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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302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1.11.24 18:25
조회
642
추천
9
글자
10쪽

6화. 그 여자

DUMMY

***


마치 아이들이 찰흙 장난을 하듯 이 방의 풍경이 꿈틀거리며 오그라들었고갑자기 확장되며 커지기도 했다. 바닥 역시 끊임없이 진동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서 있기가 무척 힘들었다. 더더군다나 허리에서 류프레시아가 요동을 쳐서 몸을 가누는 것 조차 힘들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 세리에?!”

세리에는 무엇인가에 홀린듯, 초점 없는 눈동자로 왕좌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루리안은 진동이 시작되자마자 자리에서 뛰쳐나왔기에 지금 왕좌 위는 텅 비어있었다. 아니 비어 있어야 했다. 루리안 대신 왕좌 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검은색의 기류들이었다. 그 연기들은 하염없이 응축되더니, 이윽고 왕좌를 쥐고 뒤흔들기 시작했다.

“세리에?!”

세리에는 한 손을 뻗었고, 그 손을 따라 검은색의 기류가 스며 들었다. 충분히 스며들었다고 생각 될만큼 많은 연기가 빠져나가자, 이번에는 왕좌의 밑으로 무엇인가가 강하게 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카앙 쿵 카앙 쿵

마치 대장장이가 검을 벼리는 듯한 날카로운 소리에 저도 모르게 두 손으로 귀를 막았다.

그리고 그 소리는 점점 더 심해지다가, 폭팔하는 소리로 뒤덥혔다. 자욱해진 연기 사이로 검은색 기류가 스멀스멀 피어 올랐다. 아지곧 저만큼이나 남았나 싶을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잠시 시간이 지났다고 느낄 무렵 세리에의 손으로 무엇인가가 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빨려 들어갔다.

그리고 세리에의 몸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초점없이 짙게 물든 푸른 눈동자를 뒤로하고 녹색의 길다란 머리카락들은 한올 한올 살아있는듯이 생동감 있게 움직였다.

그와 함께, 세리에의 몸에서 검은 기류가 폭사되었다.

“세리에?!”

억눌린 신음소리와 함께, 나는 강한 충격에 벽에 등을 부딪쳤다

“으음..”

세리에의 입가에서 선혈이 흘러내리고 검을 쥔 오른 손의 팔뚝의 힘줄이 툭툭 붉어져 나왔다.

“맙소사.”

루리안이 탄식처럼 내뱉는 소리에 나는 저절로 루리안을 향해 을 던졌다.

“도대체 저게 뭐에요?”

“루네르파(lunelepa),,,!”

“그러니까, 그게 뭐냐구요!”

“폐하, 루네르라고 하셨습니까!”

데말크 공이 경악한 표정으로 외쳤다. 그리고 그것은 주변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결같이 더 이상 클 수 없다 싶을 정도로 눈을 크게 띄우더니, 입을 헤 벌리고, ‘나 놀랐어’ 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갈라스 대제의 두 번째 검이 눈을 뜨나니! 이런 일이 또 일어날 줄이야...”

한 대신이 탄식처럼 읊조리자, 주 변의 대신도 동감한다는 듯이 식은땀을 훔치고 후들거리는 다리를 일으켜 세웠다.

“하지만, 저 힘을 고작 저런 여자애가 감당할 수 있을지, 저는 그게 걱정입니다.”

“견뎌야지요, 반드시 견뎌야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 제국의 흉복일 테니까요.”

갈라스 대제의 두 번째 검? 그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다. 내가 알고 있는 거라고는 갈라스 대제의 검인 태양의 검 ‘라그나쉬크’를 루리안이 이어 받았다는 것 뿐이다.

어느새 세리에를 중심으로 검은색 기류가 다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방의 진동 역시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사라져버렸다. 공중에 떠올랐던 세리에의 몸도 바닥으로 철푸덕하는 소리를 내며 떨어져 내렸다.

“세리에 괜찮아?!”

나는 달려가서 세리에의 안색을 살폈다. 그녀는 파리해진 얼굴로 내 얼굴을 한 손으로 더듬더니, 정신을 잃었다.

-Registering_complete

그리고 나는 ‘그 소리’를 다시 한 번 듣게 되었다.



***


"세리에 정신이 들어?“

“네...”

루리안의 말에 세리에는 힘없이 침대에서 상체를 일으켰다. 원래 선이 가는 편이기 때문인지, 안색이 새하얗게 변한 지금은 정말로 아픈 사람처럼 보였다.

“그 검, 어떤 기분이었어?”

누워 있으면서도 손에서 떨어지지 않은 검을 보며 세리에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 거렸다.

“익숙하면서도 조금 낯선 그런 느낌... 이라고 할까요?”

“‘익숙하다’라는 말이지.”

루리안은 진지한 표정으로 세리에가 쥐고 있는 검을 바라보았다. 아까는 난리통에 정작 그 소란의 주범이었던, 검을 살펴볼 여유가 없었다.

세리에의 손에 쥐여진 검 [루네르파]는 길면서도 얇은 검신을 지니고 있었다. 내 류프레시아 만큼 얇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일반적인 검이라고 보기에는 상당히 가느다란 외날검이었다. 하지만, 바라만 보고 있어도 섬뜩할 정도의 예기가 느껴지는 검이었다. 검은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검은색이었는데, 유일하게 검신에는 흰색의 수선이 넝쿨을 감는 듯한 모양새로 검신을 애워싸고 있어서, 상당히 눈에 띄었다.

“흠, 그 검 루네르파는 아에니스 제국의 초대 황제인 갈라스 대제가 쓰던 두 번째 검이야.”

루리안은 서두를 던지고 잠시 허공을 바라보다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보통 밝은 것, 빛나는 것만 기억려고 하지. 그렇기에, 빛의 검인 라그나쉬크는 기억되고 어둠의 검 루네르파는 기억되지 않았는지도 몰라. 실제로 갈라스 대제의 터무니없는 강함은 그 빛과 어둠 속의 조화에서 발현된 것인데도.”

“하지만 그렇다면 루네르파는 라그나쉬크에 필적하는 명검이었을텐데 그런데도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고 왕좌 밑에 잠들어 있었다는 건 이해할 수 없어요.”

루리안은 서글픈 미소를 지어 보였다.

“물론, 뒷이야기가 있죠. 이 검은 갈라스 대제의 사후 단 한 번 주인을 선택한 적이 있었어요, 라그나쉬크는 저를 포함해서 총 4번의 주인을 선택했지만 루네르파는 기이하리만치 주인을 가렸어요. 루네르파는 방금 말했듯이 어둠의 검. 그 검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어둠을 품고 있어야 해요. 그것이 증오이든, 슬픔이든, 좌절이든. 루네르파가 선택한 주인은 증오를 품고 있었죠, 그의 이름은 라반트 아에닌 저의 선조 중 하나였죠.”

“[황제의 난]!”

세리에와 내가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그것은 내란 한 번 없었던 아에니스 제국의 유일무이한 치욕으로 남아 있는 사건이었다.

“네, 그래요 루네르파는 [황제의 난]과 깊게 연관되어 있어요.”

그리고 루리안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라반트 아에닌, 그는 제 2대 황제인 차레스 아에닌의 장남이었다. 그는 문무 모두에 소질을 갖춘 수재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황제로써 추앙 받지 못했다. 그 이유는 그의 성품에 있었다. 그는 안정적인 것을 거부했고, 언제나 변화와 진취를 꿈꿨었다. 문제는 그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이었다.

그는 왕위세습의 제를 부활시키고 더 나아가 모든 직위의 세습제를 부활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는 국가 전체에 큰 혼란을 가져왔다. 제2대 황제의 빠른 사망 때문에, 아직 아에니스는 국가로서의 기틀이 완전히 잡혀있지 않은 상태였다. 덕분에 간들의 수장 역시 파벌이 나뉘고, 피비린내 나는 내전이 시작되었다.

라반트는 승리했다. 하지만 국민들은 그것을 거부했다. 원로원은 국민들의 주장을 인정했고 라반트는 황제로서 인정받지 못했다. 물론, 그가 지닌 군사들은 철저히 와해 당했다. 갈라스 대제가 정한 강력한 기초법에 의해서, 국민들로부터 인정받지 못한 그는 황제로써 인정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는 분노했고, 그리고 그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제국과 그 체제에 전쟁을 선포했다. 루네르파의 힘을 얻은 그는 수 많은 간들을 불태웠으며, 피를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아클리스들의 힘은 그가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의 군세는 괴멸 되었으며 그는 당시 라그나쉬크의 주인이자, 아클리스의 수장이었던 마그네스에게 졌고, 죽임을 당했다.

결과적으로 그를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가 만들어낸 상처는 제국민들의 마음을 병들게 만들었다.

따라서 제국의 3대 황제가 된 마그네스는 루네르파를 봉인, 그리고 라그나쉬크의 인정을 받은 자, 아니 최소한 라그나쉬크에게 거부 받지 않은 자를 황제로 세우겠다는 조건을 추가했다.

“라그나쉬크는 빛의 검이기 때문에 어둡거나 음습한 마음을 지닌 사람들을 본능적으로 거부하니까요. 하지만, 저는 이것이 옳은 것인지는 . 확신할 수 없어요. 어두운 마음을 지닌 사람이라고 해서 그 사람을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 처럼, 그런 사람이 황제감이 되지 못한다고는 할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확률상 안전한 건 분명하겠죠.”

루리안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세리에의 머리카락을 매만져주며 말했다.

“이는 알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얘기에요. 하지만 리에 당신을 희심하는 사람이 분명히 나타나겠죠. 하지만 그것에 휘둘리지는 마세요. 슬픔이라는 어둠을 뛰어넘으면 그건 평안이라는 어둠을 낳게 되니까요.”

“루리안...”

세리에의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인정받기 위해서 언제나 몸부림치고, 그리고 끝내는 너무나 사랑하는 아버지를 등져야 했던 그녀는 조용히 흐느꼈다.

***

“그나저나 힘들게 됐네요.”

“네?”

루리안은 생글거리며 말했다.

“루네르파는 어둠에 끌리기 때문에 나쁜 사람들이 다가오면 왕좌가 떨렸었거든요, 이젠 그것도 알지 못하니까 답답하게 됐어요. 제국 역사상 제일 우둔한 왕이 나오는 거 아닐까요? ”

그 말만 던지고 루리안은 나가 버렸다.

“세인.”

세리에의 표정은 마치, ‘그 검을 내가 뺏어가 버렸으니까 어떡해?’하는 듯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응?”

세리에는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농담인거겠죠...?”

너무나 진지한 표정으로 되묻는 그녀의 모습에 나는 그만 웃고 말았다. 그리고 덤으로 세리에의 매서운 째림을 받아야 했지만.


제국력 328년 3월의 어느 봄.

세리에와 나는 루리안의 양자가 되었다.


작가의말

개인적으로 약한 히로인은 싫어합니다. 음음, 납치-인질-구출출의 과정을요--;; 날씨가 많이 추워졌네요, 모두들 감기조심하세요. 좋은 하루 되시길^^
p.s 댓글&추천 기타등등 부탁드려요(굽실)ㅠㅠㅠㅠ 너무 고파요. 글쓴이의 양분을 주세요ㅠㅠㅠㅠ 달아주시면 연참들어갑니다.(무리수)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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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1

  • 작성자
    Lv.93 과일주
    작성일
    11.12.11 21:33
    No. 1

    아지곧 ...??? 아직도 라고 하실려는 거였나요?
    루리안을 향해 을 던졌다. ㅡ> 시선 이란 말이 빠졌을듯...
    당신을 희심하는..ㅡ> 의심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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