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장님 탑 올라가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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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ET니트
작품등록일 :
2021.07.26 11:33
최근연재일 :
2021.08.29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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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8.26 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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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4

DUMMY

#034






“건물을 판다는 게 이런 뜻이었나.”


나는 눈앞의 장면에 할 말을 잃었다.

천공도시가 분해되기 시작했다.

아니, 분리되고 있었다.


-신기한 능력이군.


눈앞의 광경에 신조차 감탄을 아끼지 않았다.

그만큼 기괴한 장면이었으니까.

건물이 하늘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천공 도시는 기본적으로 [공장 도시]에서 생산한 건물을 파츠로 삼아 크기를 키워온 도시니까. 다시 분리해서 내려놓는 것도 가능하지.”


[세턴] 의 권능으로 황무지가 된 땅에 건물이 내려와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말 그대로 맨땅에 건물이 솟아나는 기적!


“이거 비싼 거 알지?”

“네··· 일단 고블린 분들이 원하는 대로 해주세요.”


건물이 지상에 안착할수록 신기해하며 기뻐하는 부족민들과 달리 리후엔의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부담이 많이 큰가 보군.”

-뭐 천공 도시의 시설물을 사는 거니 가격이 꽤 나갈 거다.


실제로 리후엔의 저금은 이미 회생 불가 수준의 타격을 입었다.

부족민들이 [고철 거리]에 거주하는 데 불만을 품지 못하게 하려는 리후엔의 비장의 한 수.

고블린들을 편애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다.

모르긴 몰라도 고블린 특구가 완성되면 나머지 거리의 시설을 복구하는 것은 향후 몇 년간 시도조차 못 할 것이다.


‘그나마 전투가 이 근방에서만 벌어져서 다행이야.’


리후엔은 진심으로 안도했다.

다행히 고블린 특구로 지정된 부지를 제외한 피해는 경미한 수준이기에 당장 돈을 투자할 필요가 없다.

만일 추가지출이 더 있을 예정이었다면 이미 [고철 거리]에서는 고블린들을 감당할 수 없었으리라.

리후엔을 무시한 채 나에게 다가오는 이혜선.

그녀가 내 뒤의 부족민들을 한번 훑어보더니 나에게 말했다.



“꼬마야.”

“응?”

“너도 슬슬 준비를 해야 할 거야.”

“준비?”

“이제까지는 고블린이 등반자가 된 사례가 없어서 늦어졌다고는 하지만 더 이상 늦출 수는 없을 거니까.”


등반자의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탑이지만 그 행정 처리를 하는 것은 탑에게 고용된 인간들이다.

고블린이 등반자가 된다는 말에 경악했을 인간들의 표정이 선하다.

이제까지 사례가 없는 만큼 몬스터가 등반자가 되는 선례를 만들면 안 된다는 이유도 있었겠지만, 몬스터가 등반자가 된다는 말에 무작정 반대하는 인원들도 많았겠지.

그럼에도 등반자 신청이 반려되지 않은 것은 고블린들의 뒤에 관리자인 리후엔이 있기도 했고 결정적으로 결격 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몬스터 등반자가 없었다는 것은 선례가 없을 뿐이지 그러면 안 된다는 지침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아마 그들은 최대한 시간을 끌면서 등반자 신청을 철회하게 하려고 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제 와서 그런 방법은 불가능하다.

등반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위랭커의 한자리를 차지한 카인과 백인장 셋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나졸까지.

카인이 완전히 무명이었다면 몰라도 이미 알려질 대로 알려져 버렸다.

이미 그들 선에서 해결될 수준을 넘어버린 상황.

그 말은 즉.


“조만간 너와 네 부족들에게 등반자를 증명하는 자격이 나올 거야.”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을 테니까.


“준비할게 있나?”

“물론 너는 준비할 게 없겠지만.”


이혜선이 부족민들을 보며 말했다.


“쟤네는 아닐걸?”


***


승탑 시험.

제1 거주 구역의 수많은 낙오자들이 발생하는 이유이자 탑을 오르는 이들이 더 이상의 등반을 포기하게 되는 이유.

10층 단위로 존재하는 거주 구역에서 등반자들에게 부여하는 시험으로 이 시험을 통과해야만 상위의 층으로 갈 수 있다.


“원래라면 0층에는 이 승탑시험이라는게 존재하지 않아.”


0층은 말 그대로 시작점이니까.

탑에 처음 발을 들여놓는 것 자체가 1층으로 향할 자격을 증명하는 셈이다.


“그런데 부족민들은 봐야 한다는 거지?”

“그렇지.”


카인의 부족은 제1 거주 구역에 도달하게 된 과정이 다르다.

다른 등반자들은 탑 외부의 세계에 세워진 입구를 통해 정당한 심사를 받고 들어왔지만, 이들은 원래부터 탑 안에 존재했으니까.


“원래부터 탑 안에 있던 놈들인데 굳이 시험을 치를 필요가 있나 싶긴 하지만 아무래도 탑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모양이야.”


탑에 들어와 등반자가 된다는 것은 원래 세계에서 쌓아온 지위와 인연 모든 것을 포기하고 들어온다는 의미다.

물론 애초에 잃을 게 없어서 들어온 사람도 없진 않겠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외부 세계의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포기하고 탑에 들어온 것.

거주 구역 마다 존재하는 승탑 시험이 0층에만 없는 이유는 그동안 여러 추측이 있었다.

애초에 시작지점이니 없는 게 당연하다.

0층은 아직 진짜 탑이 아니라서 시험이 없는 거다.

여러 가설이 있었지만 가장 유력했던 가설은 이거다.

탑 외부의 모든 것을 포기하고 탑을 오르기로 선택한 것 그 자체가 시험이다.


“이제 와서 너희가 시험을 따로 치르게 된다는 걸 보면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거 같지?”

“···.”


나는 이혜선의 말에 인상을 구긴 체로 리후엔을 쳐다봤다.


“아니··· 저는 진짜 몰랐는데.”


내 눈초리에 안색이 창백해져서 고개를 흔드는 리후엔.

그 모습을 보던 이혜선이 한숨을 쉬고는 말했다.


“리후엔도 당연히 몰랐을 거야. 애초에 0층의 승탑 시험 자체가 내가 알기로도 처음 있는 일이니까.”


애초에 자신도 위에 연줄이 없었다면 고블린들이 승탑 시험을 치룰거라는 정보는 몰랐으리라.

애초에 몬스터가 등반자가 되겠다 한 것 자체가 탑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랭커 중에서 몬스터도 꽤 있는 거로 아는데?”


카인의 말대로 몬스터 중에서도 랭커는 많다.

실제로 최상위 랭킹을 보면 영웅보다는 재앙으로 분류된 몬스터들이 대부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정도.

하지만.


“그놈들은 등반자가 아니야.”


애초에 랭킹은 등반자 중에서만 뽑는 게 아니다.

탑 내에 강력한 힘을 지닌 최상위존 천 명에게 붙은 칭호가 바로 랭커.

실제로 카인 역시 등반자자격이 나오기도 전에 랭킹에 등록되지 않았던가.


“그 시험이라는 게 어떤 거죠?”


옆에서 대화를 듣고 있던 주술사 할배가 이혜선에게 물었다.

0층의 시험인 이상 어려울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긴 하지만.


“우리도 몰라.”

“응?”


방금 시험 준비하라고 한 여자가 다른 사람이던가?


“그야 처음 있는 시험인걸.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이년이···.”


지금 놀리는 건가?


“그래도 대략적으로 어떤 시험일 거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을 겁니다.”


내 표정이 안 좋아지는걸 보고 있던 리후엔이 말했다.


“한 번도 치러진 적 없는 시험이라며?”

“네 하지만 탑에 들어온 것 자체가 시험이라고 한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리후엔의 말은 이렇다.

탑의 시험이란 것은 대상자마다 다르게 나오긴 하지만 결국 의도하는 것 자체는 항상 똑같다.


“가령 10층의 승탑 시험 주제는 항상 섬멸전의 형식을 띄고 있습니다.”


몬스터가 점령한 성체나 요세, 마을 같은 데로 이동해서 파티원들과 함께 모든 몬스터를 척살하는 것.

이게 10층의 시험이다.

파티의 평균 실력을 따져서 10층 이하에 존재하는 몬스터 중 랜덤으로 척살 대상이 정해지고 실존하는 세계로 이동해서 치루는 만큼 시험마다 장소 조건이 다르다.

하지만 시험의 주제 자체가 달라진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렇다고 한다면 0층의 시험의 주제는 간단할지도 몰라요.”


예상가는 주제로는 [도전] 혹은 [용기].


“뭐 진짜 최악의 경우 [포기]나 [상실] 같은 주제일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그런 게 나오지는 않을 테니까요.”

“탑에 오른다는 것 자체가 시험이라면 [도전]일 확률이 높겠군.”


그래도 너무 추상적인데.


“만약 시험에 실패한다면 어떻게 되지?”


나는 이혜선을 바라보며 물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불안한 부분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10층에 오른 이들이 승탑 시험에 실패할 경우 다시 재시험을 보러 가는 것을 제외하면 10층에 올라가는 건 불가능하다.

실패하는 즉시 9층으로 추방당하는 것.

그럼 0층은?

기존에 제1 거주 구역에 있던 이들조차 탑의 시험을 통과하고 등반자의 자격을 얻어 탑에 입성한 거라면 만일 그 시험에 실패하면 이미 안에 있는 존재는 어떻게 되는가.


“글쎄. 그거야말로 우리도 모르는 일이겠지.”


그래도 예상을 해보자면.


“거주 구역에 입성하기 전 1층 계의 세계로 퇴출당한다거나? 아니면.”


탑 밖으로 쫓겨난다거나.

뒷말은 이혜선이 말하지 않았지만, 이 자리에 있는 모두가 뒤의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1층으로 퇴출이라면 괜찮다.

[세턴] 이 말한 멸망의 운명은 이미 지나간 지 오래고 원래 있던 1층의 세계는 이미 [세턴] 의 권능으로 적이라고 할만한 게 모조리 사라진 세계다.

고블린 특구라고 우리 부족에게 제공된 땅이 아깝긴 하지만 등반자 자격을 얻게 되면 특정 세계를 지목해 승탑이 가능하니 다들 모여서 새로운 부족의 땅으로 만들면 될 뿐인 이야기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탑 외부로 방출될 경우.

애초에 탑 안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이들인데 외부로 방출된다면 어디로 내보내 진단 말인가.


“이런 위험이 있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자신에게 하는 말인 줄 알고 안색이 창백해진 리후엔이안쓰러워 보였지만 이건 리후엔에게 하는 말이 아니다.

애초에 우리를 0층으로 인도한 장본인은 따로 있었으니까.


“[세턴]”

-당시에는 부족의 멸망을 막는 것이 그대의 목표였기에 멸망을 막을 확실한 방법을 제공했을 뿐이다.

“···.”


확실히 [세턴] 의 말은 틀리지 않다.

[세턴] 이 말한 운명이라는 게 진짜라면 탑 어디를 가더라도 부족이 공격당해 멸망한다는 결과는 확정이었던 것이니까.

안전구역에 들어오는 방법을 제외한다면.


“그래도 미리 말은 해줬어야지.”


그랬다면 적어도 회귀의 능력이 남아있던 당시에 다른 방법이 없는지 찾아보기라도 했을 것이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는 무언가를 포기해야만 하느니라. 더욱 큰 것을 얻기 위해 때론 작은 것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지.


‘알고 있던 거군.’


이혜선의 말을 듣는 내내 든 생각이 있었다.

과연 [세턴] 은 승탑 시험의 존재를 모르고 우리를 0층으로 인도했던 걸까?

내가 반말로 매번 응수하긴 해도 [세턴] 은 이래 봬도 탑에 존재하는 산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신중 하나다.

1세대의 주신.

비록 주신의 위를 빼앗긴 신격이라고는 하나 하나의 신계를 대표했던 존재라는 사실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재앙이나 영웅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아득한 격.

탑의 시간을 주관하는 존재가 승탑 시험이라는 존재를 몰랐을 리가 없다.


-애초에 0층에 오지 못했다면 부족은 멸망했을 거다.


그마저도 족장 칸의 희생이 있었기에 영웅을 뚫고 도달하는 게 가능했다.


-무엇을 하든 희생이 없을 수는 없다.


“알고 있다고.”


[세턴] 이 말하는 바가 무엇인지는 알고 있다.

하지만.


‘기분 더럽네.’


띠링~


그 순간 청량하다고 느껴질 법한 소리가 이혜선의 손목에서 들려왔다.


“그건?”

“아? 별건 아니고 탑에서 올려주는 공지나 알람 같은 걸 쉽게 받아볼 수 있게끔 만든 거야.”


별것 아니라고?


-꽤 재밌는 장난감을 많이 가진 여자로군.


[세턴] 의 반응만 봐도 예사 물건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머, 시간 됐네?”


이혜선이 나를 보며 말했다.


“시험 일정 나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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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장님 탑 올라가신다.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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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025 21.08.17 28 3 12쪽
24 #024 21.08.16 25 4 12쪽
23 #023 21.08.15 29 4 12쪽
22 #022 21.08.14 35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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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020 21.08.12 31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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