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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퀘이사T
작품등록일 :
2012.03.25 01:28
최근연재일 :
2012.03.25 01:28
연재수 :
8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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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301
추천수 :
786
글자수 :
313,042

작성
11.12.1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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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6
글자
8쪽

8화. 그 남자

DUMMY

***

바르에와의 대련은 역시 힘들었지만, 나는 예전처럼 약점을 보이지 않고서 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린 우리는 결국 우리 집 마당에 그대로 뻗어 버렸다.

“좀 늘었는데?”

“마음이 좀 안정되니까, 실력도 는 거 같아?”

“하긴, 여긴 타국이니까.”

“너는 꽤 높은 신분이었을 것 같아.”

“내가?”

“시사를 보는 눈이 우리랑은 관점이 다른 것 같거든.”

“흐응, 조심해야겠군. 하지만, 네놈이 너무 예리한 거다.”

“그래서, 네 정체는 뭔데?”

“미안하지만 비밀이다.”

“쳇, 치사하기는.”

“어이, 거기 널부러져 있는 소년들. 한 잔 씩 어떤가?”

발로 씨가 가벼운 차림으로 우리 앞에 나타났다.

마당 한 구석에 있던 탁자를 가져와서, 대충 모양새를 낸 우리는 발로 씨가 내놓은 잔에 기겁하고 말았다.

“아무리 그래도 심하잖아요.”

그다지 도수가 세지 않아서 음료처럼 마시는 술이었지만, 그래도 잔의 높이만 책의 크기 만했다.

“그런가. 내가 있던 곳에선 이 정도가 일반적이었는데 말이지.”

나는 진심으로 황당해져서 되물었다.

아니, 정말로 저 정도 양이면 술 약한 사람이면 곧바로 저승급행 마차표 끊는 거나 다름없다.

“이 무식아 추운 곳에서는 필수다.”

나도 추운데 사는 사람이거든? 하긴, 세이갈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그곳에서는 일부러 도수가 높은 술을 먹는다고 했지. 죽지 않기 위해서... 하지만 그래도 너무 심한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에휴”

난 포기하고 잔을 집었다.

“그런데, 발로 씨는 앞으로 뭐하고 사실 거에요?”

“글쎄다. 시험이라도 볼까.”

“에? 정착하시게요?”

“용병 같은 거엔 관심 없다.”

“의외네요. ‘난 날 만족시켜줄 강자를 찾고 있어, 나는 싸움을 위해 살아 있는 거다!’라는 생각의 사람인 줄 알았는데.

“핫, 상상력 하나 풍부한 놈이군. 그런 사람들을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난 이래 뵈도 30년 가까이를 한 곳에서 살아온 사람이라고.”

“루리안한테 반해서 그런거 아니구요?”

발로는 나의 장난기 스며든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글세. 그런지도 모르겠군.”

“풉”

너무 솔직히 인정하자, 난 입에 머금고 있던 술을 뿜었다.

이건 뭐 떠보고 말고 할 것도 없잖아.

“원래는 포트갈에 갈려고 했었으니까 말이야.”

포트갈 해국. 원래는 중앙대륙에서 쫓겨난 범죄자들이 만들었다는 나라다. 여러개의 섬이 연합해서 만들어진 국가로, 처음에는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라는 생각으로 중앙대륙의 국가에서는 그들을 방관했지만, 그들이 그 쪽 지방의 해적들과 연합해 해적 짓을 시작하자 슬슬 골치가 당겨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포트갈 해국에도 걸출한 자가 있어서 그들을 통합시키고 하나의 세력으로 만든 뒤, 중앙해역(=우피해역)의 국가들의 무역선을 향해 보호비를 요구하거나, 아니면 해로에 밝은 자들을 이용해 급행운송업을 실시함으로서, 그들은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나라는 어중이떠중이들이 하도 많아서 어디서 굴러먹다온 놈들도 받아들여준다잖아. 이래 뵈도 실력엔 나름 자신이 있었으니까.”

“그게 한 사람만 절실히 사랑한 남자의 말로라는 건가.”

바르에가 빈정거리자, 발로는 쓰게 웃었다.

“글세 모르겠어, 내가 과연 그런 걸 한 건지 말야.”

바르에가 어이없다는 듯이 외쳤다.

“당신, 바보야?”

“그럴지도 모르겠군.”

발로는 음험하게 웃으며 잔을 들이켰다.

“어머? 뭐가 이렇게 재밌어요?”

“아, 왔나?”

으헥, 나는 웬지 죄지은 어린 아이가 된 기분이 들었다. 루리안이 있는 집에서 술판을 벌이다니, 혼나는 거 아닐까?

“저도 끼워주세요.”

그녀의 말에 발로는 웃었고 바르에는 눈에 띄게 불편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왕이 바뀌니까, 뭐 이렇게 바꿔야 하는 일이 많은 건지.”

그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저 사람이 저런 표정도 지을 줄 아는 구나?

하긴 루리안도 사람의 탈을 쓰고 있기는 했지.

“서류에 왕 이름 하나 바꾸는 데도 어지간한 고위관리의 연봉하나 값이 나온다는 거 이해할 수 있어요? 그 돈이면 우리 집 30년은 먹고 살겠다.”

켁! 아무리 그래도 심하다.

“거기다 쓸데없는 데 들어가는 돈은 또 얼마나 많은지...”

“후, 실감이 안 나는 걸. 내가 살았던 곳은 워낙 가난해서 말해지. 돈이라고 해도 마을규모의 시장이라도 생기지 않는 이상, 볼일도 없었어.”

“저도 겨우 일 년도 안됐다구요, 처음에 0이 들어가는 개수 보고 누가 장난치고 있는 걸 줄 알았다니까요?”

“아, 그거라면 저는 좀 익숙한데.”

“세인이요?”

“아버지가 일을 제법 시켰었으니까요. 우리 영지에 떨어지는 예산은 엄청났거든요.”

“북부군이라면, 가능하겠네. 그래도 이 나라랑은 비교가 안 될 걸?”

“그런데, 너 세이갈 출신이라고 했지? 여긴 왜 온 거야?”

“걱정마 당신처럼 쫓겨온 건 아니니까. 유학이야.”

“유학? 그 나라에 그럴 돈이 있었나?”

“아니, 있다 해도 보내줄 양반이 아니지.”

“그럼?”

“일하면서 공부하면 돼지, 뭐.”

“일을 한다고?”

바르에의 '불만 있냐?‘하는 표정에 나는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아, 뭘 모르나본데 아클리스에 입학하는 비용은 거의 안 들어.”

“정말?”

“학비도 일정 성적 이상만 받으면 전액 무료니까.”

귀족 학교랑은 차원이 다르다. 하기야, 학교 자체가 사립이 아닌 공립이기 때문에 가능한 건가.

“그래서 무슨 일을 하는데?”

그러자 바르에는 피식 웃었다.

“주점 접대부로.”

“풉!”

그리고 우리 세 사람 모두 술을 입에서 뿜었다.

***

"그 , 그 사람이 접대부라니...“

세리에가 진저리가 난다는 듯이 말했다.

“뭐, 못생긴 건 아니지만 조금 아니지?”

그리고 세리에와 나는 고개를 마주 끄덕였다.

“그래도 인기가 있다는 게 더 우웩이다.”

“여자들도 그렇게 많이 온데요?”

“아니, 그런 주점이 있다나봐. 뭐래더라, 미소년부터 미중년까지, 모든 취향의...”

“꺄!, 남사스럽게.”

남사스럽다면서, 그 ‘꺄’는 뭐냐.

“어머, 제가 내 준 숙제는 하고 떠드는 거죠?”

으앗,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루리안이 내준 검론 문제를 붙들고, 세리에와 나는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하지만 내 소중한 저녁시간을 이 골치아픈 놈과 보내고 싶지는 않단 말이다. 훌쩍.

“레아를 완전수비식으로 변형한 검술의 파훼법은....”


벌떡!

“으아, 젠장할 이젠 꿈에서까지 나오냐! 빌어먹을 케인즈...”

나는 이를 갈며 흥건한 땀을 훔쳤다. 아, 꿈에서까지 검론 시험을 보다니 정말 최악이다. 더 최악인 건 한 문제도 못풀었다는 거지. 너무 어려워.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물을 찾았다.

“....”

응?

말소리가 들린다.

뭐야, 이 야밤에.

궁금증이 인 나는 거실의 유리창 틈새로 밖을 내다 보았다.

루리안, 발로?

뭐하는 거지?


“나랑, 결혼....”

자세히 들리지는 않았지만, 얼핏 그렇게 들리는 것 같았다.

그리고 루리안은 발로의 품에 안기며 말했다.

“네.”


축하해요. 루리안. 발로.

나는 작게 웃었다.


작가의말

으하하하, 오랜만입니다.(털썩) 요즘 글이 너무 안잡혀서...
어쨌든 8화의 끝입니다.
그리고 이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금까지는 준비 단계였달까요.
9화는 8화에서 3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입니다.
그럼 추위에 몸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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