳐 정리하던 염라대왕이 순덕을 가자미눈을 하고 째려보자 순덕은 기도하듯 두 손을 모은 채 한껏 처량한 얼굴로 염라대왕을 바라봤다.


염라대왕이 보기엔 그런 순덕이 보통 괘씸한 것이 아니었다.


‘감히 염라대왕 바지를 벗기려 들어? 어디 혼 좀 나봐라.’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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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4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3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9 7 7쪽
27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9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6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1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5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61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5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2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60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5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4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9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20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6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4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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