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나더 월드(Another wor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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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더
작품등록일 :
2021.05.12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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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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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01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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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쪽

39화

DUMMY

"저의 목적지는 암흑의 성지라 불리는 지역에 있는 보르마르 성입니다."


말브리에 중독된 천가휘를 해독시켜주고, 상처까지 치료해준 뒤 함께 꽃지대를 빠져나가던 길이었다. 이 답변은 목적지가 어디인지 별생각 없이 물었다가 듣게 된 답변이었다.


평지를 지나 산을 오르기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날벌레들의 숫자가 확실히 줄어들어서 옆에서 말하면 알아듣는 건 어렵지 않았다. 그 이후 천가휘는 묻지도 않은 몇 마디를 더하며 암흑의 성지로 가는 이유까지 알려주었다.

천수의가는 말 그대로 의가이며, 지금 천수의가의 일원들은 암흑의 성지에 모든 병과 불구가 된 사람의 신체까지 소생시킬 수 있는 마법서 리커버리가 나온다는 걸 알게 되어 이동 중이라고 했다.

리커버리 마법서를 구하러 가는 길에 설마 같은 목적을 가지고 가는 사람을 만나게 될지 몰라서 처음에는 당황했다. 천가휘는 같은 세계의 사람이 아니라 더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곳 에덴이라는 곳에는 토란 말고도 지구, 나스탈에 사는 사람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도우미`에게 들었습니다. 혹 실례가 안 된다면 은인께선 어디 세계의 사람인지 알고 싶습니다."


도우미는 제린 같은 천사들을 일컫는 말. 지구에 산다는 내 답변에 천가휘는 밝은 미소를 띠며 말을 잇는다.

"그럼 리커버리라는 기적 같은 마법에 대해 은인께서는 알고 계시겠군요? 지구의 사람들은 제가 사는 토란과 다른 세계인 나스탈보다 먼저 이곳에 들어올 기회를 얻었다고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대답 대신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는 고갯짓에 질문을 이어서 해왔다.


"리커버리라는 `마법`이 모든 병과 잘린 신체를 재생시킬 수 있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그 말이 진짜인지 궁금합니다. 요괴라면 몰라도 저희가 사는 세계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 솔직히 아직도 믿기지는 않습니다."


지구에서도 처음에는 그랬다. 사람들이 에덴에 처음 접속해 이 세계가 신께서 주신 세계라는 것을 도우미를 통해 알게 되었을 때, 가장 큰 관심을 모았던 건 스텟과 아이템, 스킬을 배우고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근본인 `몸`이었다.

몸에 관련된 것 중에는 기본적으로 건강부터 시작해 외모, 신체 부위에 따른 컴플렉스, 아니면 전체적으로 왜소하거나 거대한 몸을 바꾸고 싶어하는 사람 등이 있었다.


그때 몇 달 몇 년 동안 꾸준히 사람들의 입방아에 오르락내리락했던 두 가지가 존재했는데.


"리커버리라는 마법 말고도 에덴의 유적지 어딘가에는 죽었다 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부활의 징표`가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그 이야기도 진짜가 맞는 것입니까? 지금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보면 믿지 않을 수가 없는 이야기지만 그렇다고 믿기에는 너무 놀라운 이야기라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리커버리와 부활의 징표였다.

소문으로만 전해져 오던 부활의 징표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유저 10인 중 두 명이 우연한 기회에 얻었다가 재앙급 괴수 두 마리가 넘어왔을 때 소진한 것으로 아주 유명했다.


몸을 바쳐 재앙급 괴수에게 먹히고 나서, 뱃속에서 부활해 내부를 망가트리는 살신성인의 계획으로 대륙을 공포에 떨게 하였던 두 마리의 재앙급 괴수를 처단한 사건이었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론 두 명이 전부. 하지만 알려진 게 두 명뿐인 것이지, 더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죽음은 보통 사람이라면 가장 먼저 관심을 가지는 공통적인 키워드였다. 그리고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것이 병과 언제 닥칠지 모르는 사건·사고였다. 이 사고를 막을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는 곳이 이곳 에덴이었으며,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스킬과 심지어 죽었어도 다시 살아날 수 있는 부활의 징표를 얻을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


"에덴이라는 세계는 정말 신비로운 세계인 거 같습니다."


에덴이었다.

천가휘의 말에 난 고개를 여러 번 끄덕이는 것으로 동의를 표했다. 그러고 나서 그의 말에 답변해주었다.


"리커버리 마법도, 부활의 징표도 진짜로 있습니다."


천가휘가 알고 있는 이 사실을 이계인들 대부분도 알고 있을 게 분명했다.

부활의 징표 말고도 스텟을 올려주는 영단이나 아직 발견된 사례가 없는 젊어지는 영단도 에덴에는 있다고 알려져 있어서 모험을 나서는 사람은 엄청 많을 거라 예상되었다.


"은인께서는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이번 질문은 생각할 시간이 조금 필요한 질문이다.

목적지가 설마 같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해서, 만약 지금 목적지가 같다고 말해버리면 같이 쭉 동행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아 망설여졌다.

잠시 고민하던 때에 이 고민을 해결해준 이가 있었으니, 그이는 머리 위에 앉아 있던 바투아다.


"우리도 보르마르 성으로 가는 길이야."


바투아는 천가휘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었다.


"이렇게 많은 도움을 받은 상황에 염치없는 부탁인 줄은 알지만. 혹 동행을 허락해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보셨다시피 이곳에 대해 알지 못해서 하루에도 몇 번이나 곤욕스러운 일을 겪고는 했습니다."


말 그대로 이곳에 대해 몰라서 겪는 곤란일 뿐. 천가휘의 무공 수준이면 웬만한 유저들도 상대가 되지 않을 거 같은 수준이었다. 특별한 아이템을 낀 것처럼 보이지 않은 상황에 무공만으로 이 정도면, 아이템을 제대로 맞춰 끼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기 힘들었다.


조금 고민하기는 했지만, 바투아가 천가휘에게 호의적인 걸 보며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전 가는 길에 레벨을 최대한 올리면서 갈 예정이에요. 가는데 더 늦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죠. 그래도 괜찮으시다면 함께 가시죠."

천가휘는 내가 말을 끝맺는 순간 냉큼 고개를 숙였다 들며 말했다.

"허락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레벨이라는 걸 최대한 올리면서 갈 생각이었습니다. 정식으로 제 소개를 다시 한 번 드리겠습니다. 전 천수의가의 천가휘입니다. 창천비룡이라는 과분한 별호로 제가 사는 지역에서는 불리고 있기도 합니다."


천가휘의 말에 먼저 답한 건 머리 위에 앉아있던 바투아.


"난 바투아야."


바투아의 말과 발을 들어 흔드는 손짓에 천가휘는 사람 좋은 미소를 떠올리며 고개를 약간 숙여 보인다.


"반갑습니다."


어떻게 보면 싸가지 없어 보일 수 있는 바투아의 말에도 개의치 않고 존대를 하는 그다.

혹, 그래도 기분 나빠할까 싶어 귀띔을 해주었다.

"바투아는 정령이라 불리는 존재에요. 정령의 말투는 전부 다 이러하니 기분 나빠하지 않으셨으면 하네요."

"전 괜찮습니다."


리커버리 마법서를 구하러 가는 사람과 친해져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에 동행을 결정하게 된 것도 있다.

또 천수의가라는 단체가 제 1목표로 정한 것이 리커버리 마법서라는 것을 알게 되어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천가휘는 같은 남자가 봐도 완벽하다 싶을 정도로 외모와 성격, 능력까지 갖춘 남자였다.

예의를 지키는 곧은 모습과 의외의 붙임성에 불편한 거 없이 편하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말바라 꽃지대를 넘어갈 수 있었다.


*


천가휘의 나이는 올해 28로 아버지는 천수의가의 가주이자 천의라 불리는 의원이었다.

4형제 중에 유일하게 의술에 재능이 없었던 그는 빈객으로 머무는 여러 무인에게 무공을 전수받았다고 했다. 의원이 될 수 없다면 협객이라도 되어 남을 돕고자 내린 선택이었다는데 의외로 무술에 재능이 있어 지금의 성취를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금 천가휘는 포기했던 꿈인 의원의 꿈을 에덴에서 이룰 수 있다는 것에 들떠 있는 상태였다.


이 모든 건 이틀 동안 함께하며 알게 된 정보들이다.


이틀째 아침 난 천가휘와 함께 사목령을 눈앞에 두고 잠시 멈춰 서서 풍광을 내다보았다. 사목령은 알려진 대로 나뭇잎 하나 자라지 않는 말라비틀어진 나무 `뺑`들이 늘어선 곳이었다. 나무 밑으로는 각종 풀이 곳곳에 파릇파릇하게 자라나 있어서 굉장히 이질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장소였다.


이곳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뺑`의 가시와 `뺑`의 가시에 독을 발라놓는 `코하믄`이라는 몬스터.

난쟁이 몬스터 코하믄은 팔란투라 산맥에서 제일 낮은 신체스텟을 갖춘 녀석이기는 해도 독을 활용할 줄 아는 영악한 몬스터라 초보들에게는 사냥을 추천하지 않는 몬스터다.

바람 총을 이용해 독침을 쏘기도 해서, 사냥하기가 여간 까다로운 몬스터가 아니라고 게시판에는 나와 있었다.

그런 영악함을 가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바투아와 천가휘가 함께 있는 이상에는 코하믄이 떼거리로 나타난다고 해도 사냥하는 것은 어렵지 않을 거라 예상했다.


지금 레벨은 어느덧 44.

천가휘의 레벨은 16이다.

레벨 16이라고 볼 수 없는 무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어마어마한 레벨업 속도였다. 난 어제 천가휘가 용천지봉에 서식하는 도롱뇽과 몬스터 타룽을 사냥하는 모습을 보며 그가 얼마나 뛰어난 무인인지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그럼 이 뺑이라는 나무에 자라난 가시랑 난쟁이 몬스터 코하믄이라는 녀석이 쏘는 독침만 조심하면 된다는 말이죠, 형님?"

"응."

싹싹하고 붙임성있는 천가휘는 어제 내 나이를 듣고 나서 형님으로 모시겠다는 청을 해왔다. 딱히 거절할 이유가 없어서 동의했더니 지금은 이처럼 말을 편하게 하는 사이가 되었다.

두 번이나 도와주었던 게 천가휘에게는 신뢰를 심어주는 계기가 된 거로 보였다.


우리는 짧은 대화를 끝으로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어 뺑이 늘어선 소로에 발을 디뎠다. 레벨만 보면 초보일지 몰라도 마법과 무공 수준만 보면 이미 고레벨 못지않은 사람이 우리 둘이었다.

굳이 달려서 빨리 주파하기보다는 몬스터를 보이는 족족 사냥하기 위해 천천히 걸어서 길을 나아갔다. 이 결정은 뺑의 가시는 특이하게 뿌리 쪽에서 자라나 땅을 뚫고 나오는 경우가 흔하다고 해서 내린 결정이기도 했다.


알려진 사실대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가다가 본 건 땅 곳곳에 바늘처럼 가느다란 가시가 튀어나와 있는 모습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지나쳐가다가는 딱 밟기 좋게 잘 눈에 띄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지나왔던 여러 몬스터 서식지처럼 사목령 곳곳에도 사람의 뼈나 옷가지 등은 눈에 띄어 미간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의도치 않게도, 이런 광경들은 오히려 사냥 욕구를 자극시켜 더 빨리 레벨업을 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몬스터에게 뜯어먹혀 죽은 사람이 어느 정도의 고통과 공포에 치를 떨었을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온몸에는 힘이 들어갔다.


첫 사냥감은 들어간 지 몇 분이 채 지나지 않아 찾아보게 된, 뺑 뒤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보던 코하믄 한 마리다. 작은 몸과 얼굴, 그사이에 박힌 두 눈만 보면 엄청 순진해 보여 지구인들도 초창기에는 많은 사람이 방심하고 죽었다는 글을 보았다.


"뀨?"


네 개의 손가락 중 하나를 빨면서 귀엽게 눈을 껌뻑이는 모습은 `나는 아무것도 몰라요`를 떠올리게 하는 모습이었다. 정보가 없는 이계인들이라면 지구인과 똑같이 저런 겉모습에 속아 죽어 나갔을 것이다. 코하믄에게 가는 길을 빠르게 훑어보다 일곱 개의 가시가 전면 땅에 솟아나 있는 걸 보게 되었다.


"제가 죽일까요 형님?"


천가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자 작은 바람 소리는 옆에서 들려왔다. 사라졌던 천가휘가 다시 나타난 곳은 전방에서 손가락을 빨던 코하믄 옆.

가볍게 검을 휘두르는 동작에 코하믄의 목은 뚝 떨어졌다 이내 몸마저 허물어져 내린다.


본격적인 사냥의 시작은 그때부터였다.


숲 곳곳에 숨어 있던 코하믄들은 조금 전처럼 순진한척하며 유인하기도, 다짜고짜 바람 총에 독침을 넣어 쏘기도 하는 단순한 패턴으로 공격을 해왔다.

바람 총으로 쏘는 독침에 마력이 실려있다면 모를까, 일반인을 범주를 넘어선 신체능력과 천기환허보를 사용하면 피하는 것쯤은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피하기 힘든 상황에는 바투아의 마법으로 막는 방법도 있어서 사냥은 더 수월했다. 이러한 상황에 뛰어난 무공과 높은 마력량을 보유한 천가휘가 합류했으니 사냥하는 일은 더 쉬웠던 것이다.


천가휘는 지금까지 본 이계인들 중에서 3번째로 많은 마력을 가진 이계인으로 순수 마력 스텟이 99라고 말하며 놀라게 했었다. 더 놀라게 했던 말은 운기조식을 하고나면 신체스텟이 각각 36씩 올라 총 [108]이나 오른다고 했던 말 한마디다.

천가휘의 무공 레벨이 [9]여서 가능한 수치였다.


프로이안 마을에 머물며 무공에 대해 알아본 결과 무공의 최고 레벨은 12까지이며, 얼마나 뛰어난 무공이냐에 따라 스텟 상승률이 더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9레벨에 36인 걸 보면 레벨당 4씩 상승해서 이뤄진 수치 같았다. 그렇다면 천성비류창의 무공은 1레벨에 5였고 2레벨에 10이었으니 9레벨이 되면 45를 올려주지 않을까 싶었다.


이처럼 천성비류창이 뛰어난 무공이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음에도 마냥 좋아할 수 없는 이유는 뛰어난 무공일수록 체득하는 게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


시한부 인생은 가끔 많은 생각이 들게 해 가슴을 답답하게 하고는 한다.

그래도 요즘은 이렇게 몇 년 살다가 죽는다고 해도 억울하지 않을 만큼 하루하루가 즐겁고 재미있었다. 그래서 편하게 마음먹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중이었다.


조급해한다고 해서 될 일이 아니란 걸 잘 알기에.

천가휘와 인연을 맺으면서 결심한 대로 같은 목표를 가진 사람과 최대한 인연을 만들기로 결정을 내렸다. 내가 아니더라도 아는 사람 중에 누군가 얻게 된다면 치료해줄지도 몰랐다. 분명 많은 사람은 천가휘처럼 리커버리 마법서를 얻으려 암흑의 성지로 올 게 분명했다. 아무리 봐도 바투아의 치료마법과 해독마법은 사람을 사귀는데 큰 도움이 될 효자 같은 마법이었다.


천가휘가 코하믄 두 마리를 단칼에 베어 넘기는 것을 보다가 머리 위에 있는 바투아에게 말했다.

"고마워 바투아."

이어 바투아가 머리를 탁 내리치는 행동에 머리를 흔들어주는 거로 호응해주었다.

흔들던 머리를 멈추고 다시 시야가 똑바로 돌아왔을 때는 천가휘가 웃으며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다.


한순간 감상적으로 다가오는 에덴의 모든 풍경과 천가휘의 모습에 잠시간 주변을 둘러보았다. 새삼스럽게 신기한 세상이라는 걸 또 한 번 느끼게된 순간이었다.

오늘도 에덴의 세계는 아름다웠고, 신기한 것들은 곳곳에 자리해 시선을 끌었다.

올려다보는 하늘 역시 마찬가지였다.


문득 올려다본 하늘 위로는 지구에서 볼 수 없는 새떼와 비행기보다 더 큰 새 `갈렘`이 멀리 지나가며 감탄을 자아냈다.

갈렘같이 서식지를 두지 않고 대륙 곳곳을 돌아다니는 대형 종들은 사람이 먼저 공격하지 않는 한 절대로 먼저 달려드는 경우는 없었다.

만약 보이는 족족 사람을 잡아먹고 다녔다면 레벨업을 포기하는 사람은 지금보다 몇 배는 더 많았을 거라 생각했다. 천가휘도 따라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유유히 날아가는 갈렘을 보고는 탄성을 내뱉었다.


하늘로 향해있던 시선은,

"아오! 뭐 이런 데가 다 있냐!"

꽤 먼 거리에서 들려오는 고함에 옮겨지게 된다.

여성의 말소리였다.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던 순간 불줄기는 숲 한편에 일어나 불거져가기 시작한다. 그 사이로 코하믄의 괴성이 늘어지게 들리는 걸 보면, 코하믄이 인간을 사냥하는 중이거나 아니면 여성이 코하믄을 사냥하는 중인 것 같았다.


옆에 있던 천가휘가 내게 물어왔다.


"가보실 거죠?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프로이안 마을을 벗어날 때부터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악인만 아니라면 도와주기로 마음먹었었다. 이 다짐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응."


일단 확인 먼저 하기 위해 신법을 활용해 불이 난 곳으로 달려갔다. 불은 신기하게 담장처럼 길게 이어진 상태로 숲에 옮겨붙고 있었다. 뒤따라붙던 천가휘는 숨어있던 코하믄 세 마리를 발견하고는 방향을 틀었다.

달리던 난 불의 벽을 뚫고 나와 타들어 가는 코하믄 다섯 마리를 지나쳐, 불의 벽 좌측 끝 가장자리를 둘러 지나갔다.


둘러 지나가자마자 본 광경은 조금 떨어진 거리에 한 여성이 지팡이 하나를 들고 코하믄 세 마리와 대치하고 있는 광경이었다.


"타 죽고 싶지 않으면 꺼져라!"


반팔 로브형 옷 상의와 무릎 밑에까지 오는 긴 치마레깅스 같은 옷을 입은 여성은 한쪽 다리를 쩔뚝이며 소리쳤다.

아마도 가시에 찔린 거로 보였다.

또 팔과 복부에 피가 흐르는 걸 보면 지금 앞에서 단검을 까딱 까딱거리는 코하믄 두 마리와 바람 총에 가시를 집어넣고 있는 코하믄에게 입은 상처 같았다.


불의 벽에 나무와 수풀이 타는 소리에 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코하믄과 여성은 바로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다.

빠르게 지금 상황을 파악하고는 린넬레스의 창을 창집에서 빼 들어 잡은 뒤.

쥔 손을 뒤로 젖혔다가 힘껏 던지는 짧은 순간에 지정과 가속을 걸어 날려 보냈다.


그렇게 코하믄 한 마리가 창에 직격 되어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을 때.

모두의 시선은 한곳으로 모여들게 된다.

굳이 묻지 않아도 바투아는 눈치껏 한마디를 해, 내 행동에 힘을 실어주었다.


"나쁜 인간 아니야."


당황하며 뒷걸음질 치는 코하믄을 사냥하는데 굳이 정령융합이나 바투아의 마법을 사용할 필요까지는 없었다. 왼손에 쥐어져 있던 해왕의 창을 오른손으로 바꿔 쥐면서 천기환허보로 거리를 단숨에 좁혀갔다. 가장 먼저 타켓으로 삼은 한 마리가 어쭙잖게 단검을 휘둘러보지만 그 동작이 너무 느려서 못 피할 수가 없었다.

휘두르는 단검을 가볍게 피하면서 목을 베어내고, 그 힘과 속도를 잃지 않은 상태로 점을 찍고 선을 그었다.

천성비류창의 기본 창식 역시 궁宮을 몇 개나 만드느냐에 따라 이어지는 창질 한 번 한 번에 속도를 더하거나 위력을 더하는 것이 가능했다.


앞선 코하믄의 목이 떨어지기도 전에 대각선에 서 있던 코하믄의 목도 분리되어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세 마리를 전부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고작 3초 남짓에 지나지 않았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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