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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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설련하
그림/삽화
설련하
작품등록일 :
2021.06.28 08:42
최근연재일 :
2022.10.17 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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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30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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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삶의 위대함 - 한울 쥬맥




DUMMY

그것도 전함을 백 척씩이나! 대가도 없이 거저 말이다. 구 총대장의 얼굴이 갑자기 환하게 펴지며 웃었다.

“정말입니까? 그렇게 해 주시면 정말 고맙겠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얼씨구나!’ 하고 넙죽 받아들인다.

사실 앞으로는 배를 타고 수상전을 펼치며 수행할 일들이, 계속 더 많아질 것이다.

그런데 백호대만 수군을 가지고 있으면? 그 업무와 수상 전투가 모두 백호대의 몫이 되지 않겠는가? 어수족도 있는데······.

그러면 일도 많아지고, 전투에서 입는 피해도 늘어날 것이고······.

무엇보다 가족처럼 아끼는 수하들을 잃게 될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

전함 백 척을 만들어 주는 것은 관계도 다지고 생색도 내면서 백호대의 피해를 줄이는 것이다. 그러니 이야말로 일거양득(一擧兩得)이 아니겠는가?

항상 주는 것이 있어야 오는 것이 있는 법이다. 당장은 아니어도 말이다.

이렇게 해서 천령대에도 수군이 창설되었다. 그러니 이제는 천인족도 바다로 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고.

동쪽 바다는 바로 천성해다. 바이칸대호수로 들어오는 물길을 거슬러 올라, 셀렝게강을 타고 내려가면 닿을 수 있었다.

또 다른 방법은 탁녹대평원으로 빠지는 물길을 따라가는 것이다. 그러면 더 쉽게 탁녹만으로 빠져서 바다로 접어들 수 있었다.

지금까지는 소인족이나 비월족과의 물물 교역으로 들어오는 바다 어물을 먹었다. 그러니 상하지 않게 반건조하거나, 말린 어포를 먹어야 했다.

그런데 바닷길이 열리면 어업이 발달하면서, 물길을 통해 운송이 빨라진다. 이는 팔팔한 생선(生鮮)을 먹을 수 있는 날이 곧 온다는 것이다.

#

수군의 모의 전투가 끝나고 조금 한가해지려나 했는데, 거대한 괴조(怪鳥)들이 수십 마리나 날아들었다.

가을 해가 선선한 바람을 몰고 오면서 서산으로 기울려고 하는 시각에, 서편으로 붉게 번지는 노을빛을 타고 말이다.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데···, 그 형상이 지난번에 인드리코룡을 습격했던 비룡과 똑같은 녀석들이었다.

부상을 당해서 도망갔던 녀석이 무리를 이끌고 다시 찾아온 것이 틀림없다.

비룡은 천인족 이주 시 공간균열을 타고 지구에 들어온 외래종 생명체였다.

그러나 마수나 요수가 아니기 때문에 신수들이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래서 어딘가에 집단으로 서식지를 이룬 게 틀림없다.

무척 사납고 입에서 불을 내뿜는 것 이외는, 다른 동물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리고 배가 부르면 다른 동물을 공격하지 않았다. 그런데 먹이를 찾아서 여기까지 온 걸로 봐서는, 먹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아마 서식지에 개체수(個體數)가 늘어서, 그 주변의 먹잇감이 씨가 말랐을 수도 있다.


환시성은 초대형 주술진이 펼쳐져 있어서, 공중에서는 그 내부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성곽에 수천 기의 천궁이 배치되어 있으니, 어떤 공격에도 영향이 없었다.

그러나 성의 외부에 방목하고 있는 인드리코룡 목장은, 언제라도 비룡 떼의 표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인드리코룡보다 덩치가 큰 녀석들이 수십 마리나 오고 있으니, 잡아가지는 못해도 그 자리에서 잡아먹을 수는 있을 것이다.

그래서 백호대에 비상이 걸리고, 쥬맥도 급히 방목장으로 향했다.

‘이번에는 혼쭐을 내야 하는데······.

그래야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텐데.’

쥬맥이 방목장에 다다를 무렵, 비룡 떼도 방목장 근처에 접근하고 있었다.

백호대 무사들이 천궁을 장전한 채 대기하고 있다가, 비룡들이 지나가지 않고 인드리코룡의 무리를 향해서 낙하를 시작하자 발사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날개 길이가 십칠 장에 이르는 거대한 덩치라, 천궁을 맞고도 머리가 아니면 큰 타격을 입지 않았다. 그러니 도망가지 않고 계속 공격을 해 온다.


지난번에 한 마리가 왔을 때 차라리 죽였더라면, 이렇게 무리를 지어서 다시 찾아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데······.

섣부른 아량이 일을 악화시킨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시 찾아오지 않도록, 단단히 혼쭐을 내 줄 생각이다. 마음을 굳힌 쥬맥이, 백호제마검을 뽑아 들고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랐다.

검을 휘둘러 검탄을 줄줄이 쏟아 내며, 주로 눈이나 머리를 공격하여 치명타를 가했다. 그러자 주춤주춤 물러섰던 녀석들이 한 번에 덤비면서, 수십 마리가 동시에 불을 내뿜는다.

“쿠우우우우우우~~~”

번개처럼 몸을 위로 빼낸 쥬맥이, 이번에는 검에 수박만 한 검환을 발현시켜서 한 놈의 머리를 가격했다

쉬웅~

꽈아앙!

폭발하는 소리가 나면서 한 마리의 머리가 수박이 깨지듯이 터져 나간다.

검환을 맞고 머리가 박살 난 비룡은, 소리도 지르지 못하고 땅에 추락해서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때 어미 틈에 숨어 있던 인드리코룡의 새끼 한 마리가 쪼르르 달려갔다. 나름 복수를 하겠다는 것!

새끼는 땅에 떨어진 비룡에게 화풀이라도 하듯이, 두 발로 걷어차고 정신없이 짓밟았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얼른 다시 어미에게 돌아가지 않고 그 자리를 맴돌며 ‘우에에에에~’ 하고 울어 댄다.

그러자 짝을 잃은 비룡이 주변을 맴돌다가, 번개처럼 날아오더니 새끼를 낚아채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우워어어어어어~~~”

어미가 구하려고 달려가며 애통하게 울부짖었지만, 이미 때가 늦었다.

분수를 알고 자중했더라면 어린 목숨을 잃지는 않았을 텐데···, 참으로 애석(哀惜)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쥬맥도 주변에 많은 비룡이 둘러싸고 있어서 미처 보지 못했다. 거리가 있어서 도울 수도 없었고 말이다.

그 사이에 또 세 마리가 쥬맥의 검환에 머리가 박살이 나며 떨어져 내렸다.

그래도 비룡 떼는 도망가지 않고 인드리코룡의 무리를 공격하면서, 동시에 일부는 쥬맥을 공격했다.


어미들은 길고 큰 목을 휘둘러서 공격하며 접근을 막으니,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철없는 어린 새끼들이 문제였다.

겁에 질려서 에에거리다가 어미의 품을 벗어나는 순간 바로 비룡들이 낚아채 가니, 벌써 세 마리나 희생되었다.

그 모습에 화가 난 쥬맥! 이제는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강하게 공격을 감행했다. 그러자 어느새 비룡도 스무 마리나 죽어서 땅으로 곤두박질을 쳤는데······.

“이놈들! 용서하지 않겠다.”

쉬웅~ 꽈아앙!

“쿠에에에엑!”

다시 열 마리에 가까운 비룡을 죽이자, 이제 열댓 마리만 남은 무리가 방향을 틀어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다시 찾아오지 못하게 계속 뒤를 쫓으며 검탄을 쏘아 대니, 모두 조금씩 부상을 입고 피를 흘리며 도망을 간다.

“이놈들! 다시 오기만 해 봐라!”

싸움이 끝나고 보니 땅에 떨어져서 죽은 비룡이 서른두 마리나 되었다.

인드리코룡은 새끼가 세 마리나 잡혀갔고, 어미도 열 마리가 비룡들의 공격에 화상을 입거나 상처를 입었다. 휴유증이 없도록 치료를 해 주었으나, 상처가 깊어서 죽을까 봐 걱정이 앞선다.

새끼를 잃은 어미들은 비룡들이 도망간 하늘을 바라보며 계속 애통하게 울부짖었다. 동물이라고 어찌 다를까? 그 모습이 꼭 자식을 잃은 사람 같았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자식 사랑은 똑같은데, 새끼를 잃은 그 심정이 오죽하겠는가? 쥬맥이 보기 딱하여 토닥거리며 달래는데도 쉬 진정이 되지 않았다.

마음이 풀리지 않는지 나중에는 땅에 떨어진 비룡들에게 달려가서, 육중한 발로 짓밟으며 화풀이를 해 댄다.


죽은 비룡 서른두 마리는 인드리코룡이 보지 않는 곳으로 끌어내어, 모두 가죽을 벗겼다. 고기는 백호대 무사들에게 나누어 주어 회식을 시켰고.

그래도 몇 마리밖에 먹지 못해서 주변의 부족민들까지 나누어 주니, 때아닌 고기 잔치가 벌어졌다.

질긴 가죽과 날카로운 발톱이나 뼈들은 혹시 쓰일 데가 있을지 모르니, 백호대에 맡겨 보관시켰다.

날개에는 고기가 별로 없고, 뼈에 얇은 가죽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그래서 나중에 배의 돛으로 사용이 가능한지 시험(試驗)해 보려고, 통째로 잘라 내어 그늘에서 잘 말리게 했다.

“놈들이 또 올지도 모르니 백호대는 당분간 이곳을 더 감시하도록.”

비룡 떼가 지나가고 혹시 다시 오지 않을까 하여 감시를 더욱 강화하였으나,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마도 단단히 혼쭐이 난 것일 게다.

그래서 백호대도 조금씩 여유를 찾으며 무공 수련에 박차를 가했다.

#

쥬맥네는 가족이 늘어나니 수련실이 부족해졌다. 그래서 수련실을 하나 더 지어서, 쥬맥이 주로 심상 수련에 사용했다.

어느 경지(境地)에 이른 후부터는 육체적인 수련보다 정신적인 수련, 즉 깨달음이 더욱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휴일에는 아침에 들어가서, 저녁은 물론 날을 까맣게 지새우는 경우도 많았다.

팔천계(八天界) 중 오계(五界)를 수행하였으나, 아직도 모르는 것투성이다!

내공은 이미 6갑자를 넘어섰으나, 새로운 깨우침도 없이 어찌 무신(武神)의 경지에 이를 수 있겠는가?

최근에 내공이 늘어난 것은, 용암불새가 먹여 준 만년영액의 영향이 컸다. 거기에 그동안 먹어 온 많은 영물들의 고기, 삼족황의 위 속으로 삼켜졌을 때 일부 녹아 나온 화정의 기운 덕이다.


그러고 보니 삼족황의 내단을 복용해서 공간신통을 익힌다는 것을, 바쁘다는 핑계로 이제껏 깜박하고 있었다.

그래서 태을 선인께 다가오는 천단에 공간신통 건으로 찾아뵙겠다는 연락을 보내고, 차근차근 준비에 들어갔다.

천단과 위글성의 축성지에도 미리 다녀오고, 백호대나 부족민의 업무도 중요한 것들은 사전에 처리하고······.

자잘한 것들은 모두 수르에게 맡겼다.

그러다가 퍼뜩 드는 생각이···, 만약 친구 수르가 없었다면 어쩔 뻔했나? 있을 때 잘하라고 했는데 말이다. 자신은 잘하고 있는지 반성이 되었다.

우정이라는 이름으로 자기가 필요할 때 맨날 부려먹기만 하고 있으니······.

‘다른 건 몰라도 수르의 자식들 혼사 때라도 좀 챙겨 주어야겠어.’

#

들판에 가득 찬 곡식을 거두고 온갖 과일과 먹거리가 넘쳐나니, 이제 천단이 가까웠다는 얘기다.

들판에는 커다란 메가네잠자리 중에서도, 유독 붉은색의 잠자리들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며 날아다녔다.

그리고 하늘은 더욱 깊은 푸른빛을 더해 가는데······.

만산홍엽이라고, 높은 산에는 활엽수들이 온통 붉은 단풍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마침내 맞이한 천단.

천제(天祭)를 마치고 주변에 인사를 마친 쥬맥은, 삼족황의 내단을 챙겨 들고 환시성의 남문을 나와서 어풍비행으로 날아올랐다.

그렇게 수없이 보는데도, 자연은 볼수록 아름답고 친근한 정감이 느껴진다.

이제는 경지가 더욱 오르니 한 시진만에 천둔산의 중턱에 다다랐다.

더욱 거대해진 천령수에는 금령과 적령, 백령이 아름답게 주렁주렁 달려서, 그 빛이 백옥 신전에 어린 빛과 어우러지며 한 폭의 그림을 만든다.


신전에 들러 경건한 마음으로 천신께 고하고, 태을 선인의 숙소를 찾아갔다.

“저 왔습니다. 잘 지내셨지요?”

“그래, 어서 오너라.”

홀로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던 선인이 손자가 찾아온 양 반갑게 맞이하니, 쥬맥이 아내가 정성껏 싸 준 천단맞이 음식들을 건넸다.

“선인이시라 음식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시지만, 그래도 아내가 정성껏 만든 것이니 맛이나 보시지요.”

“그래, 고맙다. 선인들도 맛있는 음식은 잘 먹는다. 일부러 찾아다니지 않을 뿐이지. 입이란 똑같지 않겠느냐?”

“하하하! 제 생각이 짧았나 봅니다. 앞으로는 맛있는 것들 많이 해다 드리겠습니다. 드시고 싶은 것은 언제든지 알려만 주십시오.”

“말이 그렇다는 것이지 선인이 먹는 것이나 밝혀서야 어디 신선이 되겠느냐? 그건 그렇고, 삼족황(三足凰)의 내단은 가져왔느냐?”

“이것인데 한번 보시지요.”

주머니에서 작은 함을 하나 꺼내더니, 그 안에서 보자기에 싼 것을 꺼내어 두 손으로 공손히 선인께 내밀었다. 선인이 선뜻 보자기를 받아서 풀어 보더니 내용물을 보고 깜짝 놀란다.

“호오~ 아주 멋지구나! 이건 아주 최상급 내단이로다. 네 녀석이 잘만 깨우치면 공간신통뿐만이 아니라 시공간 이동까지도 할 수 있겠다.”


시공간 얘기가 나오자 쥬맥의 얼굴에 번지는 미소.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아, 그렇습니까? 그럼 복용은 그냥 삼키면 되는 건가요?”

“인석아! 귀한 것을 그냥 삼키기만 하면 되겠느냐? 그 영기를 하나도 빠짐없이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지.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거라.”

내단을 두고 얼른 일어나 주방으로 가서 그릇에 물을 끓이기 시작했다. 물을 끓이는 데도 무슨 비법이 있는지, 천령수의 나뭇가지를 쓰는데 전혀 연기가 나지 않았다.

“이 정도면 되었다.”

물이 그리 뜨겁지 않게 뜨끈해지자 거기에 내단(內丹)을 넣었다. 그리고 금령과 적령, 백령을 가지고 오더니, 각각 다섯 알씩 껍질을 벗긴 뒤 알맹이를 그 안에 넣었다.

이어서 손에 희뿌연 영기를 흘리면서 골고루 저어 준다. 그러자 내단과 천령수의 열매가 녹아내리며, 물에 오색 영롱(玲瓏)한 기운이 서렸다.

그리고 점점 진하게 하얀빛이 뿜어져 나온다.

그때 그릇을 살살 흔들어서 영롱한 액체를 고루 섞은 뒤, 색깔이 균일해지자 그제야 쥬맥에게 마시라고 내밀었다.


“이것을 절반만 마시거라. 다 마시면 절대 안 된다.”

쥬맥이 오색 광채가 나는 액을 절반쯤 마시자, 얼른 제지하며 뺏어 들었다. 그러더니 이제는 손짓으로 누우라고 한다.

“이제 옷을 모두 벗고 편안하게 그 자리에 누워라.”

“예? 옷을 모두 벗어요? 부끄러운데······. 속옷은 그냥 입어야지요.”

“손주 같은 녀석이 할애비 앞에서 부끄럽긴 뭐가 부끄러워.”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벗게 하더니, 수건으로 아랫도리만 가린 채 전신에 남은 액을 바르기 시작했다. 액은 바르는 즉시 빛을 발하며, 살 속으로 스며들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다 바르고 나서 몇 모금이 남으니, 자신의 입으로 꿀꺽꿀꺽 삼켜 버렸다.

“어이구~ 참 맛 좋다. 네 덕분에 나도 몇 모금 마셔 보는구나.”

맛있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 다셨다.


그리고 쥬맥에게 옷을 입고 좌정하게 하더니, 선인들이 보는 책을 몇 권 가지고 왔다. 모두 공간신통과 시공간의 이동에 대한 책이다.

그 내용을 한 식경에 걸쳐서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리고 내용을 달달 외우게 하더니, 나중에 외운 내용이 맞는지 일일이 확인까지 하였고.

다음은 운기조식을 하게 하고, 자신은 쥬맥의 뒤로 돌아가서 명문혈에 법력을 주입했다. 내단의 기운을 단전(丹田)에 갈무리시키는 것이다.

점차 기운을 전신의 열네 개 대맥으로 돌리더니, 천천히 그 기운을 머리로 끌어올리며 백회혈로 모았다.

그러자 쥬맥의 백회혈(百會穴)에서 푸른 기의 연무가 뿜어져 나오다가, 점차 오색의 빛으로 바뀌었고······,

마침내 영롱한 빛을 가진 광휘가 뿜어져 나오며 쥬맥의 전신을 휘감았다.

점점 그 광휘가 강해지더니···, 어느 순간 강물이 넘치듯이 백회혈에서 오색의 연무가 흘러나와 주변에 깔린다.

마치 강물이 범람하여 주변의 평야를 적시듯이 말이다.

나중에는 쥬맥의 전신이 그 연무에 가려서 전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때 사방의 공간에 유리가 금이 가듯이 ‘쩌저적’ 하는 소리와 함께, 가느다란 실금이 가는 것이 아닌가?

곧이어 ‘쨍!’ 하는 맑은 소리를 내며 공간이 깨지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짙은 회색의 공간이 주변을 감싼다.

‘아니,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지? 공간이 무너지다니!’

이번에는 회색 공간에서 금색과 붉은색과 흰색의 영기가 어리더니, 그 주변을 오행의 기운들이 둘러싸고 마치 태풍의 눈처럼 휘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붉은색과 파란색의 주술문자들이 수없이 나타나서 쥬맥의 전신을 어루만지듯이 타고 흐른다.

그러면서 피부로 하나씩 스며들었고.

이어서 백회혈이 토해 낸 오색의 연무(煙霧)가 전신을 휘감고 돌다가, 점점 다시 백회혈로 빨려 들어갔다.

그에 맞추어 전신에 밝은 빛이 어리더니, 몸속이 투명한 것처럼 스며든 주술 문자들이 전신을 떠다닌다.

마치 수족관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시간이 지나면서 주술 문자들이 얼굴로 모여들어서, 양미간 사이에 자리를 잡으며 눈의 형태를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눈은 푸른 눈자위에 붉은 눈동자를 지녔다. 눈동자 주변을 오행의 둥근 영기가 구슬처럼 둘러싸고 있어서,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마 천지의 음양이기와 오행의 기운이 조화를 이루어, 만들어 낸 것인 모양이다. 사악하거나 요사스러운 기운은 없었다. 차분하고 편안하면서도, 신비스러운 느낌이라고나 할까?

그러면서도 가만히 바라보고 있으면, 깊은 바다처럼 끝없는 심연으로 빠질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그렇게 양미간에 형성된 눈은 몇 번 깜박거리더니, 희미한 흔적만 남긴 채 스르르 사라져 버렸다. 마치 요술(妖術)을 부린 것처럼 말이다.

이제 쥬맥의 전신은 은은한 광채만 남은 채, 회색빛 공간에서 빛났다. 나중에는 그 광채마저 피부 속으로 스며들면서, 마침내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왔고.

그러자 회색의 공간도 점점 희미해지더니, 처음과 같은 공간으로 다시 돌아온다.


마침내 운기조식(運氣調息)을 마친 쥬맥이 번쩍 눈을 떴다.

“휴우~ 굉장하군요.”

쥬맥의 눈빛은 전보다 심유한 빛을 머금고 현기가 어렸다. 그제야 쥬맥의 명문혈에서 손을 뗀 선인이 ‘휴우~’ 하고 긴 숨을 내쉬었다.

“하하하! 많이 놀랐지?”

그러면서 무척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넌지시 물어본다.

“그래, 무엇을 보았느냐?”

“회색빛 공간에서 수많은 구체가 떠 있는 것과, 여러 가지 색의 실들이 그 구체에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 우리가 보기에 이 공간은 아무것도 없이 텅 비어 있고 하늘은 끝없이 높은 것 같지만, 사실 그것은 고도의 환술진과 같은 것이다.

너는 이제 눈을 떴으니 더욱 수련을 해야 제대로 신통을 발휘할 수 있겠지만, 이미 상단전이 열리고 음양오행목을 얻었으니 수행 정도에 따라서 공간(空間)을 꿰뚫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중에는 공간을 오가는 공간신통이나 시공간을 오가는 것까지 이룰 수 있을 것이고 말이다. 물론 수행이 뒷받침되어야 하겠지만.

그러면 아마 얼마 뒤에는 무신의 경지에도 이를 것이니, 우리 천인족에게는 큰 복이로구나.”

선인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그런데, 음양오행목(陰陽五行目)이란 것이 무엇입니까? 그 뜻대로 음양과 오행의 기운이 뭉친 것입니까?”

쥬맥이 무척 궁금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며 물었다.




감사합니다. - 설련하(偰輦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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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3 173화. 전쟁! 인간이 만든 악마 22.02.02 1,263 32 18쪽
172 172화. 소금동맹과의 전쟁 22.02.01 1,291 33 18쪽
171 171화. 어수족의 출현 22.01.31 1,271 32 19쪽
170 170화. 인구 증가와 식량 부족 22.01.30 1,280 33 19쪽
» 169화. 공간신통을 얻다 22.01.30 1,269 32 19쪽
168 168화. 전차(戰車)와 수군 22.01.30 1,279 33 19쪽
167 167화. 비룡(飛龍)의 습격 22.01.30 1,259 32 19쪽
166 166화. 다섯 마왕과의 결투 22.01.30 1,270 32 19쪽
165 165화. 마계(魔界) 수행 22.01.30 1,269 32 19쪽
164 164화. 전진기지를 건설하라 22.01.30 1,269 33 18쪽
163 163화. 삼족황과 공간신통 22.01.30 1,276 31 19쪽
162 162화. 또 다른 생사의 기로 22.01.30 1,279 30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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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 159화. 인어족과 곤의 전쟁 21.09.25 1,271 10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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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7 157화. 비승야차와의 대결 21.09.23 1,256 11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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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4 154화. 야습(夜襲) 21.09.20 1,269 11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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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7 147화. 거인들과의 대전투 21.09.13 1,256 12 19쪽
146 146화. 선발대 간 치열한 전투 21.09.12 1,267 12 18쪽
145 145화. 남풍에 실린 전운(戰雲) 21.09.11 1,261 12 18쪽
144 144화. 소인족의 백년대계 21.09.10 1,291 12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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