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순덕, 저승에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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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명안
작품등록일 :
2021.05.12 12:39
최근연재일 :
2021.08.06 06:00
연재수 :
1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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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994
글자수 :
378,5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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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5.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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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7화. 개구멍을 뚫자

DUMMY

오직 자신이 앞발을 들어 인희 얼굴이나 인한의 무릎을 만지던 순간 영상이 하나씩 떠올랐던 것을 보면 순덕이 만져야 상대의 기억이 영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았다.


‘그럼 내가 상대 몸을 요 앞발로 건드리면 뭐가 떠오르는 겨? 흠, 자꾸 해봐야 알겄구먼.’


또 다른 능력도 생각이 났다.


순덕이 흰둥이 몸 안으로 들어온 것이 너무 화가 나서 으르렁 거렸을 때 몸이 변했다.


그게 정확히 어떻게 일어나는 변화인지 확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자 몸을 일으켰다.


순덕은 인희방으로 들어가 전신거울 앞에 섰다.


참, 보이는 건 흰둥이인데 생각하는 건 순덕 자신이라니, 다시 봐도 기가 막혔다.


순덕은 거울 앞에서 으르렁 거렸지만 몸은 변하지 않았다.


‘어떻게 해서 변했더라? 화내야 하는 겨? 가만···. 뭘 떠올려야 화가 난댜?’


그 순간 떠오른 것이 아들의 죽음이었다.


그렇다. 아직 뺑소니범을 잡지 못했다.


저승에서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뺑소니 범은 인한이보다 좀 더 큰 놈이었다고, 아이였다고.


뺑소니 범에 대한 분노와 자신에 대한 자책이 순덕의 정신을 덮쳤다.


‘내가 뭐 하고 산 겨? 아들이 죽은 지 벌써 7년인데 뭐 하고 산 겨?’


순간 순덕의 가슴이 턱 막혀 숨쉬기 힘들었다.


마음 깊은 곳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로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순덕의 몸이 다시 거대해지면서 송아지보다 커졌다.


털도 붉게 변했다.


눈도 붉게 변했고, 송곳니마저 길게 입 밖으로 나왔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털에서 불꽃이 올라와 하늘로 솟았다.


바로 옆에 걸려있던 인희의 젖은 수건이 불에 그을리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놀란 순덕이 ‘안 돼!’라고 생각한 순간 몸이 거짓말 같이 본래대로 돌아왔다.


‘아이고, 큰일 났네, 큰일 났어. 인희 수건이 탔구먼. 우짜꼬, 우짜꼬.’


그을린 수건에 안절부절못한 순덕이 펄쩍 뛰어올라 수건을 물어 바닥에 떨어뜨렸다.


이걸 보면 인희가 무슨 생각을 할까 싶어 순덕은 수건의 그을린 부분을 앞발로 긁어댔다.


하지만 그을린 부분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아, 생각혀, 생각혀, 그려, 일단 증거 인멸부터 해야 혀.’


결단을 내린 순덕이 수건을 물고 마당으로 나갔다.


화단을 둘러보니 벽 가까이 묻으면 들키지는 않겠다 싶었다.


꽃이 져서 휘휘한 화단이지만, 사철나무와 키 작은 회양목으로 가려진 그곳은 마당에서 쉽게 눈에 띄지 않았다.


이제 증거를 은폐할 시간이었다.


수건을 물고 화단 안쪽으로 겅중 뛰어 들어간 순덕이 앞발로 부지런히 구덩이를 팠다.


얼어버린 땅은 쉽게 파이지 않았다.


파다가 지친 순덕이 적당히 파였다고 생각하자 그 안으로 수건을 밀어 넣었다.


수건을 구덩이에 넣고 마구 짓밟았다.


하지만 구덩이의 반도 못 채우고 수건이 밖으로 삐져나왔다.


순덕은 다시 구덩이를 팠기 시작했다.


‘에고에고, 이게 웬 개고생이여, 지랄이여, 지랄!’


순덕이 성을 내자 몸이 다시 붉은 색으로 변했다.


땅을 파내는 발까지 뜨거워지면서 빠른 속도로 땅이 푹푹 파였다.


땅바닥과 붙어 있던 낡은 벽이 순덕 몸에서 일어난 불과 순덕의 발길에 부스스 부서졌다.


놀란 순덕이 땅파기를 멈추자 순덕의 몸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허-, 참나···. 잉? 덕분에 개구멍이 제대로구먼. 어? 바깥이 보이네?’


힘도 얼마 들지 않았는데 잘하면 제 몸이 빠져나갈 수 있을 만한 크기의 구멍이 생긴 것이다.


순덕은 수건을 묻어야겠다는 생각도 잊고 밖을 향해 코를 킁킁대기 시작했다.


대문 밑은 완전히 막혀 인희와 인한을 따라 나갈 수 없었던 순덕이었다.


‘그래, 이거여. 이게 비상구여! 하이고,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더니 개구멍이 내한테는 딱 그 짝이구먼.’


순덕은 산삼을 캐는 심정으로 정말 열심히 구덩이를 더 팠다.


드디어 몸이 충분히 빠져나갈 만큼 구멍이 뚫렸다.


배를 구덩이 바닥에 비벼대며 밀고 나가자 엉덩이까지 쑥 빠져나왔다.


‘아, 아름다운 세상!’은 아니고, 여기도 사철나무가 무더기로 자라서 앞을 가로막았다.


나무 틈 사이에 끼어 낑낑대던 순덕의 힘에 나무 한 줄기가 옆으로 꺾이면서 작게나마 공간이 생겼다.


‘그려, 시작이 반이여. 오늘 중으로 제대로 개구멍을 만들고 말 거여.’


순덕은 부지런히 몸을 움직였다.


걸리는 부분의 나무줄기를 씹고 밀면서 길을 만들었다.


한참을 나무줄기와 씨름하던 순덕 앞에 드디어 바깥세상이 온전히 그 모습을 드러냈다.


고개를 세워 신선한 바깥공기를 가슴 깊이 들여 마셨다.


눈부신 햇살에 눈을 가늘게 뜨고 주변을 살폈다.


순덕은 이곳이 산으로 올라가는 길과 조금 떨어져 있어 사람들이 눈을 피하기에도 아주 적당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내심 만족에 겨워하던 순덕은 당당하게 꼬리를 세우고 다시 개구멍으로 향했다.


주변을 정리해야 했다.


순덕은 구덩이 주변의 흙을 코와 발로 적당히 정리했다.


수건을 끌고 마당을 빙빙 돌면서 마당에 떨어졌던 흙도 어느 정도 감춰졌다.


수건을 물고 밖으로 나간 순덕이 수건을 언덕에 쓰러져 쌓여있는 나무들 틈에 밀어 넣고는 다시 집으로 들어왔다.


쉬어야 할 시간이었다.


한참을 중노동 한 탓에 순덕은 많이 지쳐 있었다.


순덕은 거실로 올라가 물을 한참 마시고는 사료를 먹기 시작했다.


실컷 배를 채운 순덕은 그 자리에 누워 달콤한 낮잠에 빠져들었다.


***


인희가 학교에 도착했을 때 이미 수업을 시작한 뒤였다.


인희네 학교는 여름에 보수공사를 했다.


때문에 방학이 열흘이나 늦추어졌다.


인희는 조용히 수업중인 교실로 살며시 뒷문을 열고 들어섰다.


아무리 조용하게 들어왔어도 기척이 없을 수는 없었다.


아이들의 시선이 순식간에 인희에게 몰렸다.


마침 수업은 수학시간, 담임교사교사의 시간이었다.


인희가 꾸벅 인사를 하고 자기 자리로 가서 앉았다.


담임교사교사가 인희에게 물었다.


“할머니는 괜찮으셔?”


“네···.”


“그래, 다행이다. 얼른 자리에 앉고, 자 모두 앞을 봅니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교사는 교과서와 수업도구를 챙겨 나가면서 인희를 불렀다.


“인희야, 할머니 의식은 깨어나신 거야?”

“깨어나긴 하셨는데 아직 사람을 잘 못 알아보시는 거 같아요. 오빠하구 저는 알아보시는데 다른 사람에게는 반응을 잘 못하시네요.”

“어휴, 그만하면 불행 중 다행이네. 오빠하고 네가 고생이다. 힘내!”


“감사합니다.”


인하는 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단짝친구인 김민경이 인하에게 다가왔다.


“너, 괜찮아? 얼굴이 많이 상했네.”


인희가 민경을 껴안으며 말했다.


“민경아, 내가 말이야. 하루 사이에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정말. 어휴 다친 건 할머니신데 내가 죽다 살아난 느낌이야. 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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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31화. 승하의 신고(1) +6 21.05.25 243 8 7쪽
30 30화. 너 이년 딱 걸렸어(2) +2 21.05.25 221 7 7쪽
29 29화. 너 이년 딱 걸렸어(1) +6 21.05.24 228 9 7쪽
28 28화. 네 꺼에 침바른 적 없어 +2 21.05.24 229 7 7쪽
» 27화. 개구멍을 뚫자 +4 21.05.23 238 9 7쪽
26 26화. 할머니가 이상해 +2 21.05.23 255 8 7쪽
25 25화. 흰둥이 몸속으로(2) +7 21.05.22 250 9 7쪽
24 24화. 흰둥이 몸속으로(1) +5 21.05.22 244 9 7쪽
23 23화. 다시 이승으로 +7 21.05.21 270 9 7쪽
22 22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2) +2 21.05.21 251 7 7쪽
21 21화. 염라대왕과 마주하다 (1) +10 21.05.20 254 11 7쪽
20 20화. 저승으로 (3) +1 21.05.20 259 10 7쪽
19 19화. 저승으로 (2) +8 21.05.19 249 10 7쪽
18 18화. 저승으로 (1) +2 21.05.19 254 9 7쪽
17 17화. 순덕의 사고(2) +3 21.05.18 252 10 7쪽
16 16화. 순덕의 사고(1) +1 21.05.18 246 9 7쪽
15 15화. 악연의 시작 (3) +2 21.05.17 259 7 7쪽
14 14화. 악연의 시작 (2) +3 21.05.17 274 7 7쪽
13 13화. 악연의 시작 (1) +4 21.05.16 285 9 7쪽
12 12화. 볼 때마다 눈빛이 별루야. +2 21.05.16 285 7 7쪽
11 11화. 자칫하면 큰 일 나겠어. +1 21.05.15 303 9 7쪽
10 10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2) +2 21.05.15 318 11 7쪽
9 9화. 이건 뭐 개가 상전이여! (1) +2 21.05.14 320 13 7쪽
8 8화. 찍는 게 남는거 (2) +4 21.05.14 332 13 7쪽
7 7화. 찍는 게 남는거 (1) +3 21.05.13 342 13 7쪽
6 6화. 인희가 말을 안 한 이유 +2 21.05.13 349 14 7쪽
5 5화. 굴러온 복덩이 +1 21.05.12 375 14 7쪽
4 4화. 일자리를 찾아야 해. +2 21.05.12 410 13 7쪽
3 3화. 우리 애들헌테 또 한 번만 거지 어쩌구 해봐 +2 21.05.12 409 12 7쪽
2 2화. 방순덕이 인천으로 온 이유 +2 21.05.12 472 1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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