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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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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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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313,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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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2.04 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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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7화. 그 곳은...

DUMMY

“세인, 왜 이렇게 가라앉아 있어요?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에요?”

루리안이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그릇을 내 앞에 늘어놓으며 물었다.

“아니에요, 아무것도.”

“묻어 두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에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는 그녀의 눈초리에 나는 저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하아, 루리안.”

“네?”

“특별수련 같은 거 시켜주면 안될까요?”

“어머.”

루리안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그 모습이 무지 귀여워 보였다는 건 비밀로 하자. 불경이다. 제길..


때는 달밤.

어둠이 나긋하게 내려앉아서 모든 생물들이 포근하게 잠이 드는 시간. 하지만 인간만은 불을 밝히고 그 안식을 거부하고 있었다.

“음, 잠잘 시간에 불러내서 미안해요.”

“아뇨, 절대 괜찮아요.”

저게 무슨 말이래. 세리에의 의욕 넘치는 표정에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갈라스 대제가 창안한 검술은 총 3가지에요. 제가 주로 쓰는 ‘라헤’, 그리고 세인이 배운 ‘사헤’, 마지막으로 ‘나헤’라는 검술이 있죠.” 그녀의 목소리는 어딘지 잠겨드는 것 같은 느낌이어서 희미하게 들리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라헤는 힘 위주의 검술이에요. 수비보단 공격 위주의 검술로 레아를 보다 강한 ‘공격’의 목적으로 변환시킨 것이죠. 사헤는 그 목적이 조금 달라요. 최대한의 빠르기로 쉴새없이 공격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죠. 즉 ‘속도’의 측면에 중점을 둔 것이에요. 그러면 나헤는 어떤 검술일까요? 신속과 위력을 뺀 검술의 나머지 부분은 과연 뭘까요?”

난제다. 저 두 가지를 완전히 익혔다고 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무적이지 않을까?

“뭐라고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은밀한 것, 그러니까 기척을 느끼지 못하는 공격이라고 해야 하나, 이런 것일 것 같은데.”

루리안은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네요. 세리에, 당신은 ‘나헤’를 익힐 수 있을 것 같아요.‘

“예?”

“본래, 라그나쉬크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만든 검술이 라헤, 그리고 루네르파를 위해 만든 검술이 나헤니까요. 저도 라그나쉬크의 인정을 받고나서부터 라헤를 제대로 익힐 수 있었으니까요. 어디까지나 제 예감이지만요.”

“잠깐만요, 그럼 사헤는요?”

“갈라스 대제는 쌍검을 사용했다고 하죠. 바로 그 쌍검의 조화로운 연격공격을 사용하기 위해서 고안했다는 게 바로 사헤에요. 결과적으로는 조금 다은 형태의 검술이 탄생하게 됐지만., 어쨌든 본론으로 돌아가서 나헤는 상대방의 인식을 속이고 모든 기척을 감춘 채 공격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어요. 물론, 일대일의 상황에서 검의 기척을 모른게 한다는 건 사실상 힘든 일이죠. 하지만 그 검격 중에 단 한 번 ‘알 수 없는’공격을 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무서운 이야기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일대일 대결을 하던 중 갑자기 등 뒤에서 습격을 받은 거나 다름 없다.

“그런 이유에서 태어난 게 나헤에요. 저로서도 루네르파가 어떠한 능력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 수 없어요. 하지만 나헤의 흐름을 이해한다면 그게 바로 루네르파의 힘과 관련이 있지 않을까 추측할 뿐이에요.”

그녀는 싱긋 웃더니 세리에에게 다가가서 물었다.

“그러니까, 저한테 검을 배워 보겠어요? 세리에.”

“네.”

세리에는 어딘지 울 것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하지만 기초는 역시 중요해요. 그러니까 기초인 ‘레아’를 배우기로 하죠.”

“네...”

“그리고, 세인도 함께 배우세요.”

“네?”

나는 ‘레아’는 완벽하게 배우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헤의 흐름이 깨지면 더 이상 사헤를 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했죠?”

“예.”

그것 때문에 진창 당했으니깐.

“그리고 사헤로 넘어가기 위해서 준비 단계로 레아가 필요하다고 했구요.”

“네.”

“세인은 지금 사헤와 레아를 따로따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긴 거에요.”

따로따로라 당연한 거 아닌가?

레아는 검술치고는 느린 편이다.

그리고 사헤는 말 그대로 극한의 빠르기를 가진 검술이고.

“후후, 어렵죠. 한 번 예를 들어볼까요? 음... 어디보자 아, 이게 좋겠네.. 공책에 한 글자를 쓴다고 가정해 봐요. 어떨 때는 빨리 쓰고, 또 어떨 때는 느리게 쓰죠. 하지만 공책에 뭘 쓴다는 건 변하지 않아요. 즉 쓴다는 행위는 마찬가지란 거에요.

“하지만 레아와 사헤는 다르잖아요.”

그러니까... 뭐가?

“예, 달라요 하지만 그건 ‘빠르기‘일 뿐이야. 기본적으로 사헤는 레아의 범주 안에 포함되어 있는 거에요. 그걸 명심하세요.”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세리에와 함께 루리안으로부터 기초부터 착실히 배웠다.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이전과는 다르게 꽤나 빡센 수업이었다는 것이다.

“세리에, 안 힘들어?”

“네? 이 정도면 보통 아닌가요?”

“아, 맞아 이게 보통이었지...”

그렇지, 내가 너무 편안함에 익숙해져 있었어.

“후후, 그 때랑은 조금 다르니까요. 일단 세리에는 나헤를 익히는 게 근본적인 목적이에요. 저도 뭐라고 확신할 수는 없지만, 루네르파가 사람의 어두운 측면을 증폭시킬지도 몰라요, 그래서 그걸 제어하는 방법을 빠르게 배워야 하는 거에요.”

그리고 루리안은 다소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만약, 그렇게 될 수 없다면 별 수 없죠. 그 검을 파기할 수 밖에.”

그리고 그녀는 세리에를 보며 살짝 웃었다.

“하지만 세리에는 잠식되지 않을 거라고 믿어요.”

“네.”

세리에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어이, 세인 밥 먹자.”

“아아. 잠깐만 기다려. 어후 무슨 놈의 책이 이렇게 많냐.”

“사내 놈이 뭐 이렇게 투덜거려?”

“쳇, 미안하게 됐네.”

“됐고, 세리에는?”

“어이, 남의 걸 넘보는 건 남자가 할 짓이 아니야.”

“무슨 헛소리? 그렇다면 전쟁이 일어날 일도 없었게?”

제길 얄미운 자식.

나와 바르에는 그 후로 꽤나 친해져 버려서 서로 어울리게 되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실비아도 껴 있었다. 반 에서는 끼리끼리 몰려다니는 거라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그런 거 신경 쓰기엔 내 심줄이 너무 두꺼워지고 말았다. 아니, 그냥 그러려니 하게 됐다고나 할까? 이건 전부 루리란 때문이다.

“너 또 투덜거렸지?”

“시끄러워.”

귀신같은 놈.

“세인, 바르에. 이 근처에 맛있는 음식점이 생겼데요, 거기 가보지 않을래요?‘

“응응, 후식으로 사과사탕 나온 데.”

눈이 초롱초롱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모르게 심술이 돋았다. 그리고, 바르에와 난 눈이 맞았다.

“아, 그거 나도 들었는데, 아주 맛없다던 데.”

“헛소리 하지 말고, 알려 줄 건 알려줘야지. 감춰서 좋을만한 게 아니잖아.”

“큭, 그런가.”

나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고, 바르에는 내 어께를 두드리며 자뭇 비장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런 건 이 형님이 해야겠지.”

“미안하네, 친구.”

“후후후 친구라는 게 이런 거 아니겠다.”

우리는 동지애를 불태우다, 우리를 기묘한 눈초리로 바라보는 두 여자를 보고 헛기침을 하며 돌아섰다.

“그 사탕을 먹으면 입이 붙어 버린데. 실제로 한 여자가 그걸 먹다가 입이 붙어 버렸는데, 글쎄 아무런 말도 못하고 아무것도 먹지못하다가 산채로 백골처럼 말라 죽어버렸...컥!”

“실비아 이 멍청이들은 버리고 우리끼리 가자.”

“응응!”

“이 자식, 너 때문에 나까지...”

제길 세리에한테 따 놓은 점수가 다 날아가게 생겼다.

“후, 두고봐. 언젠가 넌 내 아내가...”

“나가 뒤져라!”

그리고 바르에는 나한테 한 대 더 맞고 침몰했다.


식당의 내부에는 여러 가지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즐비했고, 따뜻한 색조의 벽지나 식기 같은 것들도 비싸보이지는 않았지만 예뻤다.

“흐응, 소녀들을 노린 전략이구만.”

“아아, 거기다가 우리 같은 곁다리들 까지 끌어 모을 생각이었겠지.”

“Ri아, 이거 너무 예쁘다, 그치?”

“우웅 갖고 싶어.”

그리고 실비아는 우리 두 사람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크으, 갖고 싶어하는 거 결국 사주게 되는 부모의 심정이란 게 이런거군,

나와 바르에는 피눈물을 흘리며 접시며 악세사리 같은 걸 사야했다. 루리안한테 용돈은 제법 풍족하게 받고 있지만, 이런 데 쓰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나는 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고 식사를 했다. (지출이 좀 ‘심하게’컸다.)

“맛있었지?”

“응, 아 사탕 너무 행복했어!”

마치 애 처럼 볼을 붉히는 실비아의 모습에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치 여자애들이 가지고 노는 고풍스런 광택의 은발에, 석고 같은 하얀색조의 피부, 그리고 마찬가지로 고풍스런 드레스는 그녀를 인형 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덕분에 우리는 거리를 지나다니면서 계속 주목을 받게 되었는데, 바르에가 인상을 써야 간신히 벗어날 수 있었던 적도 많았다.

“이럴 땐 부럽다.”

“뭐가?”

“네 외모가.”

“네가 비정상적인거야, 그렇게 비리비리해서 뭘 해먹겠어?”

“세리에, 내가 잘생겼어, 바르에가 잘 생겼어?”

“어머, 당연히 세인이죠.

“크흑!”

훗, 들었냐, 이게 바로 커플의 힘이다.

그렇게 토닥거리며 학교로 돌아가던 중 우리는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

“뭐야, 노숙자?”

“이봐, 넌 노숙자가 교차로에 누워 있는 거 본적 있어? 얼른 옮기자, 이러다 마차에 깔려 죽겠어.”

“쳇, 결국 드는 건 또 내 몫이군.”

“어쩔 수 없잖아, 여기에 이런 일에 어울리는 사람은 너 밖에 없으니까.”

“묘하게 불쾌하지만 넘어가지.”

일으켜 세우고 보니 그 남자는 엄청난 덩치를 가진 남자였다. 바르에 보다도 한 뼘은 더 커보였는데, 덕분에 바르에는 난색을 표했다.

“대체, 뭐야.”

“이런 덩치는 처음 봤어요...”

“동감, 기사들 중에서도 정말 손 꼽힐 크긴데?”

“어이구, 무거워 제길. 어이, 이봐요. 정신 좀 차려봐요.”

“으음...”

그 남자는 신음소리만 흘릴 뿐 일어나지 않았다.

“제길, 검까지 매고 있잖아.”

“아 그럼 내가 풀어서...”

“그만 둬. 전사에게 검이란 목숨이야. 이 남자가 전사일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게 손 댈 물건은 아니야.”

“응...”

실비아는 머쓱한 표정이 되었다.

“응? 이 사람 어디선가 본 거 같은데...? 잠깐만 혹시...!”

“왜 그래? 바르에.”

“제길! 세인, 미안하지만 너희 집에 데려가도 될까?”

“그야 안 될 건 없지만... 왜?”

“이유는 묻지 말고.”

어딘가 위험한 기색을 풍기는 그의 모습에 나는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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