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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조회수 :
70,288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1.01.06 10:04
조회
707
추천
9
글자
8쪽

6화. 그 여자

DUMMY

신경의 말단까지 쫀득쫀득 해진 것 같은 기분이었다. 여기는 어딘지 모르겠지만, 멀쩡히 숨쉬고 있는 걸 보면 살아있기는 한 모양이다.

눈꺼풀과의 격렬한 전투 끝에 나는 빛이라는 상품을 거머쥘 수 있었다.

“엑?”

바보 같은 경악성이 입에서 흘러나온다.

눈부신 햇살과 함께 나타나는 건 언뜻 보기에도 눈이 돌아가게 비싸 보이는 가구들 뿐. 심지어 천장의 무늬는 금칠마저 되어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천박’과는 거리가 먼 기품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할 만한 것이지만, 납득이 되지 않는 물건임에는 틀림이 없다.

도대체 세리에는 어디로 간 거지? 납치라도 당한건가?

혹시 공작가에 도로 잡혀온 건 아닌가 싶기도 했지만, 설마 이렇게 황송하게 대접해줄리는 없을 테니 기각.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쳇바퀴를 굴리던 나는 몸을 일으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극심한 근육통에 포기하고 말았다.

“어머, 일어났어요?”

나긋나긋하면서도 듣기 좋은 목소리가 방안을 울렸다. 은은한 광택이 흐르는 밤빛머리카락이 굉장히 눈에 띄는 사람이었는데, 저런 외모의 여자는 아무리 기억을 뒤져봐도 없다.

“묻고 싶은 게 많은 표정인데, 조금만 기다리세요.”

“에?”

그리고 내가 누워있는 침대 앞에 의자를 끌어서 그 위에 걸터앉더니 책을 읽기 시작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상황인지 얼떨떨해 하며 가만히 기다리자, 계속 책만을 읽고 있을 뿐이었다.

“저기...”

“네?”

“여기는 어디고 나는 누구고 당신은 누구신지?”

“저는 소시에라 에일이고, 나머지는 다른 분한테 물어보세요.”

저렇게 상큼하게 웃으면 가슴속에 남아있던 한조각의 적대감 마저도 봄날의 눈녹 듯이 흐물흐물하게 녹아버릴 수 밖에 없다.

“하아, 좀 쉴게요 그럼.”

“그러세요 리카세인 베럴씨.“

베럴이라는 단어를 듣자 가슴속 어딘가가 아릿해지는 걸 느꼈다. 하지만 저 이름을 말하고도 나를 가만 놔두는 걸 보면, 하여간 여기는 적지는 아니라는 소리였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나는 눈을 감았다.

“세인이 눈을 떴다고?”

“후후 건강해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뭐지, 이 익숙한 목소리는?

“스승님?”

“세인!”

느닷없이 부둥켜 앉는 바람에 내 근육이 비명을 토했다.

하지만, 도저히 뿌리칠 수 없는 이 온기에, 저절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만 같았다.

“세인...”

여전히 빛나는 외모에 절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무지하게 부자셨네요.”

“에?”

“이 정도 집이면 도대체 얼마야... 설마 여기도 친구 집은 아니죠?”

소시에라씨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세인, 그러니까...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되나...”

그녀답지 않게 허둥거리는 행동에 나는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


이런 걸 바로 충격의 도가니탕에 빠져서 허우적 거린다고 하는 것일까.

맙소사, 황제라니, 황제라니, 황제라니! 아에니스 제국이라면 무려 이 대륙의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나라다. 조금 과장하자면 나의 조국인 파일로스 왕국하고는 국력이 개미와 코끼리 정도의 차이라고 볼 수 있을만한 대국이다. 나는 간이 쪼그라드는걸 느꼈다.

“하하핫, 거짓말도 스케일이 크시군요.”

물론, 옆집아저씨가 나 황제야. 하고 말한다고 바로 믿어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어야 놀랄 수 있을 것이다.

“현실도피 하지 마세요.”

“현실 도피라니요. 이렇게 멀쩡하게 숨쉬고 있는데.”

루리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그거랑 무슨 상관이지...?”

그리고 중얼거리더니 내 머리에 손을 댄다.

“어디, 머리라도 맞았어요? 왜 이렇게 허둥거려요.”

“언니, 정상인이라면 이 반응이 정상인거야.”

옆에서 붉은 머리의 미녀가 핀잔하듯이 말하고, 뒤에서 소시에씨가 과일을 깎으며 웃음 짓고 있었다.

“사실...인 겁니까!”

“네.”

빙긋빙긋, 저 웃음이 없으면 루리안이 아니지. 나는 전신의 기력이 물밀 듯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꼈다.

“황제가 제자 같은 거 키워도 되는 거에요?”

“물론이죠.”

“그러니까, 처음 만났을 땐 황제는 아니었던 거죠?”

“네,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했다가 날치기로 왕관을 받아버렸어요. 지금생각해도 어이가 없는 일이었죠.”

“가출한 황위계승자 쪽이 더 어이없는 거 아니에요?”

“아주 정상적인 질문이긴 한데 말이야, 너 아에니스의 황위계승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르지?”

“장자가 잇는 거 아닌가요? 왕권을 중시하는 경우라면야, 남자 형제가 없을 경우 공주가 여왕이되기도 하는 나라도 더러 있잖아요.”

내 당연하다면 당연한 대답에, 붉은머리의 여자-루리안의 동생이라고 하는-리리스씨는 피식 웃음을 지어보였다.

“우리나라의 계승방식은 조금 달라. 간(gan)이라고 들어봤어?”

“네, 일종의 공국 아니에요? 제국의 크기가 너무 크다 보니깐, 필요에 의해 생긴제도다. 라고 알고 있는데요.”

“맞아, 맞는 말이야. 일단 거기서 시작된 건데, 아에니스 제국은 5명의 간(gan)들과 갈라스 황제가 이룩한 국가지. 그들은 부패했던 공화정(共和政)을 뒤엎고 제국이라는 나라를 세웠지만, 국가가 또다시 부패해질 것을 염려했어. 때문에, 황위계승 및, 간(gan)의 직위는 혈연으로 계승되지 않게 만들었지.”

“네?”

이해가 안 간다. 혈연으로 계승하지 않는다니, 그렇다면 국가로서의 정통성이나, 권위 있는 핏줄을 향한 충성이 무의미해진다. 즉, 왕정으로서의 국가가 유지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초반엔 말들이 많았지, 하지만 가장 우수한 무사, 그리고 5명의 간에게 인정을 받은 자만이 황제가 될 수 있게 한 전통이 지금의 아에니스를 만든거야.”

“그래서, 제가 몰랐던 거군요.”

“응?”

“혈연계승이라는 틀을 깨도 부강해질 수 있다는 건, 왕정체제에서는 절대로 사수해야할 비밀이었을 테니까요.”

“호오, 제법 똘똘한데?”

“후후, 제자니까.”

루리안의 흐뭇해 보이는 웃음에 절로 몸이 움츠려 든다. 띄우지 마세요.

“솔직히 말해. 제자, 이것저것 재고 뽑은 게 아니라, 그냥 감으로 뽑은 거지?”

루리안은 의미모를 미소만 짓고 있었다.

그런 것이었습니까,,,

“뭐, 이 나라도 처음부터 부강했던 건 아니었고, 5명의 간이 황제와 합심해서 나라를 말아먹을 뻔 한 적도 많았지, 그래도 그 전통은 수백 년 째 이어져 오고 있으니까, 일단은 성공이라고 봐도 되지 않겠어?”

“그런데 왜 하필 가장 강한 무사인건가요? 실무를 모를 가능성이 크잖아요.”

“동감, 하지만 사실상 우수한 실무진들이 집무실에 즐비하니까 자문을 구하면 된다는 거였겠지. 조금 넌센스이지만 말이야. 무사를 뽑는 이유는, ‘건강한 몸에는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라는 갈라스 대제의 말 때문이라나, 뭐 자세한 사실은 아니야.”

“아에니스는 기사의 국가니까요. 그 전통을 잇기 위해서였겠죠?”

싱긋 그 부드러운 미소에 나는 정신이 정화되는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아, 세리에, 세리에는요?”

“세리에? 아, 그 예쁜 아가씨?”

예쁜가? 아, 예쁘지.

내가 생각하도 바보같은 반문을 한 후해, 나는 황급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쳤는지, 침대에 쓰러져 있어.‘

“다행이다.”

긴장이 풀리자 온몸에 힘이 빠지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저 아가씨는 누구에요? 세인.”

“아, 그게...”

말해도 되려나?

“사촌이나 친척쪽은 아닌 것 같고... 애인?”

화악. 내 얼굴로 피가 쏠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그, 그게.”

“정곡인가봐.”

리리스 씨는 귀엽다는 듯이 피식 웃었다.

“자, 자 그 쯤들 하시고 저녁식사 하세요.”

앞치마에 두건까지 쓰고 나타난 소시에씨의 모습에 당황하고 말았다. 정숙한 귀부인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저 분은 누구세요?”

“올케.”

“네...?!”


------------

월간 연재지 뷰.월~!

는 농담이고...-ㄱ... 저, 고3됩니다 ㅠㅠㅠㅠ

연중은 안할 생각이지만 늦어지는 거...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어요 ㅠㅠㅠ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93 과일주
    작성일
    11.12.11 17:33
    No. 1

    올케.. ㅋㅋㅋㅋ 음.. 나이의 많고 적음이 중요하다고 하긴 그렇지만
    많은 저보다 훨씬 글솜씨가 좋으신거 같습니다. 잘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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